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 마! - 10점
스티브 크룩 지음, 이미령 옮김/인사이트

 

최고의 책이다. 독서 모임에서 "인스파이어드, 개정판" 에 대해서 비판을 했던게, 너무 피상적이고 실제 사례가 없다는 것이였는데, 이 책은 완벽히 인스파이어드의 상위호환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iOS 6의 애플 특유의 스큐모피즘 디자인 시절의 모바일 웹에 대해서 설명할 때에도 -심지어 지금 대세가 된 플랫 디자인을 까고 있다- 그 당시에, UX라는 것을 측정하기 위해서 사용하던 스마트폰에 웹캠 달아서 트래킹하기, 사용자의 반응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A4 용지에 적어놓기 (매달 한 번씩은 진행) 등등은, 지금 디자인 철학이 바뀌었을지언정 필드에서는 그대로 쓰이는 기술들이다. 너무나도 간단하지만, 원칙적인 부분들, 특히 생존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단순한 기술들을 때에 맞게만 쓴다면, 사용자들에게 제품을 쉽핑할 때 실수를 덜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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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프로덕트 오너 - 10점
김성한 지음/세종(세종서적)

한줄평 : 

주변에서 그렇게 읽지 말라는 이유가 뭔지 진짜 궁금해서, 그냥 읽었는데 이유를 충분히 알겠다. 내용이 얕고, 실제로 PO 직무가 갖는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 3년차 이전의 매니징을 처음 경험해보거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권장하지만, 일부 경험담에 있어서 상당히 오독이 걱정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일단, 코빗에서 프로젝트 매니징한 경험을 쓰는데, 그 당시는 "무려" 코빗은 빗썸과 자웅을 겨루는 순위권 거래소였던 시점이다. 하지만, 업비트가 등장한 이후, 2019년부터 쇠락가도를 겪으면서 단계적으로 무너져가는 -업비트의 경우 철저한 시장 분석과 UX 개선으로 유저를 끌어들어왔다- 과정 속에서 코빗은 4위권 이하 거래소로 내려갔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비판적으로 읽기를 바란다.

 

다만, 매니징을 함에 있어서 데이터 공유나 일정 관리 기법, 티켓 기법은 미약하나 쿠팡에서도 이 꼴로 하고 있구나 (...)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안도를 했다고 해야하나 ㅎ... 여튼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이 들게 된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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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파이어드 - 10점
마티 케이건 지음, 황진수 옮김/제이펍

어쩌다보니 2주에 한 번 책 읽기 스터디를 하게 되었고, 그리고 처음으로 얻어걸린 것이 「인스파이어드, 개정판」 이었다. 뭐 인스파이어드는 구판 (초판) 부터 읽었었고, 사실 뭐 그 책을 읽으면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냥 무난하게 책을 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예상과 달리 읽다가 화나서 트위터 키고 쌍욕을 내뱉어내고, 다시 읽다가 트위터 키고 쌍욕을 내 뱉어내고 이런 식의 장렬한 레이스를 6시간 정도 반복한 것 같다. 그 후, 트위터 스페이스에서도 이 책의 나이브함에 대한 한탄만 수 시간을 했었는데, 사실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은 잘 알지만 아니 근데 솔직히 말해서 아니 이것을 보고 어떤 Inspiration을 받으라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책의 주요한 문제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실제적 사례를 언급하지만 구체적 예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과 두루뭉술한 사전식 설명일 것이다. 이는 인스파이어드 초판에서도 나타난 문제였지만, 초판에서는 그렇게 넓은 범위를 다루지 않았다는 점과 개정판에 비해서 좀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챕터 당 2장 반 정도) 설명을 하면서, 부연적 설명들을 많이 넣었다. 내용의 생략이나, 논리적 점프가 덜 했다는 의미이고, 개정판을 지속적으로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도대체 선언과 주장만 있을 뿐 그것에 대한 설명이나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주장만 모아놓은 형태라는 것이 이 책의 -특히 구판과 비교해서- 치명적인 단점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저자 서문과 추천사에서 잘 드러나는데, 구판의 경우 소규모 스타트업 그 자체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면, 신판은 10명 이하의 팀, 25명에서 100명 단위의 팀, 100명 이상의 팀 등, 스타트업이라는 형태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정확히는 사이즈가 변함에 따라서 체계가 달라지는- 각 형태에 대한 커버레지를 높이고, 구판 이후에 자주 사용하게 된 OKR이나 비즈니스캔버스 등에 대한 간략한 소개 등을 넣음으로써 사용자에게 혼동을 준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양립이 불가능한 전략이나 특정 규모에서 적용 될 수 있는 전략에 대해서 범용론적으로 적용이 된다는 식이거나, 적용 안되는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적용 방법만 말할 경우 책을 읽는 입장에서는 실제 프렉티스로 이를 적용할 때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인스파이어드 구판은 갖고 있는 특정 단계의 스타트업에서 취해야할 상황에 대한 장관론이 상당히 돋보였다면, 신판의 경우 넓어진 범위와 스타트업이 점점 대기업화 되어가고, 스타트업의 정의가 지속적으로 바뀌는 시대에 있어서, 스타트업이라는 존재를 다시 작은 단위로 나누어서 특정 스타트업 마다 맞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업계 전반의 거대한 모양새를 설명하는 너무나도 밀도가 낮은 책이 되어버렸지 않나가 생각이다.

