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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 21. 03:27 - Bengi

2018.1.20 드론, 그 때

2014년 경영원론 (정확히는 기술경영, 교수가 말만 경영원론이라고 적어놓고 가르치는건 기술경영을 가르쳤다)을 배웠을 때, 교수가 "이게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어디서 오는가?"라는 말을 하게 했었던, 한 영상이 있었다. 꽤 유명한, 아마존의 Dash와 Prime Air의 영상이 그것이었다.




사실 그 당시, 특히 2014년도에는 IoT라는 단어가 화두였고,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단어는 존재도 하지 않았으며, 드론이라는 것은 진짜 괴짜들의 취미였다. 쿼드콥터라고 불리우는 것들은 극소수의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었고, 이 조차도 취미용, 레저용에 국한 되어 있었다.


내 영상 재생 이후 강의실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교수는 빵 터져서 이게 어떻게 이 세계에 적용이 될 수 있는가? 라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제, 쇼핑도 집에서 하고 배달도 집에서 받아서 살 찌겠네"라는 말은 덤이었고.


그 당시 뭐 별 생각은 없었고, 이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 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이러한 물류 유통과 바코드 시스템의 결합은 뭔가 상당히 큰 변화를 내 놓을 것이며, 이런 드론을 통한 배달이 언젠가는 보편화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예측은 반만 맞았다.


지금, 2016년부터 드론의 열풍이 시작되고, 4차산업혁명에 이상한 키워드들이 끼워지는 이 시점에서 드론 사업은 어떤 거대한 무언가의 흐름이 되었다. 드론으로 XX하기, YY용 드론 이런 녀석들이 우후죽순 나오고, 정부 투자를 받고 망하고를 반복하고 있다. 내 주변에 드론을 취미로 하던 사람들은 어엿한 드론 제작 관련 기업들을 차리기 시작했고, 한국 내 기업들은 그 분들의 도움을 받기도하며, DJI와 같은 중국계 기업들에게 제품들을 사서 쓰기도 한다.


2014년, 다시 그 때 강의실로 돌아가자, 아마존이 물류 시스템에 드론(그 때에는 드론이라는 이름도 없었다)을 붙이는 실험을 했을 때, 사람들은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을 왜 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을 수 밖에 없었다. "그냥 재미로" 그리고, "이 시스템은 언젠간 발전하면, 미래에는 더 엄청나게 변해 있을 것입니다."


드론은 현재 2018년이 된 지금까지도 많은 물류 시스템을 바꾸지는 못했다. 하지만, 화재 진압 현장에서, 각종 뉴스 및 촬영 현장에서 요긴하게 쓰이기 시작했으며, 각종 재난에서 드론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대규모 물류에서는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소규모 물류나 지정된 공간에서의 운송에서는 나쁘지 않은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매번, 아니 2016년 정도 되서, 공돌이 자격으로 이런저런 행사를 참여할 때마다 듣는 이야기는 이것이었다. "드론은 4차산업혁명의 미래이다", "드론 운송은 차세대 먹거리다.", "XX씨는 드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등등... 대부분 다들 드론에 미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뭐 드론이면 이 세상 정복이라도 할 수 있으리라 믿는 경우들이 널리고 널렸다. 그런 과정에서 취미로, 재미로, 그리고 정말 공학도로써 하는 많은 사람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드론 전문가, 드론 자격증, 드론 협회 등등이 우후죽순 세워지는 것은 덤이였다. 한국인들이란.


많은 기술들은 대충 2스텝 정도, 특히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장난감처럼 돌아다니는 녀석들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 대부분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능성은 자본 논리에 의해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그냥 재미있어서, 취미 생활로, 대충 가지고 놀다보니 새로운 게 나오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정 시간 내에, 정해진 예산으로 뭔가 따박따박 나왔으면 좋겠지만, 대부분 재미있는 발견들은 우연의 산물인 경우들이 많다. 그리고, 그 누구도 제대로 된 관심을 안 주거나, 그 시간에 제대로 된 일이나 하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 년 후에, 그리고 몇 개월 후에 어떤 기술이 상용화되고 대박이 날 때마다 사람들이 다시 되돌아와서, 그 때에는 미안했고 (이 소리 하면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왜 이 기술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고 왜 성공을 했는지 알려줄 수 있느냐?"라는 말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뭐 그 사람들이 이 경험으로 뭔가를 깨달았으면 좋겠지만, 이미 깨달았으면 나한테 묻지 않고 열심히 자기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일이나 매달리고 있을 것이겠지. 여튼, 이 제품이 성공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대기업들이 "아직 PoC 밖에 안 된 성공할 거 같지 않은 이상한 제품들에게 특허를 내고, BM 관련한 것들도 특허를 내는 걸 알아차려야한다는 것이다."


아니 좀 전까지, 흥미와 열정으로 제품을 바라보면 된다면서요.... 뭐 그건 여러번 경험을 겪어본 사람이거나, 0서부터 1까지 이끌어 낸 사람들이나 가능한 거고, 다이아몬드도 대충 보면 돌 덩어리에 불과하지 않는가. 경험 있는 세공사가 붙어 그 돌에 깃든 아름다움을 뽑아내는 것은 또 다른 일이고, 여러분은 대충 보석 감정 받아서, 얼마얼마 할 거 같습니다. 할 때, 남들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되는 것이다.


많은 기술들이 복제 불가능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복제 불가능했다면, 특허권이 존재했을리도 없으며, 디자인시안에 대한 권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이러한 형태의 BM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이 BM이 제공하는 효용과 사회적 파급력과 그 기업이 취하는 포지션을 생각해서, 나에게 맞는 BM을 만들어서 밀고 들어가면 된다.


좀 예전에, 아마존에서는 재플린을 띄워서 거기서 드론 이착륙을 시키며, 물건 배송을 하겠다는 특허를 공개하였다. 사실, 미국에서 통할거 같은 이야기는 아니고, 유럽에서도 통할 거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고속철과 트럭 유통망이 충분히 있는 상황에서 재플린 만큼 의미없는 운송수단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라면 어떨까? 도로 개수가 잘 안 되어있는 아프리카는 분명히 거대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다. 거기에다 3~400킬로 운송량의 중형 드론으로 자동화된 배송 시스템이라면, 촌락이나 부족 단위라도 충분히 커버 가능한 배송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재플린은 일주일이나 한 두달 간격으로 그 촌락을 지나기만 하면, 배송이 되는 것이며, 물건 판매에 대한 리스크도 헷징이 될 것이다.


이건, 아마존이기에 가능한 BM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재플린이나 열기구를 띄어서 뭘 하겠다는 상상은 항공금지구역부터 문제가 되게 된다. 아마 한국에서는 저고도 비행 드론이나, 물류 창고 내 물류 관리용 드론이 더 적합한 형태일 것이다. 이러한 차이들을 찾아내고, 도입하는 것은 이제 비즈니스 감각의 차이로부터 오는 것일 거다.


근데,  BM이 있으면 뭐하는가. 이미 아마존은 여러가지를 이미 시도를 했었을 것이고, 각종 Geek들은 이미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서 도움을 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것을 자력으로 할 수도 없으며, 기업과 연계는 꿈도 꾸지 못한다. 그렇기에, 매번 탈조선을 하는거지.


  1. 김수진 2018.01.26 12:38

    초대장이 필요한데 혹시 초대장 한장 주실수 있나요?
    한장만 주시면 정말 감사할께요.
    이멜주소는 kcj0966@naver.com
    부탁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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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 20. 23:45 - Bengi

암호화폐는 화폐일 수 있는가? - JTBC 유시민 씨의 이야기를 반박하며

여기저기 퍼날라지는거 같아서 덧붙이자면, 암호화폐 지금 투자 하지 좀 마세요. 그거 투자 아닙니다. 그리고, 뭔 주식은 하면 한강간다던 사람들이 그 알트 코인들은 미친듯이 투자하는데 그거 진짜 누가 마지막으로 폭탄 받느냐하는 폭탄 돌리기 게임입니다. 암호화폐 옹호글이긴한데, 암호화폐가 통용 됐을 시점에 비트코인이 살아남아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지금 가격 상승이 제대로 된 상승이면 좋겠는데, 아니라는 글이거든요? 비트코인만 찍어서 까긴 했죠. 근데 이더리움은 안 그러고 퀀텀은 안 그럴거 같습니까 ㅠ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암호화폐가 법정 화폐처럼 안정적이다가 아니라. 법정 화폐가 암호 화폐랑 다를게 뭐냐라는 논의입니다. 둘 다 발행 주체부터 안정성까지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지,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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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답을 말하고 시작하면, "지금은 그렇지 않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화폐가 갖고 있는 특정한 속성에 의해서 정의되는 형식 때문 일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금융상품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 SEC가 내 놓았던 답과 동일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암호화폐는 자산 가치가 존재하는 신뢰 주체가 분산된 유가 증권 정도는 분명히 될 수 있다.


이러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유시민 씨? 전 보건복지부 장관? 뭐 전 정치인? 어떤 말로 불러야할지 모르겠지만, (편의상 유시민 씨 정도로 지칭을 하도록 하자)가 JTBC 및 각종 언론에서 피력한 의견에 대한 반박이자, 발언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유시민 씨의 논리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암호화폐는 실물 경제에 피해를 준다. 그러므로 규제해야한다.", "화폐의 발행 능력은 국가에게만 존재해야한다. 암호화폐는 국가에게 의존적이지 않은 화폐이다. 그러므로 규제해야한다." 이런 두 가지 발언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 이야기로 끝나는 철옹성을 쌓아 놓고 있다는 것과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술에 대해서 논평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일단 문제가 된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이해도에 대한 공격보다 유시민 씨가 주장하는 경제학적 근거나 혹은 정책적인 주장은 분명히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썰전에서 이야기를 하였듯이, 튤립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 없이도 튤립 버블을 분석 할 수 있고, 기술에 대한 심도있는 지식 없이도 기술에 의한 경제적 현상에 대해서 논의를 할 수 있는 것은 -경제학자의 오만이기도 하지만- 경제학이 일정한 사회 현상에 대한 통일된 분석 도구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사실 이런 트윗들을 쓰고, 알티를 받고, 그리고 이런 것들이 뭔가 유시민 씨가 갖고 있는 경제학 석사라는 타이틀에 대한 일종의 권의에 의한 논증을 볼 때마다, 일단 유시민 씨가 어떤 타이틀로 석사를 받았고, 어떤 공부를 했으며, 어떤 이해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긴 해야겠지만, 사실 "근대적인 화폐의 개념"이라는 말이 왜 나왔고, 왜 유시민씨는 웃고 있는가부터 시작해야할 것을 뼈저리게 느껴졌다.


