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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4. 18:18 - Bengi

2019.11.24

1. 번역을 할 일이 생겼다. 하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들어가게 된 번역이고, 하나는 솔직히 뚜껑이 열려서 번역을 시작을 하게 된 케이스이다. 뭐, 그러나 저러나 번역을 원해서 해 본 적은 그렇게 많이 없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번역은 대부분 읽기가 너무 불편하거나, 너무 거지 같이 했거나, 아니면 너무 오래전에 했기에 다시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을 찾게 되고, 필요에 따라서 기계적으로 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2. 번역 관련 문제를 생각하다가, 수능 국어 문제 25번에 대한 해석으로 뉴스 기사가 나온 것이 퍼뜩 생각이 났다. 1타 강사가 잘못된 해석으로 풀이를 가르쳤고, 이에 따라 많은 (?) 학생들이 그대로 문제를 풀어서 틀렸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이 기사를 보면서 수능 국어가 변별력을 갖고 있는지, 그 전에 글에 대한 해석이라는 게 명료하게 하나로 정의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들었었다. 실제로, 문학 지문들을 다 드러내고, 비문학만 남겨놓고 시험을 보는 것이 낫겠다는 주장을 하는 모교 교수(님)도 있었고, (무려 수능검토위원장이다 -_-, PSAT도 그 분의 손을 거쳤으니 뭐 이해를 충분히 한다.) 사실 많은 부분에서 문학에서 해석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특히 고전 시가에 대해서 만큼은 해석이 옳고 그름에 대해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능 문제가 갖고 있는 문제는 출제자의 의도와 글쓴이의 의도가 상이하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서 수험생(혹은 풀이자)는 이 두 가지 간극을 메꿔가면서 논리적인 추론을 해야한다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EBS 연계 이전의 수능들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였는데, 문제들 하나하나가 대부분 논리적 정합성을 묻는 형태의 문제였던 걸로 기억을 한다. 하지만, EBS 연계 이후에는 지문을 이미 외우고 있거나,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처음 보는 글에 대한) 논리적 추론 능력에 대한 검증은 무력화 된다. 그렇기에, 대부분 트리비얼하거나, 다른 지문과의 병행을 통해서 새로운 정보들에 대한 비교를 해야하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같은 계를 공유하지 않는 두 지문을 어거지로 끼워 맞추는 과정이 수반되게 된다. 

아마도 25번 문제의 경우 그 지문만을 놓고 봤을 때에는 1타 강사의 해석이나 추론이 유효했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다른 지문과 같이 곂쳐놓고 봤을 때에는 분명히 해석이 틀어질 것이고, 이를 이용해서 이런 지문을 외운 학생들을 내치려는 행동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아님, 뭐 영어 출제 오류처럼 대형 실수를 저질렀거나)

3. 여하튼, 글이라는 것은 짜증나는 존재이다. 글은 단순히 형식 논리로 환원될 수 없는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형태의 도구들을 쓰거나, 아님 그냥 그것조차 포기하고 인간의 뇌라는 제일 원시적이자 근원적인 도구를 사용하여 해석과 해설을 달고, 그에 기반하여 글을 옮기고 다시 쓰는 것일 것이다.

번역이란 존재도 비슷하다. 테크니컬 라이팅에 대한 번역을 주로 맡고 있지만, 글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 엄밀성과 정밀성이라는 부분에서는 양보를 못 하지만, 비유나 백그라운드 지식, 혹은 그와 연관된 기술에 대한 사전 지식에 대한 독자의 수준 등을 고민한다면, 번역되어서 나오는 글은 원문과는 상당히 상이한 형태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문장을 쪼개거나, 다시 재 배열하거나, 뜻을 휘발 시키거나, 뜻을 고착화 시키는 작업들이 요구되어진다. 사실 이 이야기의 발단은 번역 중인 문서에서 typically와 generally가 병용되고 있는 문서에서 둘 다 "일반적으로"라는 단어로 해석을 하는 상황을 봤을 때, 이것이 기술 문서이기에 둘 다 일반적으로라는 단어를 써서 번역을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은 존중을 하지만, "전형적으로"와 "보편적으로" 두 단어를 구분해야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어조를 어떻게 선택하느냐로부터 시작이 되었다. 미묘한 차이이고, 실제로 문서를 썼던 당사자는 이 두 단어의 차이를 자각하지 못한 채 글을 썼거나, 혼용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조차도 실제로 이 번역이 갖고 있는 문제이자, 한국어 번역이 힘든 일이기도 하다.

4. 그런 김에 테크니컬 라이팅과 번역 관련된 책들을 몇 권 구매하여 읽고 있는데, 사실 글을 명료하게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에는 그냥 바로바로 튀어나왔던 말들이 요즘은 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데, 어렸을 때보다 배운 것도 많아지고 더 겸손해진 것도 있지만, 역시 점점 잊어버린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이다. 이미 번역을 다 해 놓고 생각해보니 call을 콜이라고 해석한다기 보단 호출이라고 해석해야했을 껄이라는 후회를 한다던지, 몇몇 일본식 한자(e.g. 매개변수) 같은 단어 대신에 파라미터라고 그냥 번역을 했어야하는지, method라는 단어의 번역이나 entity라는 단어의 번역을 하지 못 하겠어서 끙끙 머리를 싸 매고 있다던지, 이러한 자잘한 문제들에 엮이면서,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5.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사실 나는 정영목 번역가가 누구인지를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뭐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지만, 사실 번역가 찾아서 누가 번역했는지 따져 보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고, 해외에서 출간된 책 순위권 보면서 언제 한국에 번역되나냐, 출판사 -결국 번역가랑 간접적인 상관관계를 만드는- 를 보고 책을 산 적이 더 많다는 것이다. 뭐 여튼, 그런 실토는 그만하고, 다음의 구절이 와 닿았다.

책을 받으면 빠르게 읽으면서 할만한지 살피고 답을 드립니다. 그리고 번역을 시작하죠. 전 둔한 편이라 읽어서는 감이 안 오고 손으로 옮겨봐야 알겠더라고요. 보통은 절반가량 진도가 나가면 궤도에 오릅니다.

궤도에 오른다 하면?

