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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 31. 00:56 - Bengi

2019.03.31 또 다시 티스토리로

1. 미디움에서 글을 쓴다는 소리를 약 2년 전에 한 뒤로 미디움이 거지 같다는 글을 쓰기도 하고, 다시 미디움을 쓴다는 이야기도 했지만 솔직히 글을 그렇게 자주 쓰지는 않았다. 트위터라는 배출구도 있었고, 사실상 글을 쓸 여력도, 시간도, 그리고 글감도 그렇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대부분 자기변명에 가까웠던 거 같다. 뭐 사실, 미디움의 편집기가 거지 같아서 쓸 마음이 안 생겼다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한 말이지만...

 

2. 티스토리를 버리게 된 계기는 예전 글에서도 서술한 대로, 백업 기능의 폐지였다. 다음카카오, 뭐 정확히는 카카오는 브런치를 밀어줄 것이 뻔하고, 티스토리는 장기적으로 유지보수 단계에서 끝이 날 예정이라는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다음 블로그처럼 티스토리도 중장기적으로 -다음 블로그가 폐쇄 수순을 밟지 않는 이상- 유지되리라고 보고 있지만, 텍스트큐브닷컴처럼 어느 순간 신 플랫폼에 통폐합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제일 큰 걱정이었다. 특히, 백업 기능이 없는 상황에서 티스토리 셧다운과 강제 통폐합은, 테터툴즈로 옮겨갈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약 10년간의 글들이 다 날아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나 싶은 그런 느낌이었고, 백업 후 블로그 방치라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3. 티스토리가 갑작스럽게 신규 에디터 도입을 발표했다. 별 생각은 없었는데, 일단 공지사항을 보니 전체적으로 깔끔해지고, 노력을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모바일 지원도 안 되고, 크롬에서 최적화 되어 IE 호환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거 보면 상당히 급조를 한 티가 많이 난다. 뭐 그래도, 일단 계속 서비스를 어떻게든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게 아닌가 싶고, 티스토리를 계속 써야 하지 않을까 싶은 계기가 되었다. 솔직히 옛날 세대라서 그런건지는 모르지만 정적 블로그들을 다 싫어하는 편이다. 개츠비건 뭐건 버전 관리보다는 디비가 붙어서 웹에서 편집하고, 웹에서 바로 퍼블리싱 되는 걸 볼 수 있는 걸 더 선호하는데, 아마도 퇴고를 하기 편하다는 것과 이미지 업로드가 거지같이 짜증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글에 버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해도 위키도 아니고 버전 관리가 얼마 만큼 필요하겠는가?

 

4. 사실은 SNI 필드 감청 건으로 장문의 트윗을 쓸 일이 있었고, 이를 정리해서 언론 매체에 투고를 했어야했으나 (...) 약 한 달간 잠수를 타고 있는 상황이다. 바쁘다는 핑계도 있고, 뭐 글을 쓸 도구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는 것도 있지만, 역시 블로그를 꾸준히 해오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서, 다시 글이나 쭉쭉 작성하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걸 하고 싶은지, 뭘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쪽으로 습관을 다시 고쳐먹기로 했다. 예전에는 블로그 방문자 수를 엄청 따졌는데, 뭐 그때는 어렸을 때이고, 그 누구도 블로그를 주로 사용하지 않고 쓰기 편한 에버노트 (?)처럼 사용하지 않는가. 뭐 나도 그렇게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미 기사 내는 건 물 건너갔으니까 여기다 가라도 적어야 하지 않나 싶다.

 

5. 근데 약간 욕심이 나는 부분이 개발 관련 부분과 개발 관련하지 않은 부분을 나눠야하는가이다. 대부분의 개발 블로그들이 취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사실 RSS 구독하면서 제일 짜증 나는 게 일상 글 섞여있는 블로그인데, .dev 도메인이 풀리기도 하였고, 그냥 기존에 파둔 티스토리 블로그 하나를 개조해서 개발 블로그로 만들면 좀 더 이 블로그에 안심하고 독후감이나 각종 잡다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 중인데 양날의 검과 같은 선택이 아닌가 싶다. 사실 기술 글이나 깊은 글을 쓰는 것보다 그냥 이렇게 생각들의 뭉치를 던지는 게 목표였고, 이를 보강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선택이겠지만, 대부분 두 블로그 다 방치 상태로 가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6. 덧붙여서 블록체인 관련으로 일을 하면서, orbit db 쪽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는데, 분산형 스토리지와 DB 조합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정적 페이지에서도 비동기적으로 데이터를 fetch 해오면서 동적 페이지처럼 작동하는 형태로 뭔갈 만들 수 있지 않나 싶다. 생각만하고 있지만, 사실 블록체인이나 IPFS 같은 분산 스토리지의 목표는 그런 게 아니어야 하나 싶다. 이 부분은 나중에 적기로 하고... 아니 서비스를 만들고 적기로 하고...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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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1. 04:10 - Bengi

그래서 무엇을 원했니

나를 매혹시킬, 나를 움직이게할, 나를 고통으로부터 해방 시킬 무언가를 갈망하며 찾기를 어언 수 년 동안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를 만족시키는 것은 무엇이 있었느냐?라고 되 묻는다면, 나에게는 그렇게 남아있는 것이 없어 보인다. 티끌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하는게 좀 더 정확하겠지


많은 사람을 만났고, 실망하였고, 절망하였고, 상처를 주었다.

