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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 마! - 10점
스티브 크룩 지음, 이미령 옮김/인사이트

 

최고의 책이다. 독서 모임에서 "인스파이어드, 개정판" 에 대해서 비판을 했던게, 너무 피상적이고 실제 사례가 없다는 것이였는데, 이 책은 완벽히 인스파이어드의 상위호환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iOS 6의 애플 특유의 스큐모피즘 디자인 시절의 모바일 웹에 대해서 설명할 때에도 -심지어 지금 대세가 된 플랫 디자인을 까고 있다- 그 당시에, UX라는 것을 측정하기 위해서 사용하던 스마트폰에 웹캠 달아서 트래킹하기, 사용자의 반응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A4 용지에 적어놓기 (매달 한 번씩은 진행) 등등은, 지금 디자인 철학이 바뀌었을지언정 필드에서는 그대로 쓰이는 기술들이다. 너무나도 간단하지만, 원칙적인 부분들, 특히 생존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단순한 기술들을 때에 맞게만 쓴다면, 사용자들에게 제품을 쉽핑할 때 실수를 덜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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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년 전에 Benjaminblog.net 을 운영하던 시절의 글들을 이 블로그에 다시 올려놨다. 10년전 글들이다보니, 그 당시 테이스트 기준으로는 적당한 오타쿠체로 구성 된 글들이었지만, 지금 보기에는 중학생이 끄적여놓은 쪽팔리는 글들이 대부분 아닌가 싶다. 맨날 블로그 방문자수를 올리기 위해서 엄청 노력했던 걸 생각하면, 방문자수가 왜 안 늘고 서로이웃 같은 것도 왜 안 늘었는가로 고민하던 이유는 나이를 먹고 나서 풀려버렸다. 저런식으로 글을 쓰니 안 오는 거지... 흑흑

 

2. UDC에서 들었던 이야기도 그렇고, 인사이트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런 인사이트는 아마도 다양한 시행착오들을 통해서 얻어졌던 것들이고, 앞서 말한 다년간의 블로그 운영과 눈팅을 통해서 온 게 아닐까 싶다. PC통신 문화가 서서히 사그러들던, ADSL 시대를 기점으로 여러 커뮤니티와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던 것들도 있고, 초창기 기조에 따라 디씨를 멀리하고, 이글루스를 눈팅하면서 보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봤던 것도 있고, 그리고 글을 어쨌든 (이 블로그 글 수를 보면 알겠지만 수 천 개의 글을 썼다) 여러번 쓰다보니 정형화된 사고의 방식이나 글쓰기 방식이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3. 그 당시의 글들을 보면 참 부끄럽긴하지만, 인생 경험이 좁은 상황에서 세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파악하고 인지하는 방법들을 배워가던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 뭐 인생이 30살부터 시작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사실 대한민국 교육에서 대학교를 위한 청소년기를 불태우는 그 과정에서, 정말로 사회라는 것을 이해하고 사람간의 상호작용을 배워가는 걸음마는 20대부터 시작되는 게 한국의 주 특성인건 당연하다. 아직도 주변의 많은 10대와 2~30대들을 보면서 고민 되는게, 학벌과 취직이라는 그것 하나 때문에 10대와 20대를 날려버리고, 30대라는 시간 조차도 무의미하게 보내버리는 것들을 보면서, 내 삶을 어떻게 정해야하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당시에 고민을 해서 선택을 했고, 방향을 잡았고, 그것이 최적의 답이 아니였거나 오답이었어도, 어떻게든 선택하고 나아간다는 것을 계속 반복한다는 것은 -즉, 일반적인 이대남이 겪지 않는 루트들을 겪었다는 것은-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알게 된 것과 같지 않나싶다.

 

4. 인사이트는 경험과 직관으로부터 오는 산물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준 인터넷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감사를 표한다. 분열과 갈등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인터넷은 통제가 불가능한 범죄들과 극우주의의 확산을 일으키고 있고, 다시 감시와 통제를 통한 사회의 안녕을 찾기 시작했지만,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에 있었던 정보통신으로 세계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과 다양한 사람 군상들과의 만남은 정말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시 그럴 수 있는 때가 올 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5. 이런 더 이상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존재하거나, 발전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소실된 상황에서, 8~90년대의, 혹은 2000년대의 찬란했던 -사실은 그렇지만은 않았던- 시절들을 회상하면서 추억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다. 어느순간 60억 인구가 아닌 80억 인구를 갖고 있는 행성이 되어버렸고, 제한된 자원을 아둥바둥 나눠가져야하는 맬서스 트랩이 발동된 이 시기를 어떻게든 해쳐나가, 과거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여유를 다시 되돌려올 수 있는 -정확히는 선진국만 누리던 그것을 전 세계적으로 누리게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게 목표로 자리잡았다.

 

6. 그런 면에서, 결혼이라는 것을... 더 나아가 재생산 과정을 거치는 것 -임출육 전체- 을 나는 자신있게 행할 수 없을 것 같다. 비혼주의와 독신주의의 미묘한 결합과, 커리어적 성장을 위해 내가 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을 또 포기하게 된 것이다. 뭐 여튼, 사업 하면서 뭔 얼어죽을 연애고 결혼이고 육아고 그렇겠는가. 주변 50대 사장님들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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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프로덕트 오너 - 10점
김성한 지음/세종(세종서적)

한줄평 : 

주변에서 그렇게 읽지 말라는 이유가 뭔지 진짜 궁금해서, 그냥 읽었는데 이유를 충분히 알겠다. 내용이 얕고, 실제로 PO 직무가 갖는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 3년차 이전의 매니징을 처음 경험해보거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권장하지만, 일부 경험담에 있어서 상당히 오독이 걱정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일단, 코빗에서 프로젝트 매니징한 경험을 쓰는데, 그 당시는 "무려" 코빗은 빗썸과 자웅을 겨루는 순위권 거래소였던 시점이다. 하지만, 업비트가 등장한 이후, 2019년부터 쇠락가도를 겪으면서 단계적으로 무너져가는 -업비트의 경우 철저한 시장 분석과 UX 개선으로 유저를 끌어들어왔다- 과정 속에서 코빗은 4위권 이하 거래소로 내려갔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비판적으로 읽기를 바란다.