 

P.S. 특히, 요번에 추가된 문화 파트 이거 아니 그냥 이렇게 짧게 쓸꺼면 넣지를 말았으면 할 정도이다. 사실 기업 문화 케이스 스터디만 해도 책 한 권이 나올 정도로 복잡한 형태를 띄고 있다. 이를 이렇게 단순하게 필요는 하니까 부록 끼워넣듯이 끼워넣는건 너무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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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디컬 마켓은 블록체인을 한다면, 비탈린 부테릭이 추천한 그 책으로 기억을 많이들 할 것이라고 생각 된다. 요즘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 화자 되고 있는 제곱투표(Quadratic Voting, 이하 QV)의 시작은 글렌 웨일의 한 논문으로부터 기반한다. 그리고, 글렌은 이런 제곱투표 뿐만 아닌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엮은 책을 쓰게 되는데, 이것이 래디컬 마켓이다.

사실 책 자체는 특이한 발상이라기보다는 게임이론적인 접근이 대부분이고, 실제로 게임이론을 공부하다보면 접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민법이라던지, 부분적 공동 소유제라던지 이런 부분들은 정보경제학이나 튤립 경매라고도 불리는 공개내림경매를 생각나게 한다. QV에 대한 사상적 근원이나 수학적 근거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기도 하고, 부테릭이 추천사를 썼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QV 쪽 부분은 게임이론적인 근원이 있기보다는 투표에 대한 이상주의적 방향을 제시한 수준이 아닌가 아닌가 싶다. 이는 트위터에서 QV 관련 글을 여러 개 남기면서 더더욱 느꼈던 부분인데, 책에서 제시하는 예시나 근거들에서 QV가 갖고 있는 몇몇 특징들이나, 저축을 통한 투표가 가능한 상황이나 자본으로 투표권을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빈약하며, 실제로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리라는 실증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책이 나온 이후 2019년도에 콜로라도에서 QV가 적용이 되는 등의 일이 있었고, 몇몇 투표나 선호도 조사에서 사용이 되는 등의 논문이 나오는 등 관심이나 실제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QV는 제한된 상황에서는 상당히 효율적으로 사용이 될 것이라 생각이 되는데, 특히 돈을 걸고 투표를 하는 경우라면 좀 더 의미 있는 형태로 결과를 도출 할 수 있지 않나 (하지만 자본에 의한 투표 방식이라는 문제가 존재한다) 싶은 부분이 있는데, 이에 관련해서는 지속적인 연구나 모델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방식은 투표 참가자들에게 균일하게 총 투표 금액을 분배하는 방식 (일종의 투표에 대한 유도를 하고, 강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스크리닝 할 수 있는 형태로 작동할 것이다)인데, 이를 이용하여 기존 투표 시스템을 보완하거나 개선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몇몇 국가에서는 투표를 안 한 것에 대한 벌금을 매기는 논의가 있었기도 했다. 둘 다 투표를 안 하면 손해를 보게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정책이다. 손실 회피 경향이 더 크다는 점과 보상을 주는것이 처벌을 하는 것 보다 쉽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뭐 QV 관련한 이야기를 제쳐둔다면, 이 책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이라 하면은 비탈릭의 추천사였는데, 비탈릭이 어떤식으로 이더리움 그룹을 이끌어 나가려고 하는지, 래디컬 마켓에서 어떤 부분을 영향을 받았는지, 이더리움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탈중앙화라는 단어가 와 닿지 않는다면, 래디컬 마켓을 읽으면서 래디컬한 사상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 있을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래디컬한 시장 및 정치 개혁이 가져오고 싶어하는 미래는 디스토피아나 테크노크라시한 무언가는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이 책을 읽고 QV에 대한 추가적인 질문이 있다면, 다음의 글들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글렌 웨일이 주로 논문을 써서 내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찾기는 좀 힘든 편이다. 학계에서 그렇게 인정 받는 분위기는 아닌데, 뭐 비주류 사상이라는게 다 그렇지 않겠는가. 좀 더 가다듬어지고, 실증 사례가 늘어나면 사회과학 쪽에서도 슬슬 관심을 갖을 것이다.

