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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긴 글을 쓰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안 쓰기로 했다. 뭐 재능과 노력 이런 진부한 주제로 수 천 글자의 쓰레기 글을 뽑아내는 것도 재미 없는 일이고, 뭐 간략하게 요즘 느끼는 일만 적는 쪽이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 술 자리에서 명문대 출신들은 배우는 속도도, 재능도 꽤 특출나서, 일단 빠르게 배우고 인기가 시들해지거나 재미가 없어지면 딴 분야로 철새처럼 옮겨간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뭐 정확히 명문대 출신이라기보다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주로 그렇단 것인데, 일단 나 조차도 그런 특성을 갖고 있어서 반박의 글로 몇 자 적어보고 싶었기에 재능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었다.
근데 생각을 해보면, 사실 그렇게 긴 글을 쓸 필요도 없었으며, 재능에 대해 뭐가 재능이며, 뭐가 나쁘며, 뭐가 좋은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쓸 필요가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재능이 있다고 하는 친구들은 마지막 10%를 잘 완주하지를 못한다. 100점 만점을 맞는 거는 엄청 힘들지만 8~90점을 맞는 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고, 핵심과 주요 내용만 외우고 넘어가도 대부분의 유즈 케이스를 커버하고도 남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식으로 공부를 하거나, 일을 배우면 언제나 디테일한 부분에서 쳐 말리기 쉽상이다. 핵심적인 내용들이 아닌, 반복적이지 않지만 크리티컬한 부분들이 나왔을 때, 디테일까지 공부했던 사람과 그렇지 못했던 사람의 실력차이가 분명히 나타난다.
그렇기에, 결국 끝까지 못 버티겠는 -초창기에 배우는 속도가 빠른-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엄청난 일들을 여러군데에서 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정확히는, 그 분야에서 자신이 비용 대비 효용이 다 되었을 때, 할 일을 다 하고 딴 곳으로 도망가는 것에 불과할지라도, 뭐 90점 정도면 충분한 점수 아니겠는가.
재능이 정말 있어보이는데, 여기저기 간 보고 다니면서, 계속 자기 비하나 자괴감에 빠진 친구들이 보통 이런 계열이 아닌가 싶다. 나 같은 경우도 그렇고, 결국 시간이 엄청나게 소모되는 마지막 그 구간을 버티지 못하거나, 그 구간을 뚫을 수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아버린 경우들에 속한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다재다능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다. 뭐, 사실 이것저것 다 알아두면 좋기는 하지만, 어쨌든 절대적인 투입량이 필요한 경우들이 있다는 것을 매번 느끼면서 좌절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으 코딩 때려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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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zzword라는 단어가 있다. 뭐, Buzz가 곤충의 윙윙 거리는 소리를 나타낸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미처럼 한 때 엄청나게 시끄럽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그런 것들을 지칭하는 단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뭐 요즘은 아니고 수 년 전부터 느꼈던 것들이지만 여하튼 핫한 것일수록 빨리 식고,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것일수록 대단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뭐, 요즘 그렇게 핫하다는 빅데이터나 머신러닝도 그렇고, 그 전에 그렇게 자주 언급이 되었던 롱테일이나, Web 2.0이나 집단지성이나, 유비쿼터스나... 뭐 그런 것들이 Buzzword일 것이다. 생각나는 용례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뭐 슘페터가 말하였던 파괴적 혁신 같은 경우도 좀 많이 오용되는 단어일테고, 인문학이라는 단어나 경제, 정치, 철학과 같은 단어들도 Buzzword와 비슷한 형태로 사용될 떄가 많다.