 

다만, 매니징을 함에 있어서 데이터 공유나 일정 관리 기법, 티켓 기법은 미약하나 쿠팡에서도 이 꼴로 하고 있구나 (...)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안도를 했다고 해야하나 ㅎ... 여튼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이 들게 된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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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파이어드 - 10점
마티 케이건 지음, 황진수 옮김/제이펍

어쩌다보니 2주에 한 번 책 읽기 스터디를 하게 되었고, 그리고 처음으로 얻어걸린 것이 「인스파이어드, 개정판」 이었다. 뭐 인스파이어드는 구판 (초판) 부터 읽었었고, 사실 뭐 그 책을 읽으면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냥 무난하게 책을 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예상과 달리 읽다가 화나서 트위터 키고 쌍욕을 내뱉어내고, 다시 읽다가 트위터 키고 쌍욕을 내 뱉어내고 이런 식의 장렬한 레이스를 6시간 정도 반복한 것 같다. 그 후, 트위터 스페이스에서도 이 책의 나이브함에 대한 한탄만 수 시간을 했었는데, 사실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은 잘 알지만 아니 근데 솔직히 말해서 아니 이것을 보고 어떤 Inspiration을 받으라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책의 주요한 문제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실제적 사례를 언급하지만 구체적 예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과 두루뭉술한 사전식 설명일 것이다. 이는 인스파이어드 초판에서도 나타난 문제였지만, 초판에서는 그렇게 넓은 범위를 다루지 않았다는 점과 개정판에 비해서 좀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챕터 당 2장 반 정도) 설명을 하면서, 부연적 설명들을 많이 넣었다. 내용의 생략이나, 논리적 점프가 덜 했다는 의미이고, 개정판을 지속적으로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도대체 선언과 주장만 있을 뿐 그것에 대한 설명이나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주장만 모아놓은 형태라는 것이 이 책의 -특히 구판과 비교해서- 치명적인 단점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저자 서문과 추천사에서 잘 드러나는데, 구판의 경우 소규모 스타트업 그 자체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면, 신판은 10명 이하의 팀, 25명에서 100명 단위의 팀, 100명 이상의 팀 등, 스타트업이라는 형태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정확히는 사이즈가 변함에 따라서 체계가 달라지는- 각 형태에 대한 커버레지를 높이고, 구판 이후에 자주 사용하게 된 OKR이나 비즈니스캔버스 등에 대한 간략한 소개 등을 넣음으로써 사용자에게 혼동을 준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양립이 불가능한 전략이나 특정 규모에서 적용 될 수 있는 전략에 대해서 범용론적으로 적용이 된다는 식이거나, 적용 안되는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적용 방법만 말할 경우 책을 읽는 입장에서는 실제 프렉티스로 이를 적용할 때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인스파이어드 구판은 갖고 있는 특정 단계의 스타트업에서 취해야할 상황에 대한 장관론이 상당히 돋보였다면, 신판의 경우 넓어진 범위와 스타트업이 점점 대기업화 되어가고, 스타트업의 정의가 지속적으로 바뀌는 시대에 있어서, 스타트업이라는 존재를 다시 작은 단위로 나누어서 특정 스타트업 마다 맞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업계 전반의 거대한 모양새를 설명하는 너무나도 밀도가 낮은 책이 되어버렸지 않나가 생각이다.

 

P.S. 특히, 요번에 추가된 문화 파트 이거 아니 그냥 이렇게 짧게 쓸꺼면 넣지를 말았으면 할 정도이다. 사실 기업 문화 케이스 스터디만 해도 책 한 권이 나올 정도로 복잡한 형태를 띄고 있다. 이를 이렇게 단순하게 필요는 하니까 부록 끼워넣듯이 끼워넣는건 너무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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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을 쓸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 사실 내 글은 계몽주의적인 형태를 띄고 있거나,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서 썼었는데, 사업하면서 배우는게 사람들은 말을 들어쳐먹지 않는구나랑, 글 하나로 뭐 바뀌는 것도 없구나라는 걸 두 개를 너무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번 글을 쓰면 2~3천자를 써야지 직성이 풀리고, 그 글의 완결성이나 맥락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 꽤 노력을 하는 편인데, 요즘은 그걸 단위 시간 당 벌어들일 돈 대비 단위 시간 당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두다보니 더더욱 그런 듯 싶다.

 

2. 블록체인은 승리할 것이다. 하지만, 일련의 트윗에서도 말했듯이 사실 초기 진입자들의 경우 너무 자본력과 기술력의 부족함으로 9할9푼9리 이상이 망할 것이다. 블록체인 겨울을 버티면서 단단해진 기업들도 많이 보이지만, 대부분의 블록체인 업계는 경험상 허접들 뿐이다. 허접이라고 해서 미안하긴 한데, 허접 맞다. 지금 이 기술로는 현대 금융 시스템을 모두 흡수하지도 못 할 뿐더러, 10,000 분의 1도 가져가지 못하는데 그게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3. 몇몇가지 일이 해결되면 좀 쉴까 싶다. 말 못할 몇 일들이 있는데, 이 일들이 언제 끝날지 참 모르겠다. 걍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만이 답이겠지... 다만 이 일들로 인해서 사람이 많이 변하게 되었다는 건 부정을 못 하겠다. 변해버릴 수 밖에 없었다는게 정확하겠지... 회의론만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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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보다가 스트레스 오지게 받은건 넘어가고, 요즘 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생각이 좀 들어서 글을 끄적인다.

 

  1년 전만해도 핫콜은 존재도 안했고, 동종 업계 전략적 소액 시드 투자만 걸렸는데, 요즘은 그냥 VC들, 특히 큰 펀드들에게서 연락이 종종 온다.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지만, 몇 대형 업체 오딧팅, 특정 프로젝트 개발사로 조인 등 몇몇 호재 덕분에 좀 인지도도 쌓이고, 사실 프로덕이 없는 이 상황에서 그냥 이 기나긴 업력 무시하고 시드 다시 해주겠다는 업체까지 등장할 정도로 이 업계는 변해버렸다.