화폐란 무엇인가?


화폐는 정말 극단적으로 설명하자만, 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 교환 수단이다. 이러한 가치의 인정은 국지적이여도 좋다. 그러니까, 간단한게 말하면, 한국 원화가 지구 반대편의 유럽이나 이집트의 음식점에서 사용할 수 없더라고 하더라도, 한국이라는 국가 내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교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그것은 화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이즈가 더 작아지더라도, 물물 교환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면, 고대의 조개 껍질이나 (핵전쟁 이후의 세계를 그린) 폴아웃의 콜라 뚜껑 정도의 위상을 지닐 수 있으며, 이것도 사실상 화폐로 봐야한다고 봐야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화폐의 보증 주체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거의 전세계적으로 통용 되던 금과 은을 통해서 주화를 주조 했고, 금과 은의 비율과 동전의 무게를 갖고 물물 교환을 하였다. 이 시대에는 심심하면 바뀌던게 영주였고, 종이 화폐를 찍어 낸다 하더라도 이를 지급 보증할 존재가 존재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확실히 가치가 보증되는 실제 금이나 은을 통해서 화폐를 구현한 것이다. 이러한 금화나 은화는 결과적으로 발행을 한 국가나 상인 조합이나 아니면 영주에 의해 보증되는 무엇이 아니 였던 것이다. 분명, 대량의 주화를 발행 해 놓고, 상황에 따라서 은과 금의 비율을 바꾸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하였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분명한 반응을 하였고, 신화와 구화에 대한 차별을 두었다. 또한,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들을 막는 안전장치들이 계속 도입된 것도 사실일 것이다. 동전의 끝부분을 갈아서 금이나 은을 얻으려는 행위를 막기 위해 톱니바퀴 모양의 테두리를 넣고, 복잡한 모양을 만들어 넣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었다.


하지만, 금은 분명히 옮기기도 힘들었으며, 보관하기도 힘든 형태의 자산이었다. 이에 따라서, 은행에서는 일종의 보증 문서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문서에 나와있듯이, 언제나 이 문서를 찾아서 은행으로 들고온다면 금으로 바꿔준다는 태환 문서가 그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문서들의 출현은 결과적으로 지폐 형태의 화폐가 출현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국가가 "금으로 바꿔주는 것을 보장하는" 금본위제 기반 태환화폐가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화폐는 금보다 가볍고, 교환에 용이하며, 국가가 가치를 보장하기 때문에 널리 퍼질 수 있게 되었다. 금은 분명한 안전 자산이고, 이러한 안전자산을 언제나 바꿀 수 있는 형태의 지폐들은 국가가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었으며, 전시나 국가 경제가 힘들어지면 금으로 빨리 바꿔서 국가가 지급 보증을 안 해줄 만일의 가능성조차 봉쇄했기 때문이다. 즉, 화폐에 대한 믿음은 국가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나오 것이 아닌, 금이나 은 같은 보편적인 가치를 인정 받는 무언가와 국가가 이것을 언제 어디서나 교환을 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러나 지금 만원권을 은행이나 한국은행에 들고가서 금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아주 미친 사람 취급을 할 것이다. 금은방이나 FX 마진이나 골드바 구입 같은 이야기만 나올 뿐, 지폐가 일정량의 금과 1 대 1로 교환되지도 않을 뿐더러 금 값이 계속 변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의 브레튼 우즈 체제의 붕괴로부터 기인한다. 금은 공급량이 제한적이었고, 베트남전부터 휘청거리던 미국은 다수의 국가의 금태환 요구에 자국 달러화를 금에 묶어두던 행위를 포기하고, 금으로 달러를 바꾸는 것을 포기하는 선언을 하게 된다. 뭐 그리고, 그로 인해서 생겨나는 일들은 잠시 신경을 꺼두고, 여튼 정부는 지급 보증을 포기한 신용 화폐라는 것을 내 놓게 되었고, 여하튼 달러는 달러고, 금으로 태환을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시장에서 돌고 있는 달러화의 가치가 0으로 바로 바뀐 것은 아니였다는 것이다. 달러화 가격이 개판이 되고, 미국이라는 나라의 경제 사정에 따라서 환율이 급변하기 시작했지만, 어찌하였든 기축 통화 위치에 있었던 달러화는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든 버텨냈고, 결국 약 4-50년간의 신용화폐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말을 안해도 대충 눈치를 모두 챈 것이 있다. 신용화폐는 일종의 허상 위에 지어진 집과 같다는 것이다. 단순한 달러화가 가치를 지닌다는 믿음과, 달러화가 충분히 통용된다는 상황에서만 의미를 지닐 뿐, 달러화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그것은, 원화도, 유로화도, 그리고 심지어 김일성 얼굴이 그려진 북한 원조차도 동일한 개념을 내재하고 있다. (억울한 거 같지만) 매번 하이퍼인플레이션의 대표 주자격으로 두들겨 맞는 짐바브웨 달러 같은 것들도 어쨌든 정부에서 발행을 하고, 정부에서 보증 아닌 보증을 하는 매일마다 내재된 값어치가떨어지는 화폐이긴 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달러화는 어쨌든 금 태환 능력이 사라졌지만, 두 가지 형태로 보증을 받게 된다. 첫째, 미국이라는 나라 및 다수 국가들이 달러를 사용한다는 것과 통화 스왑을 통해 각 국가간의 통화를 맞바꿈으로써 전 세계 통화체계가 서로 연동되도록 한 점. 둘째, 달러화의 발행량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감시하며, 국가와 독립된 형태의 기관,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준)을 통해 미국 정부와는 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게 되지 않게 한 것이 그것이다. 어쨌든, 달러의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미국은 국채를 발행하고, 전세계 경제는 금 총량보다 더 많은 금액의 경제 시스템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 태환이나 은 태환으로 롤백은 할 수도 없을 것이며,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달러를 찍어내는" 통화량, 국채 만기일, 이자율, 각국의 재정 상황에 따른 달러화 총 발행량 조절을 통해 신용화폐의 신용을 끊임 없이 유지하게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연준이 미친 듯이 달러화를 찍어낸다면, 통화량 증가에 의해 달러화의 가격이 급락하게 되고,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인 상황이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필요 수량 만큼 찍어내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이 일어난다고 보면 될 것이다.


뭐 여하튼, 유시민 씨의 발언이 뭐가 문제가 있는지 이제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달러화나 기타 통화들은 실제로 어떠한 가치도 지니지 못한다. 국가에 의한 신뢰에 의해서 화폐의 가치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인 국가들의 대응에 따라서, 특히 통화량 조절에 따라서 달러의 가치는 변할 수 있다. 이러한 달러 가치 변화는 여러 국가에 의해서 통제되거나 견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게 안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2008년 부동산 모기지 시장으로부터 시작된 잘못된 통화 정책은 결과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에 영향을 미쳤고, 결과적으로 대공황이라는 달러화 통제 실패로 인한 대규모 경제 실패로 이어지게 된다.


근데, 왜 모기지 시장은 달러화에 영향을 미쳤을까? 실제로 달러화를 만들어내는 건 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M0라고 불리우는 본원 통화는 분명히 국가가 만드는 돈이다. 하지만, 이렇게 풀린 돈은 사람들과 기업들이 은행에 입금하게 되고, 은행은 지급 보증량 이외의 돈을 대출을 해준다. 이러한 대출된 돈은 또 다른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돌고 돌아 다시 은행에 입금되게 된다. 또 다시, 은행.... 일단 이것이 은행이 돈을 만들어내느 사이클이다. 비슷하게도 기업은 어음을 발행하고, 어음을 언제까지 갚겠다는 보증을 한다. 그리고 돈을 임시로 융통을 하고, 몇 년 동안 어음의 이자를 갚아내고, 최종적으로는 빌린 원금을 갚아낸다. 근데, 이 돈이 현재의 돈인 것인가? 아니다, 미래의 돈을 땡겨서 쓴 것이다. 거기다, 선물 시장을 생각해보자, 1년 후의 밀이나 쌀 가격을 헷징하기 위해서, 선물을 만들어서 팔고, 선물에 대한 옵션을 걸었다. 그 경우 현재 거래하고 있는 돈은 존재하지 않는 1년 후의 밀과 쌀에 대한 가격과 옵션에 의해 생성된 예측된 가격들이다. 그렇다. 실제로 발행된 통화는 은행이나 기업이나 파생상품들에 의해서, 돈이 생성되게 된다. 생성된다고 하는건 좀 많이 웃긴 일이지만, 어쨌든 정부만 돈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이런 시장에 대한 통제 권리를 다 갖지도 못하고, 은행 이자율이나, 국채나, 각종 통화 스왑이나, 주식 시장 제동 등등의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 시스템을 통제하는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M1, M2, M3... 이런식으로 실제 시장에서 돌고 있는 통화량이 얼마인지에 대해서 구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고, 이러한 통화량 조절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게 되는 것이다.


아, 도대체 왜 통화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왜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인가. 왜 이것이 암호화폐와 상관이 있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답변은 단순하다. 유시민 씨는 이것을 간과하고 있거나, 아니면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국가만이 화폐 발행 능력을 가져야만한다"는 주장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화폐의 가치는 국가가 만들어낸다는 늬앙스의 말도 심각한 언어도단이다. 화폐의 가치는 금융 시장의 영향을 피할 수 없으며, 국가 내 실물 경제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한국 원화의 가치가 국가에 의해서만 보장이 된다면, IMF 시절 금모으기 운동이 일어났을리도 없고, 그 전에 기업 파산으로 원화 가치가 개판이 될 리도 없다. 아 국가가 기업 재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이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M2~M3를 본다면, 파생 상품이 화폐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부정 할 수도 없다. 그리고 파생상품은 정부가 직접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국제적으로 거래가 되는 것이고, 국가들끼리도 만들어내는 것이니.