정말 많은 일들을 했었고, 실패하였고, 포기하였고, 그리고 모든 걸 망쳤었다.


지금은 좀 다를지 모른다. 독특한 사람들의 조합이라던지, 특수한 시장 상황이라던지, 안정적인 인력배치라던지... 하지만, 그게 얼마나 오래 갈 지 모르겠다. 단계적으로 나라는 존재가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시점에서 더 앞으로 나아가봤자 의미가 있나 싶다.


패배주의적인 면모라고 비웃었던, 안정된 직장, 안정된 일, 안정된 관계, 그리고 루틴화된 일상이 그렇게 그리우다는 사실만 봐도 이미, 끝날 만큼 끝났다는 느낌이다. 창업 보육원에서의 삶, 나의 목표, 각종 대외적인 활동, 학교, 멘토링 등등... 빛 바랜 추억들만이 내 주변을 맴돌 뿐, 더 이상 앞으로 나갈 무언가가 보이지가 않는다.


어떤 이는 안식을 취하라 한다. 하지만, 잠시만의 안식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할 원동력인가? 빙하에 갇힌 증기선을 생각하라. 지금 당장 증기 터빈을 잠시 안 돌린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빙하에 갇혔다는, 그 문제가 해결 되지도 않을 것 아닌가. 안식은 잠시 동안의 도피처는 될 지 모르겠지만, 해결책은 될 수 없을 것이다.


광야를 떠돌며, 물 한 모금을 찾아 정처 없이 걷는 것 뿐이 나에게 남아있는 길일지도 모른다. 그래, 광야 속에서 그늘 한 켠에서 쉬기는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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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18. 19:38 - Bengi

좋은 글이란

좋은 글을 정의하는 방법은 그렇게 명료하지 않다. 하지만, 나쁜 글이라고 할 수 있는 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의하는 것은 그보다 쉽지 않지 않나 싶다. 결국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여러 나쁜 글들을 쓰면서, 이러한 글들이 왜 나쁜 것인지를 배우면서 점점 필력을 기르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하지만 사람이라는게 -특히 한국인이라면- 속성으로 글 쓰기를 배우고 싶어한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뭐, 그런 김에 끄적끄적 글을 적게 된다.


사실 좋은 글은 명료한 글이다. 명료하고, 뒷받침 문장이 있고, 적절한 근거가 있으며, 의견에는 근거가 존재해야한다. 또한, 주제에 대한 명확한 제시가 있어야하며, 주제와 관련되지 않은 내용이나 주제와 다른 꼭지를 다룰 때에는 분명하게 그 부분을 명시해야한다. 글은 하나의 완성된 콘텍스트로써 존재해야하며... 으아악


많은 인터넷 매체에서의 글은 그렇게 좋은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 "XX를 알아보자.fact"라던지, "이것이 진실이다"라는 식으로 시작하는 대부분들의 글들에서 대부분 취하는 방식은 다량의 사진이나, 통계 자료의 짜깁기에 가까운 것들이 많으며, 이 조차도 레퍼런스가 없거나 교차 검증을 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글들은 맥락성이 거세된 채로, 단순한 미디어와 텍스트의 나열로 "어떤 것이 중요하다"라는 것만 어필하는 형태로 글이 쓰여지게 된다. 그렇기에, 반어적으로 제목에서 Fact와 진실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좋은 글은 단순한 사실들의 배치로써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글은 글으로만 사람을 설득해야한다. 글 이외의 어떤 이미지를 넣게 된다면, 그것은 그래프이거나, 묘사하려는 대상 그 자체를 넣어야한다. 통계 자료가 오도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넘어가고, 사진에 대해서 일단 집중을 해보자. 사진은 특정 시간대와 특정 공간을 인위적으로 잘라낸 것이다. 그것을 보는 당사자는 두 가지 형태로 이 사진이 갖고 있는 콘텍스트를 읽어낼 수 있다. 사진을 찍어낸 사람의 의도와 사진을 배치한 사람의 의도이다. 이는 상당히 복잡한 해석을 요구하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을 배치할 것을 의도해서 찍기도하지만 그 배치에 대한 완벽한 권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치라는 과정에서 사진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결국 사진은 글쓴이의 의도에 따라서 재해석 되며, 선택적으로 취사된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의도했던 특정 시간대와 특정 공간의 갈무리에서, 글쓴이가 특정 시간대와 특정 공간의 해석에 영향을 줄 수 있게 하는 힘을 준다. 사진을 통한 어떤 의견을 이끌어내는 글은 대부분 이러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선택적인 의견 선택과 짧은 뒷받침 문장, 그리고 많은 다량의 사진을 통해 사건을 자신의 주장에 따라 해석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나는 글에 어떤 이미지를 담고 이를 컨택스트로 만드는 걸 싫어한다.