 

  밸리 쪽에서 전략적으로 VC들이 생겨서 엄청 돈을 뿌리는 것도 있지만, 크립토의 주요한 특성이 지금의 공격적인 투자를 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는 듯 하다. 지금까지 비-블록체인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5년 동안 묵혀두면 10개 중에 1개 성공하는 포폴이었다면, 크립토 쪽은 확률 자체도 높고 (점점 낮아지는 추세이다), 5년이 아니라 6개월 정도에 모든 승부가 나는 동네이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그 프로덕이라는게, 이더리움에서 잘 나가는 DeFi를 포크해서, 딴 체인에 포팅하는 수준에 불과할지라도.. TVL (Total Volume Locked, 서비스의 총 예치금액) 이나 Floor Price (NFT 플젝에서 해당 컬렉션 최저가) 가 엄청나게 높다면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이 또 서비스를 이용하고, 또 이용하고... 무한 반복으로 빠르게 투자 손익 분기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일 것이다.

 

  다만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는 사실 할 말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이런 DeFi나 NFT 서비스들이 실질적인 실체를 지니지 않은 수학적으로 움직이거나, 투기 심리에 움직이는 거대한 사기극에 가까운 모델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평생 돌아갈 거라고 주장하던 DeFi 2.0의 선봉장 올림푸스 다오같은 서비스나, 이미지에 글자만 적어놓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던 Loot나(아직은 잘 나간다)... 사실 많은 부분들은 기술적인 부분의 성장보다는 사용자가 얼마나 돈을 빠르게 쳐넣고, 돈을 불리고, 그리고 엑싯을 하느냐에 대해서 모델을 짜고, 그 과정에서 개발자가 얼마나 많은 돈을 챙겨가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더 클 것이다

 

  이런 면에서, DeFi는 "회사채에 대한 평가를 회사 스스로가 하고, 스스로 발행으로 하고, 스스로 소각하는 금산분리가 되지 않은 시장"이기에 이런 폰지 사기 시스템이 돌아간다는 말을 종종하곤 그랬다. NFT의 경우, FOMO 등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사실 여기서 핵심은 덤핑을 칠 때, 코인과 달리 1만개 10만개씩 덤핑을 칠 수 없고 모두가 동일하게, 1장씩 수고를 들여서 팔아야하는, 즉 가격 하락이 순식간에 올 수 없는, 구매자-판매자가 계속 존재해야하는 바톤달리기의 형태이기 때문에 각광을 받는다고 보고 있다. 뭐,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BAYC NFT의 가격이 붕괴하려면 9999장이 순차적으로 가격 덤핑을 받도록 팔려야하는데, 그렇다면 누가 그 9999장의 물량을 다 받아서 구매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거품이 꺼지는 속도가 상당히 늦어지거나, 가격 가치가 -아무도 구매를 하지 않게 되기 떄문에- 0으로 즉시 수렴하는 구조를 띌 수 밖에 없다. 즉, 지연된 가격 하락을 유도하여, 급작스러운 상승과 달리 하락에 대한 베팅에 대한 유인을 덜 주는 형태로 시스템이 구성되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뭘 말하고 싶냐고? 사실 대기업이 NFT 시장이나 DeFi 시장에 들어오려고 해도 못 들어오는 이유가 그것이다. 대기업은 장기간 쌓여진 이미지와 서플라이 체인에 기반해서 움직이는데, DeFi/NFT 모두 철저하게 고속 성장과 고속 엑싯을 통한 "수요 고갈"에 오면 서비스를 바로 접고 딴 서비스로 도망가는 구조를 띄기에, 사실 회사로 마지막 한 탕을 하기 위해서 회사 모든 리소스를 쏟아붓지 않는 이상 유지와 개발 자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정말 많은 다단계나 사기꾼들이 끼어있는 구조를 지닐 수 밖에 없는 부분이 DeFi와 NFT가 갖고 있는 부분이고, 이 부분은 이전의 사기 유형과 달리 개발자가 사기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금융 공학 모델들 일부를 가져와서 적용하는 것 하나만으로 떼 돈을 벌고, 거기에 폰지 요소만 섞으면 신으로 추앙받는게 이 동네 아닌데 여기서 일을 안 하고 싶겠는가.

 

그리고, 그 끝은 좀 슬프게도 자신이 운영하던 DeFi의 모든 토큰과 가상자산을 싹 다 매각을 때리고, 트위터 계정을 폭파한 Fantom 창시자 안드레가 아닐까 싶다.

 

DeFi나 NFT에는 다른 출구가 있을까? 아마 있긴하곘지만 지금 구조로는 성장하지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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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의 여유가 늘었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뭐 별로 늘었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그냥 많은 걸 포기하고 욕심을 덜어낸 것이라고 하는게 정확할 것이다. 결국 내가 원하던 것, 내가 달성하고 싶어하던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있고, 사실 돈이라는 게 무엇인가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되니 그런 것이라고 봐야겠다. 특히, 자금적 문제가 대부분 해결 되는 시점이 오는 상황이고, 사실 이 이후에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질문이 올 때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인생을 살았는가? 라는 질문을 더 자주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예전이라면 외부의 압력과 압박으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내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감정만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런 감정들만 남은 시점에서 여유가 생겼다기 보다는 그냥 좀 텅텅 빈 공간들을 바라보면서 무엇을 채워야하는지 계속 고민을 하고 있다는게 맞을 것이다.

 

2. 글이 안 써진다. 이런 이유야 잘 알지만, 타인을 설득하거나, 무언가를 바꾸려고 글을 썼던 시절과는 다르게 온전히 나의 생각이나 나의 느낌을 표현한다는 것은 언제나 고민되는 일이다. 흘러가는 조류를 따라 배를 모는 것은 쉽지만, 조류를 만드는 것과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정작 글을 쓰려고 보니, 학술적이건 비판적이건, 결국 나는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하였고, 그 바꾸는 것을 통해서 내 자신을 증명하려고 했었나 싶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고, 지금은 그럴 생각이 별로 없어서 글이 안 써지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원동력이 사라졌다고 할 수도 있겠고, 뭔가 더 이상 바꿀 의지나 마음이 없는 상황이니, 덩달아 글을 못 쓰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3. 여튼, 사실 예전이라면 Macro한 일들과 업적들을 찾는 것을 원했다면, 지금은 좀 다른 걸 하고 싶다거나, 아님 다른 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열정이 사그라든건지, 아니면 흥미를 잃고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다시 방향을 찾아가는 시점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뭐 그 전에 저질러 놓은 일들은 다 끝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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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을 쓸 때, 글이 끊긴다. 긴 글을 쓰는 것에 힘듬을 느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요즘 글을 쓰다보면 긴 글의 호흡이 짧아지거나 논리적 구성이 약해지는 것을 많이 느낀다. 책을 제대로 많이 읽는지도 10년 전 일이 되어가고, 근 3년은 1년에 5~6권 정도 책을 읽으면 다행인 정도가 되었다. 그것도 2~300페이지 정도의 짧은 책들을 읽고 빠르게 내용을 축약하는 그런 수준인데, 필요에 의해서 읽게 되는 책들이란 다들 회사 운영과 조직 관리 같은 기술적 기교에 대한 책들 뿐이다. 단순하고, 적확한 표현들만이 살아남는 세상에서, 음미할 수 있고 반추할 수 있는 책들은 읽은 기억도 없다. 닳아 없어지고 있다. 나라는 존재가.