배우로 치면 대사가 입에 붙는 겨죠. 저자의 문체가 내 몸에 붙어 대충 이런 거구나하는 느낌이 오죠. 처음에는 불분명했던 대목이 뒤쪽을 마저 읽으면서 비로소 이해되는 경우도 많아요. 아, 이 사람은 말을 이런 식으로 하는 사람이구나 깨닫는 거죠. 그렇게 한 차례 ㅂ전역하고 처음부터 다시 보며 습득한 스타일대로 다듬어요. 그러니까 앞쪽 절반을 퇴고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제 경우는 초고 만드는 시간과 다듬는 시간이 얼추 비슷해요.

정말 공감이 많이 갔던 부분인데, 뭐 그건 둘째치고, 요즘 들어서 다시 드는 생각은 이전의 내가 정말로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고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다양한 일을 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이나 여러 취미생활을 갖고 있었던 것은 역진적으로 다시 나의 취향과 성향을 만들어 냈고, 이에 따라 내가 무엇에 호오가 있는지, 그리고 그 호오를 통해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일을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6. 예전 글에도 썼지만 (귀찮아서 링크는 안 건다), 번역은 글을 글로 옮기는 게 아니라 그 글을 갓 잡은 활어처럼 생생하게 새롭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뭐 벌써 7~8년전 과외 선생님의 그 말씀이었지만, 나는 아직도 그 과외 선생님의 그 수업에서 배운것을 잊지 못한다. 언어에 대한 접근이나, 글에 대한 접근을 배울 수 있었고, 사실 약 3년간의 통번역 연습은 대학교에 와서도 잘 써먹고, 그리고 대학교 수업보다 더 값진 것들의 연속이었으리라 생각하니. 뭐 지금 이렇게 번역을 하면서 훈수를 두고,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부분은 뭐 거의 하기 힘든 일 아닌가? 그렇지 않나 싶다.

7. 그렇기에 번역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뭐, 블록체인 관련 글들이지만, 최대한 많이 번역 할 수록, 한국의 생태계가 변하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갖고 글을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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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9. 19:57 - Bengi

2019.11.09

1. 글을 써야할 의지를 못 느낄 때가 많다. 사실 글을 써야할 이유 자체가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장문의 글을 쓰는 능력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점점 녹슬어가고 있는 것도 느껴지고 있는데, 뭐 이건 좀 노력하거나 다시 글을 쓰다보면 돌아올 일이라는 건 알지만, 역시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는 듯한 느낌이라서 별로 유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뭐, 그런데 자전거보다는 요즘은 전동 킥보드가 대세 아닌가, 뭐 그러면 전동 킥보드 느낌으로 글을 써야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종종 들긴한다. 단문화된 글들이나 짧고 명료한 글들을 더 선호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그것에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무엇인가? 분노나 증오나, 호 혹은 오 일 것이다. 뭐 호오 보다는 호불호를 많이 쓰니 불호라고 해야하나? 어쩄든, 감정만 남은 글들이 남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부분일 것이다.

2. 그렇다고 감정적이지 않은 것은 긴 글인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장편 소설이나 장문의 수기를 생각한다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감정적이지 않은 제일 짧은 무언가는 10줄 이내로 증명이 되는 형식 기호들의 집합일 것이다. 아니, 그렇다면 형식 논리는 감정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짧아도 감정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인가? 생각해보면 감정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할 떄가 온다. 뭐 그렇다.

3. 재미 없는 말장난은 끝내고, 사실 어떤 의미를 갖고 글을 쓰는 행위가 점점 없어진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테크니컬 라이팅조차도 안 하고 있는 것은 시간이 없다는 변명으로는 해결이 안 될 이야기로 보인다. 요즘 많이 지치고 힘들기에 -사실 제일 감정적인 이야기다- 더 이상 글을 쓰기도 싫고, 글을 보여줄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맞을 것인데, 이를 해결할 방법이란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쭈욱 글을 써 왔지만, 그 글들은 격동적이고 첨예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말라 비틀어진 글들만 쓰고 있지 않는가. 책 사이에 말라 비틀어진 꽃이라면 이쁘기라도 하지, 그냥 황폐화된 들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4. 그래서 좀 더 감정적이 되자? 좀 더 공격적이 되자? 아님 좀 더 글을 쥐어짜서라도 써야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잘 못하겠다. 그냥 지쳐버렸다고 하는 것이 옳바른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렇다는 것이다. 전동 킥보드도 자전거랑 마찬가지로 사람 태우고 어디로 움직이는 건 같고, 덜 힘이 들어가느냐 마느냐의 차이 정도이지 결국 탈 것이라는 것이 갖는 특징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 않는가. 뭐 그렇다. 변한건 없는데 변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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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22. 21:42 - Bengi

2019.10.22 인터넷 안에 사람있어요!

1. 게임하고 싶다. 홈월드 3 예약 구매를 걸어놨지만, 정말 홈월드 3이 나와도 게임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2. 요즘 고등학교 친구들을 안 본지 거의 4~5년이 넘어간 것 같다. 운이 좋게 같은 대학을 온 분들 경우에는 좀 이야기가 다르지만, 사실 대학교에 와서 친구 혹은 동기라고 부르는거지, 딴 대학교에 갔으면 연락도 안했을 사람들이 많다. 사실, 그렇기에 대학이라는 네트워크는 나의 인생에서 의외로 큰 몫을 차지한다는 걸 요즘 들어서 많이 느낀다. 대학 네트워크에서 몇 동아리의 중점적인 역할을 했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을 트위터에서... 다시 만나고 있다는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말이다.

3. 트위터는 특이한 구석이 있는 SNS다. 초반에는 오타쿠 위주의 커뮤니티였지만, (그 전에는 정치 계정 위주였지만) 다양한 곳에서 유저가 유입되고, 특히 컴공 혹은 프로그래밍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개발을 하려면 일단 가입해 놓는게 낫지 않나 싶은 SNS로 변해버렸다. 개발자라는 특성상 IRC 채널 하나 켜 두거나, 미투데이를 하거나 (Java 개발자들이 많았었다), 뭐 몇몇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커뮤니티는 망했고, 남는 건 트위터에서 시덥잖은 이야기로 서로 치고 박는 일 밖에 안 남게 되었다는게 좀 더 정확하다고 해야할까?