뭐 그렇다고, "기초에 튼튼해야한다.", "기본기에 충실해야한다." 이런 소리를 말 하고 싶은건 아니고, 심지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싫어하는 편이지만, 솔직히 뭔가 제대로 배우겠다고 하면, 겉 부분만 알고 넘어가지 말고 깊숙히 일단 파고들어봐야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Buzzword들의 사용은 기존 체제나 시스템이나 학문이나 기득권이나, 여하튼 기존의 무언가가 갖고 있었던 지위나 권력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특히 이공계한테 인문학 운운하는 것은 인문학도부터 이공계 전공자, 법학도, 철학도까지 아주 가지가지로 욕을 하는 것과 비슷한다- 대부분 이러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사람들 혹은 이러한 것들에 심취한 사람들을 뜯어보면, 별로 그렇게 제대로 배웠다는 느낌이 안 드는 경우가 많다. 기존 방법론에 대한 이해 없이 기존 방법론을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기존 방법론에 대한 이해 없는 상태로 그 분야에서 일을 하거나 그 분야를 바꾸려고 하는 건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 까려고 하는 대상은 벽돌 쌓기처럼 아래부터 차곡차곡 쌓아져 올라온 것들이 대부분인데, 이를 붕괴 시키기 위한 노력은 단순히 Buzzword 하나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뿐더러, 수 없이 많은 자기 비판과 자기 반성을 통해 올라온 것들이 대부분이기 떄문이다. 대부분, 쉽게 무너질 것들이 아닌 철옹성을 향해 달려가는 돈키호테 같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역사가 방증하듯이 이런 돈키호테들이나, -사실은 뒤에 수 없이 많은 조력자가 있지만- 기존 인식론 자체를 엎어버린 위대한 천재들의 존재를 부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뭐, 그게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일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음과 동시에 의외로 높기도하다- 어쨌든 기존 방법론을 붕괴 시키고 싶다면, 기존 방법론이 갖고 있는 한계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이나, 새로운 방법론의 충분한 효용성을 찾아서 보여줘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려면, 기저에 있는 벽돌을 박살을 내어 근원부터 갈아엎어버리거나, 아님 타 학분이나 타 분야의 잘 쌓여진 방법론을 이용하여, 약한 부분을 공격하고 결과적으로 한 시스템이 점유하고 있는 영토를 빼앗아가는 것 정도의 선택지만 남게 된다. 뭐, 아니면 정말로 천재라면, 무에서부터 유를 창조해내는 -아마도 젊었을 적 촘스키나 비트겐슈타인, 아인슈타인 정도만 생각난다- 일을 하는 것 정도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컴퓨터 공학이라던지, 뭐 요즘 핫한 데이터 싸이언스라던지 뭐 이런 것들에서 미칠듯한 Buzzword들이 범람하는 걸 보면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에 충실해라, C 제대로, 알고리즘 제대로, 이런 소리는 절대로 못하겠지만, 기본적인 통신 프로토콜이나 레이어 정도는 알았으면 좋겠고, DB 구조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고, 기본적인 운영체제 구조도 좀 알았으면 하는 게 있다. 아님, 뭐 더 나아가서 프로그래밍 언어의 특징이라던지... 뭐 이런 것들을 배우다보면 또 심각한 회의론에 휩쌓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뭐 안 배워도 된다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
아 뭔말을 하고 싶었던거지? 사실 하고 싶은건 데이터 싸이언스 하고 싶으면 통계학 제대로 해야한다? 인문학 열풍을 헤집고 나가 근대 사상을 제대로 공부해야한다? 그 망할 얇고 넓은 지식으로 땜빵하지 말고, 제대로 각 시대별 주요 서적을 보라는 것? 아 뭐 그런 생각이다. 음.. 그렇다. 왜 요즘 보는 사람마다 딥러닝 딥러닝, 뉴럴넷 뉴럴넷 이러고 있지만, 기존 방법론에 대한 이해도 없이 왜 이 이야기만 할까... 란 생각이 자주 든다. 기존 방법론이 아직도 우세한 데가 많고, 딥러닝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대부분 아기 걸음마 뗐을 때 아주 기뻐하면서 얘가 우사인 볼트가 될꺼야라는 소리 정도인 경우가 많은데 -뭐 사실 우사인 볼트가 될 수도 있긴 하다만...- 너무 쓸모없는 이야기들만 하는 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니 뭐, 그거 뒤에 있는거나, 그게 갖고 있는 것들의 특징이 더 중요한게 아닐까하기도하고...