 

2. 대표로서 인생을 살면, 사람의 내적 성장과 동시에 닳아 없어진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하는데 오늘도 비슷한 이야기로 2~3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었다. 대표라는 것은 사람을 잃는 건 기본이고, 대표는 댓가를 치루는 만큼 버는 존재라는 걸 매번 듣는데 그렇다면 대표가 다 닳아서 없어지는 그 때가 오기 전에 다시 나라는 존재를 채워 넣어야한다는 걸 계속 깨닫는다. 껍데기만 남은 사람들을 비웃었지만, 정작 나도 그런 수준의 인간이 되어가고 있고, 과거의 빛을 내었던 것들이 하나하나 빛을 잃고 아스러져가는 걸 볼 때마다 허무함을 느낀다.

 

3. 다른 회사 생각할 이유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회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인지는 모르곘지만, 내가 운영하는 회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다른 회사와 다른 사람을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자주든다. 그렇기에 여기까지 왔겠지만, 그렇게에 여기까지 밖에 못 왔다라는 게 느껴지고,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 휴식? 재도전? 포기? 직장인? 뭐 하나 생각대로 되는 게 없고, 결국 선택지는 점점 제한되어간다.

 

4. 결국 나는 재도전을 선택했다. 다만, 휴식을 포함한 재도전이다. 난 블록체인 업계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다음 번의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하기를.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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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만 말하자면, 가능하다. 블록체인은 그러라고 만들어진 시스템이니까.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복잡하다. 블록체인은 아직도 개판5분전이니.

 

테슬라에서 15억 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구입하였다는 뉴스가 나오자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3천까지 내려갔던 비트코인은 5천만원의 문턱을 넘을 것인지 못 넘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수준까지 가 버렸고, 사실 1억 이상을 찍을 거라는 예측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테슬라의 연관 업체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이스X 덕분에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집 떡밥은 더 심각한 음모론(?)으로 진행되게 되었는데,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듯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대주주는 아직 일론 머스크이고, CEO도 일론 머스크이기 때문일 것이다.

 

화성 공용 화폐 (...) 비트코인설이 트위터에서 엄청 화제가 되고, 업계에서도 화성 코인 비트코인 이런 말도안되는 라임이 퍼진 것은 뭐 거의 필연일 것이다. 사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사는 행위와 스페이스X가 화성에 식민지를 세우는 일은 좀 다른 일이긴 하지만, 스페이스X가 발사체 관련 시연을 할 때 테슬라 로드스터를 우주로 쏘아보낸 전적이 있는 등 사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좀 떼어놓고 보기 어려운 감이 있지 않나 싶다.

 

여튼, 일론의 꿈이 화성에서 비트코인을 쓸 수 있게하는 것이 맞다면, 그것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사실 비트코인 그 자체를 쓰는 건 상당히 골치아플 일이다. 하지만, 화성에서 채굴이라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비트코인 트랜젝션을 전송만 할 수 있다면, 어쨌든 인터넷이 연결만 될 수 있다면, 비트코인을 쓸 수 있지 않은가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인가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가능한지, 이제 채굴과 트랜젝션, 그리고 암호학이 어떻게 블록체인을 지탱하는지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비트코인은 채굴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채굴, 특히 PoW라고 불리는 연산력 싸움(Hashcash)을 하는 이유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악인들만으로 구성되어있고, 이 때문에 lose-lose 전략이 발생하더라고 게임이론을 통해서 유지가 되도록 구축이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비트코인에 쓰이는 Hashcash는 스펨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서 도입된 WWW 초창기 시절 솔루션인데, 스펨 메일을 필터링하기 위해서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Hash를 만들어서 보내지 않는다면, 그 이메일을 스팸처리해서 받지 않는다. 즉, 일종의 문제를 풀어서,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 놓지 않는다면 그것을 스팸처리한다는 것인데, 받는 이가 제공한 문제를 푸는데 5~6초가 걸린다면 스팸 발송자들은 수 만 건의 스팸 메일을 뿌리는 데 수 십 만 초 (대략 100시간 이상)의 시간을 쓰게 된다는 뜻이기도 한다. 즉, 일반 유저들이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 5~6초의 컴퓨팅 파워를 쓰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지만, 스팸 메일 발송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어마무시한 비용이 들게 하여 스팸 발송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비트코인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대략 전 세계 컴퓨팅 파워로 10분 마다 풀 수 있는 Hashcash 문제를 내고, 이에 맞춰서 전 세계 컴퓨터들은 Hashcash의 정답을 찾기 위해서 경쟁을 하게 된다. 비트코인의 경우 블록의 Hash 값에 0이 앞에서 n개 부터 있는 블록 데이터 값(nonce)을 찾게 된다면 그것을 비트코인의 다음 블록으로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컴퓨팅 파워를 써서 블록을 찾아낸 (채굴한) 사람에게는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즉, 블록체인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컴퓨팅 파워를 쓰고, 그 컴퓨팅 파워에 대한 보상을 줌으로써 채굴자들이 경쟁하게 만들어, 지속적으로 잘못된 블록을 만들어서 네트워크에 전송하거나, 담합하거나, 일부 거래를 누락하거나, 아니면 돈이 안 되서 컴퓨팅 파워를 채굴에 안 쓰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반강제적으로 상호 견제를 하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블록이 안정적으로 생성되고 이것이 경쟁을 통해서 생성되기에 문제가 덜 발생한다는 것과 거래가 제대로 된다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이다. 예를 들어 자기 돈이 1000원 밖에 없는데, 1만원을 전송하는 거래를 발생 시킨다던지 하는 경우가 그것일텐데, 이는 다른 암호화폐 노드들이 이를 검증하기에 해결이 된다. 일반적으로 1만 대의 비트코인 노드가 현재 돌아가고 있고, 이 노드들은 채굴된 신규 블록을 검증하여, 이것이 제대로 된 거래들인지 확인하고, 맞으면 이웃 노드에게 넘이고, 아니면 misbehave(잘못) 수치를 높여, 어느 이상 네트워크의 잘못된 행동을 한 노드를 밴을 시키게 된다. 즉, 네트워크에서 가라 블록이나 가라 거래를 포함한 블록을 생성해서 전달을 하려고 하면, 그에 연관된 이웃 노드들이 그것을 거부하고, 최종적으로 네트워크에서 추방을 시킴으로써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것이다.