그렇다면, 이제 화폐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대화폐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금이랑 1대1 연동되는 그런 화폐, 그것이 근대적인 화폐인 것이다. 그리고, 누구라도 화폐의 개념을 갖고 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 (e.g. 어음, 채권, 선물, 그리고 비트코인) 도 알아낼 수 있다. 단순히 현재 화폐는 믿음으로 인해서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이러한 믿음들의 연쇄로 신용 화폐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들이 모두 헛된 것일 수 있으나, 이러한 형태는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서도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 아니 그 전에, 근대 화폐 개념을 생각해보자. 누군가가 비트코인을 금 얼마로 무조건 바꿔준다는 선언을 하고, 그것을 꾸준히 지켜낸다면, 그것도 법적 구속력있는 형태로 진행한다면, 이미 비트코인은 금태환 화폐로써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가 화폐일 수 있는 이유는 화폐의 역사가 증명한다. 화폐는 국가에 의해 구속 되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국가가 완벽한 통제권을 지닐 수 없는 상태이다. 거기에다, 국가의 통제권이 있더라도, 불태환이라는 특성 덕분에 화폐는 신용으로만 작동된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지만, 화폐가 유시민 씨의 주장 (혹은 뒷받침 증거로 사용 되는) 안정성과 신용성을 담보할 수 있으며, 가치가 내재 되어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간단하게 말하자, 법정 화폐이자 신용 화폐인 원화나 달러화는 암호화폐보다 나을게 하나도 없다. 신용화폐는 암호화폐가 갖고 있는 모든 특징을 갖고 있으며, 암호화폐가 지금 안정성이 없는 것은 각종 파생상품 시장과 발행량 조절에 미숙하기 때문이다. 채굴 시스템의 개선이나, 파생 상품 시장의 도입으로 미래 가치가 안정화 된다면, 가격의 변동성은 점점 더 줄 것이다. 그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 달러화가 불태환을 선언하고 가격 변동폭이 엄청 커졌던 일이나, IMF 이후의 원화 가치 변화가 증명한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법정 화폐 (원화, 달러화, 유로화 등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콕 찝어서 비트코인을 이야기한 것은 비트코인이 갖고 있는 몇몇 특성 때문이다. 2500만원까지 치솟았던 가격, 제한된 채굴량이자 제한된 발행량 (2100만개), 암호화폐 계의 기축통화(모든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취급 및 BTC/암호화폐 쌍 거래 지원)화는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이자, 암호화폐가 어떤 식으로 발전되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비트코인은 2008년부터 시작되어 근 10년간 끈질기게 버텨왔던 암호화폐이자, 기존 암호화폐들과 기술자, 언론인, 정치인들에게 새로운 화폐 제도가 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메세지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화폐가 될 수 없다. 그것은 앞서 말한 통화량, 즉 발행량에서 나온다. 비트코인은 일종의 금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제한된 발행량으로 인한 가격 상승, 누구나 인정하는 내재가치 (변동폭이 좀 크지만, 금 가격 변화 100년치 찍어보면 비트코인은 새발의 피라는거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엄청난 이체 수수료 (건당 5만원), 수 시간에 달하는 이체 시간을 보라! 거래소 내부에 비트코인을 쌓아놓고 거래소 호가창이나 보면서 거래하고 있으며, 비트코인을 실제로 밥 사먹는데에 써먹지는 못하고 있지 않은가. 1비트코인이 1500만원인데, 지금 이걸로 국밥을 사 먹으라고? 그래서 0.0008 비트코인, 뭐 사토시 단위로 쓰면 8000사토시인가? 여튼 뭐 그걸로 결제하면 된다고? 그러면 결제 과정에서 이체 수수료 5만원, 그리고 결제 후 수 시간 동안 가게 주인이랑 이체 됐느니 안 됐느니 씨름을 하는 그 과정을 기다리라는 것인가?


사실 그래서 유시민 씨는 비트코인에 대한 집요한 공격을 했던 이유가 그것일 것이다. 그의 입에서는 이더리움도, 비트코인 캐쉬도, 비트코인 골드도, 퀀텀이나, 네오나, ITOA나 각종 대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PoW가 필요없는 리플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오긴 했지만, 그것조차도 퍼블릭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공격은 암호화폐에 대한 전반적인 공격으로 이전되게 된다. 많은 암호화폐 반대론자들은 환호를 하고, 박수를 쳤겠지만, 이는 대중의 무지를 이용한 공격일 뿐이다. 암호화폐 거래를 해 본 사람이라면, 현재 한국에서 통용되는 암호화폐가 주요 거래소 기준 10개 이상, 많으면 100개 이상 (망할 업비트) 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데, 그 중에서 제일 초기에 만들어진 PoC (Proof of concept, 컨셉 증명) 정도의 제품에 공격을 가하는 것은 상당히 큰 문제이다. 개발진들이 문제를 알아서 Segwit이나 블록 사이즈 증가 등등의 하드포크를 감행했고, 비트코인의 아성을 노리는 다양한 암호화폐가 이러한 거래 처리 속도 개선, PoW 시스템의 붕괴 (PoS나 PoI로 이전), 스마트 컨트랙트 도입, 아토믹 스왑/라이트닝 네트워크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더리움만 해도 현재까지 PoW이지만, PoS로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아토믹 스왑과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비트코인 스마트컨트랙트 시스템의 개선과 함께 도입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토론회에서 나오지 않았다. 물리학자나 가상화폐 거래소 사장이 그런 이야기를 알 리도 없으며, 알 수도 없지만, 단순히 공학자들의 대표, 암호화폐의 옹호론자 대표를 자처하면서 나온 것 자체가, 그리고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없이 상대방의 논리에 다 말아먹히는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 자체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뭐 여하튼, 비트코인이 현재 금과 같은 형태를 지녔다면, 암호"화폐"에서 화폐의 특성을 모두 갖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각종 아프리카 국가들의 내전, 불안정한 정부, 신용 화폐의 부재, 초인플레이션에 대항해 암호화폐가 주요한 재화 및 저축 수단으로써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나, 아르헨티아와 같은 국가들에서 정부의 보증 거부에 대해서 대항하는 용도로 암호화폐들이 기축 통화처럼 사용된다는 이야기들은 사실 한국의 사정과는 관계가 없는 걸지도 모른다. 당연히도,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과 적당한 인플레가 있다면 한 국가의 화폐는 안정적인 기축 통화 역할을 다 해낼 수 있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들이 아직도 결제 시스템에 연동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이것이 화폐로써의 기능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암호화폐는 탈 중앙화를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 거래소 시스템에 묶여 탈 중앙화에 실패했다는 발언이나,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다르게 봐야한다는 것은 분명히 동의할 이야기이다.


하지만, 유시민 씨의 규제 발언은 실제로 정부 규제가 얼마나 시장 왜곡을 가져오며, 시장 통제권을 잃어버리는 주요한 방법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주류 경제학과 얼마나 대치되는 일인지도 생각해봐야한다. 금주법이 미국인의 금주를 가져왔는가 아니면 밀주의 성행과 마피아와의 전쟁을 시작하도록 하였는가. Warning.or.kr이 포르노그래피의 유통을 막았는가 아니면 각종 음성화된 성인 사이트를 만들었는가. 각종 부동산 억제책이 부동산 가격을 억제했는가 아니면 강남 부동산이라는 상흔과 이명박 당선이라는 결과로 나왔는가. 단통법이 폐쇄형 휴대폰 판매처와 각종 페이백이라는 결과를 내 놓았는가, 아니면 단말기 가격 정상화라는 결과를 내 놓았는가.


거기다가 장난감으로 시작해서 거대한 기술 혁명을 일으킨 그 모든 것들을 단순히 시장의 수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보다 열등하다 혹은 규제 되어야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은 군사적 목적으로 아르파넷으로 기원했지만, WWW은 CERN의 물리학자들이 논문 공유를 더 편하게 하기 위해 학회에서 발표한 것으로부터 시작했고, 각국의 인터넷 연결은 대학들의 학문적 목적이자 각 대학(원)생들의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PC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하는 애플 I과 애플 ][ 컴퓨터는 미국의 한 컴퓨터 홈브류 (자작) 그룹에서 시작이 되었으며 이는 거대한 IT 기업인 IBM을 박살 내 버렸다. 페이스북은 의도는 불순하지만 마크 주커버그의 얼굴 평가 사이트와 대학생들의 섹스를 하겠다는 의지로부터 나왔으며 (주커버그는 각자의 연애 여부를 프로필에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캠퍼스 내 데이트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이집트 혁명을 수행하게 된 트위터는 140자 짜리 SMS 공유 시스템으로부터 나왔다. ("오늘 점심 뭐 먹었다."를 공유하는 서비스에 투자가 올리도, 사용자가 몰릴리도 없지!), 토렌트와 당나귀, 냅스터는 각자 포르노, 불법 소프트웨어, 음악 공유를 위해 시작이 되었으며, 냅스터와 당나귀는 죽었지만, 토렌트가 바톤을 이어받아 아직도 정부의 통제 밖에서 잘 굴러가고 있다.


화폐 발행은 정부만이 갖을 수 있는 고유한 권한인가? 국가의 통제는 결과적으로 완벽한 통제를 만들 수 있는가? 역사적으로 보자. 답은 "아니오"이다.


비트코인은 성공할 수 있는 화폐인가? 경제학유시민적으로 보자. 답은 "아니오"이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IT의 발전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경쟁과 도태를 통해서 교통정리가 될 것이다. 꼬우면 포크를 뜨고, 망할거 같으면 하드포크를 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공급량 조절을 할 것이다. 거기에는 수 많은 파생상품들이 걸리게 될 것이고, 선물 거래가 될 것이다. 국가간 금의 이전은 지금도 힘든 일이지만, 암호화폐 이동은 더 쉬울 것이다. 유로화 통합은 브랙시트와 그리스 파산을 불러왔지만, 암호화폐는 ... 음... 불러올 수도 있겠군. 아니 뭐 그런건 아니고, 다양한 하이퍼인플레이션 국가들에게 구세주가 될 것이다. 금융 거래는 좀 더 확실해 질 것이며, 블록체인 분산 장부의 추적으로 검은 돈을 좀 더 잘 찾아낼 수도 있을 수도 있다. 뭐, 모네로나 다크 코인 같은 애들이 있지만 말이다. 구조는 간단하다. 국제 정치가 비신뢰 게임이고, 만인과 만인의 투쟁이라면, 암호화폐는 그러한 구조를 완벽하게 꿰뚫고 있는 형태이다. 암호화폐는 장기적으로 국제 금융 시스템의 제도적 변경을 가져올 것이다.


