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21

1. 긴 글을 쓰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안 쓰기로 했다. 뭐 재능과 노력 이런 진부한 주제로 수 천 글자의 쓰레기 글을 뽑아내는 것도 재미 없는 일이고, 뭐 간략하게 요즘 느끼는 일만 적는 쪽이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 술 자리에서 명문대 출신들은 배우는 속도도, 재능도 꽤 특출나서, 일단 빠르게 배우고 인기가 시들해지거나 재미가 없어지면 딴 분야로 철새처럼 옮겨간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뭐 정확히 명문대 출신이라기보다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주로 그렇단 것인데, 일단 나 조차도 그런 특성을 갖고 있어서 반박의 글로 몇 자 적어보고 싶었기에 재능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었다. 근데 생각을 해보면, 사실 그렇게 긴 글을 쓸 필요도 없었으며, 재능에 대해 뭐가 재능이며, 뭐가 나쁘며, 뭐가 ..

2016.11.27 Buzzwords

Buzzword라는 단어가 있다. 뭐, Buzz가 곤충의 윙윙 거리는 소리를 나타낸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미처럼 한 때 엄청나게 시끄럽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그런 것들을 지칭하는 단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뭐 요즘은 아니고 수 년 전부터 느꼈던 것들이지만 여하튼 핫한 것일수록 빨리 식고,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것일수록 대단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뭐, 요즘 그렇게 핫하다는 빅데이터나 머신러닝도 그렇고, 그 전에 그렇게 자주 언급이 되었던 롱테일이나, Web 2.0이나 집단지성이나, 유비쿼터스나... 뭐 그런 것들이 Buzzword일 것이다. 생각나는 용례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뭐 슘페터가 말하였던 파괴적 혁신 같은 경우도 좀 많이 오용되는 단어일테고, 인문학이라는 단어나 경제..

2016.11.24

1.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부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살아있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2. 잠 많이 늘었다. 스트레스를 계속 받는다는 증거일텐데, 별로 좋은 신호는 아닐 것이다.

2016.11.21

1. C++11에서 추가된 auto 키워드와 for( : ) 문 형태의 이터레이션을 1학년 녀석이 몰라서 가르쳐줬다. 뭐, 학교에서 C++을 가르친다고 해도, 제대로 문법을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조교라는 사람이 프로그래밍을 예전부터 프로그래밍을 해왔던 1~2학년보다 못하는 경우도 자주 있기 때문에 뭘 기대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디자인 패턴이라던가, 좀 더 나은 메모리 사용, 시스템 구조에 대한 이해 등등에 대한 것들이 결여되어있다면, 결국 컴퓨터 공학이라는 것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누구나 배울 수 있지만, 분명 코드 한 줄이 담고 있는 것은 의외로 깊고 넓은데 말이다. 아 그래, 뭐 list나 map 컨테이너 순환하는데 for(:)을 안 쓰고,..

2016.10.30

1. 철학을 배우기 시작한다는 것은 어떤 종류의 선택인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으나, 점점 철학이라는 것을 공부하면서 내가 과거에 생각했었던 짧았던 생각들에 대해서 다시 반추를 할 기회를 준다는 것을 보면서, 두 가지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몸서리 쳐지는 과거의 기억들을 묵묵히 바라봐야만 했었던 것과 그리고 그 과거의 것들 속에서 결코 성장 못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두 가지 일들을 반복하는 것의 끝이라는 것을 책을 열 때, 칠판 위의 횟가루를 필사 할 때 자주 느낀다.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 비슷한 생각을 하긴 커녕 내 앞에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 걱정할 뿐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허우적대는 나를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든다. 과거의 유산 한 두..