p.s. 요즘 ML이나 생물정보학 배우면서 느끼는게, 이거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매번 공부할 떄마다 기존 방법론이나, 회귀 분석 같은거랑 비교해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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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부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살아있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2. 잠 많이 늘었다. 스트레스를 계속 받는다는 증거일텐데, 별로 좋은 신호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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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11에서 추가된 auto 키워드와 for( : ) 문 형태의 이터레이션을 1학년 녀석이 몰라서 가르쳐줬다. 뭐, 학교에서 C++을 가르친다고 해도, 제대로 문법을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조교라는 사람이 프로그래밍을 예전부터 프로그래밍을 해왔던 1~2학년보다 못하는 경우도 자주 있기 때문에 뭘 기대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디자인 패턴이라던가, 좀 더 나은 메모리 사용, 시스템 구조에 대한 이해 등등에 대한 것들이 결여되어있다면, 결국 컴퓨터 공학이라는 것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누구나 배울 수 있지만, 분명 코드 한 줄이 담고 있는 것은 의외로 깊고 넓은데 말이다. 아 그래, 뭐 list나 map 컨테이너 순환하는데 for(:)을 안 쓰고, 이터레이터를 auto 키워드 없이 선언을 하고, 뽕짝뽕짝 거리는 걸 보면서 이런 이야기까지 전개를 해야하나 이런 생각을 하긴 했는데, 문제는 컨테이너 안에 또 다른 컨테이너를 여러 개 선언하고.... 좀 많이 충격적인 것을 봤다. 아... 내가 초장에 템플릿 몰랐을 때 했던 짓을 어째 1학년들한테 가르치는 것인 것이가. 아 진짜 뭐 이따구로 짜는 방법을 가르치는 걸까 ㅠㅠ 뭐 C++이 그만큼 답 안나오는 언어이기도 하다만...
1 - 1. 에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난 컴퓨터 공학이 뭘 가르치는 지는 잘 모르겠다. 안정감이라는 게 당췌 느껴지지 않는, 도대체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의 집합체를 보면서, 오늘도 잘못된 첫 단추는 결국 모든 걸 다 망쳐버린다는 걸 느낄 뿐이다.
1 - 2. 요즘 과제하면서 보는, mutex 떡칠된 코드를 뜯어고치면 더더욱 잘 느껴진다. 멀티프로세서에 최적화되지 않은 것들. 공짜 점심을 맛있게 먹던 프로그래머들의 논 컨커런트한 코드들. 젠장. 이거 뜯어고치는 것도 일이다.
2. 주문했던 책들이 왔다. 뭐 학교 도서관에 희망 도서를 신청하면, 수 일 내로 구매를 해주고, 대출 예약도 해준다는 걸 이 나이에 되서 알아버려서 열심히 사용하고 있는데, 학교 도서관을 애시당초부터 안 썼던 이유들을 조금씩 알 거 같다. Windows Internals 6/e는 없고 (!!) 5/e만 있다던지, 도대체 이렇게 최신판이나 개정판 나왔는데도 구판만 갖고 있는 경우가 이렇게 많은지 잘 모르겠다. 이런거 본 김에 구판인 책들 싹 다 새로 신청하긴 했지만, 도서 예산 부족 (...)으로 리젝된 것도 있고, 뭐 그렇다. 아 우리학교 분명히 돈 많은 걸로 유명한 재단 끼고 있을텐데.... 여튼, GPG 책들을 언제 한 번 정독을 해볼까 했는데, 좋은 기회도 얻었고, 뭐 Windows Internals도 왔고 그러니, 열심히 읽는 수 밖에.
3. 바쁘다. 뭐 즐거운 바쁨은 아니고. 귀찮은 바쁨이라는게 문제지. 가르칠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고, 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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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학을 배우기 시작한다는 것은 어떤 종류의 선택인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으나, 점점 철학이라는 것을 공부하면서 내가 과거에 생각했었던 짧았던 생각들에 대해서 다시 반추를 할 기회를 준다는 것을 보면서, 두 가지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몸서리 쳐지는 과거의 기억들을 묵묵히 바라봐야만 했었던 것과 그리고 그 과거의 것들 속에서 결코 성장 못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두 가지 일들을 반복하는 것의 끝이라는 것을 책을 열 때, 칠판 위의 횟가루를 필사 할 때 자주 느낀다.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 비슷한 생각을 하긴 커녕 내 앞에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 걱정할 뿐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허우적대는 나를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든다. 과거의 유산 한 두 개, 붙들고,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다. 수 많은 주변 사람들이 성장을 하는 걸 목도할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난 잘 모르겠다.
