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끄적끄적

2018.1.20 드론, 그 때

2014년 경영원론 (정확히는 기술경영, 교수가 말만 경영원론이라고 적어놓고 가르치는건 기술경영을 가르쳤다)을 배웠을 때, 교수가 "이게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어디서 오는가?"라는 말을 하게 했었던, 한 영상이 있었다. 꽤 유명한, 아마존의 Dash와 Prime Air의 영상이 그것이었다.




사실 그 당시, 특히 2014년도에는 IoT라는 단어가 화두였고,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단어는 존재도 하지 않았으며, 드론이라는 것은 진짜 괴짜들의 취미였다. 쿼드콥터라고 불리우는 것들은 극소수의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었고, 이 조차도 취미용, 레저용에 국한 되어 있었다.


내 영상 재생 이후 강의실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교수는 빵 터져서 이게 어떻게 이 세계에 적용이 될 수 있는가? 라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제, 쇼핑도 집에서 하고 배달도 집에서 받아서 살 찌겠네"라는 말은 덤이었고.


그 당시 뭐 별 생각은 없었고, 이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 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이러한 물류 유통과 바코드 시스템의 결합은 뭔가 상당히 큰 변화를 내 놓을 것이며, 이런 드론을 통한 배달이 언젠가는 보편화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예측은 반만 맞았다.


지금, 2016년부터 드론의 열풍이 시작되고, 4차산업혁명에 이상한 키워드들이 끼워지는 이 시점에서 드론 사업은 어떤 거대한 무언가의 흐름이 되었다. 드론으로 XX하기, YY용 드론 이런 녀석들이 우후죽순 나오고, 정부 투자를 받고 망하고를 반복하고 있다. 내 주변에 드론을 취미로 하던 사람들은 어엿한 드론 제작 관련 기업들을 차리기 시작했고, 한국 내 기업들은 그 분들의 도움을 받기도하며, DJI와 같은 중국계 기업들에게 제품들을 사서 쓰기도 한다.


2014년, 다시 그 때 강의실로 돌아가자, 아마존이 물류 시스템에 드론(그 때에는 드론이라는 이름도 없었다)을 붙이는 실험을 했을 때, 사람들은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을 왜 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을 수 밖에 없었다. "그냥 재미로" 그리고, "이 시스템은 언젠간 발전하면, 미래에는 더 엄청나게 변해 있을 것입니다."


드론은 현재 2018년이 된 지금까지도 많은 물류 시스템을 바꾸지는 못했다. 하지만, 화재 진압 현장에서, 각종 뉴스 및 촬영 현장에서 요긴하게 쓰이기 시작했으며, 각종 재난에서 드론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대규모 물류에서는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소규모 물류나 지정된 공간에서의 운송에서는 나쁘지 않은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매번, 아니 2016년 정도 되서, 공돌이 자격으로 이런저런 행사를 참여할 때마다 듣는 이야기는 이것이었다. "드론은 4차산업혁명의 미래이다", "드론 운송은 차세대 먹거리다.", "XX씨는 드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등등... 대부분 다들 드론에 미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뭐 드론이면 이 세상 정복이라도 할 수 있으리라 믿는 경우들이 널리고 널렸다. 그런 과정에서 취미로, 재미로, 그리고 정말 공학도로써 하는 많은 사람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드론 전문가, 드론 자격증, 드론 협회 등등이 우후죽순 세워지는 것은 덤이였다. 한국인들이란.


많은 기술들은 대충 2스텝 정도, 특히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장난감처럼 돌아다니는 녀석들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 대부분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능성은 자본 논리에 의해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그냥 재미있어서, 취미 생활로, 대충 가지고 놀다보니 새로운 게 나오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정 시간 내에, 정해진 예산으로 뭔가 따박따박 나왔으면 좋겠지만, 대부분 재미있는 발견들은 우연의 산물인 경우들이 많다. 그리고, 그 누구도 제대로 된 관심을 안 주거나, 그 시간에 제대로 된 일이나 하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 년 후에, 그리고 몇 개월 후에 어떤 기술이 상용화되고 대박이 날 때마다 사람들이 다시 되돌아와서, 그 때에는 미안했고 (이 소리 하면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왜 이 기술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고 왜 성공을 했는지 알려줄 수 있느냐?"라는 말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뭐 그 사람들이 이 경험으로 뭔가를 깨달았으면 좋겠지만, 이미 깨달았으면 나한테 묻지 않고 열심히 자기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일이나 매달리고 있을 것이겠지. 여튼, 이 제품이 성공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대기업들이 "아직 PoC 밖에 안 된 성공할 거 같지 않은 이상한 제품들에게 특허를 내고, BM 관련한 것들도 특허를 내는 걸 알아차려야한다는 것이다."


아니 좀 전까지, 흥미와 열정으로 제품을 바라보면 된다면서요.... 뭐 그건 여러번 경험을 겪어본 사람이거나, 0서부터 1까지 이끌어 낸 사람들이나 가능한 거고, 다이아몬드도 대충 보면 돌 덩어리에 불과하지 않는가. 경험 있는 세공사가 붙어 그 돌에 깃든 아름다움을 뽑아내는 것은 또 다른 일이고, 여러분은 대충 보석 감정 받아서, 얼마얼마 할 거 같습니다. 할 때, 남들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되는 것이다.


많은 기술들이 복제 불가능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복제 불가능했다면, 특허권이 존재했을리도 없으며, 디자인시안에 대한 권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이러한 형태의 BM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이 BM이 제공하는 효용과 사회적 파급력과 그 기업이 취하는 포지션을 생각해서, 나에게 맞는 BM을 만들어서 밀고 들어가면 된다.


좀 예전에, 아마존에서는 재플린을 띄워서 거기서 드론 이착륙을 시키며, 물건 배송을 하겠다는 특허를 공개하였다. 사실, 미국에서 통할거 같은 이야기는 아니고, 유럽에서도 통할 거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고속철과 트럭 유통망이 충분히 있는 상황에서 재플린 만큼 의미없는 운송수단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라면 어떨까? 도로 개수가 잘 안 되어있는 아프리카는 분명히 거대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다. 거기에다 3~400킬로 운송량의 중형 드론으로 자동화된 배송 시스템이라면, 촌락이나 부족 단위라도 충분히 커버 가능한 배송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재플린은 일주일이나 한 두달 간격으로 그 촌락을 지나기만 하면, 배송이 되는 것이며, 물건 판매에 대한 리스크도 헷징이 될 것이다.


이건, 아마존이기에 가능한 BM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재플린이나 열기구를 띄어서 뭘 하겠다는 상상은 항공금지구역부터 문제가 되게 된다. 아마 한국에서는 저고도 비행 드론이나, 물류 창고 내 물류 관리용 드론이 더 적합한 형태일 것이다. 이러한 차이들을 찾아내고, 도입하는 것은 이제 비즈니스 감각의 차이로부터 오는 것일 거다.


근데,  BM이 있으면 뭐하는가. 이미 아마존은 여러가지를 이미 시도를 했었을 것이고, 각종 Geek들은 이미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서 도움을 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것을 자력으로 할 수도 없으며, 기업과 연계는 꿈도 꾸지 못한다. 그렇기에, 매번 탈조선을 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