명료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사진을 배제하고, 그래프를 넣을 경우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이나 자료 출처를 분명히 가져오고, 선택적인 의견 선태를 하지 않고, 그리고 앞서 말한 글쓰기의 기본들을 지키는게 답일 것이다. 즉, 좋은 글은 뭐 별거 없다. 글로만 승부하는 정제된 정수 정도 아닐까. 뭐 이런 이야기는 예전에도 한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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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4. 13. 23:54 - Bengi

2018.04,13 오늘의 트위터






사실 복합적인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정규교육이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좀 더 확증편향적이게 만든 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뭐... 사실 인터넷 검색을 조금만 해보던지, 이 쪽 관련 논문을 조금만 보던지, 아니면 좀 생각이라는 걸 하면 이런 잘못된 정보 및 개소리 알티 스타 - 정정 트윗 씹기 - 정신 승리 및 블락 이라는 전형적인 트위터스러운 과정을 안 거쳐도 됬으리라 생각하는데, 많이 아쉽군요. 언제나 정규 교육이 제대로 된 글쓰기 및 비판적 사고라는 걸 못 가려쳐서 생기는 일이라 생각하고, 이런 정규 교육 및 고등교육(대학교 시스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언제나 강력히 주장합니다.


아 개소리는 됐고요. 사실, 70년대 사냥-채집 이론에 대해서 가져왔을 경우 제일 쉬운 반박은 80년대나 90년대 혹은 최신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2000년대 이론들로 가져와 반박을 하거나, 교과서 (제일 최신 이론은 아니지만 그나마 최신 이론을 반영했을테니)을 가져와 반박을 하는 것을 바랬으나, 그냥 "나는 너에게 의견을 물어보지 않았다"라는 트윗을 남기는 것을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저는 의견을 남긴게 아니라, 그냥 니 의견이 틀렸다는 의견.. 뭐 의견 맞기는하군요. 여튼, 최소한 박제 후 알티딸을 쳤으면 그만한 책임은 져야하는게 아닐까요?


뭐 그렇습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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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뭐 어쩌겠음 ㅡ ㅡa 요새는 하도 인스턴트적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으니. 솔직히 그게 편하기도 하고.

  2. cubemas... 2018.05.09 12:35

    어... 이 블로그가 아직있다니 ㅋㅋㅋ
    댓글달데가 마땅치 않아 맨 윗글에 답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어쩌다가 여기 들어오게 됐네요

    • Favicon of https://bengi.kr BlogIcon Bengi 2018.05.17 06:36 신고

      오랜만이네요 ㅋㅋㅋㅋㅋ

      잘 지내고 있고, IT 쪽에서 계속 일하게 되었습니다! 큐마님은 잘 지내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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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23. 12:13 - Bengi

청와대 국민청원과 KISS

1. 소프트웨어 개발론부터 경영까지 "Keep it short and simple"이라는 개념은 중요하다. 간단하고, 짧고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 만큼 유지보수를 쉽게 할 수 있게하는 방법이 그렇게 많지 않기도하고, 뭔가를 설계할 때에도 설계 변경을 용이하게 할 수 있으며, 구현시 자잘한 예외 사항들을 덜 마딱드리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 사실 현대 민주정, 삼권분립 체계라고 하는 시스템은 상당히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시스템이다. 국민에게 주권이 존재한다는 명시적인 형태를 띄고 있지만, (특히 대한민국의) 삼권분립은 실질적으로 완벽한 견제 체제를 구축할 수 없음을 꽤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라는 형태의 권력은 형성되어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주권은 제한적인 형태를 띌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일반적으로, 복잡한 행정 시스템과 관료주의, 절차주의에서 오는 경향이 큰데, 일반 시민이 국가가 하는 일에 대한 감사와 평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때문이다. 법적 쟁점을 해결 하기 위해서는 헌법 재판소까지 일을 끌고 가야하거나, 아니면 각 부처들에게 각각 행정 소송을 걸어야한다거나, 아니면 여론전이라는 정말 기나긴 싸움을 해야한다거나 대부분 제한적인 방식으로 국민은 시스템을 뜯어 고칠 수 있다.