2. "저 인간보다 코딩을 잘한다."라는 걸 알아차릴 수록,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 자괴감만 늘어갈 뿐이다. 정말, 내가 알던 세계, 내가 꿈꾸던 무언가와는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상태를 목도할 수록, 나는 도대체 학교 교과과정을 제대로 공부해야할지, 프로그래밍 언어론이나 멀티코어 같은 개념들을 이해하고 공부해야할지에 대한 것들에 대해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다. 호기심과 흥미 하나로 공부를 하던 시절은 지나고 눈 앞의 커리어와 투입 가능 시간 사이를 저울질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내가 걸어왔던 방향이 맞는 것인가, 맞다고 쳐도 아무도 이해를 하지 못할 길이라면, 쓸 데가 없는 길이라면 걸을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할 뿐이다. 그렇게에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에 흥미를 잃고 딴 것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일지도 모른다. 프로그래밍, 컴퓨터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철저하게 부정을 할 무언가를 찾기 위해.
3.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를 보면서 뭐라 생각했을까? 자격지심도 많고, 질투도 많고, 능력도 나름 있었던 나는, 언제나 최고가 되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었을 나는, 지금의 나를 보면서 뭐라고 생각할지 잘 모르겠다. 가끔가다 모든 것이 다 무너져내리는 경험 같은 걸 직접적으로 하고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리라고 다짐을 하던 내 생각은 어느정도 실현이 된 거 같다. 지긋지긋하던 것들이 무너지고, 심지어 내 삶 조차 몇 개월에서 수 년 간 정지되어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회의주의와 냉소주의는 나를 잠식해나가는데 성공을 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희망은 있어요 라는 말이 더 이상 입 밖에서 안 나온다.
4. 요 근래 꽂힌 건, 언어철학 쪽이나 기호 논리학 쪽이다. 뭐, 태생의 성격을 버리지 못한 등신같은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내 쓸데 없이 날카로운 직감이 (풋) 가리키는 방향은, 과거부터 계속 생각해오던 제일 힘든 그 방향으로 나를 이끌고 있다. 부모처럼 학문의 길을 걷다가 인생 망하는 그런 결말을 보기는 싫었는데, 아마 그렇게 되버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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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을 평가할 때, 감정을 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 엄격한지, 남에게 관대한지, 이 두 가지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에게 엄격하다면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할 기회를 잡기 쉬울 뿐만 아니라 거기서 얻어가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고, 남에게 관대하다면 남들로부터 자신의 실수를 고쳐나갈 기회를 역으로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일 것이다. 사실 이런면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의 타입은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엄격한 그런 부류일 것이다. 대부분, 성장도 지지부진할 뿐더러, 주어진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그런 케이스가 대부분이었고, 만약에 자신의 관대함이나 엄격함의 문제를 깨닫게 될 때 쯤이면 보통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경우가 많다. 뭐, 그 강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이야기는 좀 많이 달라지겠지만, 넘어오는 걸 본 적이 없으니... 하하...
2. 흠, 그래, 나머지 성격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엄격-엄격은 같이 일하기 피곤하지만 주변을 이끌어가는데에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고, 관대-관대의 경우도 비슷하지만 일은 아니여도 사교적 관계나 인생 동반자로썬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며, 시스템이 잘 갖춰진 조직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3. 예전의 나는 분명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사람이었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내 자신에게 너무 관대해지거나, 아님 남에게 엄격해지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살다보면서, 남들에게 상처를 받은 경험이 늘어나고, 어렸을 적에 비해 받는 상처의 크기도 커지다보니 점점 사람이 바뀌는 거라 생각을 하지만, 결국 내 밥그릇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을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예전이라면, 순수한 목표나, 이상을 향해 갔다면, 지금은 손익 계산부터 하는 느낌이 강하다.