 

뭐 그렇다면, 블록 데이터는 뭐 그렇다고 치자. 뭐 여튼 블록 생성에 있어서 1만 대의 노드가 상호 검증을 하니 뭐 잘 돌아가지 않겠는가?

 

사실 여기서 핵심은 그러면 블록에 쌓이는 거래 기록(트랜젝션)은 어디서 생기느냐 이것이다. 여기서부터 암호학이 등장한다. 사실 비트코인은 거대한 공인인증서 기반 인증 시스템이다. 아니... 잠시만 공인인증서요? 네, 그렇다, 공인인증서다! PKI와 Hash는 전자서명을 위해서 정말 많이 쓰이는 녀석이다. 일종의 디지털 지문이라고 불리는 녀석인데, 거대한 파일 데이터에 대한 서명으로 사용되고, 이 서명과 원본 파일을 갖고서 파일의 진위성이나 거래의 부인방지를 하게 된다. 비트코인도 똑같은 방식을 취한다.

 

비트코인의 경우 UTXO라는 방식을 써서 전체 데이터를 관리를 한다. 뭐 UTXO라는 단어는 몰라도 되고, 사실 복식부기 방식을 통해서 장부를 관리한다고 보면 된다. 한 트랜젝션(거래)는 다수 개의 Input과 다수 개의 Output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모든 Input에는 전송자의 전자 서명이 붙어있는데, 이 전자 서명을 통해서 거래가 진짜인지 거짓인지를 확인하게 된다. 그냥 간단히 1 Input, 2 Output 형태의 트랜젝션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A라는 주소에서 B라는 주소로 보내는 거래가 일반적으로 1 Input, 2 Output 거래이다. A라는 주소에서 1 BTC를 B에게 보낸다면, 다음과 같은 형태로 작동이 될 것이다

0. A 주소로 이전에 0.5 BTC(트랜젝션 #a100)와 3 BTC(트랜젝션  #a101)와 5 BTC(트랜젝션  #a102)를 받은 트랜젝션(장부/거래기록)이 있다.

1. A가 3 BTC를 받았다는 #a101 트랜젝션(장부/거래기록)을 쓰기로 마음을 먹는다.

2. A는 3 BTC를 받았다는 거래 기록(#a101)을 참조하여 (Credit을 Debt으로 받는), B에게 1 BTC를 보내고, 나머지 1.75 BTC는 다시 A에게 보낸다는 트랜젝션(이 경우 나머지 0.25 BTC는 채굴자가 갖게 된다)을 만들고 이 장부 거래에 전자 서명을 한다. 그렇게 트랜젝션 #b001 이 생겨난다.

3. Input ( #a100 Ouput( 주소 A, 3BTC)  ) + A 주소로 서명된 서명 -> Output ( 주소 B, 1 BTC) , Output ( 주소 A, 1.75 BTC) 라는  #b001 트랜젝션을 비트코인 노드에 전송 시킨다.

4. 비트코인 노드(편의상 노드1)는 이것을 블록체인 장부에 뒤져서 모두 존재하는 트랜젝션인지 확인하고, 서명이 정상적인지, 금액이 정상적인지 판단하고, 정상적인 트랜젝션이라면 그것을 다른 노드에게 전달한다.

5. 다른 노드들을 이 트랜젝션들을 받아서 또 검증하고 다른 노드들에게 전달한다. (5번 무한 반복)

6. 채굴을 하는 노드까지 도달하고, 채굴을 하는 노드를 이를 포함시켜서 블록을 생성 시킨다.

7. 채굴 노드는 생성된 블록을 옆 노드에게 전달하고, 옆 노드는 이것이 맞는지 검증하고 맞으면 자기 옆 노드에게 또 전달한다.

8. 노드간 블록 전달 릴레이가 끝이 나면, 노드1은 자신의 트랜젝션 #b001이 블록에 포함되어, 채굴자의 서명까지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한다. 즉, 다른 노드들이 이 트랜젝션을 인정하고 블록에 넣었고, 블록도 인정 받아 다시 되돌아온 것을 확인한 것이다.

 

좀 복잡한가? 복잡하긴 하지만, 그냥 바톤 이어 달리기를 생각하면 편하다. 거래에 대한 메세지를 넣고 메세지를 계속 전달해서, 전 세계의 당신의 거래 기록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것이 맞다고 판단하면, 다시 맞으니까 내가 확인했음이라는 결과(블록)을 다시 바톤 달리기로 전달해주는 것이다.

 

여기서 눈치를 챘겠지만, 그렇다면 모든 비트코인 노드들이 채굴이라는 활동을 안 하는게 아닌 것인가? 라는 것이다. 그렇다. 모든 비트코인 노드는 채굴을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세상이 너무 바뀌었고, 일반적인 PC나 심지어 중고성능 서버도 채굴이라는 행위를 할 수가 없는 세상이 와 버렸다. 90년대의 Hashcash 논문과 2010년대 비트코인 개발자들이 간과한 것이 있으니 범용 컴퓨터인 노트북이랑 PC와 달리, Hash만 전문적으로 생성해서 Hashcash 값을 알아내는 ASIC(전용반도체)가 나와버렸고, 전 세계의 거의 대부분의 비트코인 블록은 GPU도 아니라 7nm 반도체 공정으로 생산된 ASIC 채굴기에 의해서 생성되고 있다.