4. 트위터 말고 개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일단, 블로그는 죽었고, 페이스북은 쓸 사람만 쓰고, IRC도 뭐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고, 디스코드는 좀 괜찮긴해도 몇몇 채널을 제외하고는 굴러가지를 않고, 슬랙은... 폐쇄적이다. 그러니 트위터나 붙잡고 각종 대회나 컨퍼런스 이야기나 하고 앉아 있지 않는가. 거기서 사람 모여서 모각코를 하건, 밤샘을 하건, 술을 마시건 뭐 개발 이야기를 하고 정보를 교류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것 같다.

5. 그래서 나에게 남는 건 대학 생활이었던걸까? 트위터였던걸까? 트위터에 있는 대학 동기만 남은게 아닌가 싶기도하고...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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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3. 22:20 - Bengi

2019.10.03

1. 사실 트위터를 하면서 별 의미를 안 갖게 되는 것은, 인터넷이 으레 그렇듯이 정보보다는 노이즈가 많고, 제대로 굴러간다기보다는 혼돈스러운 무정부 상태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별다른 의미를 갖고 위키를 운영하거나 어떤 규칙을 갖고 있는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운영진은 바뀌기 마련이고, 시간과 돈, 현생의 문제가 겹치게 된다면, 커뮤니티가 죽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아니면, 새로운 땔감 -정치적 요소, 새로운 놀 거리- 가 들어와야하는데, 이러한 안정적인 땔감 보급의 경우 커뮤니티 유저의 신규 유입에 의해서나 유지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유저들의 특색을 존중하면서, 기존 규칙을 고쳐나가는 일은 엄청나게 힘들고 지켜지기 힘든 일이다. 특히나, 트롤링이 일종의 문화로 잡혀진 이 시점에서 블로그를 제외한 매체 중에서 어떠한 곳도 안정으로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는데가 없다는 것으로 귀결이 되게 되는데, 블로그는 영토라는 개념 중에서 제일 작은 개념인 나만의 포스트 공간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오공감이라던지, 갤러리 같은 형태로 운영만 안 된다면 일종의 언론 형태를 띌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2. 반면 트위터 같은 소규모 전쟁터나, 페이스북 같은 장문의 글을 쓸 수 있는 SNS 조차도 차단과 비공개/공개 글의 차이 덕분에 글이 고루고루 퍼지지 않는다. 자신이 속해있는 네트워크나 유저들의 글들을 조합하거나, 이를 퍼다 나름으로써 일종의 암묵적 규칙이 지켜지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대부분 모든 사용자는 완벽한 그림을 보지 못하게 된다. 제한적 그림이나, 삭제된 글의 캡쳐만을 부분적으로 보면서 전체 사건을 추론을 해야하는 지루한 일들이 지속되는 것이다.

 

3. 사실 이런 문제는 하루 이틀 있었던 일은 아니다. 대부분 페이스북에서 저격을 하거나 저 새끼 누구야? 하면, 이제 트위터에서 반응이 오고, 몇 개월간 활동도 없었던 페북 계정이 갑자기 살아나서 사자후를 토했던 일이나 (매번 술자리 가면 이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역으로 페이스북 글 때문에 트위터가 불 탔던 일들은 당연하게도 자주 있는 일이다. 나는 이 상황을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일단 고인물이나 폐쇄적인 커뮤니티가 어떻게든 상호작용을 해 내고 있다는 것이고, 공개글이라는 형태로 장문의 글은 페이스북으로, 단문의 글은 트위터나 그에 준하는 디스코드/IRC에서 이야기가 오간다는 걸 의미한다. 이를 통해 유저간 교류나 기존에는 별로 만날 수 없었던 인력 풀들의 섞임이 가능하다는 것은 기존의 커뮤니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일 것이다. 실명을 걸거나 실명에 준하는 닉네임을 걸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은 토론의 장을 키울 수 있는 부분이기도하고, 최소한 어느정도의 -나쁘게 말하면 학력적, 경력적인 부분을 방패로 쓰는- 검증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를 통해서 의견의 수용 여부를 대중이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4. 휴버트 드레이퍼스의 인터넷의 철학에서 말했던, 인터넷에서는 인간의 판단 능력이 상실 되는, 아무런 의미 없는 이야기들의 울림들의 연속일 것이라는 저주를 정말로 좋아했었는데, 잠시만이라도 나는 하버마스의 공론장을 믿기로 했다. 일종의 준 엘리트주의나, 민주주의와 엘리트주의의 미묘한 공존이 되겠지만, 실력에 의거하거나 전문가 집단의 이야기에 기반한 형태의 논의 지속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인 것인데, 이러한 형태가 과연 민주주의적인지는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5. 그렇다면 민주주의적이지 않은 방법을 택하는 것이 옳지 않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살아남은 커뮤니티는 3~7일 동안의 게시글 쓰기 중단이나, 커뮤니티 규정을 통한 추방제 등이 있는 곳들이었다. 예외적으로 디씨가 있긴하지만, 디씨 자체도 마이너 갤러리의 활성화와 암묵적 룰이라는 부분에서는 큰 줄기를 공유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뭐, 여튼, 사실 모든 인간에게 선한 의지와 선한 방향으로의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면, 감시와 처벌, 그 자체가 시스템을 유지하는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 거이다.

 

6. 이런 뻘소리를 한 건, 사실 실력과 경력으로 사람을 깔아 뭉게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 의문이 많이 들지만 -특히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들어줘야하는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더라도 그래야하지 않는가 싶지만- 논의적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중간에 커트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실제로 요 근래, 개발자의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하자는 위키를 만들려고 하는 프로젝트나, 블로그 글들을 모아 해커 뉴스처럼 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나, 개발자용 블로그들을 만드는 경우들을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시도가 개발 관련된 부분에서만 실험적으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 철학 뭐시기.... 협회에서도 사이트를 운영했었고 (유실 되었다) 많은 사이트들이 이러한 노력을 했었던 건 사실이다. 이런 흐름을 다시 복원하고 전문가주의 혹은 전문가 집단에 의한 정보 선도 이런 것을 다시 시도한다면, 최소한 나무위키 정도는 엎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7. 의미가 없는 일들이긴 하지만, 누구는 내 프로젝트를 보고 기억을 해줬고, 누구는 내 프로젝트를 도와줬다. 뭐 지금 와서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하지를 못하지만, 한 번 다시 해봐야할 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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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17. 22:35 - Bengi