1. Quarfoot, D., von Kohorn, D., Slavin, K., Sutherland, R., Goldstein, D., & Konar, E. (2017). Quadratic voting in the wild: real people, real votes. Public Choice, 172(1-2), 283-303.

2. Lalley, S., & Weyl, E. G. (2018). Nash equilibria for quadratic voting. Available at SSRN 2488763.

3. Lalley, S. P., & Weyl, E. G. (2018, May). Quadratic voting: How mechanism design can radicalize democracy. In AEA Papers and Proceedings (Vol. 108, pp. 33-37).

4. https://ethresear.ch/t/quadratic-voting-with-sortition/6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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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 저 _ 강주헌 역 _ 사회평론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 저 | 강주헌 역 | 사회평론


어느 때와 다름 없이 책방을 거닐고 있을 때, 우연치 않게 눈에 들어온 책이 한 권이 있었다. 사실, 수 많은 책들의 제목을 읽어보고, 목차를 보고, 그리고 괜찮다 싶으면 내용을 좀 보고 다시 있던 자리에 꽂아넣는 행위를 계속 반복을 해 왔었지만, 이 책 만큼 "안 팔리니까 제발 좀 사주세요"라는 이야기를 내 서면에 대고 말하는 책은 없었다. 그래, "하버드", "인문학", "않는다" 이 세 단어에서부터 내 대뇌 피질의 경고 필터가 벌써부터 울리기 시작했지만, 이 세 단어 위에 쓰인 이 책의 원제, "In Defense of a Liberal Education"은 이 책을 한 번 읽어봐도 좋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뭐, 그래 바보 같이 번역을 했거나, 중간에 내용을 좀 짤라먹을 가능성이 크긴했지만, 일단은 최소 합격선은 넘어선 셈이었다.


"In defense of" 는 원래 "변호하다" 정도로 해석을 하니, 저자가 의도하고 싶었던 제목은 "인문학을 변호하다" 혹은 "교양 교육을 변호하다" 정도였을 것이다. 책의 시작은 뭐 인문학으로 분류되는 서적이 으레 그렇듯이 인문학의 역사부터 -꼭 그 부분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이 빠지질 않는다- 시작을 하여, 중세 시대의 교육의 특징들 그리고 근현대의 교육 시스템의 변화 과정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점점 전문화되는 세상과 그에 상응하는 교육 시스템의 변천에 의해 점점 인문학이라 불리우는 것들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게 되었다는 것을 인문학이 원래부터 쓸모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차근차근히 설명 하는 것으로부터 비롯하여, 자신이 겪은 인생을 반추함으로써 인문학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뻔하디 뻔한 방식을 택하고 만 것이다. 사실, 이런식의 변호를 한 두 번 본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인문학 (혹은 교양) 에 대한 논쟁을 볼 때마다 매번 반복되는 레퍼토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과해 버렸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을 하였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교양 과목이 하늘에서 뭔가 뚝 떨어진 산물이라 생각을 하고, 이런 전문화된 교육 제도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온 것처럼 치부하는 경향이 크지만, 현재의 논의에 이 사실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제일 큰 문제는 이런 전문화된 교육 과정이 제공하지 못하는 것들과 전문화가 가지고오는 문제들에 대해 생각을 해 봐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담론을 끌어내지 못했으며, 어떤 격렬한 반응도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그것이 제일 큰 문제인 것이다. 날카로운 통찰보다는 현재 대학들의 시도하고 있는 인문학을 복권 시키려는 다수의 정책들과 왜 PISA 점수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성취가 높은가 따위의 이야기 -이에 대한 논의들은 이미 꽤 많이 진행이 되어있다-를 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다고 생각을 했으면 안 됐었다.