 

즉, 전 세계 비트코인 노드들은 채굴장(...)에서 생성된 블록을 갖고서 검증을 하고, 대충 컴퓨팅 파워도 쎄게 들어갔으니 일단 블록의 정합성은 맞겠지하고, 이제 세부 트랜젝션 내역의 암호학적, 회계적 정합성을 확인하고, 10분마다 블록을 서로 동기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 사용자들은 비트코인 노드를 직접 굴리거나, 거래소를 쓰거나, 비트코인 노드 API (JSON-RPC)를 이용하여 외부의 비트코인 노드에 내 트랜젝션이 블록에 포함되었는가를 확인만 하면 끝인 것이다.

 

즉, 비트코인의 경우 노드에서 채굴을 안 해도 거래(트래젝션)을 생성해서 전달할 수 있고, 또한 사용자들은 비트코인 노드에게 그걸 어떻게든 찔러 넣기만 하면 전 우주(!)의 비트코인 노드에게 전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타원곡선암호(ECDSA) 기반 비대칭키 서명과, Hash Function을 이용한 현대 암호학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다면, 이제 동기화 문제가 남았다. 사실 비트코인에게는 그 누구도 이 정도로 거래가 발생하고, ASIC이 나와서 채굴을 할거라고 보지도 않았던 시스템이었고, 노드가 100 대 정도만 돌아가도 대박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 개발자들은 당연하게도 화성까지 통신을 하는 (...) 상황이 올 줄도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화성-지구간 우주 비트코인이 갖게 될 문제점을 생각해보자.

1. 현재 비트코인 트랜젝션은 prune을 해도 500 GB 정도 된다.

2. 현재 비트코인 블록 사이즈는 4MB 정도 된다.

3. 일반적으로 비트코인 노드는 다른 노드와 25대 정도 P2P 연결을 한다. (즉 25대랑 각자 블록 교차검증을 하는 네트워크 트래픽이 발생한다)

4. 화성에서 채굴은 꿈도 못 꾼다.

 

일단 속도 문제부터 이야기해보자.

화성과 지구를 잇는 네트워크 라인이 여러 개가 있을 것도 아니고, 512kbps 정도짜리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운영이 된다고 낙관적으로 가정해도, 전자기파의 속도 문제 때문에 10분 이상 딜레이가 있다. 뭐, 이건 화성-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이나 제3세계 채굴장의 경우에도 네트워크가 불안정하거나 국가 내 망 검열 때문에 중간중간 동기화가 깨지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근데 중국 채굴장이 세계 1,2위를 하고 있지 않았던가? 비트코인 동기화가 좀 깨져도 살아남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블록 컨펌이라는게 존재한다. 눈치가 좀 빨랐으며 알겠지만, 사실 hashcash를 경쟁을 한다고 하면, 우연하게 두 채굴 노드가 hashcash 문제를 맞히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동기화가 일시적으로 깨짐, 정답이 2개일 수는 없지 않은 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골이 아파지는데, 일반적으로 timestamp (블록 찾은 시각)과 nonce 값이 얼마나 높느냐 (얼마나 컴퓨팅 파워를 쏟아부었는가) 로 결정을 하여 노드들은 블록을 선택(블록 재 선택 후 재배열)한다. 그리고, 이 때문에 신규 블록이 생성되었고, 그 블록에 트랜젝션들이 포함되었다고 해서, 그 트랜젝션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100번 블록이 생성되고, 이 100번 블록을 참조하는 101번, 101번을 참조하는 102번... 이렇게해서 106번까지 생성되면 (10분당 1블록이니 대략 1시간 정도 걸림) 전 세계 노드가 100번 블록에 대해서는 뭐가 맞는지 합의 했다고 판단하여 100번 블록의 거래가 6개의 후속 블록에 의해 mature(성숙) 했다고 판단하고, 이 거래를 허가한다고 땅땅땅 결론을 짓게 된다.

 

즉, 거래의 증빙에만 1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는 화석 개척민들에게는 상당히 이로운 일이다. 지구인들은 1시간 동안 거래를 기다리고 이는 동안 자기들은 전자기파 속도까지 합쳐서 1시간 20분을 기다리면 되니까. (뭐?) 33%의 시간 로스는 뭐 다들 참아주지 않을까 싶은 것이지 않을까? 

 

거기다가 500기가 트랜젝션 내역이 문제라고 해봐도 화성발 스페이스X 로켓에 비트코인 동기화가 끝난 우주방사선 하드닝 되거나 차폐 된 상태의 컴퓨터 넣고 쏘고, 주기적으로 지상 스테이션이랑 통신으로 동기화를 맞추면 되는 것이고 뭐 그러면 화성에서 비트코인 노드가 돌아가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다. 실제로 우주에 비트코인 노드를 올려서 돌리는 프로젝트는 이미 2020년 기준으로 인공위성 쏘아올린 데 3곳이며, 심지어 ISS에 블록체인 노드를 돌리는 프로젝트까지 나왔다. (다들 제 정신이 아니다)

 

사실 이 문제 말고도 더 큰 문제는 있다. 512kbps 인공위성간 통신망으로 10분마다 4MB 짜리 블록 데이터를 받아오는게 문제는 없을 수는 있겠지만,  사실 지구-화성 통신망이 위변조 당하거나 아니면 국가의 주도로 망 검열을 시도 당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앞서 말했듯이 지구권 채굴장도 자주 겪는 일이다. 대부분 이에 대한 해결책은 직접 비트코인 동기화된 노트북을 들고와서 채굴장에 연결하거나 (...) VPN이나 위성 통신 등 여튼 국가 인프라망을 우회해서 노드 동기화를 하는 수 밖에 없다.

 

화성-지구 관계가 틀어졌을 경우, 지구에서 제일 먼저 할 일은 화성-지구간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검열이나 최악의 경우 통신을 내릴 것이다. 화성 개척지는 어떻게 이를 대응할 것인가? 지구 비트코인 노드에 거래 내역이 있고, 화성에만 그 거래 내역을 서명하여 전송을 할 수 있는 프라이빗 키가 존재한다고 가정할 경우, 사실 이건 완벽하게 망한 것이다. 지구랑 통신도 안되는데 비트코인을 전송할 수도, 그 수량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심지어 비트코인 가격도 알 수 없는데, 이게 망한거지 안 망한 것인가?