비트코인은 못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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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2편이 나올 거 같습니다. 후술한 기술적인 파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필두로 말이죠. 거기다가 시장 규제가 어떤 형태를 지니게 되는지, 어떤 2개의 시장을 만들어내고, 이게 어떤식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예전에 공부했던 게임이론 쪽 이야기를 해야할게 될 거 같습니다. 재미있는 주제죠 :)

  1. 모파상 2018.01.21 12:34

    Bengi님, 글이 좋아, 사커라인에 퍼갔던 사람입니다. 댓글이라도 달았어야하는데 죄송합니다 ㅠㅠ. 그 부분에선 미처 생각못했습니다 ㅠㅠ

  2. JTBC 2018.03.07 22:15

    나오고계시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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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 16. 13:28 - Bengi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별개의 것일 수 있는가?

정부건 트위터리안이건 많은 곳곳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서로 다른 기술이거나 서로 떼어놓고 볼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분명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다른 층위의 물건이긴 하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상호 신뢰가 불가능한 제3자들을 집합 내에서 "신뢰"를 이끌어내는 컨센서스(합의) 시스템이고, 암호화폐는 이러한 컨센서스 기반으로 작성된 장부에 존재하는 숫자들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를 하는 것은 블록체인의 컨센서스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컨센서스를 이루고, 암호화폐 장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디스크와 대량의 컴퓨팅 파워가 소모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무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형태의 시스템이 아니다.


외계의 지적생명탐사(SETI)를 생각해보자. 지구 밖 전파들을 분석해서 외계인이 내보낸다고 추정되는 신호들을 찾아내는 프로젝트였던 SETI는 슈퍼컴퓨터 하나로 처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였다. 이에 따라, 여러 연구소들의 컴퓨터들을 묶어서 대량의 신호들을 처리하였고, 결국에는 민간 컴퓨터들에서도 이러한 신호 분석을 할 수 있는 SETI@Home이라는 프로그램을 내 놓게 되었다. 수 만 명 이상의 자발적인 자원자들이 자신의 컴퓨터의 유후 시간을 외계 신호 분석에 투자를 하였고, 현재까지도 SETI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진행 될 수 있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SETI를 들어본 적도 없을 것이며, SETI@Home을 집 컴퓨터에 깔아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일단, 깔아 놓는다고 해 놓더라도 내가 이 프로젝트를 도와준다고 해서 엄청나게 큰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얻는 것도 아니고, "최초의 지적 외계 생명체"의 신호를 분석한 컴퓨터의 주인이라는 명예를 얻을 수 있을 확률도 엄청 낮다. 그냥, Geek한 컴퓨터광이나, 물리학도나, 천체학도나 관심을 갖고 연구실이나 사무실 컴퓨터에 깔아 놓는 정도로 끝날 가능성이 제일 크다.


uTorrent, 프루나, 당나귀, 냅스터... 수 많은 P2P 서비스는 어떤가? 여기서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파일 공유들은 인터넷 트래픽의 수 퍼센트에서 수 십 퍼센트까지 차지하면서 끊임 없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토렌트를 예를 들자면, 한 유저가 파일을 다운 받기 위해 토렌트를 돌리는 순간, 받은 파일들의 조각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가 된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파일을 받는 대가로, 자신의 네트워크 대역폭과 하드디스크 공간을 남들에게 빌려줘야 하는 의무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는 토렌트가 끝까지 살아남게 되는 큰 유인을 제공했다. 자기가 원하는 것 (불법 공유 영화, 포르노, 상용 소프트웨어, 리눅스 배포판 등등...) 을 받기 위해, 자신 또한 그에 대한 댓가(파일 공유)를 제공해야한다는 것이다. 파일을 다 받고 토렌트를 삭제하고, 끔으로써 이러한 행위를 중단할 수 있지만, 파일을 받는 그 시간 동안에도 충분히 많은 공유가 일어났고, 이 공유를 통해 다른 파일 다운로더가 바톤을 받고 파일을 공유하게 되는 끊임없는 릴레이 경주가 일어나게 된다.


SETI와 토렌트의 차이는 여기서 온다. SETI@Home은 이 세상 사람들의 대부분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되지 못했지만, uTorrent는 성공적으로 각 가정의 컴퓨터에 침투하였고 거의 표준화된 파일 공유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것이 상당히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일일지라도, 개인의 이기심들이 모여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이기주의자들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도 비슷한 맥락에서 토렌트와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다. 블록체인은 신뢰할 수 없는 제3자들이 어떤 합의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컨센서스 시스템이라고 앞서 말을 하였는데, 이러한 컨센서스를 이루는 데에는 컴퓨팅 파워와 저장공간이 필요하다. 제3자들은 이러한 자원들을 공짜로 나눠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전기세,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서 딴 일을 했을 때의 기회 비용, 초기 하드웨어 비용, 임대료(혹은 땅값), 감가상각 등등 수 많은 것들이 고려 사항으로 들어갈 것이며, 이를 고려해서 나온 비용을 상쇄할 만한 수익이 나지 않은 이상 블록체인을 유지하려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비트코인이 제시한 방법은 블록체인의 유지에 대한 보상을 암호화폐로 제공을 하기로 한 것이다. 채굴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블록체인을 계속 증식해 나가는 과정을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주고, 그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팔아 현금화하거나 거래를 함으로써 금전적 인센티브를 얻게 되고, 이는 지속적으로 블록체인 시스템을 유지하는 채굴 과정이 유지되도록 하는 거대한 사이클을 만든 것이다.


이 덕분에, 블록체인 기술이 크게 주목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채굴이라는 과정과 메이저 암호화폐에 부여된 수 백 만원에서 수 천 만원의 가치 덕분에 암호화폐는 아르헨티나의 1년치 전기 사용량에 맞먹는 전기와 그에 맞먹는 컴퓨팅 파워를 사용하는 괴물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암호화폐의 가격이 떨어진다면 채굴 과정의 채산성이 떨어질 것이고, 이러한 채산성 문제로 인해 채굴 풀의 사이즈가 작아질 것이다. 이러한 채굴 풀의 사이즈 축소는 덜 분산화된 장부 시스템으로 귀결된다. 이는 블록체인이 자랑하는 "완전 무결한 신뢰 없는 거래"라는 모토를 박살 낼 가능성이 크다. 현재 PoW 방식에서는, 컴퓨팅 파워에 의해 신뢰를 구축하게 되는데, 컴퓨팅 파워가 점점 약해진다면 특정 세력에 의해 (51% 공격이라고도 불리우는) 좌지우지 될 수 있는 형태를 띄기 때문이다. 이는 PoW 방식이 갖고 있는 제일 큰 문제이고, 현재 통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갖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PoS나 PoI 같은 대안적인 방법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PoW를 채택하고 있는 다량의 암호화폐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하드포크를 통한 블록 생성 방식의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세그윗에 반대해서 나온 비트코인캐쉬나, 슈퍼다오 하드포크로부터 분리된 이더리움 클래식이나, 그냥 갑툭튀한 비트코인 골드까지,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궁웅할거 상태이고, 블록체인 또한 그러하다.


결국 퍼블릭 블록체인은 비탈릭이 말한대로, 기술적으로 완성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의 집합이 유의미한 신뢰를 내 놓는 과정에서 과열된 경쟁은 극단적인 암호화폐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왔고, 이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자체에 피해를 입힐 수도 있는 (암호화폐 금지나 가격 규제 등등) 선택을 해야만 한다.


어 잠시만, 그렇다면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경우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사실 블록체인이 데이터베이스랑 다를 바가 뭔지 하나도 잘 모르곘다. 사실 Git의 버전 관리랑 비슷할 뿐더러, 쓸데 없이 해싱 파워 갖고 컴퓨팅을 하고 앉아있는데, Hash 값을 이용한 파일 무결성 검증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기술이다. 블록체인만이 갖고 있는 특수한 기술이 아닐뿐더러, 데이터베이스 관리만 제대로 하면 될 것을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라는 거창한 말을 왜 써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_-a...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제일 큰 특징은 탈 중앙화나 무정부주의적 특징일텐데, 실제로 이러한 특징을 뺀다면 블록체인은 일반적인 분산 저장 시스템이나 일반적인 컨센서스 시스템과 다를 바가 하등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암호화폐라는 인센티브가 없다면 퍼블릭 블록체인이 널리 퍼질 이유도 없으며,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기존 시스템과 다를 바가 하등 없다는 것이다. 결국, 암호화폐의 몰락은 블록체인의 몰락과 동치일 것이다. 인센티브의 세상에서는.


  1. 저는 문과 출신인데 2003년인지 4년인지 SETI프로그램 알게 되고 나서 저희 과방 컴퓨터에 세티앳홈 다 설치해놨더랬죠 ㅎㅎㅎ 그 때는 블록체인이라 하지 않고 그리드컴퓨팅이라는 말을 썼던 것 같은데 요즘 블록체인 얘기를 듣다보니 뭐가 다른건가 싶어서 검색해 들어오게 됐습니다. 대략적인 건 같은 것 같네요. 쓰신 글 잘 읽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bengi.kr BlogIcon Bengi 2018.01.26 17:23 신고

      세티엣홈 쓰셨던 분 진짜 오랜만에 보내요 ㅋㅋ 제 동기들이나 물리학과 친구들 중에 진짜 극소수만 썼는데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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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28. 00:45 - Bengi

스타트업에서 몰입하게 만든다는 것

사실 많은 -많다고 해봤지만 정확히는 열 몇 명 정도의 대표라는 직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봐왔을 때, 인센티브의 개념과 자신이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봐왔었다. 특히,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왔던 사람 (정확히는 그 때까지 살아남은 사람)과 갓 스타트업이나 회사를 꾸려가는 사람들의 시점과 관점 차이는 상당히 명백해 보인다는 느낌이 강하다. 후자의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자아 도취적이며, 그 억누를 수 없는 고양감은 결과적으로 회사가 운영되는데 있어서 큰 잘못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듯하는 것 같다.