아, 뭐 입법권을 지닌 국회의원을 제대로만 선출한다면야 제대로 된 입법을 하고, 뭐 정당 수준에서 어떻게든 많은 것들을 해결하겠지...? 9년 동안은 못 그랬지만 말이다. 실제로, 국회의원의 임기가 4년이라는 것과, 대통령 임기가 5년이라는 것들은 잘못된 판단이나 투표한 사람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응징을 그렇게 빠르게 시행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 촛불로 광화문 광장을 물들이고, 헌법 재판소가 결정타를 찍었던 그 과정이 짧게 보면 2년, 세부적인 과정을 살펴보면 길게 4년이 걸렸다는 것과, 이러한 교체 과정은 그렇게 효율적이지 못했다. 거기에다가, 국민은 그 긴 시간동안 행정부에 대한 응징과 동시에 입법부, 사법부와 지속적인 싸움을 벌여야했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실제로 엄청나게 긴 싸움이다. 민주정에서 정부를 상대해야한다는 것은.


3. 청와대 청원이 상당히 핫하다. 뭐 앙상블스타즈 한국판에 대한 청원을 내지를 않나, 게임 팀장을 내려달라는 청원이 나오지를 않나, 상당히 재미있는 것들이 올라오는데, 사실 청와대 청원이 갖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상기시킬 수 있는 일이다. 삼권분립이라는 말을 써가면서, 낙태죄 폐지에 대한 청와대 청원이 의미가 없다거나, 아니면, 의료용 대마 합법화나,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같은 것들을 청원하는 것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하거나,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철회에 대한 청원들을 보면서 한숨을 내 짓는 경우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청와대 공식 답변이 나오건 말건 일단 이슈화만 시키면 된다는 생각으로 위의 언급한 청원(당연히 앙스타는 안했지)에 다 참여했다는 것을 안다면 좀 경악스러워 할지도 모르겠다.


4. 실제로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행정부 수반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은 행정부에만 있고... 뭐.... 그런게 ......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명박근혜 떄 뭔짓을 했는지 알기만 해도 말이 안나오겠지만, 실제로 대통령은 입법부와 사법부를 직간접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권한들을 갖고 있다. 입법부의 경우에는 대통령 권한으로 헌법 개정안을 발안 할 수 있으며, 법률안 제출권도 있으며,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인 재의권 (법안에 대한 재의결 요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제일 잘 알려진 것은, 대통령 특사일 것이다. 경제 사범이나 각종 경범죄자들이 매년 혹은 선거철마다 대량 사면 되는 이유도 이것 덕분이다. 사법부의 경우에는 대법원장 임명권을 대통령이 갖고 있으며, 대법원장은 대통령 및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 즉, 사법부의 기조를 결정할 권한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면에서 청와대 청원은 상당히 재미있는 제도이다. 청와대에서 단순히 답변을 주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각 부처별 시그널을 주는 행위이기도하고, 정부 전체의 입장을 이야기하기도하며, 청와대만의 입장을 이야기 하기도하는 이중적인 형태를 띄고 있다. 청와대에 올라온 모든 청원이 다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충분히 어그로를 끌고, 대통령이 갖고 있는 특권이나 행정부에서 취할 수 있는 행정 명령, 세칙 등을 잘만 이용한다면, 실제로 많은 문제들이 해결 될 수 있다는 것도 상기를 시켰으면 좋겠다. 많은 국민들은 복잡한 절차를 걸쳐서 이러한 시스템적 부조리를 해결할 힘이 없다는 것과, 이전에는 시민단체나 각종 정치적 이해집단의 힘을 빌려야했던 것이 청와대 청원을 통해서 좀 더 간결한 형태로 해결이 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지 않아야 싶다.


5. 청와대 청원은 언젠가는 폐지가 되어야할 제도이긴 하다. 청원의 종류나 청원의 범위를 본다면, 행정부가 건드리면 안 될 부분까지 청원이 올라오고 있으며, 청와대 청원의 규칙에 따라서 일정 수의 인원이 서명만한다면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대답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 문제에 대해서 해결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해결책을 강구해 내야한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이슈화는 되겠고,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절차나 과정을 무시한 채 단순히 다수가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하여 "대통령에게 묻습니다" 코너에서 시시콜콜한 것까지 묻는다면 그것 또한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KISS를 생각해본다면, 민주정이라는 대의 원칙 아래, 직접적으로 민주정 시스템에 참여하도록 사람들을 유도하고, 결과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역할을 다 했다고 본다. 아마도 다양한 시행착오들이 오갈 것이며, 서명이라는게 다수의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행위라는 걸 생각한다면, 청와대 청원이 갖고 있는 그 무게에 대해서 사람들이 깨달을 수록 서명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 더 생각을 할 것이고, 결국 자정작용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는 것이다.