 

이런 면에서 일론은 선구자적 아이디어를 내 놓는데, 스타링크라는 인터넷 중계 위성을 전세계 상공에 올린 것이다. 일론은 비트코인 노드가 국가에서 검열당해서 막힐 경우 스타링크로 지구권 노드에 직접 연결을 하고, 화성 비트코인 노드를 중계해서, 지구권의 검열과 방해공작을 막으려는 것이다! (어?)

 

Q: 헛소리는 그만하고, 비트코인은 화성의 기축통화가 안 되는 게 모든 사람들에게 이롭지 않을까 싶긴한 것 아닌가?

 

비트코인은 화성의 기축통화가 되기에는 글러먹은 성질들이 너무 많다. 중간 중간에 화성에서 생길 문제들은 이미 지구에서도 발생하였고, 거기다가 비트코인은 사실 전송 수수료만 지금 10만원이 넘고 있고, 컨펌 속도 생각하면 1~2시간은 기본적으로 걸린다. 거기다가 블록 사이즈는 4MB라서, 거래가 몰리면 또 처리가 밀리는데, 실제로 글쓴이가 겪었던 최악의 사례는 48시간 동안 거래가 계속 대기 상태로 놓였던 segwit 이전의 비트코인이었다. (참고로 비트코인도 계속 기능 개선을 하고 있다.) 이미 화성에서 쓰기도 전에 지구에서도 펑펑 터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없는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사실,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찬양론자들이 말하듯이 좋은 시스템이 아니다. 일단, 구조적으로는 P2P관련 노하우 일체와 암호학적으로 쓸 수 있는 모든 기술을 다 때려넣어서 국가가 검열을 하고, 인터넷이 붕괴되고, 그리고 노드 간 통신이 잠시 끊겨도,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찾아서 다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복구하도록 만들어졌다. 이러한 이유는 정치 사상적 문제도 있겠지만, 사실 비트코인 이전의 암호화폐들은 암호학적으로 안전했을지는 모르고,거래도 잘 되었을지 모르나, 모두 정부의 형사 고소와 법적 절차를 통해서 거래가 금지되고 서비스 중단을 당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트코인 개발자들은 이 사례들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전세계 ATM기에 연동되서 체크카드로 입출금이 가능했던 가상화폐 eGold는 테러방지법과 자금세탁법으로 무너졌고, DigiCash는 빛도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비트코인은 핵전쟁 이후에도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아야만했다. 그래야지 월 스트리트를 붕괴 시키지.

 

하지만, 비트코인이 꿈꾸던 시스템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국가의 검열은 은행과 거래소의 KYC와 AML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성공하였고, 월 스트리트는 이미 비트코인을 파생상품으로 취급하고, 비트코인 가격에 펌핑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리고, 채굴이라는 전 세계 네트워크를 분산하는 시스템은 중국과 몇몇 국가들의 대형 채굴장들의 과점 체제로 넘어갔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이제는 비트코인이 뭔가 가치를 갖고 있는 돌 덩어리 수준은 된다는 것을 부정을 하지는 못하고, 이제 이것을 어떻게 가치를 없게 하거나, 규제할 수 있느냐의 논의로 넘어간 건 사실이다.

 

비트코인의 핵심 아이디어인 트랜젝션을 서명을 통해서 암호학적으로 증빙 가능한 거래 장부를 만들자는 (PoW 같은 채굴 개념을 빼고) 계획들을 세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대세가 되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을 거래소에 맡기거나, 아니면 비트코인-이더리움 브릿지로 사용되는 또 다른 블록체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에서 거래 될 수 있게 하는 여러 프로젝트들(renBTC, wBTC ...)이 나오고 있다. 일단 비트코인은 프라이빗 키에 종속된 공개키(에서 유도된 비트코인 주소)에 종속 되니, 현대 암호학을 좀 응용하면, 이를 이더리움이나 다른 블록체인 메인넷에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쉬운 편(정말 쉬운건 아니고 연구가 핫한 분야)이다.

 

이를 보통 Layer 2라고 한다. 정확히는 좀 Layer 2는 광의의 의미이고, 사이드체인이나 멀티체인이라고 하기도하고, 브릿지나 셔틀이라도고 한다. 뭐 여튼, 비트코인을 다른 메인넷으로 전송한다니 그게 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중요한건 비트코인은 디지털 정보로 만들어진 허상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프로그래머의 코드를 이용한다면 "옮길 수" 있다. 제일 쉬운 걸 생각해보자, 아파트 를 은행 담보 잡아서 대출을 받는 것을 말이다. 이 경우에 10억짜리 아파트에 담보요율 200%를 잡아서 5억을 대출 받으면, 이 돈은 허상의 돈인가? 진짜 돈인가? 보통 현재 브릿지나 사이드체인 형태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대부분 이런데, 중간에 담보를 잡는 중앙화 되어있거나 탈중앙화된 매게채를 이용해서, 이더리움에 n BTC 만큼 저당 잡고 n wBTC를 만들었다는 채권 증서를 발행하고, 이를 거래를 하고 있다. 즉, 비트코인이건, 이더리움이건 다 디지털 자산이고, 이들끼리 중간에 적절한 교환 규격이 있다면 이를 이용하여 서로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발짝 더 나가면, 달러를 주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비트코인이 45000달러이면, 담보비율 150%를 잡고서 30,000달러를 대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MakerDAO에서 만든 DAI라는 토큰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그리고 각종 코인들을 담보잡아서 이더리움에서 DAI를 대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여 부동산 대출 받아서 부동산 또 사서 부동산 가격 펌핑하듯이, 레버레징을 할 수도 있다. 좀 끔찍한 이야기이긴하지만, 지금 암호화폐 시장은 이 정도까지 발전했고, 이에 응용된 옵션이나 선물 모델까지 만들어서 돌아가는 중이다. 거기다 거래소들에서 1 DAI를 1 달러로 교환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담보물의 가격이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은행이 담보물을 청산하듯이, 담보된 비트코인을 팔아버린다.)

 

화성에서 이러지 않을 이유라는게 있을까? 화성에 자체 메인넷을 구축하거나, 지구랑 주기적으로 동기화되는 중간 메인넷을 놓거나 하는 식으로 두 개의 네트워크를 굴릴 수도 있다. 비트코인은 그냥 중앙은행 지하에 잠들어있는 금과 같은 역할을 하면 된다. 그것을 쪼개서 금 FX를 하건, 증서 거래를 하건, 그걸로 원화 대출을 받아서 쓰는 건, 현대 금융에서는 모두가 허용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끔찍한 결론을 내 놓는게 아닐까?