뭐, 각설하고. 개인적으로 "대표"라고 부르는 사람이 하나 있다. 뭐 예전 (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적이 있기는 한) 스타트업의 공동 대표였던 그는 "왜 주변인들이 일에 몰입을 하지 못하는가"라는 이야기를 계속 나에게 하였다. "왜 그 사람들은 왜 이렇게 중요한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 사람들은 왜 이렇게 위대한 일을 기쁜 마음으로 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딴 공동 대표가 말한 무급으로 일하는 상황을 타개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하나도 이해를 못한다던가. 이런 것들의 연속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자신이 을의 입장이나, 혹은 자신이 타인이 왜 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함을 하나도 가져보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자신이 만들고 있는 제품에 콩깍지가 씌여서 이 제품이 정말로 일획천금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들도 종종 본 적이 있다. 뭐 어쨌든, 공동 창업자건, 같이 일을 하는 사람이건, 직원이건 모든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이러한 인센티브는 단일할 형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무급으로 사람을 일하게 하면서, 이 제품이 성공하면 우리 모두 지분대로 돈을 엄청 벌 꺼야라는 말을 매번 -그것도 투자 실패할 때마다- 하는 대표라는 작자를 보면서, 아니면 제품 프로토타입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이 성공한 마냥 구는 행동을 보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의지가 깍여나간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니면, 지금 타인의 귀한 시간을 투자하면서, 커리어와 월급과 거기다 현재라는 소중한 자산을 투입해 나가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뭐 같이 일 했으니 자신의 꿈이기도 하지만 같이 일하기도 한 사람의 꿈이라는 말이라는 대꾸를 할 수도 있곘다.


대부분의 직원, 혹은 같이 일하는 동업 관계의 사람들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면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으며, 이 제품이 어느정도 성공할 수 있으며, 어디쯤에서 발을 빼야할지에 대한 감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 아무 생각 없이 친한 친구가 요청해서 같이 일하기로 했다던가, 아니면 초반에는 급격하게 성장하고 홈페이지도 만들어지고 뭐가 나올 거 같으니까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다가 슬럼프 기간에 들어서면서 점점 열정을 잃어가던가, 아니면 6개월 동안 통장이 텅장이 되가면서 가족들의 회유와 번듯한 직장 잘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서 점점 회의감이 든다던가, 기술력 부재로 인해 지속적으로 과도한 잡무와 자동화안 된 단순 업무를 반복하게 되는 경우들을 계속 겪다보면 사람은 변하게 되어있다. 처음에는 같은 꿈을 꾸었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현실을 직시하고 다른 더 안전한 미래를 원하는 경우도 많다. 일획천금을 바라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적당히 나의 인생을 한 번 걸어볼 만한 작은 도박 (혹은 일탈) 정도로 생각하고 들어온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반 회사보다 이렇게 사정이 열악할 줄 모르고 들어온 친구들도 많다.


관계를 유지 시키는 것은 대부분 화초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외부의 요소들을 신경 써야할 때가 많지만, 그렇다고 집 안에 있는 화초들에게 물을 제 때 안 주거나, 볕을 제대로 안 쪼여주거나, 혹은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부터 시들시들해지다가, 결국 죽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뭐 이럴 때, 깊은 반성을 하면서 새로운 (잠시만 뭐?) 화초를 하나 사서 다시 키우면 그나마 괜찮지만, '까탈스러운 화초를 사서 그래, 선인장 같이 굳센 걸로 사야했을 껄'이라는 후회를 하고, 가게에 가서 "오래 버티는 걸로 주세요."라는 말을 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본 것 같다.


사람들이 일에 몰입하게 하고, 공통된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계속 자신이 갖고 있는 목표와 타인이 갖고 있는 목표들을 타협해 나가는 것과, 타인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고려해서 회사를 운영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다 정 안 맞으면 새로운 팀원을 구하는 것이겠지만, 사실 이런식으로 팀원을 갈아치우게 된다면, 계속 팀원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제일 편한 방법은 역시나 돈이라는 강력한 인센티브이다. 자기가 싫은 일이어도 충분히 돈만 받으면 어느 정도 (자기 한계 이상으로는 안 하지만) 아웃풋을 내 줄 것이며,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별로 WBS나 일정관리만 제대로 한다면 제대로 된 산출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적은 돈을 주고 사람을 일하게 하는 것과 무급으로 일하게 하는 것은 정말 큰 차이를 보이는데, 후자는 나는 너를 위해 봉사를 한다는 느낌이 강할 뿐더러, 특히 위계나 명령보다는 수평적인 관계나 설득에 가까운 형태로 사람을 다뤄야한다. 뭐, 돈을 준다고 해서 위계질서 세우고 그런 건 전혀 안되지만, 돈이 없다면 해야만 할 것을 시키는 것조차도 불가능 할 수 있다는 것을 계속 명심해야한다. 돈 주고 어느 정도 퀄리티 나오는 홈페이지를 좀 무리해서 만들어주세요는 씨발씨발 거리면서라도 만들게하는데, 돈도 안 주고 프론트+백엔드 제대로 되고, IE부터 크롬, 모바일 각종 해상도 다 맞춰서 1달 내로 해주세요. 이딴 소리를 한 2~3번 들으면 그냥 때려쳐 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할 걸지도 모른다. 비유가 너무 심했나...? 뭐 근데, 다 겪은 일이라서... 하하...


아니면, 돈이 없으면 지분을 줘야한다. 하지만, 지분보다는 좀 더 명확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지분이 종이쪼가리로 변할 확률은 거의 95% 이상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주식 HTS 키면 나오는 동전주보다 가격이 쌀 확률은 나머지 5%의 98% 정도 될 것이다. 음 그러니까 대충 0.02% 정도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확률이라는 것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투자와 배당이다. 투자를 억 단위로 받고, 월급을 제대로 3개월이나 6개월 이내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을 하던지 (특히 VC나 투자처와의 상황을 문서화하거나 칸반보드에 정확히 써두는 것이 싸움 덜 생기게 하는 방법이다) 투자 진행 상황을 명백히 알려야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국책 사업이나 각종 국가 기관 끼고 하는 투자들을 노려서, 상금이나 지원비를 받고 (현금화 할 수 있는) 노트북이라도 3~400만원짜리 하나씩 쥐워주는 것이 사기를 다시 높이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맥북 프로 풀옵션이나 각종 모니터 등등 장비들 갈아치워주는 것도 뭔가 희망고문스러우면서도 계속 일하는 동기를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 안정적인 생활이다. 9 to 6나 10 to 5를 무조건적으로 지켜야하고, 식대 같은 건 지원을 기본적으로 해주고, 될 수 있으면 교통 비용까지 지원하고, 주말이 있고 저녁이 있는 안정적인 삶을 보장시켜야한다. 사람 없어서 죽을 거 같은 스타트업에서 그런 사치를 부릴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 보통 일이 없을 시즌이 분명히 있고, 투자 때문에 붕 뜬 시기가 분명히 있을 경우가 많다. 이럴 때, 꼭 대표 욕심으로 열심히 일하는 우리, 몰입해서 일하는 우리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람 노는 걸 못 보고 쪼고 있어도, 또 그렇게 사람이 이탈해나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급할 때에는 양해를 구하고 급하게 운영해야곘지만, 쉬어야할 때에는 분명히 쉴 수 있어야한다. 사람은 24시간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며, 심지어 기계도 1~2시간씩 점검 받으면서 쉰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투 잡을 하건 쓰리잡을 하건 냅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실 돈이 없으면 외주를 하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보통 주말이나 업무 끝난 상황에서 일을 하는 경우들이 많은 편이다. 앞서 말한 제대로 된 시간 보장 이런 것들을 충분히 지킨다면 이런 문제들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그리고 월급 제대로 주기 시작하면 외주를 그만둘 확률이 큰 편이지만, 어느 순간 외주 하던게 본업이 되고 본업이 외주가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 사람이 돈을 안 받고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런 행동을 막는 행위 자체가 바로 회사에서 이탈하게 되는 주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솔직히, 애정을 갖고 있으니 회사를 바로 안 때려치고 외주해서 밥 값부터 교통비까지 다 자기가 내면서 회사 일을 무상으로 하는 것인데, 감사를 하면 감사를 해줘야했지, 이것에 대해 짜증을 내면 안된다.


어쨌든 장기 마라톤을 달릴려면, 사실 몰입이라기보다는 체력 분배와 천천히 꾸준하게 달리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투자가 1년 365일 있는 것도 아니고, 특정 시즌에 피크를 찍고, 1개월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열리는 각종 투자 행사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런 안배와 제품 개발 일정 조절을 제대로 해야할 중요성은 더더욱 커진다. 사실 마라톤도 엄청난 몰입 아닌가. 42.125 km를 쉬지 않고 뛰면서, 자신의 근육부터 수분까지 각종 상태들을 계속 체킹하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린다는 거 자체가 아주 힘든 싸움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처음에 남들보다 좀 늦춰졌다고 속도를 내거나, 중간에 스퍼트를 하거나, 점점 뒤쳐지는 걸 인지하지 못하거나 이런 행위 모든 것이 몰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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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20. 18:42 - Bengi

스타트업 힙스터 생활 1주년

아, 사실 1주년이 되지는 않았다. 대충 11개월 하고 몇 일 정도 된 거 같은데, 11개월이나 12개월이나 그게 그거인 거 같고, 연애 기념일 챙기는 것도 아니고 날짜 하나하나 세서 챙겨줘야할 것도 아니고, 축하할 일도 더더욱 아닌 거 같아서 그냥 11개월에서 반올림해서 1주년이라 적어버렸다. 뭐, 그리고 11개월이나 12개월이나 이미 배울 건 다 배우고, 느낄 건 다 느꼈으니 뭐 글의 내용도 바뀌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기도 하고.


원체 별 생각 없이 시작한게 스타트업이었고, 장기적으로 해보면서 느끼는게, 그냥 열정적으로 뭘 할 시간에 내 커리어나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 딴 걸 하던지, 대학원이나 다니던지, 아님 그냥 제대로 된 기업에서 일을 하는게 오히려 낫지 않나 싶다는 생각을 매 시간, 매 분, 매 초마다 해왔던 것이다. 스타트업이라는 미명아래 용서 받을 수 없는 것들에 면죄부를 주는 것들을 보면서, 스타트업은 일종의 사이비 종교가 아닌가 싶은 의심이 점점 짙어진다. 사이비 종교에서 제공하는 단체 합숙, 공동 생활, 개인 자유의 부재, 강제 되지는 않지만 강제성이 충분한 십일조, 노예 노동, 매 주 마다 있는 회개 시간과 고해성사, 점점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신도들, 말빨 괜찮은 교주님, 그리고 구원 받으리라는 믿음을 보라.  그 믿음 아래,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새 절망의 구렁텅이로 서서히 빠져든다.