4. 다시 내 자신에게 엄격해지고, 학업과 대인관계 모두 신경 쓰면서 살아야할 거 같다. 제대로, 행동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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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무 생각 없이 돈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작년 12월 경 아키하바라 만다라케에서 프리미엄이 잔뜩 붙은 Syrufit의 Where is my love 앨범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 사지 못한 일이 마음에 걸렸는데, 그걸 다시 사기 위해서 가는 건 아니고...... 음.... 음.... 시간이 부족해서 돌지 못했던 아키바의 컴퓨터 매장들과 취미용 소형 로봇 매장들, 그리고 진공관 앰프 전문 취급점들을 한 번 둘러보기 위해서라고 해야할까. 여튼, 아키바의 전 지역을 돌아봐야하니 일주일 정도 시간을 잡고, 비행기표가 제일 쌀 때를 찾아 그렇게 도쿄에 가게 되었다. 3일 후인지 4일 후에 비행기 타고 2시간 10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라니, 뭔가 정말 부산이나 대전 같은 데 가는 거랑 정말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
2. 욕망과 욕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 현재 목표인데, 요 근래의 몇몇 경험이 이런 형태의 삶을 용인 시켜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몇 개월 전만 해도 정신과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고, 기본적인 생활도 영위하기 힘들었었는데, 뭐 병원 신세도 좀 지고, 약을 아마도 중장기적으로 복용할 일이 생기면서, 장기적인 목표나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을 추구하기 보다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것들에 집착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뭐 여하튼,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삶의 질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이전보다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전에 비해 남아도는 시간과 공허함 같은 것들과 싸워나가야하고, 분명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더 느리게 느껴지는 대중교통 체감 시간 같은 것들이 문제라면 문제인 정도일 뿐.
3. 학문이라는 것을 점점 배우면서, 내가 도대체 무엇을 공부하는지 하나도 갈피가 잡히지 않고, 뭘 더 공부를 해야할지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는 생각만 든다는 이야기를 대학 입학부터 주구장창 해왔지만, 이제는 진짜 목 앞에 칼이 들어와 있는 수준이다. 사회 과학 중에서도 정량적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곳이 답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데이터 마이닝이나 데이터 처리 쪽을 공부하다보면 뭔가 흥미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그렇다고 영상처리 쪽을 하자니 신호처리 같은 부분을 공부해야한다는 게 좀 많이 마음에 걸린다. 사실 컴퓨터 공학이 현대 사회의 꽃이라 할 수 있지만, 토양이 없다면 꽃은 피어나지 않을 뿐, 기저 학문이나 응용 학문들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인데, 이 부분들을 공부하면 할 수록 재미나 흥미보다는 어떻게 밥 벌어먹을 수 있는가, 내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만 생각이 난다. 슬픈 현실이다.
4. 책을 읽을 때마다 심신이원론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할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드는데, 이에 대한 해답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실, 대학교 와서 현대 사상이라는 것을 수업을 통해 제대로 배우게 되면서, 심신이원론이 얼마나 현대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 배울 기회를 얻었고, 이에 따라 심신일원론 -이는 컴퓨터 공학과 회귀론적 사고의 영향일 것이다- 에 대한 생각을 좀 더 해볼 기회를 얻었지만, 아직도,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약물이나 호르몬에 의해서 사람의 행동이나 인지능력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면 내 세계관을 바꿀 이유는 없는 거 같다
5. 하지마, 머신 러닝이나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아직도 회의적이다. 사실, 많은 부분들, 특히 과학이라고 하는 것들 혹은 과학적이라고 생각되어지는 것들 모두 결과적으로 경험적인 것에서 이끌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경험적으로 과학은 자기 자신의 오류를 수정 하면서 발전해온 것이며, 이는 지금 관심을 받고 있는 핫한 분야들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일 것이다. 뭐 이런 건 결국 인간의 뇌도 세포간의 연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를 모사하면 인공지능이 나올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명료한 생각에 의해 반박되어질 수 있겠지만, 음... 그래, 심신 이원론... 심신 이원론.... (이러라고 있는 학문이 아닐텐데)
6. 인지과학이 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든다. 아님 수리논리학이나. 뭐 근데, 결국 내가 공부했던 것들의 대부분을 버리고, 새 출발을 해야할텐데, 정말 그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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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On the internet을 상당히 재미읽었는데, 작금의 상황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있어 잠시 올리고자 한다. 원서 내용을 그대로 올리기에는 뭐해서, 한국어 번역판인 인터넷의 철학을 어제 구매하였는데, 번역 퀄리티가 생각보다 나빠서 좀 아쉽다.