세상이 바뀌는 것과 전문화된 세상이 다시 전문화 되기 이전으로 돌아가 리버럴 아츠라고 불리우는 일종의 틀과 형태가 분명하게 존재하지 않는 수업 방식으로 이루어진 느슨한 교육 과정을 다시 시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전문화는 결과적으로 꽤 큰 학문 간 장벽을 만들었으며, 이런 장벽 덕분에 발생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타 학문에서 충분히 실마리나 해결 방법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였다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심지어 같은 학문의 다른 세부 전공도 거대한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이런 단절성은 다행히도 내가 하고 있는 학문에서 매일 같이 겪는 일이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자신이 보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하고, 이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자기가 알고 있는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메꿀 수 있다는 것을 언제나 상기 시켜야한다는 것을 말이다. 교양 교육이나 인문학이나 리버럴 아츠나 뭐 어떤 단어로 불러도 무방하지만, 여기서 얻어가야하는 것들은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게하고, 다른 방식으로 동일한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절차는 자신의 생각을 통해서 이뤄내야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증명과 -사실 주장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다- 그것을 반박하는 일련의 반례를 생성하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대안들을 찾아내고, 이를 XX학 이라는 단어에 속박된 상태로 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시점을 절충하여 사태를 해석해야한다는 것이다.


노먼 오거스틴도 록히드 마틴의 최고경영자로 재직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내가 경영자로서 마지막으로 운영한 기업은 직원수만도 약 18만 명이었고, 대부분이 대학 졸업자였다. 게다가 8만 명 정도는 엔지니어이거나 자연과학자였다. 경영진까지 승진한 직원들에게서 확인되는 뚜렷한 공통점 하나를 꼽으라면, 자신의 생각을 글로 명확히 표현해내는 능력이었다"라고 말했다 - p.90


즉, 교양 교육은 우리에게 학습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대학과 대학원에서 배운 것은 혼자 힘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을 깨우친 것이며, 이런 깨달음은 단편적으로 얻은 지식의 조각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나는 시론을 꼼꼼하게 읽고 새로운 출처를 검색해서 가설의 옳고 그름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찾아내는 방법, 더 나아가 저자의 편견까지 알아내는 방법을 배웠다. 물론 책을 신속하게 읽고 핵심을 뽑아내는 방법, 의문을 제기하고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을 배웠다. - p.95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대한 접근 방식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일 뿐, 저자의 생각에는 많은 부분에서 동의를 하는 편이다. 생각하는 법은 언제나 중요하다. 리버럴 아츠가 중요한 이유는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생각하는 방법이다. 상대방의 생각을 해석하고, 문제를 찾고, 경중을 따지고, 근거들을 찾아내거나 추론하는 과정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이러한 면에서 이 책은 계륵과도 같은 존재다. 남들에게 추천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여기에서 나온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뭐 그래, 손자병법도 극찬을 받지만 사실 뚜껑을 따보면 뻔하디 뻔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간과하기 때문에 실수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뭐 이런 생각들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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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 저 / 더난콘텐츠그룹 출판 / 360쪽 / 15,000원



    경영이나 마케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필립 코틀러라는 이름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뭐, 나 같은 경우만 해도 책장만 봐도 마케팅 관리론 14판이란 글자 아래, 필립 코틀러라는 단어가 적혀져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 필립 코틀러가 자본주의에 대한, 경제학 책을 써냈다. 띠지와 제목만 봐도 실제로 탈-자본주의를 요구하는 듯한 늬앙스를 풍기고 있지만, 실제로 이는 출판사의 출판 마케팅에 희생된 수 없이 많은 책들의 제목과 글귀 중 하나일 뿐이다. 영어 원제는 "Confronting Capitalism"이며, "다른 자본주의"라는 번역 보다는 "도전 받는 자본주의"라고 해석을 해야했었다.