2019.08.17

1. 파이콘에서 "혹시 XXX님 아니신가요? 깃헙 레포 YYY 만드시고, ZZZ 회사 운영하시는 분?" 이라고 인사를 받은 충격적인 (...) 경험을 겪고 나서, 음 어 행실을 좀 더 바르게 해야하지 않았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뭐, 아니 근데 솔직히 아니 으악, 진짜로 도대체 왜 사람들이 내 이름을 기억하는지, 왜 내 얼굴을 아는지 (뭐 당연하게도 깃헙에 박아놨으니?) 그리고 왜 내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로 잘 모르겠다. Y 프로젝트는 2년 전에 별 100개 넘게 받았던 프로젝트이고, 8할 정도 글을 내가 쓴 거긴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의 도움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운이 좋게 페이스북도 타고 뭐 이런 저런 일들이 있어서 (사실 나중에 지인이 투고를 했다는 걸 알았다. 그 때 스타수가 50개를 넘어간 시점이었지만) 성공을 했었던 거고, 지금 와서 봤을 때에는 다시 재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깃헙의 특징상 텍스트 문서 이력 관리는 말처럼 쉽지가 않고, 뭐 회사는 외부에서는 멋진 회사로 보이지만 (1년 정도 버텼으니 뭐 회사 꼴은 갖춰지긴했다)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문제가 많다. 이런 일들을 하도 겪다보니, 내 재능이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2. 출판 제의나 프로젝트 제의나 헤드 헌팅의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한 두 번씩은 있었고, 그 때마다 드는 생각은 "도대체 왜?"였었다. 출판은 저 정도로 글을 6개월 동안 잡고 쓸 능력이 없으니 던졌고, 프로젝트 제의는 내가 프로젝트를 제대로 관리한 경험이 없었으니 싹 다 거절했고, 헤드 헌팅은 대부분 스타트업에서 준 만능 개발자가 필요하니 온 경우였지만, 결국 내가 그 포지션에 맞을 거라는 외부 판단 아래서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외적으로 내가 의외로 괜찮아 보인다는 게 제일 큰 문제일텐데, 사실 이거 때문에 스트레스를 의외로 많이 받는다.

 

3. 실력 대비 평가가 높은 케이스 혹은 사람들의 최후는 대부분 비슷하다. 보통 피터의 법칙이라고 하는 경영학 법칙으로 설명을 주로 하는데, 사실 무능력함이 드러날 때까지 계속 평가가 올라가는 케이스가 그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무능력함이 드러나는 시점이 그 사람이 갖는 명성의 한계치인데, 보통 이 시점이 오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충 실력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간지 2~3년인 거 같고, 대부분 결국 자기가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외적인 평판과 실력으로 커버할 수 없는 고인물 종착역에 다다르게 된다. 뭐 그런 경험들도 있었고, 대학 다니면서 배운 것과 회사 운영에 참여하면서 배운 것들이 대부분 그것이었다. 실력, 발목 잡는 타이밍, 손절 타이밍, 매몰비용 등등으로 다가왔지만, 결국 내 자신도 내 한계에 의해서 실패하는 경험을 꽤 많이 했었었다. 그게 작은 3일짜리 프로젝트인 해커톤일 수도, 1~2년 짜리 스타트업일 수도, 몇 개월짜리 토이 프로젝트일 수도 있었지만, 이런 실패 및 도주의 경험은 언제나 쓰디쓴 무언가였다.

 

4. 나는 자신이 이 글에서 서술한 특징에서 벗어난 적을 본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방어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는데, 투입 시간 총량과 아웃풋 총량을 비교하면서, 결국 갈 수 없는 길이나 투입 비용에 따른 산출물을 계산해서 적정 포인트를 뽑아내고, 대충 어디 쯤에서 발을 뺄지를 많이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외부 평가나 성과라는 지표에 상당히 강박적이게 되는데, 특히 첫 꼭지에서 언급한 것들이 제일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주 요인이다. 사실 깃헙 프로젝트도, 회사도, 뭐 내가 해왔던 대부분의 일들은 우연치 않게 시작해서 우연치 않게 망한 케이스이고, 정말 괜찮았던 무언가라면 지금까지 잘 굴러가고 있어야할 것들이어야만 할 것이다. 뭐 근데, 그럴리가, 손 수 하나씩 묘지에 묻어주고, 비석까지 세워놓고, Since 2017 이런거 적어 놓은게 태반인데 뭘 존경 받고 인정 받아야 할지는 잘 모르겠는 것이다.

 

5. 최대치까지 성장을 언제나 못했었다. 중간에 때려쳤었고, 이것저것 할 만한 것들을 찾아다녔었고, 그리고 뭐 여기까지 와 버렸다. 예전에는 능력을 인정 받고 싶었기에 가성비 찾아다니면서 그랬었겠지만, 지금은 벌어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이니 이런일을 하면 할 수록 자괴감이 든다. 아니 뭐 이런거 해서 이 돈 받아먹고 살아야하나, 내 실력으로 이걸 해도 되는가, 내 실력으로 이렇게 말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나를 옥죈다. 뭐 블록체인이라는 산업을 잡은 것도, 주요 플레이어가 만만하고 시장 성숙도가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난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뭐 그래도 유튜브 채널 안 만들고, 슬랙 프라이빗 채널 안 만드는게 다행이지... 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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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11. 18:17 - Bengi

블록체인 + 스타트업 = ???