 

난 일론 머스크가 그려진 화성 달러는 죽어도 안 쓸 것이다.

 

Comments

1. 2020년도 대충 다 끝나간다. 뭐 한 거 없고 사고만 친거 같은데 말이다...

 

2. 그냥 예전에 들었던 수업 생각이 난다. 별건 아니고, 인간의 의식(consciousness)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서 논의라고 해야하나, 뭐 간단하게 말하면, 내가 의식을 갖고 있는 것과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 논의를 했었던 근대사상과 현대 인지과학 쪽에 대한 수업이 그것이다. 뭐, 그래서 그걸 왜 지금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어본다면, 요즘 의식이라는게 인간이라는 오토마타의 부수적인 무언가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종종 하기 때문이다. 뭐 이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좀 길지만 짧게 이야기를 하자.

 

3. 영혼의 존재를 믿는가? 영혼이 존재하고, 육신에 깃들어있다고 믿는가? 그러면, 아마도 -고대부터 지속되어온- 심신이원론을 믿고 있는 것일 것이다. 뭐, 반면, 인간이 입출력 기계에 불과하고 이는 호르몬과 뉴런의 전기 자극 등으로 조합되어있는 피드백 머신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심신일원론 -정확히는 기계주의-에 가까운 사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인간의 의식이 존재하고, 뭐 이게 육신에 묶여있고 육신 그 자체로 정신이 구현된다는 -현대적인?- 유물론적 사고 방식도 있을 것이다.

 

4. 뭐, 유물론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프로그래머라는 직종에서 기계주의와 유물론적 사고를 강하게 갖고 있거나, 아니면 심신이원론에 대한 극단적인 추종이라는 두 양태로 사람들이 갈리는 걸 많이 보았다. 기계를 다룸에 있어서, 우리 자신도 견고한 기계에 지나지 않으며, 오토마타에 불과하다는 선언을 하는 경향 -결국 무신론으로 이루어지는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서다- 이나, 아니면 컴퓨터 프로그램은 분명히 한계가 있으며, 이 때문에라도 인간에게는 영혼 혹은 그에 준하는 컴퓨터로 달성할 수 없는 무언가가 없을 것이라는 확실을 갖게 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5.사실 위의 내용을 진지하게 생각했을 때에는 중,고등학생 때였고, 저런 개념이 어떤 철학자에 의해서, 어떤 연구에 의해서 정리가 되어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여러 도서관의 여러 책이라는 단편적 조각으로부터 유추된 그런 것들의 연속이었고, 대학에 오면서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역시 인간 정치 체계의 한심함 복잡성과 민주주의의 가능성 이런 거였지만, 뭐 결국 이런 배경에는 인간은 왜 평등해야하는가, 인간은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선행되어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근대 사상철학을 배웠고 (철학 수업에서 현대사상과 인지론을 먼저 배우고, 역으로 근대 사상을 배우는 미친 짓을 했었다. 근데 이건 컴퓨터 공학에서 취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뭐 그냥 도움은 된다는 느낌이 자주 든다.

 

6. 여튼, 뭐 이런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하는가에 대해서, 결국 제일 짜증나는 결론에 도달하였기 때문이다. 몇몇 뇌과학 연구에서 밝히듯이 실제로 자유의지가 없을 가능성에 대해서 논의를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딥러닝의 발전이나, 설명 가능한 ML 모델이라던지 이런건 둘째치더라도,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의식이라는게 뭔지에 대해서 정의가 제대로 안 되어있는 것도 사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의식이라는게 내 뇌에서 일어난 의사결정 과정의 부수적인 무언가라고 하면, 나의 의식이 없어도 실제로 나는 행동하는데, 즉 피드백 반응을 보이는데, 어떠한 내 자유의지라는게 없거나 아니면 행동과 괴리된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7. 이딴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책 읽기였다. 몇 년 간 시각 관련 장애로 안과를 갔었고 별의별 검사는 다 했었지만, 거의 모든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고, 문제는 지금까지도 나는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인성, 즉 중증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고 다들 말은 하지만, 실제로 내 망막에는 상이 맺히고, 야구공이 날라오는 것도, 자동차가 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다만, 나는 문장의 전체나 사람의 얼굴 전체를 완벽하게 인식을 하지 못한다. 단어나, 눈, 코, 귀, 입 등의 분절된 형태로 인식하고 이를 재 조합하여 다시 뇌에서 이미지를 생성(상상)하는 형태로 살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멀쩡하게 행동한다.

 

8. 이런 면에서 사실 무서운 것은 결국 내가 기억한다, 혹은 내가 인지한다는 자각과 실제로 뇌에 저장된 정보는 다르다는 것이고, 그게 심층 의식에 있을 수 있지만, 아예 다른 것으로 반응하여 행동하는데 인지 능력은, 반응과 행동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을 하는 과정을 거치는게 아닌가라는 강력한 심증들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즉, 우리가 자각이라고 느끼는 무언가는 냉장고 모터가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소음 (...)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각이라고 불리는 것 외에서 "진짜 자각하는" 그런게 아닐까라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1인칭 슈팅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 아니 정확히는 1인칭 영화관에 온 것이라고 봐야겠지.

 

9. 거기다가 내 몸은 움직이는데, 내 정신은 멈춰있거나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여러 상황들을 겪으면서, 솔직히 정말 유물론적으로 나를 인식해야하는게 맞는가라는 질문부터, 그냥 육신과 영혼의 연결에 있어 핑이 좀 튀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하면 몸도 마음도 편하지 않을까라는 자조적 절망까지 할 정도이니 할 말은 다 한게 아닌가 싶다.

 

10. 여튼, 사실 인공지능이나 ML 쪽에서는 이야기하기에는 엄청 먼 일이고, 현대 뇌과학도 뇌 기능에 대한 전체적인 기능에 대해서도 아직은 갈길이 멀 정도로 연구가 더딘 편이다. 하지만, 그래도, 의외로 가까운 곳에 인지라는 것에 대한 답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언젠간 다시 학문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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