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철학을 배우기 시작한다는 것은 어떤 종류의 선택인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으나, 점점 철학이라는 것을 공부하면서 내가 과거에 생각했었던 짧았던 생각들에 대해서 다시 반추를 할 기회를 준다는 것을 보면서, 두 가지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몸서리 쳐지는 과거의 기억들을 묵묵히 바라봐야만 했었던 것과 그리고 그 과거의 것들 속에서 결코 성장 못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두 가지 일들을 반복하는 것의 끝이라는 것을 책을 열 때, 칠판 위의 횟가루를 필사 할 때 자주 느낀다.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 비슷한 생각을 하긴 커녕 내 앞에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 걱정할 뿐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허우적대는 나를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든다. 과거의 유산 한 두 개, 붙들고,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다. 수 많은 주변 사람들이 성장을 하는 걸 목도할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난 잘 모르겠다.
2. "저 인간보다 코딩을 잘한다."라는 걸 알아차릴 수록,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 자괴감만 늘어갈 뿐이다. 정말, 내가 알던 세계, 내가 꿈꾸던 무언가와는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상태를 목도할 수록, 나는 도대체 학교 교과과정을 제대로 공부해야할지, 프로그래밍 언어론이나 멀티코어 같은 개념들을 이해하고 공부해야할지에 대한 것들에 대해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다. 호기심과 흥미 하나로 공부를 하던 시절은 지나고 눈 앞의 커리어와 투입 가능 시간 사이를 저울질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내가 걸어왔던 방향이 맞는 것인가, 맞다고 쳐도 아무도 이해를 하지 못할 길이라면, 쓸 데가 없는 길이라면 걸을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할 뿐이다. 그렇게에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에 흥미를 잃고 딴 것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일지도 모른다. 프로그래밍, 컴퓨터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철저하게 부정을 할 무언가를 찾기 위해.
3.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를 보면서 뭐라 생각했을까? 자격지심도 많고, 질투도 많고, 능력도 나름 있었던 나는, 언제나 최고가 되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었을 나는, 지금의 나를 보면서 뭐라고 생각할지 잘 모르겠다. 가끔가다 모든 것이 다 무너져내리는 경험 같은 걸 직접적으로 하고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리라고 다짐을 하던 내 생각은 어느정도 실현이 된 거 같다. 지긋지긋하던 것들이 무너지고, 심지어 내 삶 조차 몇 개월에서 수 년 간 정지되어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회의주의와 냉소주의는 나를 잠식해나가는데 성공을 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희망은 있어요 라는 말이 더 이상 입 밖에서 안 나온다.
4. 요 근래 꽂힌 건, 언어철학 쪽이나 기호 논리학 쪽이다. 뭐, 태생의 성격을 버리지 못한 등신같은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내 쓸데 없이 날카로운 직감이 (풋) 가리키는 방향은, 과거부터 계속 생각해오던 제일 힘든 그 방향으로 나를 이끌고 있다. 부모처럼 학문의 길을 걷다가 인생 망하는 그런 결말을 보기는 싫었는데, 아마 그렇게 되버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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