1. 어제 술 좀 마시고 좀 그지 같은 이야기를 트위터에서 했다. 그지 같은 이야기라고 하지만, 그냥 별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라고 하는 게 정확한데, 스타트업 하면서 쌓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개발 관련해서도, 업계 관련해서도, 그리고 운영에 관해서도. 경영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었지만, 경영을 해보면서 느끼는 건 "이런 경영학의 기초도 모르는 사람이 경영을 하면 안 되는구나"라는 걸 자주 깨닫고, 그것을 반면교사 삼으면서 계속 버티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경영학 그 자체는 상당히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있고, 각각의 분야는 대략 6가지 꼭지로 수렴이 되게 된다. 마케팅, HR, 오퍼레이션 관리, 회계, 재무, MIS가 그것인데, 대부분의 기업은 이 6가지 (혹은 회계와 재무를 합쳐 5가지)에 대해서 일정 수준의 이해를 요구받거나, 한 분야의 전문성을 요구받는다. 이 글을 쓰는 사람조차도 이 6가지 중에서 회계를 잘 못 하며(C+로 도배를 했고, 아직도 회계 관련한 부분은 별로 안 좋아한다), 오퍼레이션 관리나 MIS는 역시 백그라운드가 백그라운드인지라 중간은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뭐 재무, HR, 마케팅은 곁눈질로 배운 게 다이며, 일단 전공 서적과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서 공부를 했었지만, 역시 마케딩은 디자인의 연장선상으로, HR은 인간관계의 연장선상으로, 재무는 스타트 업식 땜빵으로 커버를 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고 싶다. 결국, 지금 갖고 있는 경영학이라는 인식은 그렇게 깊지도 넓지도 않다는 것을 매번 깨달으며 계속 공부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최소한 회계라도 제대로 하면 좀 더 장기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수치가 많지 않을까, 자금 흐름의 예측을 좀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역시 이런 것들은 단순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외부에서 오는 일감이나 프로젝트는 제한적이고, 시기를 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들은 조절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대부분 BI나 CI라는 마케팅 카르마를 쌓아야 하는데, 이런 카르마를 초창기에 쌓지를 못했다는 점, HR을 인간관계로 땜빵을 때렸다는 점 (장기적으로 이렇게 운영하면 안 된다), 기업 간 라인 구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 등등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해결을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인데, 일반적으로 블록체인 업게라는 특수성이 사실상 스타트업의 활로를 너무 제약하지 않나 싶다. 타 업종에서는 기피하고 있는 분야이고, 재정 건전성이 언제나 의심을 받는 구조이고, 그리고 언제나 ICO나 IEO로 귀결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활로라고 할 수 있는 방향성이 없다. ICO는 일종의 시작점이자 종점인데, ICO를 성공적으로 한 후, 메인 넷 론칭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검증 가능하거나 검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보고 있고, 사실 이더리움을 제외한 어떤 프로젝트도 제대로 ICO 이후의 플랜(심지어 이더리움은 ICO다운 ICO도 아니었다)을 지키지도 못했다. 뭐, 그런 면에서 엣식의 기회나 투자의 기회는 애매하기 짝이 없는데, 엑싯 사례는 없다고 봐야 하고, ICO는 사실상 성공할 수 없는 독이 든 성배이며, 이 두 상황에서 투자를 받는 거 자체가 불가능한 무언가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상황유지라는 방법이나 자체 상품을 개발 후 탈 블록체인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블록체인이 아닌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뭐 말이야 블록체인의 오딧팅, 보안 감사, Dapp 제작 등이라는 형태를 띠지만, 오딧팅/보안감사는 언제나 보안 감사 전문 업체의 일이었고, Dapp 제작은 앱 제작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메인넷 개발을 하는 팀을 국내에서 찾기는 엄청 힘든데, 토종 코인이라고 할 수 있는 BOS는 실제로 프로젝트가 망했다고 보고 있고, 그 외 몇몇 메인넷 런칭 준비 중인 프로젝트들의 경우 경험상 이것을 메인넷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고, 런칭 된 메인넷의 경우 이더리움의 변종인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포크나 약간의 시스템 개선 이후 중앙화 된 노드들이 사용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데, Quorum을 그렇게 많이도 참고하는 거 같다. 뭐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스타트업 방법론이나 중견기업 이상에서 먹힐 만한 방법론이 통하는 업계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다. 일종의 미궁 속을 계속 헤매고 있는 것과 같은데, 이걸 해결할 일종의 돌파구가 어디서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2. 실제로 블록체인의 경우 기술의 난이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술 성숙도가 낮기 때문에 현재는 접목할 수 있는 기반 기술들이 상당히 많으며, 선행 연구가 많이 되어있는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통화 경제학, 금융공학, 게임이론, 분산처리, VM, 암호학 등등 각 학문에 있어서 거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의 총집합이라는 것이다. 게임이론을 주로 다루거나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는 (Truebit 시뮬레이션으로 유명한) 디콘 같은 데를 눈여겨볼 수도, SOOHO나 HACHI 같은 오딧팅이나 보안 감사를 하는 곳을 생각할 수도, 플라즈마 네트워크 임플레멘테이션을 만드는 온더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아직은 기술력에 대한 의문점이나 기술 성숙도에 대한 의문점을 지울 수 없다. 일반적으로, 이 업계가 갖고 있는 문제는 한 분야의 최고가 아니기 때문에, 혹은 블록체인이 핫하기에 들어왔다가 발을 못 빼니 계속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특징들은 현재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현재 블록체인의 코드나 사용하는 언어를 좀 보자. 블록체인 메인넷 코드들에서는 오딧팅 툴에 바로 걸리는 잘못된 사용(Use After Free, Double Free...)이나 배포 환경에 대한 대응 미비(nix를 팩키지 매니저로 쓰라는 Cardano라던지), 특정 라이브러리 의존성(Bticoin 계열의 BDB 4.8, OpenSSL 1.0) 등등이 발견됨에도 불구하고, 국내 몇 팀 제외하고 이런 부분에 대한 패치나 개선을 하지 못하거나, 이 문제 자체를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언어의 경우 새로운 단어를 재발명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핀테크(Fintech)보다는 DeFi 같은 단어가 더 간지나보이고 Decentralized 된 것처럼 보이리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뜯어보면 구조는 대부분 같다. 탈중앙화 되어있다지만, 중앙화 된 무언가가 정부에서 기업으로 이전되는 것일 뿐이고, 실제로 그 이전되는 기업은 탈중앙화를 외치는 그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대중은 결국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섞여있는 무언가만 보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상황까지 와 버렸고 (비트코인 25000달러 돌파와 김치 프리미엄에 기인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러한 단어들의 선택은 블록체인 업계가 얼마나 안일하게 시장을 파악하고 끌어가고 있는가에 대한 방증일 뿐이다.