미담이라고 전해져 내려오는, "스타트업 보육원에서 대충 매트 (라꾸라꾸면 돈 있는 회사다ㅋ) 깔아 놓고, 겨울에는 전열기 3~4개가 윙윙 돌아가면서 냉기를 간신히 몰아내고, 여름에는 선풍기가 뜨듯한 공기를 순환시키는 곳에서 잠을 청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와 라면이 반겨주고, 점심은 대충 어디서 시켜 먹던지 한솥 도시락을 먹고, 저녁은 짜장면이나 시켜먹는 생활이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성공해 있다!"라는 스토리가 여기저기 올라오고, "청춘이니까 아프다." (정작 아파 죽은 청춘은 생각도 안하지) 라는 말을 하면서, 대한민국 붉은 네온싸인 십자가가 이곳 저곳 박히 듯이 스타트업 보육 센터들이 생기고 있다. 법인 등록 비용은 대충 창조경제혁신 센터의 도움을 받아 받고, 돈을 쪼개서 각자 1~20만원 씩 법인 통장에 입금을 하고, 지분을 나눠 갖는 것으로부터 신성한 스타트업이 시작된다. 사실, 그 전에 BM이라던지, 아이디어라던지, 프로토타입 정도는 나와있어야겠지만, 요즘은 MVP 모델에 의거해 일단 부딛혀보고, 점점 수정하면 어떻게든 성공하리라는 믿음이 만연해있다.


이렇게 해서 성공한 기업은 별로 없다. 대부분,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없으니 제대로 된 개발자를 구하지도 못하고, 운이 좋아서 지분 주고 무급으로 사람을 돌린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지쳐서 떠나는 건 기본이다. 거기다 회사 자본이 떨어지면, 돈을 C레벨 (이라고 해봤자, 지분 조금 쥐고 무급으로 열심히 노동을 하는) 임직원들에게 조금씩 모아 증자를 하건, 투자를 하건, 뭘 하건 간에 회사가 다시 돌아가도록 만든다. 사실 이런 지경에 오면, 어느 순간부터 일정 관리라는 이름 아래, 매주 고해성사를 시키기 시작하는데, 사실 자발적인 것도 아니고, 내가 널 신뢰를 못하겠으니 너의 모든 일정을 나에게 보고하라는 식의 연장선상일 뿐이다. 거기다 분명 데드라인은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계산을 해서 나온 거 같은데, 잠 잘 시간을 고려해야한다는 걸 잊어먹은 듯하다. 그래도, 제품이 나오면, 투자를 받고, 월급도 받고, 스톡 옵션도 열심히 지르고, 지분이 이제 장외에서 주 당 20만원에 거래가 될거라는 헛된 희망 속에 오늘도 일을 하지 않는가 싶다.


이게, 미담이랍시고 나오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아니, 뭐 투자 받은데는 제대로 된 사무실도 갖고 있을 거고, 식대도 있을 것이고, 스톡 옵션도 제대로 줄 것이며, 정시 퇴근을 할 것이며, 매주 회의 시간에 있는  "회개의 시간" 대신 제대로 된 일정 관리 툴이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 기업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있던가. 그리고, 그런 기업들은 이미 회계 장부를 까보면 흑자를 내고 있고, 기업 운영이 어떻게 되나 들여다보면 제품 개발보다는 유지 보수나, 차기작 개발에 매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게 내가 다니는 스타트업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아 그래, 솔직히 말하자, 그런 스타트업이 절대 아니였으면 좋겠다. 일정 관리 안되고, 투자 제대로 못 받고, 식비 내가 직접 계산하고, 그리고 지분 받고 일하는 건 부정을 못하겠다만, 음... 그래 옆에 2개월 만에 공중 분해된 저 팀보다는 괜찮지. 3개월 만에 방 뺸 저쪽 보다는 괜찮지. BM도 없는 저기보다는 미래가 있겠지... 음... 생각해보니 우리는 BM 있던가?


회사가 제품을 생산하려면 돈이 필요한다, 돌을 빌려주겠다는 사람도,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도, 지분을 사겠다는 사람도 모두 다 제품이 생산이 될 때 보자고 한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스타트업을 하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사무실에서 잠 자고, 월화수목금금금 밤을 새고, 일정에 쫒겨 사는 것도 이해가 될 수도 있다. 근데, 이런 행위들의 보상은 정말 올 것인가? 생각하는 것과 동일한 형태로 나올 것인가? 대부분 그렇지 못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BM이건, 소비자 반응이건, 실 제품이건, 대부분 공상으로 끝난다. 초기에 자본금 들고 들어가던지, 회사에서 일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일을 시작하지 않은 이상,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시작선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선에 도달하지 못하는 팀이 우리 뿐인줄 알았는데, 주변에서 열 댓 팀이 대부분 비슷한 경로를 거쳐 비슷하게 망하게 되는 것도 재미있다. 적당한 아이디어로 심사 통과 후 보육원 입주, 개발자 구인 실패 (혹은 구인 했으나 개발자 혼자서 개발을 다 함), 실제 시장 조사를 안하거나 소비자의 반응이 예상한 것과 다르게 나옴, 결과적으로 제품 개발에 차질이 생김, 투자를 받아야하는데 매번 2차나 최종에서 떨어뜨려버리는 지원 사업과 VC, 이런 것들을 겪다보면 사실 그 누구라도 지치지 않을 수가 없다. 뭐 제일 잘못한 건 성공하지도 못 할 한심한 아이디어로 창업 보육 센터에 들어간 CEO가 책임을 져야겠지만, 그것을 승인해주고,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해주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박수쳐준 주변 사람들의 책임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냥 CEO가 무능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 했을 것이다. 적당히 유능해서, 이렇게 된 것이지.


스타트업은 힙스터질이다.

  1. lestock 2017.11.27 20:43

    힙스터질 1.5년 되갑니다 저도 무능한 스타트업 교주입니다.. 교인은 없는데도.. 오늘도 혼자 회사규정 만들면서 단꿈에 젖어있네요..

    • Favicon of https://bengi.kr BlogIcon Bengi 2017.12.28 01:01 신고

      곧 잘 되시겠죠. 사실 구인과 투자라는 고비만 넘긴다면 해볼만한 게 스타트업인 거 같습니다. 그 고비가 너무 길고 힘든 거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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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10. 06:58 - Bengi

아 그래 백업 좀 안 될 수도 있지!

티스토리 블로그에 글을 안 쓰게 된 지도 거진 1년 정도가 되어가는 거 같은데, 일단 백업 기능이 없어졌다는 것과 티스토리가 슬슬 폐쇄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이럴 바에는 좀 더 자유도가 높은 텍스트큐브로 넘어가던지, 아님 더 나은 서비스로 이동하던지를 고려를 하다가 결국 시간이 났을  때 대규모 이전을 할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사람 생각대로 되는게 아니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AWS 3년 약정하고, 마리아 DB깔고, NGINX + PHP7.0-FPM 조합으로 서버를 돌릴려고 보니, 텍스트큐브 메인테인이 실질적으로 2013년부터 끊겨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는 건 둘째치고, 텍큐 공식 사이트에 설치 방법조차 제대로 적혀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고 엄청 당황을 했다. 티스토리가 (정확히는 다음카카오가) 브런치도 만들었겠다, 이 서비스 종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백업 기능 죽여놓은 줄 알았는데, 진짜로 2013년부터 메인테인이 안되서 백업 기능 같은 거 의미도 없으니 죽여버릴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_-;


사실, 티스토리의 장점이라고 여겼던, 백업/복구 기능도 완벽히 사라진 마당에 계속 이 서비스를 쓸 이유는 없지만, 제일 애착이 가는 녀석이었기도 했고, 아직 대규모 업데이트를 할 여력이 남아있기도 하고 (관리자 페이지 바뀐거 보고 많이 놀랐다) 그리고, 정말로 서비스 종료를 하게 된다면 그 때가서 다시 백업을 해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 아래, 다시 여기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아마, 책과 시사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하겠지만, 가끔가다 개발 이야기도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블로거들이 하는 일들 중에서 제일 부러웠던게 매주 읽을 만한 글들 찾아서 큐레이팅을 하시는 분들인데, 아마 나도 이런 큐레이팅을 좀 해보려고한다. 개발 관련 말고, 책이나 외신이나 아님 그 외 재미있는 글들을 찾아서.


p.s. AWS의 경우 인스턴스 비용 뿐만아니라, 아웃바운드 트래픽, 디스크 공간에 비례해서도 요금이 나가는 상황이라 트래픽 폭탄이라도 맞으면 진짜 끝장난다는 걸 몸소 체감하고 있다. CDN 붙이고, DDoS 솔루션 붙이면 된다고는 하는데, 역시 타 서비스보다는 분명히 돈 많이 쳐 먹는 건 사실이다.


p.s.2. 3년 약정한 AWS는 그냥 개인 스트리밍/게임 중계 서버로 써야하지 않나 싶다. 아마 각종 사이드 프로젝트가 정말 많이 올라갈 예정 (이미 졸업 프로젝트도 거기서 작업하고 있기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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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0. 22:24 - Bengi

와글 시민의회 대응에 대한 비판 : 나는 우리가 아니고, 우리는 내가 아닙니다.