   서문부터 필립 코들러는 상당히 강한 논조로 경제학에 대해 논할 것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기존 사회 문제에 대해서 꽤 공격적으로 논하는 것을 보면 호락호락하게 자기 주장을 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꽤 많은 사람들이 (특히 특정 정치 성향이 완고한 사람들이 보면) 당황할 내용들로 가득한 14가지의 주제들을 통해, 현재 자본주의가 처한 위기, 그리고 이것에 대한 대처 방안에 대해서 꽤 완고한 어조로 말을 해 나간다. 빈곤, 부의 재분배, 환경, 금융 규제, 부유세 등 꽤 반기업적인 (?) 주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면서, 왜 빈곤 퇴치를 위해 최저임금이 도입되어야하며, 최저임금이 올라야하는가부터 시작하여 기업 과세에 관한 문제까지 꽤 다양한 쟁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최종적으로 현재 직면한 상황들을 해결하려면 어떤식으로 행동을 해야할지를 제시한다.


    아 시발 다시 읽고 다시 써야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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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스포일러 네타 주의!!!!!

영화 인랑의 네타도 있습니다!!!! 인랑 보고 오세요!!!!


29일날 롯데시네마 신림에서 10시 35분에 상연하는 걸 예매하고, 과외를 좀 일찍 끝낸 다음에 봤습니다. 전체적인 감상평은 "메세지"는 좋았는데,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이나 전달하는 장치들이 그렇게 깔끔하지 못했고, 그렇기에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지고 마지막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엔딩 크레딧 이후의 이야기도 그렇게 와 닿지가 않았습니다. 사실, 후안이라는 동아시아 (정확히는 인도네시아) 국가의 군벌간 전쟁과 대외적 충돌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흥미롭게 풀어낼 수 있는 소재였음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셀화라는 한계와 전체적인 스토리가 무정부주의적이거나 혁명을 조장하는 식으로 이끌어 낼 수는 마인드를 갖고 뭔가를 그려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이 부분은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고, 이는 과거 싸이코패스를 관통하던 주제인 "시빌라" 시스템은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로 시선이 좁혀지게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저는 이런면에서 "인랑" 이라는 영화와 비교를 하고 싶습니다. 인랑은 혼란스러운 사회 내에서 타락한 국가조직, 폭력적 시위를 조장하는 사람들, 그리고 체제 전복을 도모하는 반정부주의자들이  한 데 엮여져서, 어떤 메세지를 던집니다. 사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스템 상에 놓여있는 개인들입니다. 비민주적인 사회, 사회의 안녕을 위한다는 대외적 명분 아래 실질적으로는 독재를 하는 국가 기관들, 그리고 그 국가 기관들 사이의 세력 다툼과 테러리즘이 어떤식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가에 대해 중심을 뒀었죠. 이 이야기들을 풀어가는 데 있어서, 빨간두건이란 동화책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인랑" 스토리 내에서도 빨간두건소녀단이 존재하죠. 빨간 두건을 쓴 채, 지하 하수시설을 경유해서 테러용 폭발물을 배달하는 소녀들의 존재가 그것입니다. 경찰은 프로텍트 기어를 입은 특수 부대를 투입하고, 뭐 "특수 부대원 하나랑 빨간 두건을 쓴 소녀 하나랑 사랑을 하게 된다."라는 이야기를 이끌어냅니다. 사실 진부한 소재인 것은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랑의 도입부의 시위 장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화염병이 날라가고, 경찰 병력 (뭐 한국으로 치면 전경쯤?) 들은 그것을 방패로 막고, 지하도에서는 프로텍트 기어를 입은 특수부대가 진압을 하고 반정부 세력은 그걸 또 총기로 막고.... "인랑"은 주인공들이 이런 환경에 의해 강요되는 선택들을 보는 영화였기에, 주변 환경 묘사에 신경을 쓰고, 스토리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장치들을 상당히 많이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장치들이 비극적이지만 납득할 만한 결말을 이끌어냈던 것이고요. 그리고 메세지를 던집니다. 왜 주인공은 소녀를 데리고 도망을 갔고, 결국 그 소녀를 쏘게 되었는가? 그것은 납득할 만한 일이었는가? 그 죽음은 단순한 기관간의 세력 싸움에 이용된 것이 아닌가? 이런 식인 것이죠. 그게, 아마도 싸이코패스 극장판과 다른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싸이코패스는 도입부에 해외에서 밀입국한 테러리스트들이 도쿄에서 진압되는 것으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아카네는 직감적으로 이상한 것을 느끼고 사건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하고, 결과적으로 코가미가 직간접적으로 이 사건에 관계되어있다는 것과 시안에 그가 있다는 것까지 알게됩니다. 그리고 시안행 비행기를 타게 되죠. 그 중간 중간에 시빌라 시스템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름이 기억 안 나는) 아카네의 친구는 시빌라의 매칭 시스템을 이용하여 자신의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처음에는" 이상형이 아니지만 지금은 정말 잘 맞는 사람 갖다고 말을 하면서 결혼을 하겠다고 합니다. 이를 들으면서, 아카네의 표정은 상당히 심란해집니다.  또한, 밀입국한 테러리스트들은 진압을 당하는 과정에서 "기계의 신탁을 받는 (Oracle Machine)" 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시빌라 시스템을 조롱하기도 하고요.