 

3. 강의를 나가거나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하는 소리는, 토렌트랑 GPG/PGP랑 합쳐놓으면 그게 블록체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블록체인 자체 저장 시스템은 링크드 해시드 리스트와 머클 트리, 스테이트 관리를 위한 트라이(Trie)의 집합일 뿐이다. 거기다가 버클리 디비나 레벨 디비를 사용하고 있으니 실제로 저장은 키-밸류 스토리지에 쳐 박히는 구조인데, 이것이 뭔가 대단한 것처럼 말하는 것도 좀 그시기하다. 사실 보면 그냥 학부 3~4학년이 열심히 노력하면 (그게 뭐 본인 대학 기준으로 말하니 타 대학 기준으로는 석사까지 갈 수도 있다.)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고, 실제로도 많은 강좌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Hash와 ECC, 분산 네트워크에 관한 것이다. 뭐 더 나아가면 데이터를 압축해서 저장하거나 패딩을 넣거나, 아님 블록 바이너리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임베디드 시스템에서 메모리 최적화하는 기법이랑 별 반다를 바가 없다. 사실 바이트 단위로 블록 데이터를 저장하고 이를 가져와서 처리를 개떡같이 하니 사람들이 공포감에 휩싸이는 거지, 이것도 CTF에서 낮은 레벨의 문제이다. 대부분 노가다하면 풀리니는 부분이니

 

그렇다면, 블록체인의 문제는 무엇인가? 아니 문제라기보다는 업계의 문제는 무엇인가?

 

블록체인 업계 문제점은 의외로 단순 명료하다. 기술 공유의 부재, 별 것 아닌 지식의 무기화 및 자산화, 기존 방법론에 대한 적용 미비, 리서치 미비 등등일 것이다. 요즘 DID가 대세가 돼가고 있다. DID가 대세가 되리라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데, ECC로 비대칭키를 구현하고 사이닝까지 하는 구조에서, PKI 인증(공인인증서에 쓰이는 그것 맞다)을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왜 안 하냐라는 질문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것이다. 구조적으로 PKI 인증을 해서 그 기반으로 암호화폐가 전송되는 것인데, PKI 인증을 암호화폐에만 하면 좀 거시기하지 않는가? (실제로 이렇기에 카카오톡 PKI인증은 초반에 비트코인에 OP_RETURN으로 데이터를 쓰고 그것으로 인증 결과를 블록체인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근데 까놓고 말해서, 이런 거 새로 만드는 건 바퀴를 재발명하는 것과 같다. 이미 DID가 아닌 PKI 인증에는 표준 규격이 존재하고, 이미 DID 관련해서도 규격화된 것들이 많다. 그냥 갖다 쓰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 업계가 해야 할 일은 기존 시스템에 잘 붙게 라이브러리 만들고, 표준 스펙 만들고, 스펙 공유해서 각 블록체인 노드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다. 솔직히 Litecoin과 Bitcoin의 소스코드 디핑만 떠봐도 얼마나 유사도가 높은지, 루니버스니, 클레이튼이니를 Quorum이나 Geth와 디핑을 떴을 경우 유사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본다면, 실제로 이게 뭔 개 짓거리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대부분 베끼고, 개선이라는 명목 아래 새로운 체인을 만들고, 그 체인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함으로써 일종의 채권을 만들어서 파는 것뿐이다. 이러한 무안단물 장사는 그만 되어야 한다. 통일화된 스마트 컨트랙트 규격, 스크립트 바이트 코드, 호환 가능한 VM 등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 시장은 파편화가 되거나, 아예 몇몇 메이저 플레이어를 제외하고 다 망하는 대청소 시간이 올 것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업계에서 그런 실력을 갖고 있는 데가 얼마나 되는가?

 

4. 기존 업체들은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이 시작되는 것을 제일 두려워한다. 뭐 기술력의 부재는 이미 앞에서 길게 말했으니 넘어가고, 여기서 다룰 꼭지는 신규 플레이어의 강력함이다. 나 자신도 처음에는 JP 모건의 Quorum을 보면서 콧웃음을 쳤지만, 클레이튼이나 루니버스에 적용되는 것을 보고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이러한 시스템이 널리 퍼지고, Geth나 Parity에 확장된 코어를 붙여 여러 개의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단일 클라이언트가 나온다면 상당히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터체인이라고 할 수 있는 Polkadot이 그것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인터체인 기술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냥 블록체인 클라이언트가 여러 체인 데이터를 다룰 수 있으면 되는 것 뿐이고, 그걸로 채굴을 할 것도 아니니 SPV 같은 기술과 엮으면 실제로 하나의 온전한 블록체인에 접근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나올 것이다. 또한, 분산처리나 언어론을 주구장창 하던 대학교 랩들이 분산처리 관련해서 이더리움 프로젝트에 컨트리뷰트하거나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던가, 정적 분석기 개발된 것들을 좀 더 개량해서 자바스크립트 분석기를 솔리디티 분석기로 가져다 쓰는 경우 같은 것도 생기고 있다. 이미 거래소 솔루션 장사로 몇 십억씩 돈을 번 케이스도 목격되는데, FX 마진이나 해외 선물 시장 솔루션 만들던 증권사 SI들이 달려들어서 암호화폐 거래소 솔루션 만들어서 돈을 벌어먹었다는 사례는 정말 유명하고, 실제로 몇몇 메이저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러한 솔루션 빵판으로 찍어낸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비슷한 취약점을 공유하고 해킹도 많이 된다)

 