계몽주의가 바라는 바는, 구체적인 활동에 종사하면서 그것에 대해 글을 쓰는 소수의 블로거들이 인정받고 널리 읽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블로그의 홍수, 헌신적 행위에 몰입한 사람들은 대체로 논평을 쓰기에는 너무 바쁘다는 사실, 그리고 계몽적인 블로그에 클릭함으로써 그것을 인정하는 일을 하도록 상정된 독자들 자신도 노련하거나 현명하지 못하다는 사실 때문에, 진지한 공적 논쟁에 대해 블로그가 기여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블로깅은 언론 및 토크쇼보다 상호작용적이며, 그래서 권력 바깥에 있는 자들이 훈수를 두는 커피하우스로의 회귀와 닮았다. 이를 하버마스는 작동 중인 민주주의라고 찬양했고, 키에르케고르는 위험 있는 행위를 대체하는 기분전환이라고 경멸했다.
- 인터넷의 철학 .p130
종교적 저술에서 키에르케고르는 신이 죄인의 구원과 참새의 추락에 똑같이 관심을 가진다는 생각, "신에게는 중요한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도 없다"는 생각에 들어 있는 암묵적 허무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그러한 생각이 사람을 "절망의 가장자리"로 이끈다고 말한다. 웹의 매력과 위험은, 모두가 이러한 신적인 관점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인터넷 의 철학, p.131
키에르케고르에 따르면 사람들이 언론에 중독 되는 이유는 익명적 관람자는 위험을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웹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심미적 영역의 인간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며, 실망, 창피나 상실로 위협받을 수 있는 고정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 인터넷의 철학,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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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글들을 읽으면서 과거의 나와 소통을 할 때마다, 그 당시 내가 얼마나 오만하였고, 잘났었는지에 대해서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 하늘을 날라 다니다 사냥감이 나타나면 급속도로 하강을 하여 목표를 내려찍는 매와 같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보통 이런 수준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만 했었다. 예를 들어, 그 당시 다국적 기업의 운영에 관한 리포트를 써 낼 일이 있었을 때, 제품 다각화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의 희석이나 부채를 감수하면서 해외 시장의 과도한 투자들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 수 천 페이지에 이르는 기업 투자 보고서와 신용 평가 보고서를 봤어야만 했었다. 그리고, 주어진 정보들을 조합하고, 추론을 통해 기업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기업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일련의 논리적 전개를 이끌어 냈었고, 그리고 그렇게 내가 매일 밤을 새면서 했었던 기말 리포트는 그렇게 완성 되었다. 길고 장황하고 공격적이고 날카롭게.
오늘, 아니 요 근래, 글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할 일들이 생기게 되면서, 과거에 썼던 글들을 다시 보게 될 때마다 이런 장황함을 어떻게 줄이면 되는가가 생각이 난다. 점점 삶을 살면서 이렇게 길고 장황한 글보다 짧고 간결한 글들을 선호하게 되고, 다양한 단어의 선택보다는 명료한 단어의 지속적인 사용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런 것들은 아마 공대생활을 오랫동안 하면서 쌓이게 된 습관인 것 같다. 재사용성, 명료함, 컴공스럽지만, 싱글톤, 이런 개념들의 사용은 뜻을 명료하게 하고, 잘못된 이해를 줄여준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점점 다양한 시점을 제시할 기회나 비교할 방법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명료함은 결국 일종의 가지치기이고, 가지치기는 다른 방향으로 나갈 가지들을 잘라내니.
아마도, 이런 명료하고 핵심만 보는 글을 쓰는 이유는 점점 순수함을 추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복잡한 상황을 가정하고 이를 분석해나가는 일은 재미있지만, 누구를 가르치거나, 상황을 이해시키는데에 있어서는 그렇게 좋은 방식이 아니다. 다양한 가치들을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은 각각의 가치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부터 알아야하기 때문인데, 만약 어떤 가치를 모른다면, 결과적으로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하거나 그 가치가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는데 꽤 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일 것이다. 뭐 그래, 어드밴스드 레벨과 베이직 레벨 중 베이직 레벨 쪽으로 점점 기울고 있다고 해야할까.