민주정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정치고, 국민의 참여로 유지되는 정치 체계이다. 거기서, 참여 창구가 하나 더 늘었다는 것에 의의를 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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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22. 01:51 - Bengi

2018.2.21

1. 긴 글을 쓰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안 쓰기로 했다. 뭐 재능과 노력 이런 진부한 주제로 수 천 글자의 쓰레기 글을 뽑아내는 것도 재미 없는 일이고, 뭐 간략하게 요즘 느끼는 일만 적는 쪽이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 술 자리에서 명문대 출신들은 배우는 속도도, 재능도 꽤 특출나서, 일단 빠르게 배우고 인기가 시들해지거나 재미가 없어지면 딴 분야로 철새처럼 옮겨간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뭐 정확히 명문대 출신이라기보다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주로 그렇단 것인데, 일단 나 조차도 그런 특성을 갖고 있어서 반박의 글로 몇 자 적어보고 싶었기에 재능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었다.


근데 생각을 해보면, 사실 그렇게 긴 글을 쓸 필요도 없었으며, 재능에 대해 뭐가 재능이며, 뭐가 나쁘며, 뭐가 좋은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쓸 필요가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재능이 있다고 하는 친구들은 마지막 10%를 잘 완주하지를 못한다. 100점 만점을 맞는 거는 엄청 힘들지만 8~90점을 맞는 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고, 핵심과 주요 내용만 외우고 넘어가도 대부분의 유즈 케이스를 커버하고도 남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식으로 공부를 하거나, 일을 배우면 언제나 디테일한 부분에서 쳐 말리기 쉽상이다. 핵심적인 내용들이 아닌, 반복적이지 않지만 크리티컬한 부분들이 나왔을 때, 디테일까지 공부했던 사람과 그렇지 못했던 사람의 실력차이가 분명히 나타난다.


그렇기에, 결국 끝까지 못 버티겠는 -초창기에 배우는 속도가 빠른-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엄청난 일들을 여러군데에서 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정확히는, 그 분야에서 자신이 비용 대비 효용이 다 되었을 때, 할 일을 다 하고 딴 곳으로 도망가는 것에 불과할지라도, 뭐 90점 정도면 충분한 점수 아니겠는가.


재능이 정말 있어보이는데, 여기저기 간 보고 다니면서, 계속 자기 비하나 자괴감에 빠진 친구들이 보통 이런 계열이 아닌가 싶다. 나 같은 경우도 그렇고, 결국 시간이 엄청나게 소모되는 마지막 그 구간을 버티지 못하거나, 그 구간을 뚫을 수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아버린 경우들에 속한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다재다능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다. 뭐, 사실 이것저것 다 알아두면 좋기는 하지만, 어쨌든 절대적인 투입량이 필요한 경우들이 있다는 것을 매번 느끼면서 좌절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으 코딩 때려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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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9. 20:32 - Bengi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단상

주의!) 별 생각 없이 시장 상황만 보고 적는 것이고, 별다른 근거 없이 그냥 요 근래 느꼈던 느낌대로 적는 글임으로 신뢰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레퍼런스 있는 글은 나중에 쓸 계획입니다. :P


1. 소위 말하는 김치 프리미엄이 죽어버렸다. 정확히는 죽어버렸다기보다는 역 프리미엄이라고 불리는 소위 해외 거래소 가격이 한국 거래소 가격보다 높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데, 이것이 잘만하면 10% 이상의 가격 차이까지 나서, 한국 거래소에서 사다가 해외 거래소에서 파는 재정 거래 방식이 통할 정도이다. (실제로 해 봤고, 1회 5% 이상 수익률이 난다. SWIFT, SEPA 수수료 고려하더라도!)


이는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인데, 트위터의 많은 비트코인 반대론자가 말한 국부 유출과 제 2의 IMF 도래(풋)라는 말과는 상당히 상충되는 이야기이기 때문 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원화로 비트코인을 사서, 해외에서 달러를 끌어다가 한국 통장에 꼬라박는 것인데 어떻게 국부 유출이 될 수 있는 것인가? 달러를 벌어들이는 효자 수출 상품이 아니라!


2. 사실 한국 원화로 달러화를 사서, 달러화로 해외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국부 유출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일어나지 않는 건 상당히 당연한 사실이다. IMF 때는 상당히 특이한 상황이었고, 대기업 줄도산과 함께 헤지펀드의 환차익 공격을 받았던 시절이자, 통화 스왑이 그렇게 잘 체결이 안 되었을 때였고, 지금은 각국 정부와 통화 스왑을 체결하고, 한국 정부는 각종 채권이나 금융 상품으로 환율 변동에 대한 방어책을 이미 만들어 놓은 상황이다. 뭐 이것이, 급격한 가격 변동이나, 금융 위기에 의해서 무너질 수도 있겠지만, 전세계 암호화폐 시총은 이러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급 위기를 만들 만큼 파급력이 크지 않다. (보통 국내 저축 은행 하나 파산하는 정도? 토마토제1저축은행을 생각해보라.)


3. 다들 암호화폐는 투기 시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FX 마진을 해보거나, 각종 옵션이나 선물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공부를 해봤으면, 금융 시장이 어떤식으로 반응하는지를 알 수 있으며, 이것이 현재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심리랑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달러/유로 쌍의 경우 변동성이 2~3%를 찍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말을 할 수가 없다. 전공 공부를 할수록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분야 중 하나이다.)