정치 스타트업이라고 주장하는 와글이라는 곳에서, 박근핵닷컴을 만들고, 그 이후 좀 더 대담하게 시민의회라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시민들을 대표하는 (?) 시민 대표를 뽑아, 무능한 국회의원들을 대신하여 뭔가를 해보자라는 주장을 하였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사실, 탄핵안 가결이 된 이 상황에서 시민 대표를 뽑을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민 대표라고 추천된 사람들이 이정희 전 국회의원이라던지 (...), 유병재 코미디언이라던지, 김어준 기자라던지 뭐랄까 그 "정말로 시민의 대표를 할 수 있는가?"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이 조차도 와글에서 골라낸 사람들이지, 넷티즌이 직접 추천을 하는 형식도 아니였죠. 뭐, 그러니까 완벽하게 자발적으로 추천과 투표가 가능했다면 그나마 말이 적었겠지만, 일단 와글에서 적합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필터링해서 뽑아낸 리스트에서 뽑은 사람들에게 투표를 하는 형태였고, 심지어 이 후보군에 속한 사람들은 사전 통보도 받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시민의회 사용설명서" 페이지에서 "시민대변인이 부담스러워요! 문의사항의 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시민대변인에서 지워드립니다."라는 말을 적어놨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저런 항의가 들어오면 여러분이 직접 참여하면 된다고 대답을 하고 있는 와글 페이스북 페이지나, 우리와 나를 헷갈려하는 대표님 등... 뭐, 여러모로 총체적 난국인 거 같습니다만, 이 글에서 언급할 필요가 없는 거 같고, 와글 공식 페이지와 대표님의 글이 계속 눈에 밟혀서 첨삭을 좀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별 영양가가 없는 글이긴 합니다. 솔직히, 주장과 근거는 별로 없고, "우리는"으로 시작해서 "우리는"으로 끝나는 글이고, 감정을 이입해서, 열심히 우리 플랫폼을 이용해달라는 의미로 작성했다는게 뻔히 보이는 그런 류죠. 다만, 몇몇 인과 관계의 오류나 잘못된 근거, 단어의 오용 같은 거에 집중을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토요일에 광화문에서 약속을 잡고, 집회에서 차벽에 스티커를 붙이고, 창문에 박근혜 퇴진 플랜카드를 걸고, 나라를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청문회를 보며 화가 나고, 처음으로 시국 선언에 참여하고, 1시간 동안 머리를 했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젓고, 안 보던 뉴스를 밤마다 챙겨보고, 우리를 대표한다는 국회가 우리의 뜻을 대표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입니다.


별로 할 말은 없지만, 뭐 여기에 첨언을 하고 싶은건 처음으로 시국 선언에 참여하지도, 뉴스를 안 보지도 않았다는 걸 태클 걸고 싶네요.


우리는 직장인이고, 우리는 학생이고, 우리는 주방 노동자이고, 우리는 목수이고, 우리는 바리스타이며, 우리는 작가이고, 우리는 교사이자, 우리는 사회복지사이고, 우리는 문화기획자이며, 우리는 자영업자이고, 우리는 직접 우리를 대표하는 시민 의회를 만들자고 제안한 1,141인이자, 손에 입김을 불며 광장에 나선 230만명이고, 더 나은 이 곳을 바라는 5000만명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우리는 (명사)이고, 우리는 (명사)이고, 우리는 (명사)이고.... 를 반복하다 갑자기 "우리는 직접 우리를 대표하는 시민 의회를 만들고자고 제안한 1,141인"과 "광장에 나선 230만명"과 "더 나은 이 곳을 바라는 5000만명"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뭐, 시적 허용 정도로 생각하면, 상당히 아름다울 구문 일 수 있으나, 1,141명과 230만명과 5000만명이 똑같은 사람은 아니지 않나 싶기도하고 뭐 그렇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어떠했나요? 우리의 뜻을 대변하기 위해 우리의 표로 당선된 국회가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고 있나요? 국회가 우리를 위한 법을 만들고, 우리를 위해 예산을 집행하며, 우리를 위해 일하고 있나요? 230만명이 거리에 나와 우리의 뜻을 직접 전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박근혜 퇴진, 그리고 박근혜 게이트 관련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처벌이라는 가장 단순하고 명료한 요구에도 충분히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일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우리와 너희를 구분하기 위해서 앞에서 상당히 큰 무리수를 뒀다는 걸 첫 대목부터 알아볼 수 있죠. 그러니까, 우리 (실제로는 와글) 입장에서 국회를 공격함으로써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뭐, 국회에서 계속 법이 통과되고 있고, 성역 없는 수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예산을 매년 집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왜곡하는 건 둘째치고 말입니다.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합니다.


또다른 재미있는 포인트입니다. 뭐 간단한게 해석하면, "숟가락 얹기 좋아보입니다. 그래서 와글이 합니다." 정도로 봐야하지 않을 까 하는데, 대표적인 범주 착오 오류입니다. 우리를 재정의하고, 중간에 (전혀 그렇게 교묘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어쨌든) 바뀐 의미를 넣는거죠. 여기서의 우리는 분명히 "와글"입니다. 그리고, 이 이전의 우리는 정의되지 않은 그 무언가죠. 1141명인지, 학생인지, 230명인지, 자영업자인지, 5000만명인지 모르겠는 그런 우리 말입니다.


국회가 하지 않으니, 우리가 직접 의회를 만들어 우리의 뜻을 전하려 합니다.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직접 논의하고자 합니다. 방송인 김제동, 작가 김훈,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을 비롯해 목수 최봉수, 바리스타 김경준, 주방 노동자 최병집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무려 1,141인이 시민들이 직접 시민의회를 만들자는 이 제안에 동참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와글에서는 온라인 시민의회 플랫폼 (http://www.citizenassembly.net)을 개설했습니다.


사실, 이것도 의문이 드는 것이, 1,141명이 동참하였다고 하는데, 실제로 사이트 내 후보로 올라온 사람의 숫자는 그보다 적다는 겁니다. 사실 1,141인이 어디서 온 숫자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온라인 시민의회 사이트는 시민들이 직접 시민 대표를 추천하고, 또 시민 대표 선출을 위해 투표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또한, 시민대표를 어떻게 선출할 것인지, 누구를 뽑아야 마땅한지, 구성된 시민 의회의 운영 원칙과 역할은 어떠해야 할지 누구나 토론방에서 토론 과정에 참여하여 결정할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입니다. 또한, 우리의 삶을 우리가 결정하고자 고민하는 ‘숙의 민주주의’의 장으로서 기능할 것입니다.


또다른 문제가 있는데, 시민 대표를 선출하는데,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이라고 하는 건 상당히 어폐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대표를 뽑는 행위 자체가 대의 민주정치를 한다는 의미에 가깝지 않나합니다. 거기다, 지금의 "우리"는 단순히 국회의원만 뽑는 것이 아닌, 시위나 집회도 하고, (뭐 일단은) 자유롭에 이미 인터넷을 통해서나, 대자보를 붙이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의견을 표출하고, 의견을 수렴해왔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부분들을 다시 재발견하고, 새롭게 제공하는 것처럼 말하면서, 기존의 것들과 와글의 대안을 비교를 하는데, 솔직히 와글이 제시하는 건 기존의 모델과 하등의 차이가 없습니다.


현재 온라인 시민의회 사이트에서는 우리들의 뜻을 전달할 시민 대표를 추천 받고 있으며, 현재 추천을 통해서 21명의 시민 대표 후보가 올라와 있습니다. 시민 대표 후보에는 지난달 5일 집회에서 “저를 위해 피땀 흘리며 일하지만 사회로부터 개돼지, 흙수저로 취급받으며 사는 부모님”에 “더 나은 내일과 미래를 주기 위해” 무언가 해야만 해서 나왔다며 자유발언대에 올라 화제가 된 대구 송정여고 2학년 조성혜 후보, 창업한 회사가 커지면서 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개발자이자 경영인인 송재경 후보, 기생충이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에 감명을 받아 기생충학을 전공했다는 서민 후보 등이 등재되어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민의회 대표단은 오는 16일까지 후보 추천을 받고, 19일에 구성될 예정입니다.


이 부분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16일까지 추천을 받고, 19일에 구성될 예정입니다. 라고 하였는데, 이것을 "우리"는 분명히 동의한 적이 없을 텐데 말이죠. 모든 건 와글이 결정하는거지, 시민이나 넷티즌이 결정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죠. -_-a


여러분의 참여를 통해 선출된 온라인 시민의회 대표단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렴된 우리의 이야기를 청와대와 정치권, 사법부, 언론기관에 전달하고, 압박할 예정입니다. 이 시민 대표가 누가 되느냐, 전달할 우리의 뜻은 무엇이 되어야 하느냐, 뜻의 전달과 정치권에 압박은 어떻게 할 것이냐, 이는 모두 참여하는 우리, 이 글을 보는 당신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이는 모두 참여하는 우리, 당신의 손에 달려있습니다."라는 말이 아주 의미심장해요. "참여 안 하면 우리가 아니다, 너네다"라는 걸로 읽힐 수도 있고, "당신이 참여 안해서 망하면 당신 탓이야"라는 걸 암시하기도하고, 상당히 저열한 수사일 것입니다. 거기다가, 압박을 가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를 하지 않았죠.


이야기 하는 우리, 실세가 됩니다.

우리, 우리의 손으로 나라를 바꿉니다.


사실 이 부분은 이미 광화문 광장에 나온 사람부터 방송국, 언론인까지 이미 하고 있는 거죠. 와글이 새롭게하는 건 아닐겁니다. :P



이제 이진순 와글 대표의 글로 넘어가봅시다. 사실 와글 페이스북 페이지 글처럼 전체를 다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고, 부분부분 중요하다고 생각한 곳만 발췌해와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본의가 왜곡되지 않게끔 일부 오해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본래 문제의식을 충실히 전달하도록 표현을 수정하겠습니다. 동시에 근거없는 비방과 음해엔 단호하게 대처하겠습니다.


문제가 될 부분을 삭제한다. 우리를 공격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공격을 할 것이다. : 전형적인 기업의 고자세적인 대처죠. 


제안문에서도 강조되었듯이, 시민대표의 역할은 온라인으로 수렴된 민의를 충실히 전달하는 시민배달부, 대변인의 역할일 뿐입니다. 무보수의 자원봉사자이고 어떤 특권이나 지휘권도 없는 시한부 대변인이라고요. 그걸 돌아가면서 할 수도 있고 추첨으로 할 수도 있고 추천이나 추대로 할 수도 있으니 어떤 방법이 좋을까 하는 점은 지금도 온라인상에서 공개적으로 토론되고 있습니다. 가장 합리적인 의견으로 합의해 나가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성찰과 토론에 입각한 숙의적 민주주의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우리 국민의 저력을 제대로 응축하고 키워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누구나 마이크 잡고, 블로그에 글 쓰고 그러면 누군가는 봐주겠죠. 거기다, 무보수의 자원봉사자이고, 특권이나 지휘권도 없는 시한부 대변인이라고 하는 건 상당히 어불성설일 것입니다. 이미 추천 리스트에 뜬 사람들은 대부분 권력이나 인지도나 여하튼 사회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자신의 발언권을 통해 무언가를 관철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단순한, 일개 시민이 아니라요. 거기다, 그것을 종합적으로 제어하고 있는 플랫폼을 만든 와글도 동일하죠. 만약에 그 사람들이 시한부 대변인 일지라도, 게시판의 관리 권한을 갖고 있는, 의견을 삭제할 수도, 사용자를 차단시킬 수도 있는 와글이라는 스타트업이 있다는 이야기를 빼 놓는건 또다른 문제입니다.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 국민대표들 때문에 시민대표라는 표현에 부담을 가지시는 분들도 계실 줄 압니다. 오해의 여지가 있다면 원래 제안문에 담긴 본뜻대로 시민대변인 혹은 시민총무 들처럼 다른 표현을 쓸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이런 시민대변인이 각 단위별로 지역별로 한 3000-4000명쯤 되서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시민평의회 같은 조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역시 개인의견일 뿐이어서 그에 관한 논의는 시민의회 토론방에서 결정되겠지요마는.