아카네가 비행기에 타고 난 뒤에, 그녀가 잠에 들어서 꿈을 꾸었을 때 등장하는 장면도 비슷합니다. 꿈 속에서 사이가 조지나 국장이 차례차례 등장하면서 시빌라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사이코 패스 1기만 봐도 마키시마 쇼고는 대대적인 테러 행위와 시빌라 시스템을 붕괴시키려는 노력을 하면서 시스템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 극장판은 그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말 하고 있습니다. 사이가 조지는 계속 마키시마 쇼고를 상기 시키면서, 시빌라 시스템이 일본이란 국가를 무정부, 만인과 만인의 투쟁의 상태로 돌아간 세계로부터 지켜냈다고 말하기도 하죠. 하지만, 시빌라 시스템 아래 놓여있는 일본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세계 모두 인간으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모양새가 아니라는 것을 계속 강조합니다.


시안에 도착한 아카네가 보는 상황을 통해서, 시안의 상황은 상당히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샴발라 플로트”를 제외한 모든 곳들이 전쟁의 잔흔들로 가득합니다. 무너진 건물들, 붕괴된 사회 인프라, 그리고 유일하게 제대로 국가로써 기능하는 수상 도시 “샴발라 플로트”와 그곳으로 들어가려 애쓰는 사람들이 그것입니다. 시빌라 시스템을 일정 부분 채용한 샴발라 플로트”에서는 정상적인 사람들과 잠재범들을 나눠 잠재범들에게 목걸이를 채웁니다. 잠재범들은 언제라도 싸이코패스 지수가 높아지면 목걸이에 의해 행동을 제약받거나 심지어는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시빌라 시스템 덕을 보고 시행 된 것들입니다. 기계를 통해 (사실은 기계가 아니지만) 잠재범과 일반인을 구분하고, 그들을 격리 수용하여 치료하고, 치료가 안 될 경우 제거를 하는 방식을 시안에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죠.


시안이란 국가에 대해서 점점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내부적으로 엄청나게 곪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국가를 통치하고 있는 세력은 “시빌라”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약속을 얻고 일본 정부에 무기 원조를 받은 군벌이었고, 현재 의장을 맡아 국가를 통치하던 츄안 한은 그 세력의 지도자였던 것이죠. 군부는 제대로 된 지지를 얻고 탄생한 정부가 아니였고, 이 떄문에 타 군벌이나 세력의 반발로 인해 지속적인 내전 상태에 놓인것이였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원조를 받은 드론을 이용하여 싸이코패스에 의한 잠재범들을 제거한다는 명목 아래 반정부 세력을 소탕해나갑니다. 드론의 막강한 화력 앞에 반정부 세력들은 쓸려나가는 것은 당연하고요. 이 상황에서 아카네는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싸이코패스가 정상일리가 없다”고 화를 냈었고, 작전을 지휘하고 있던 니콜라스는 “우리는 저들을 격리할 시설조차 없습니다.” 로 받아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상당히 지루했던 부분이 끝나고 액션씬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 부분은 별로 이야기 할 게 없음으로 뛰어넘어가고 다시 중요한 부분이자 엄청 지루한 부분인 중후반부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합시다. 아카네는 샴발라 플로트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공안국에 연락을 넣어 현재 작동하고 있는 시빌라 시스템을 검사할 것을 요구합니다. 뭐 그리고, 나온 결과는 현재 정부의 군인들이 싹 다 “잠재범” 수준을 넘어서 “처분 대상”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알아내고, 협조자를 구하려다 역으로 니콜라스의 함정에 빠져 죽을 위기에 쳐하죠. 그리고, 공안국이 헬기를 타고 투입되어, 아카네를 구해주고, 니콜라스와 군인들을 싹 다 처분하고 끝이 납니다. 그리고 대충 뭔 상황인지 낌새를 알아차린 아카네는 츄안 한 의장에게 달려갑니다.