4. 한국은 재정거래 금지, FX 증거금 비율이 10:1 일 정도로 금융 관련한 부분에서 상당히 보수적인 나라다. 이는 IMF 때 톡톡히 겪었던 각종 환율 관련 이슈들에 의해서 이런 거래들이 막히고, 엄격한 금융 관련 규제들이 세워진 것으로 보이는데, 슬슬 이런 규제들을 풀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금산분리법 같은 건 당연히 풀면 안되겠지만, 마진 거래 증거금 비율이나 해외 투자, 외국환 거래법의 달러 송금액 제한 등등은 풀어도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한국 원화가 해외에서 많이 돌고, 투자와 투기의 대상이 될 수록 원화 컨트롤이 "생각보다" 더 쉬워질 확률이 높고,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도, 시장 단에서 문제를 조율을 미리미리 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5. 사실 많은 사람들이 옵션과 선물이 암호화폐에 도입이 되면 암호화폐 가격이 진정 될 것이라는 것에 동의를 잘 하지 않는 다는 것에 좀 놀랐다. 대부분 상식적인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별로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 것 같고, 특히 허상의 개념 (혹은 미래의 가치)를 주고 파는 선물 거래에 대해서 암호화폐 선물과 쌀이나 밀 선물이 다른 종류의 무언가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고 더욱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는 아마도 금융에 대한 인식이나 교육의 문제와 연관되어있다는 생각이 좀 많이든다. 젊은 세대들은 이런 것들에 대해서 (헬조선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인터넷 쓰듯이 별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기성 세대들은 은행의 이자나, 부동산 같은 한국에서 안전 자산으로 취급되는 무언가들을 꾸준히 찾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의 시각적 차이에 대해서 상당히 유심히 살펴보게 되는 계기를 잘 마련해 줬다.


6. 또한, 심지어 경제학 전공자라는 사람이 "재정거래는 단기적으로 밖에 할 수 없다."라는 글을 쓴다거나, 김치 프리미엄은 꺼질 수 밖에 없다는 논조의 이야기를 하면 상당히 기분이 이상하다. 실제로 접근성, 정보력, 이원화된 시장, 거래소간 장벽, 이체 및 판매에 "꽤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더욱더 그런데, 이러한 자잘한 차이들은 국제 무역에서 상당히 큰 문제를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서 배를 태워서 30일 동안 날라야하는 강철, 밀, 원유 가격은 계약을 체결한 그 시점과 계약이 작동되는 그 시점의 "환율 차이", "각 시장의 시장 공급/수요량의 차이" 등등에 영향을 받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들이 사용된다. 거기다가, 수표로 거래를 하거나, 대륙간 달러화를 전송할 일이 끼어있으면, 이 절차는 수 십 단계로 세분화된 엄청난 복잡한 일로 변모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들은 가격의 차이가 생기게 되는 원인이 된다. 상품에 "지속적으로 꾸준히", "수요량 만큼" 공급을 해 주는 댓가가 프리미엄으로 붙게 되는 것이다. (계란 가격 파동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는 거래소간 프리미엄으로 나타나게 된다. 언더그라운드나 익명화 거래를 할 경우 비용 청구가 더 되는 암호화폐 거래, 카드 거래 등 결제가 쉽게 이루어지면 카드 수수료 및 처리 비용 만큼 프리미엄이 붙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이런 가격 차이에 대한 공격은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7. 1%만 먹어도 이기는 판이 이렇게 짜지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최소 10분에서 30분의 이체 시간이 걸리고, 이에 대한 차액 거래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30분간 1~2% 정도의 가격 변동은 일반적으로 있는 상황이며, 악재와 호재가 이체 과정에서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실제로 프리미엄이 5% 이상 차이가 날 경우에만 재정 거래를 돌리는게 안심이 된다. 아니면, 좀 더 리스크를 무릅쓴다면 3% 대 정도의 차익을 노리는 것도 한 방법인데, 이는 앞서 말한 FX 마진 관련한 기법들이나 자동화된 트레이딩 시스템의 도입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8. 결국 암호화폐는 가격이 정상화 되어가고 있다. 비트코인 2500만원에 달하는 과열된 투기 열풍은 죽고, 리플 43층에 걸린 친구들을 남기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충분히 거래를 할 만한 가격대와 전송 수수료, 채산성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더 이상의 저점은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채굴 손익 분기점에서 대략 2~30% 정도 비싼 가격에 거래소에서 거래가 된다 정도는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금 암호화폐를 사라고 추천은 하지 않지만, 어쨌든 화폐로써의 안정성은 점점 확보되는 거 같으니 흥미롭게 시장 상황을 지켜보게 된다. 투자/투기하시는 분들은 변동성이 떨어졌다고 많이 한숨을 쉬지만, 암호"화폐"가 아닌가. 화폐로써 작동하기 시작한 이상 마진거래 아닌 이상 큰 재미를 못 볼 것이라는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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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7. 11:01 - Bengi