사실, 이 문제는 "커뮤니티 운영자가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해도 되는가...?"라는 꽤 예전부터 이어져왔던 질문과 일맥상통하는 느낌입니다. 아니 뭐, 그래요 좋은 커뮤니티이고, 관리자가 적절히 행동하면 뭐 잘 굴러가겠지만, 관리자 멋대로 운영되다 박살난 커뮤니티가 한 두 개인가요? 개인 의견, 토론방 이런 좋은 미사여구 이전에 이미 관리자한테 기울어진 판이라는 걸 잊으면 안되겠죠.


재삼 강조하고 싶은 건, 온라인시민의회는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민의를 수렴하고 그뜻을 정치권과 특검에 전달하기 위한 시민공론장입니다. 너희가 뭔데 그러냐고요? 우린 그냥 평범한 시민들입니다. 그걸로 부족합니까? 온라인으로 민의를 모아보자고 하는 걸 잘못이라고 하신다면, 그 잘못 계속 하겠습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너희가 뭔데 그러냐고요? 우린 그냥 평범한 시민들입니다."라고 하셨는데, 아뇨아뇨 평범한 시민이 아니라, 어떤 사업을 하시려고 계시는 한 스타트업의 대표 정도로 보셔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평범한 시민" 이런 레토릭은 너무 진부하지 않나 싶습니다. 냉정하게, 평범한 시민이라면, 정치 스타트업을 운영하지도, 이런 사이트를 만들지도, 그리고 공론장을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겠죠. 정확히 말하자면, 민주정 내에서는 뭐 사이트도 만들고 그럴 수는 있습니다만,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회피책으로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라고 하는건 상당히 큰 문제일 것입니다. 분명히 자신의 스타트업이 하는 -비영리일지도 모르지만- 사업이고, 분명히 BM 같은 건 어딘가 존재하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부수적인 광고나 지원을 명목으로 기부를 받거나, 아님 뭐 여러 방법이 존재하겠죠. 그 상황에서, 갑자기 와글과 시민의회를 비판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대응하는 사람이 동등한 위치와 이해관계에 있다고 하는 건 상당히 잘못된 표현일 것입니다.


제 느낌, 아니 일단 "정치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쓴 것부터 재미있습니다만, 스타트업은 망하려고 만드는게 아닙니다. 끝까지 살아남고, 그 과정이 엄청나게 험난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유의미한 수익구조를 만들어내서, 성장을 할 수 있는 기로를 찾아내는거죠. 근데, 비영리나, NGO 같은 게 아닌 "정치 스타트업"을 한다고 했으니, "과연 이 목적이 정말 순수한 의도나 민주주의적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서 일까?"라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또한, 와글이 취해온 지속적인 행동들은 전형적인 바이럴 마케팅에 속해 보이고, 소비자 대응은 전형적인 실패하는 기업의 그것과 곂쳐져서 보이네요.


덧) 도대체 의견 달 수 있다는 게시판이 어디있나 했더니, 자사 SNS 서비스인 "빠티"에 http://citizensassembly.parti.xyz/ 라는 주소로 만들어 놨군요. 너무 속보이는거 아닌가 싶기도하고...

덧2) .xyz 도메인이 1년 99엔도 안하죠. 하하 ㅠㅠ

덧3) 시민의원 투표에서 IP 기반 필터링을 하는거 같은데, 이러면 중복 투표가 가능하지 말입니다.


  1. 부탁드려요 2017.05.11 11:17

    안녕하세요 글잘보았습니다
    이번에 블로그를 처음 만들어보고자 하는 초짜입니다.
    네이버같은 메이져 블로그를 사용하는데 거리낌을 좀 가지고 있습니다.
    내 마음대로의 공간, 폐쇄적인 곳을 찾고 있습니다.
    티스토리가 적당한 곳임을 느껴서 초대장을 받을 곳을 찾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운동 , 컴퓨터 게임에 대한 블로그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때로는 해외 여행을 다닐때 해외 축구 직관에 대한 내용을 적어 놓는데요.
    공유할수 있는 글을 적고자 합니다.
    초대장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owerk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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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27. 21:21 - Bengi

2016.11.27 Buzzwords

Buzzword라는 단어가 있다. 뭐, Buzz가 곤충의 윙윙 거리는 소리를 나타낸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미처럼 한 때 엄청나게 시끄럽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그런 것들을 지칭하는 단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뭐 요즘은 아니고 수 년 전부터 느꼈던 것들이지만 여하튼 핫한 것일수록 빨리 식고,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것일수록 대단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뭐, 요즘 그렇게 핫하다는 빅데이터나 머신러닝도 그렇고, 그 전에 그렇게 자주 언급이 되었던 롱테일이나, Web 2.0이나 집단지성이나, 유비쿼터스나... 뭐 그런 것들이 Buzzword일 것이다. 생각나는 용례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뭐 슘페터가 말하였던 파괴적 혁신 같은 경우도 좀 많이 오용되는 단어일테고, 인문학이라는 단어나 경제, 정치, 철학과 같은 단어들도 Buzzword와 비슷한 형태로 사용될 떄가 많다.


뭐 그렇다고, "기초에 튼튼해야한다.", "기본기에 충실해야한다." 이런 소리를 말 하고 싶은건 아니고, 심지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싫어하는 편이지만, 솔직히 뭔가 제대로 배우겠다고 하면, 겉 부분만 알고 넘어가지 말고 깊숙히 일단 파고들어봐야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Buzzword들의 사용은 기존 체제나 시스템이나 학문이나 기득권이나, 여하튼 기존의 무언가가 갖고 있었던 지위나 권력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특히 이공계한테 인문학 운운하는 것은 인문학도부터 이공계 전공자, 법학도, 철학도까지 아주 가지가지로 욕을 하는 것과 비슷한다- 대부분 이러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사람들 혹은 이러한 것들에 심취한 사람들을 뜯어보면, 별로 그렇게 제대로 배웠다는 느낌이 안 드는 경우가 많다. 기존 방법론에 대한 이해 없이 기존 방법론을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기존 방법론에 대한 이해 없는 상태로 그 분야에서 일을 하거나 그 분야를 바꾸려고 하는 건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 까려고 하는 대상은 벽돌 쌓기처럼 아래부터 차곡차곡 쌓아져 올라온 것들이 대부분인데, 이를 붕괴 시키기 위한 노력은 단순히 Buzzword 하나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뿐더러, 수 없이 많은 자기 비판과 자기 반성을 통해 올라온 것들이 대부분이기 떄문이다. 대부분, 쉽게 무너질 것들이 아닌 철옹성을 향해 달려가는 돈키호테 같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역사가 방증하듯이 이런 돈키호테들이나, -사실은 뒤에 수 없이 많은 조력자가 있지만- 기존 인식론 자체를 엎어버린 위대한 천재들의 존재를 부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뭐, 그게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일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음과 동시에 의외로 높기도하다- 어쨌든 기존 방법론을 붕괴 시키고 싶다면, 기존 방법론이 갖고 있는 한계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이나, 새로운 방법론의 충분한 효용성을 찾아서 보여줘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려면, 기저에 있는 벽돌을 박살을 내어 근원부터 갈아엎어버리거나, 아님 타 학분이나 타 분야의 잘 쌓여진 방법론을 이용하여, 약한 부분을 공격하고 결과적으로 한 시스템이 점유하고 있는 영토를 빼앗아가는 것 정도의 선택지만 남게 된다. 뭐, 아니면 정말로 천재라면, 무에서부터 유를 창조해내는 -아마도 젊었을 적 촘스키나 비트겐슈타인, 아인슈타인 정도만 생각난다- 일을 하는 것 정도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컴퓨터 공학이라던지, 뭐 요즘 핫한 데이터 싸이언스라던지 뭐 이런 것들에서 미칠듯한 Buzzword들이 범람하는 걸 보면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에 충실해라, C 제대로, 알고리즘 제대로, 이런 소리는 절대로 못하겠지만, 기본적인 통신 프로토콜이나 레이어 정도는 알았으면 좋겠고, DB 구조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고, 기본적인 운영체제 구조도 좀 알았으면 하는 게 있다. 아님, 뭐 더 나아가서 프로그래밍 언어의 특징이라던지... 뭐 이런 것들을 배우다보면 또 심각한 회의론에 휩쌓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뭐 안 배워도 된다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


아 뭔말을 하고 싶었던거지? 사실 하고 싶은건 데이터 싸이언스 하고 싶으면 통계학 제대로 해야한다? 인문학 열풍을 헤집고 나가 근대 사상을 제대로 공부해야한다? 그 망할 얇고 넓은 지식으로 땜빵하지 말고, 제대로 각 시대별 주요 서적을 보라는 것? 아 뭐 그런 생각이다. 음.. 그렇다. 왜 요즘 보는 사람마다 딥러닝 딥러닝, 뉴럴넷 뉴럴넷 이러고 있지만, 기존 방법론에 대한 이해도 없이 왜 이 이야기만 할까... 란 생각이 자주 든다. 기존 방법론이 아직도 우세한 데가 많고, 딥러닝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대부분 아기 걸음마 뗐을 때 아주 기뻐하면서 얘가 우사인 볼트가 될꺼야라는 소리 정도인 경우가 많은데 -뭐 사실 우사인 볼트가 될 수도 있긴 하다만...- 너무 쓸모없는 이야기들만 하는 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니 뭐, 그거 뒤에 있는거나, 그게 갖고 있는 것들의 특징이 더 중요한게 아닐까하기도하고...


p.s. 요즘 ML이나 생물정보학 배우면서 느끼는게, 이거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매번 공부할 떄마다 기존 방법론이나, 회귀 분석 같은거랑 비교해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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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24. 22:20 - Bengi

2016.11.24

1.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부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살아있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2. 잠 많이 늘었다. 스트레스를 계속 받는다는 증거일텐데, 별로 좋은 신호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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