그리고, 츄안 한 의장이 사실은 암살당했고, 현재의 의장은 사실 꼭두각시 역활을 하고 있는 의체라는 것을 밝혀냅니다. 시빌라 시스템은 말합니다. 사실은 이게 다 시빌라 시스템의 도입을 하려는 우리들의 계획이었으며, 군부 세력을 이용하여 안정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빌라 시스템을 이용하여 군부세력을 다 제거함으로써 우리들의 목적을 이루려고 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시빌라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의 행동은 잘못된 게 없다”라는 식으로  논리를 이끌어나갑니다. 아카네는 당연히 반발하고, “법은 사람들의 동의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데 너희는 왜 그런것도 안하느냐”라고 묻고, 결과적으로 군벌에 의한 반 강제적인 도입이 아닌, 사람들의 동의를 통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법은 인간들의 동의를 통해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받아치죠. 그리고, 츄안 한은 사임을 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지도자를 뽑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츄안 한은 사임을 하게 되죠.


뭐 그리고,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엔딩롤 올라가는 거 보면서 “아 이런식으로 김빠지게 끝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계속 했죠. 엔딩롤은 뭐 예의상 다 봐줘야겠구나... 이러고 있었는데, 음 글쎄 엔딩롤 이후에 짧막한 영상이 재생되더군요. 라디오에서 투표의 결과가 짤막하게 나오는 것이였습니다. 츄안 한이 개표율 40%대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재임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영화는 끝납니다.


이 영화는 상당히 전하려는 메세지가 많았습니다. 코가미는 반정부 세력의 리더였고, 자기 입으로 “민주화 운동”을 한다고 말을 하고. 군벌은 국민이 평화를 원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일을 한다는 자기합리와를 시전하고. 아카네는 그것이 옳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조연격으로 나온 사이가 죠지와 마키시마는 결국 이딴식의 방법이 옳긴하냐? 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럴 바에 걍 다 포기하는게 더 낫지 않느냐? 라는 질문을 던지죠. 시빌라 시스템은 공리주의를 내세워 한 국가를 내전상태로부터 구원함과 동시에 "공리주의에 입각해" 무고한 학살을 방임하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지속적으로 시빌라 시스템이 옳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행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했으나, 결과적으로 어떤 해답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메세지는 많았지만, 어떤 메세지도 청자에게 도달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무미건조합니다. 기승전결이라고 보기 애매한 구조와 결말이 초월적 존재에 의해 “사실 우리는 모든 걸 알고 있었고, 이 또한 우리의 계획이니라”라는 식으로 끝나버렸다는 것이 엄청나게 점수를 깍아먹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잘한 부분에서 건져낼 것이 있다면, 사회에 대한 질문이곘죠. 시빌라 시스템의 존재 의의와 한계를 싸이코패스 1기, 2기, 그리고 극장판을 통해서 설명해나가는 과정일텐데, 이게 왜 존재해야하는지 왜 나쁜지에 대해서 별로 와 닿는게 없다는 게 문제일 거 같습니다. 공안국이 속해있는 후생성은 방역을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그리고, 공안국의 자켓에는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가 그려져있죠. 치료 행위로 사회의 병원체를 죽이는 행위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고, 그리고 병원체는 싸이코패스 지수가 높은 잠재범들 입니다. 즉, 사회적으로 쓸모 없기 때문에 그들은 제거되야된다는 사상적 기반을 잘 나타내는 것이죠.