기업, 대학교, 연구소가 아니라도, 데프콘이나 코드게이트, 코드엔진만 봐도 실제로 블록체인 이슈가 얼마나 핫한지 알 수 있다. 보안하는 사람들 안 좋은 버릇이 파이 좀 커지고 먹을만해지면 이제 취약점 찾아서 돈과 명성을 얻는 것인데, 실제로 발표장에서 이제 이거 이렇게 공략하면 크레딧 이 정도 나온다를 공유할 정도의 사이즈까지 되었고, 비슷한 예시로 IoT, 즉 임베디드 산업이 2014년 이후로 엄청나게 핫해지면서 기존 공격 기법들 재활용(리눅스 2.6이 돌아가는 시스템이니 15년 전 기법도 통한다)을 하면서 명성을 쌓는 경우를 많이 봤다. 심지어 글쓴이도 그렇게 IoT 장비들을 분석하고 공격하면서 명성을 쌓았었다. 블록체인으로 방향을 우연히 틀게 되면서 블록체인에서도 동일한 깃발 꼽기 싸움이 생길 거라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는데, 역시 코드 퀄리티가 개판이라는 점과 단순 DoS 같은 공격으로 전체 시스템이 마비되는 수준이라는 것은 공유되는 CVE나 공격 사례들로 증명이 이미 충분히 되었고, 실제로 스마트컨트랙트 실행이나, 네트워크 공격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취약점이 많으리라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Gas라는 개념이나 Fee라는 개념으로 이를 방어를 하지만, DAO Attack 때도 그렇듯이 이런것들을 우회할 수 있는 공격들을 찾아서 공격을 하는게 주된 방식이고, 스마트컨트랙트는 시스템의 복잡도를 높여 이런 취약점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공학이나 게임이론 쪽은 결과적으로 JP 모건 같은 금융사에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꽤 많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낮겠지만, 금융 서비스의 보급에 있어서는 상당히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고, 사실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몸값이 더 높아지는 거니 사실 나쁘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탈중앙화를 지지하거나, 자유주의적 사상에 경도되어있다면 좀 많이 암울한 느낌이 들겠지만, 결과적으로 중앙이나 큰 손들의 영향을 벗어나기는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고, 개인에게 좀 더 큰 자유와 덜 중앙화 된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에 만족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진짜 완벽하게 정부를 엿 먹이는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쪽으로 가야할텐데 쉽지는 않을 것이다.

 

5. 사실 너무 두서 없는 글이 되어버렸는데, 실제로 기존 업계 디스와 스타트업 운영하면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와 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다 섞어서 하게 되어버렸다. 2~3번의 퇴고를 거쳤지만, 메인 주제라고 할 수 있는 건 없고, 그냥 약 2년간 블록체인 관련 일을 하면서 겪었던 것들에 대한 푸념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글이 되어버렸다. 뭐, 그렇다고, 아니 그렇다고 뭐 이게 바뀌겠는가. 뭐 그러니 우리나 잘 해야지. 아 엄마 보고싶다. 블록체인 거지 같아요. 엄마 살려줘요. 이게 입에 붙어버렸다. 엄마 으악 X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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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 26. 23:51 - Bengi

2019.07.26

기억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뭐 아티반의 효과 덕분이기도하고, 나이를 먹은 것도 있고, 알콜이 간 세포 뿐만 아니라 뇌세포도 죽여서 그런 것도 있겠다. 뭐, 에전에도 말한 거 같지만 장기 기억력은 나쁘지는 않은데, 단기 기억력이 그렇게 좋지 못하고, 그것도 요즘은 옛날 기억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이썽서 장기 기억도 좋다고 하긴 좀 그런거 같다. 중고등학교 떄 있었던 일들의 많은 것들을 잊어가고 있다는게 상당히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과거의 많은 상처들을 지워주는 일도 해주니 그렇게 나쁜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은 과거의 나를 통해서 현재의 나가 존재하는데. 과거의 나에 대한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나는 어디서 구성이 되는가일 것이다. 몸이 기억한다, 혹은 해마 같은 것들의 도움을 안 받는 다른 기억 혹은 나이테와 같은 형태의 축적된 무언가가 있다면 뭐 그것이 나를 구성을 하는 거겠지만, 성격이나 행동 패턴의 경우 선행적인 입력이 있어야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뭐 답은 대부분 알려진대로, 이러한 입력에 대한 상태가 패턴화되고 고착화되면서 굳어진 것일 것이다. 외부 충격이나 입력은 신경망 어딘가에서 적절한 상수 값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기억이나 조사를 할 수는 없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이러한 부분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를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공부하거나, 새로운 걸 시도를 해보고 있다. 하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체력의 한계나 시간의 한계도 명백하고, 결국 내가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채 열심히 진이나 홀짝거리고 있는 것이다. 뭐, 술 마시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긴 하고, 요즘 어떤 외부 자극도 그렇게 재미있게 다가오지 않으며, 사실 학문적인 열망을 불태울 무언가도 없다는게 사실이긴하다. 블록체인이 그나마 요즘 하고 싶은 일이자 업이 되었는데, 암호학과 분산처리, 병렬처리 같은 부분에 대해서 호기심이 확장된 형태이지 기술 그 자체를 해먹을 타입도 아니다.

 

패턴화를 뚫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프로그래밍이라는 일 자체가 패턴화이기도 하고, 일 자체도 그렇게 나의 흥미를 자극하는 일들의 연속이라기보다는 기존 사례의 적용과 변형에 연속이라는 부분이 계속 발목을 잡는다. 책을 읽거나, 다른 취미 활동을 한다고 해도, 프로그래밍이나 회사 업무 밖의 일을 하려고 하는 편도 아니고 뭐 사실 이번 생에는 망하지 않았나 싶다.

 

윽, 그래서 뭘 해야하지? 공부를 더 하기는 싫고. 테니스 같은 건 치지도 못하는 몸이고. 술이나 더 마시자. 전자정부프레임워크 OUT, 유지보수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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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30. 22:50 - Bengi

2019.05.30

1. 다양한 이유로 글을 안 쓰게 되었는데, 사실 일 할 시간에 글을 쓰고 앉아 있다는 죄책감이 제일 큰 이유로 작용하는 것 같다. 남아있는 일은 있는데, 그 일을 마치지 못하고 뭔 딴 일을 한다는 게 상당히 짜증나는 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습관은 중고등학교 때 공부하던 습관과도 맞닿아있는데, 일단 공부를 제대로 안 한 거 같으면 제대로 여가 활동이나 딴 일을 못했던 강박에서 비롯된 것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습관을 이겨내지 못하면 상당히 생산성이 떨어지고, 일 하는데 있어서 제대로된 일정 관리도, 진척도 없다는 부분이 제일 큰 문제인데, 사실 대부분 즉흥적인 결정이나 판단아래 계획을 해오던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2. 사실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잘하고 싶은 것은 분명히 다르다. 단위 시간당 생산성이 높은 일들은 대부분 내 자신이 터부시하는 일이나 천대하는 일들이 대부분이고, 내가 정작 하고 싶은 것들은 대부분 노력이나 상당한 시간의 투입이 필요한 일들이다. 아니 정확히, 내가 못하거나 아님 적당한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든 하려고 한다는게 제일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냥 못 하겠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고,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고,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협조적인 상황에서 일을 한 적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팀 단위로 일을 하더라도 대부분 혼자서 작업하고 이어 붙이는 작업은 나중에 하거나, 아니면 상대방과 같이 일을 한다기 보다는 완성된 설계도를 넘겨 받아 다 뜯어고치는 일을 주로 했었다.