2016.08.18

1. 사람을 평가할 때, 감정을 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 엄격한지, 남에게 관대한지, 이 두 가지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에게 엄격하다면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할 기회를 잡기 쉬울 뿐만 아니라 거기서 얻어가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고, 남에게 관대하다면 남들로부터 자신의 실수를 고쳐나갈 기회를 역으로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일 것이다. 사실 이런면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의 타입은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엄격한 그런 부류일 것이다. 대부분, 성장도 지지부진할 뿐더러, 주어진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그런 케이스가 대부분이었고, 만약에 자신의 관대함이나 엄격함의 문제를 깨닫게 될 때 ..

2016.08.01

1. 아무 생각 없이 돈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작년 12월 경 아키하바라 만다라케에서 프리미엄이 잔뜩 붙은 Syrufit의 Where is my love 앨범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 사지 못한 일이 마음에 걸렸는데, 그걸 다시 사기 위해서 가는 건 아니고...... 음.... 음.... 시간이 부족해서 돌지 못했던 아키바의 컴퓨터 매장들과 취미용 소형 로봇 매장들, 그리고 진공관 앰프 전문 취급점들을 한 번 둘러보기 위해서라고 해야할까. 여튼, 아키바의 전 지역을 돌아봐야하니 일주일 정도 시간을 잡고, 비행기표가 제일 쌀 때를 찾아 그렇게 도쿄에 가게 되었다. 3일 후인지 4일 후에 비행기 타고 2시간 10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라니, 뭔가 정말 부산이나 대전 같은 데 가는 거랑 정말 ..

2016.07.22 인터넷의 철학 - 인용

개인적으로 On the internet을 상당히 재미읽었는데, 작금의 상황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있어 잠시 올리고자 한다. 원서 내용을 그대로 올리기에는 뭐해서, 한국어 번역판인 인터넷의 철학을 어제 구매하였는데, 번역 퀄리티가 생각보다 나빠서 좀 아쉽다. 계몽주의가 바라는 바는, 구체적인 활동에 종사하면서 그것에 대해 글을 쓰는 소수의 블로거들이 인정받고 널리 읽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블로그의 홍수, 헌신적 행위에 몰입한 사람들은 대체로 논평을 쓰기에는 너무 바쁘다는 사실, 그리고 계몽적인 블로그에 클릭함으로써 그것을 인정하는 일을 하도록 상정된 독자들 자신도 노련하거나 현명하지 못하다는 사실 때문에, 진지한 공적 논쟁에 대해 블로그가 기여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블로깅은 언론 및 토크쇼보다..

2016.06.05

과거의 글들을 읽으면서 과거의 나와 소통을 할 때마다, 그 당시 내가 얼마나 오만하였고, 잘났었는지에 대해서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 하늘을 날라 다니다 사냥감이 나타나면 급속도로 하강을 하여 목표를 내려찍는 매와 같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보통 이런 수준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만 했었다. 예를 들어, 그 당시 다국적 기업의 운영에 관한 리포트를 써 낼 일이 있었을 때, 제품 다각화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의 희석이나 부채를 감수하면서 해외 시장의 과도한 투자들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 수 천 페이지에 이르는 기업 투자 보고서와 신용 평가 보고서를 봤어야만 했었다. 그리고, 주어진 정보들을 조합하고, 추론을 통해 기업이 처한..

2016.04.20

생각이 없기 때문에 글을 안 쓰는 것인지, 생각을 말하는게 두려워서 글을 안쓰는 것인지 모르겠는 모호한 시기를 지나면서 배운 것은 생각이 없건, 두렵건 그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는 비슷하다는 것이다. 글을 안 쓰면, 정확히는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생각이라는 것을 안하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단어의 선택이나 표현 방식들이 한 단계씩 퇴보하게 되는데, 요즘 학교 시험 준비를 하면서 번역이라는 걸 하면 할 수록 그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시험인데, 번역을 하라니! 고등학교 시절 외국어 시험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내가 배운 건 번역이었다. 단어의 선택이나, 글쓴이의 주장이나, 근거 문장이 무엇인가를 번역을 통해 확실히하고, 글쓴이가 왜 이런 단어를 선택했는가에 대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