그 때 그 시절

1. 2012년에 쓴 블로그 우연치 않은 계기로 다시 읽게 되었다. 그 당시, 제일 큰 고민이었던 대입과 내 인생에 대한 고민들이 적혀져 있었던 글인데, 그 글을 오랜만에 읽으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와서 봤을 때에는 유치한 글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좀 더 진솔하고 감정적인 글 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 같다. 뭐 여하튼, 그 글에서 고민하였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사실 제일 나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던, 좀 더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방어적인 형태의 인간 관계를 추구하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서 후회를 하지는 않는다. 시간은 나를 변하게 하였으니.


2. 고등학교 3학년과 재수기간은 정말 내 인생에 충실했던 기간이었다. (대학교에 가면 해결 될 줄 알았던) 중증 우울증과 각종 문제들을 끝까지 정신력으로 버텼던 기간이기도 하고, 인간적으로 많이 고립이 되었던 몇 안되는 시기 중에서도 제일 힘들었던 때였던 걸로 기억을 한다. 대부분 공부 아니면 SNS를 했었고, 시간 배분은 7:3 에서 좀 상황이 나쁘면 5:5 정도였을 정도로 공부 아니면 SNS를 했었던 시기였기도 하다. 블로그도 나름 열심히했고, 미투데이는 꼬박꼬박 모든 글을 읽어줬고, 트위터는 틈틈히 확인했었던 몇 안되는 시기라고 해야하나. 그 덕분에, 아직도 10시간 이상 꼬박꼬박 일을 해야하는 워크홀릭이 되었고,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조차도 계획을 세워야하는 몸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 겪었던 일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3. 충실함은 결과적으로 인간성의 상실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워크홀릭이건, 공부 중독이건, 강박 관념은 강박 관념이고, 이는 점점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도 일과 사업에 치여 살고 있는데, 점점 사람이 무뎌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학과 교양 서적을 좋아하던 중학생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한다면, 예전의 그 모습이 더 낫다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는데, 아마 2010년도 초중반에 쓰던 글들을 볼 때마다 드는 노스텔지어라고 해야하는게 좀 더 정확하겠다.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찬란하게 빛났던 글들을 볼 때, 흥미로운 단어 선택을 볼 때, 그리고 글 위를 춤추고 있는 단어들을 볼 때마다, 그 때의 나는 도대체 어떻게 그 감정을 그런 단어로 치환 시킬 수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당연히도 희끄무레한 기억들이 내가 그 단어를 끄집어 내는 일련의 논리적이면서도 즉흥적인 과정이 어땠는지를 알려주지만, 다시 그것을 반복하라 하면 다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4. 그 당시에는 그 당시에 충실했고, 지금은 지금에 충실하고 있다. 근데, 점점 내 자신은 작아지고 초라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건 무엇 때문일까? 충실함 그 자체가 나를 점점 닳아 없어져버리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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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 27. 22:55 - Bengi

암호화폐는 화폐일 수 있는가? ② - RSMPAY를 바라보며



말보다 행동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뭐, 유시민 작가의 발언에 대해 반박을 했던 "암호화폐는 화폐일 수 있는가? - JTBC 유시민 씨의 이야기를 반박하며"는 여기저기 리퍼러가 찍힐 정도로 핫했지만, 사람들의 동의를 그렇게 많이 얻은 거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의 책을 암호화폐를 받고 파는 RSMPAY는 어떨까?


RSMPAY에 대한 글을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후 바로 한 일은 트위터에서 RT를 많이 타도록 (...) 트위터 공개 계정에 적절한 이미지/제목/단순 요약을 넣어 글을 쓰는 것이였다. 뭐 그리고, 예상했듯이 현재 이 블로그 글을 작성하고 있는 시점에 약 300 RT 정도를 받았고, RSMPAY에 꽤 많은 유입 로그를 남겼을 것이다.


뭐 어쨌든, RSMPAY는 상당히 재미있는 시도이다. 일단, 통신 판매업 등록을 안 한 상태로,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 API를 적당히 붙인 뒤, 대충 CMS 달려있는 프레임워크를 붙인 뒤 급조해서 내 놓은 의외로 별 시간 안 들여서 만든 쇼핑몰으로 보인다. 뭐 반응형이긴 한데, 반응형 같지 않은 반응형이고, 글씨 크기는 너무 작고, 주문 기록이나, 장바구니 기능은 아예 구현도 안 되어있다. 실제, 제작자의 인터뷰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을 하였다.