 

3. 거기다가 소힘한 성격인지 혼자서 다 하려는 습관인지 대부분 그냥 하라는 대로 구현을 완성시키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만, 이런 것들은 그냥 습관적인 부분인지 아님 대인 관계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파악이 안 된다. 뭐 이게 어디서 시작된 문제인지는 알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초등학생 때로 돌아가야하지 않을까... 뭐 이미 내재화 된 부분들은 해결이 힘들다는 걸 알고, 회피형 성격을 최대한 뜯어고치려고 하지만, 안정적으로 개선이 될 여지는 수 년간의 노력을 통해서도 보이지 않는다.

 

4. 결국 남는 선택지는 학자의 길을 걷는 것인데, 학자라고 해도 결국 연구부터 발표까지 대부분 그룹간 협업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2~3명 혹은 5~6명 정도의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서 어떤식으로든 운용을 한다고 해도, 그룹 사이즈가 줄어듬에 따라 문제가 덜 발생하고 누군가에 의해서 주도적으로 움직임에 따라 해결이 된다는 것이지, 내가 해결을 하는 건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5. 플래너 쓰는 이유가 그래서 그런데, 기록이라도 잘 하면 대충 후 처리가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력에 의존해서 일처리하는 방식을 점점 개선해 나가는 중이지만, 역시 인덱싱에 있어서는 아직도 문제가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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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 31. 01:46 - Bengi

2019.03.31 잡생각

1.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의 존재성 글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게, 2년 전에 들었던 게임이론(정확히는 게임이론 수업 이후에 듣는 정보경제학) 관련 수업이다. 초반에 Screening 관련으로 배울 때에는 "이게 뭐지 X발"이라는 상태로 들었는데 (두 교수가 돌아가면서 수업을 하는 거였고, 중간고사 이전에는 별 관심도 없었던 파트라서 대충 들었다가 나중에 연습 문제 풀다가 ㅈ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Screening에서 어떻게 두 집단을 모델 설계로 분류를 해낼 수 있느냐였다. 보상을 하는 방식을 조절함으로써 어떻게 역선택과 모럴 해저드를 막느냐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이었는데, 수업도 대충 들었지, 슬라이드에 내용은 대충대충 설명되어있지, 수업은 한국인 교수가 영어로 하지, 여튼 대 멘붕 상태가 중첩되다가 시험 2주 전에, "현대정보경제학"이라는 책을 어떻게든 찾아내서 연습 문제를 다 풀면서 정보경제학을 간신히 이해한 기억이 난다. 정보 경제학을 다 듣고 나서, 본격적인 게임이론 수업을 하였는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박영사에서 나온 "게임이론" 연습 문제를 싹 다 풀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말고사에서 내쉬 균형이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에 대한 문제가 연속으로 나와 아주 엿을 제대로 먹었었는데, 대부분 연습 문제의 변형이라서 어떻게든 땜빵을 치긴 했었다. B 맞고 교수님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몰래 올렸었던 건 덤이고. 뭐 주저리 주저리지만, 사실 내쉬 균형 잡는 건 솔루션이라고 해야 하나 파훼법이라고 해야 하나 여튼 계산하는 방법이 있으니 그대로 풀면 된다는 친절한 책의 설명과, 교수님의 대충 이 정도면 무조건 나온다는 범위에 대한 귀뜸까지 정말로 많이 배워간 수업이라는 기억이 든다. 사족을 덧붙이면, 게임이론은 컴퓨터 공학이 자랑하는 자기 스스로 개척한 몇 안 되는 학문 아닌가. 그걸 경제대에서 배우고 있다는 건 좀 웃기지만 말이다.

 

2. 근 몇 개월간 쳐다보지도 않은 블로그를 다시 쓰게 되면서 제일 먼저 보게 된 게 통계 파트인데, 스타트업에서 몰입하게 만든다는 것이 인기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보고 상당히 놀랐다. 약 1년하고도 4개월 전에 쓴 글인데도 블로그 유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거 같아서, 다시 앍어봤는데, 지금 운영하는 스타트업에 대해 반성을 할 계기가 되고 말았다. 2017년이라면, 스타트업 업계에 1.5년 차 플래그를 꼽고 네임드 창업 보육원에서 설치고 있었을 때인데, 그때 각종 대표들과 개발자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것들이 엄청 많았을 때일 것이다. 학업과 개발을 병행하면서 살았었고, 보육원 생활 6개월 동안 갖가지 일을 다 겪었으면서, C-Level과 일반 직원들에 대한 미묘한 차별, 월급이라는 부분, 열정, 커리어, 그리고 스타트업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엄청 많이 했었다. 지금 와서 보면, 스타트업은 그냥 중소기업의 열화판이자, 정부 보조금에 빌붙어 사는 무언가가 아니라로 생각이 정리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스타트업은 정말 세상을 바꾸는 무언가라고 믿었을 때이니 정말 고민을 많이 했던 거 같다. 결국, 지금 다시 회고하자면, 그때 만난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Class B도 가보지 못하고 엎어졌었고, (임직원 탈주와 사기저하는 덤이고) 한국의 스타트업 열풍은 퇴직자의 치킨집 창업과 원론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인상만 남았지만 말이다. 뭐 건너편에 있었던 두 세 곳은 플래텀 등 각종 언론지에서 투자받고, 성장하고, 신제품을 내놓는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곳들도 나름 다양한 고충과 실패를 겪었던 걸 기억한다. 한 곳은 시장성이 없는 제품으로 밀고 가다가 다른 제품으로 피벗을 하면서 성공한 케이스고, 딴 스타트업도 IoT 관련 기술에 대한 기술력을 쌓고, (기존 제품의 기능을 대부분 바꾼) 신제품을 내놓고 추가 투자를 받고 성공한 케이스였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는 것을 보았다. 사람, 돈, C-Level, 심지어 CEO까지도...

 

3. 그러고보니 AI 한다는 스타트업 다 어디로 갔나... 10억 투자받은 거기 기억 안 나는데, 여튼 잘들 지내겠지... 하하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서로 보지 말자고! (이미 하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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