점점 내가 내 주변을 보면서 실망하는게 커져갈수록, 아니 도대체 내가 공부하던 사람들의 주장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을 때와 달리 그 사람들의 시대를 공부하면서, 얼마나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런 말을 하고 실천해나가려고 했는지에 대해서 배울 때마다, 이런 작은 단위로 환원하려는 성격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정말 작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큰 걸 바랄 순 없는 일이고, 복잡한 시스템이나 논리를 도입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텐데 왜 그것에 대해 논의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점점 내 자신을 잠식해 나갈 때마다 점점 이러한 경향성은 커지는 걸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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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없기 때문에 글을 안 쓰는 것인지, 생각을 말하는게 두려워서 글을 안쓰는 것인지 모르겠는 모호한 시기를 지나면서 배운 것은 생각이 없건, 두렵건 그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는 비슷하다는 것이다. 글을 안 쓰면, 정확히는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생각이라는 것을 안하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단어의 선택이나 표현 방식들이 한 단계씩 퇴보하게 되는데, 요즘 학교 시험 준비를 하면서 번역이라는 걸 하면 할 수록 그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시험인데, 번역을 하라니! 고등학교 시절 외국어 시험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내가 배운 건 번역이었다. 단어의 선택이나, 글쓴이의 주장이나, 근거 문장이 무엇인가를 번역을 통해 확실히하고, 글쓴이가 왜 이런 단어를 선택했는가에 대해서 서로 비판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글쓴이의 주장과 문제 출제자의 주장과 그리고 번역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주장들이 서로 교차되면서 영어 지문 하나 놓고서 30분 동안 단어 번역을 잘못했냐느니, 문제자가 원 텍스트 이해를 잘못했냐느니, 왜 여기에 빈칸을 뚫어놓았는가, 5지 선다 문제 중에 중복 정답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느니로 싸웠다는 것이다. 그 당시, 학원 선생님이 말했던 말 중 하나가 일품이었는데, "대학 들어가서 나 같이 가르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 '저 선생 정말 잘 가르쳤었군. 그 때가 그립다'란 생각이 들 것이다"라는 말을 수능을 몇 주 앞둔 고3 학생들에게 하고는 수업 종강을 하신 것이었다. 사실 꽤 오랜기간 동안 그 분이 가르친 수업의 방식에 대해 생각을 할 기회가 많았었다. 재수 시절, 쉬운 수능 덕분에 문제의 텍스트를 이해해서 푸는 것보다 주제어만 보면서 타임어택을 하여 최대한 많이 푸는 것이 더 좋다는 학원 강사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고등학교 시절 유산을 내다버릴 때라던지, 외신을 읽으면서 그 분이 뭘 가르쳐왔는지에 대해 다시 느낄 때라던지라던지 뭐 영어를 읽고 쓸 일이 있을 때마다 고등학교 시절이 희미하게 기억이 나는 것이였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교양 과목을 듣다 한 교수님께 빠져 그 분 전공 과목을 요번학기에 신청하였는데, 그 과목의 진행 방식이 텍스트 낭독을 하는 것이였다. 고등학교 시절의 그 학원에서 했던 것과 거의 비슷한, 텍스트 읽고 번역하고, 텍스트 읽고 번역하고 이것을 계속 반복하고, 번역이 잘못되었거나 좋지 못하면 비판을 하는 이런식의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하나의 사상을 이해하는 그런 류의 수업이었다. 하지만, 꽤 긴 기간 동안 나는 이런 류의 번역을 하지 않았었다. 많은 공대 과목은 영어를 쭉 읽고 넘어가도 별 문제가 없었고, 대부분 번역을 한다해도 쉬운 영어에서 그치고 말았다. 이런 식의 번역을 다시 한 번 하려고 보니, 내 단어 선택, 표현력, 해석 능력 모두 떨어져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는데, 내 덜떨어진 뇌가 variation이란 단어를 도대체 어떻게 번역해야하는가를 놓고 그냥 바리에이션으로 쓰지 왜 변주나 변화구, 변동 이런 다양한 한자어 사이에서 저자의 의도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단어가 무엇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던지는 걸 보면 말 다한게 아닌까.
그 당시 학원 선생님의 말은 틀렸다. 뭐, 내가 이과생이고, 결국 공대에 가면 이런 류의 수업을 절대로 들을리가 없어서 그렇게 말을 하신거겠지만, 뭐 아쉽게도 나는 좀 다른 길을 택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대학을 다니면서 좀 더 많은 것을 다시 배우고, 다시 공부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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