‘유시민 페이’를 고안한 강영세(29) 테크트랜스퍼 대표는 디센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시민 페이와 관련해 “유시민 작가가 출연한 JTBC 뉴스룸 방송을 보고 암호화폐가 진짜 화폐임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 재미삼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사이트를 혼자서 기획했다”며 “기획부터 오픈까지 4일 걸렸다”고 밝혔다.


- 암호화폐로 ‘유시민 책’ 팔아요…유시민 “팔지 말아달라” 유시민 작가 도서 및 추천도서 49권 판매중 오픈 하루만에 1만명 방문 / http://decenter.sedaily.com/NewsView/1RUKU3ZK2V


4일이라는 시간은 분명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보통 쇼핑몰 구축은 처음부터 기획이 끝난 후 기존에 있던 프레임워크를 재활용해서 제작을 한다고 하더라도, PG사와 신용카드 사의 허가를 받는 과정이 존재해 보통 2주에서 3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거기다가, 초기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단, 신용카드 결제를 하려면 보증보험이라는 게 필요한데, 상점에 최대 결제 가능한 총 금액에 대한 한도가 보험 한도에 따라서 결정이 된다. 이 한도를 늘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보험금을 내야하는데 이게 의외로 돈이 든다. (보통 1년에 적으면 5만원, 많으면 10만원 이상) 거기다가, 초기 PG사 계약 비용 20만원, 카드 수수료는 최소 3%에서 많으면 4%를 가져가는데, 이런 자잘한 비용들을 내기 시작하면, 예상 외의 지출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고, 그리고 내가 쇼핑몰로 돈을 의외로 많이 못 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책 같은 경우에는 도매가로 얼마에 떼 오느냐가 내 쇼핑몰이 적자냐 흑자냐를 나눌 정도로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초기 기회 비용은 엄청나게 크고, 진입 소요 기간도 상당히 길며, 중간 중간 발생하는 지출이 의외로 크리티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스토어팜과 같은 포털 사이트들의 기성 쇼핑몰에 입점하거나, 아니면 수 십 만원을 내고 카페24 같은 곳에 입점 한 뒤 고정된 프레임과 제한적인 환경에서 물건을 파는 쪽으로 선회하는 기업들도 상당히 많다. 실제로도, 예전에 일했던 스타트업에서는 PG사 등록으로 씨름하다가 그냥 다 때려치고 카페24에 입점하는 걸로 쇼부를 본 적도 있었다. (그 때 겪었던 각종 서류 작성과 비용 처리 문제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다.)


이런 상황에서 암호화폐는 의외로 기존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 대비 매력적인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암호화폐 지갑을 열고, 암호화폐 API를 따다가 쇼핑몰의 결제 시스템에 연동만 하면, 거의 대부분의 일이 끝나는 건 당연한 거고, 거기다가 수수료도 "전송 수수료"만 낼 뿐이지 상품 가격에 비례해서 3%씩 떼 갈 일도 없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이러한 암호화폐 시스템을 쇼핑몰 시스템에 통합하는 것은 수 시간에서 수 일이면 끝난다. RSMPAY가 4일 만에 기획부터 사이트 제작까지 끝냈듯이 많은 쇼핑몰들도 비슷한 속도로 이러한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뭐 이것은 상당히 기술적인 부분인 건 사실이다. 계속 요동치는 가격이나, 환전 문제, 그리고 범람하는 암호화폐들과 높은 이체 수수료 등등은 아직도 암호화폐 결제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사실 즉시 암호화폐 환전을 하지 않는 이상 가격 손해 or 이익을 무조건적으로 보게 되어있고, 이는 운영 리스크가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의 말은 깔끔하게 반박이 되지 않았는가? 화폐로써의 역할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물물교환(ㅋ...)의 수단으로는 충분히 작동을 하고 있고, 인터넷 쇼핑몰 같은 경우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제 걸음마 단계까지는 어찌어찌 갔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각설하고, RSMPAY를 응원할 겸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구매를 하였다. 대충 10.6 ~ 11.4 리플 정도에서 가격이 책정되었으며, 계속 변동하는 리플 가격 -_-; 과 전송 수수료 (1리플) 덕분에 약 2천원 정도의 손해를 봤지만, 뭐 상당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전자지갑간에 리플을 이동한 걸로 거래가 체결되다니!



그리고, 주문했던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는 리플을 입금한 다음날 Yes24 하루 배송으로 잘 왔다. 책 택배가 왔을 때, "도대체 내가 뭔 책을 시켰지?"하고 갸우뚱 했는데 리플로 시킨 유 작가님 책이라니, 상당히 놀랐다. 보통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이게 이렇게 빨리 처리되다니, 역시 한국인의 빨리빨리 능력은 정말 대단한거 같다.


RSMPAY를 통해서 책 구매를 성공한 것을 보면, 암호화폐의 상거래 능력에 대한 Proof of Concept는 어느 정도 끝난 것 같다. 가격 변동성이라는 거대한 관문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이는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파생상품과 적절한 규제, 유연성 확대가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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