이에 대한 적용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아마도, 제일 좋은 방식은 민주정을 도입하고, 민주주의에 의해 평화를 얻는 것일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이끌어내는 것이고, 이는 시안의 군벌과 시빌라 시스템 모두 갖고 있는 속성입니다. 전자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타인을 학살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기 자신을 속박하는 것이라는게 차이라면 차이곘죠. 이는 국가나 집단 단위에서 일이고, 개인에게서는 위의 두 방식은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동일한 방식으로 개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일 뿐입니다. 다만, 군벌에 의한 독재는 언제나 어떠한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일 가능성이 큰 반면, 시빌라 시스템은 싸이코패스라는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계량화된 단위를 이용해서 격리와 처분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찌됬건, 이런 사회에서의 개인은 끊임없는 자기 검열을 하고, 처분 당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한다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선택이 아닌 타인의 총구나 시스템의 판단(결과적으로는 도미네이터의 총구)에 의해 살아간다는 것도 변함이 없고요.


이런면에서 이 영화는 현실적이면서도 정말 짜증나는 엔딩을 선택하였습니다. 민주정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었고, 국민은 민주주의라는 개념조차 이해를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현재 제일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군부 독재 (실제로는 시빌라 시스템이 통치하는 통제 사회이지만) 를 다시 택하는 것이죠. 이런 현상은 꽤 많은 동아시아 국가에서 나타난 일이고, 아프리카 전역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일어난 일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깍이는 것은 이 부분 떄문일 것입니다. 현실적이였고, 결과적으로 별로 그렇게 마음에 드는 엔딩이 아니라는거죠. 시안이라는 국가가 동남아시아에 있는 국가이며, 동남아시아에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버마(미얀마) 등이 속해 있다는 배경지식이 있다면 엄청나게 암울한 스토리라는 건 당연히 알 수 있을 것이고, 이 덕분에 제 평가는 더 깍였습니다.


뭐, 결론만 다시 말하자면, 군벌에 의한 독재국가에서 합법적 선거를 통한 또 다른 독재의 도입으로, 민주화의 가능성은 꺽인 채 약간 더 나은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전부이니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찝찝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 것이고, 그렇게 좋은 평이 안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랑도 싸이코패스 극장판과 엔딩이 비슷합니다. 개인은 거대한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개인의 의지로 무언가를 바꾸지 못합니다. 시스템 속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방법 밖에 없죠. 암울한 엔딩이라는 건 별반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랑은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스템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런 건 나쁘다"라는 걸 말하는데 성공했으니까요. 하지만, 싸이코패스 극장판은 그냥 물 흐르듯이 흘러가버리는 어떤 사실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나쁜 상태가 끝나지 않는다는 말 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그게 큰 차이입니다.


// 덧붙이자면, 영어 대사에 대한 불만이 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상당히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초반에 아카네의 영어 발음이 개판이라서 “아 이게 뭐야...”라는 생각을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용병이나 다른 캐릭터들의 발음들이 각각 다르고, 특징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게 되면서 부로 이렇게 했다는 걸 느꼈습니다. 실제로 아카네는 일본인이니 일본인스럽게 말을 하는 것이고, 다른 용병은 네이티브답게 이야기하고 그렇더라고요.

// 그리고 일본어, 영어 뿐만 아니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동남아시아 쪽 언어도 꽤 나왔습니다.

// 사실 이런 면에서 한 애니메이션에서 여러 언어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 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편의상 일본어로 통일을 할 수 있었지만, 분명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하는 상황을 잘 나타내는데에는 그 국가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만큼 쉬운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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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여름 세일인지 겨울 세일인지 가을 세일인지 봄 세일인지 아니면 추수감사절 세일인지 크리스마스 세일인지 여하튼 스팀 세일에 값 싼 가격에 구입 해 놓고 잊어버린 녀석이 있었다. 뭐 나름 독특한 소재와 인상 깊은 트레일러 때문에 하고 싶었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200개가 넘어가는 스팀 게임 목록속에서 잊혀지는 건 뭐 당연한 일 아니였던가. 산 지 한 1년인가 됬을 무렵, 우연하게 스팀 게임 목록에서 이 게임을 발견하고 플레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3일 밤낮으로 정말 이 게임만 생각할 정도로 The Swapper에 빠져버렸다.

The Swapper라는 제목처럼 이 게임은 "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트로에서 주인공은 탈출선을 타고 어디론가 날라가고, 그리고 미스터리한 광산을 헤메다가 Swapper라는 장비를 발견하게 되고, 이를 이용하여 자기 자신의 클론을 생성하여 퍼즐을 풀면서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다. 처음에는 음침한 분위기와 SF라고 하지만 호러게임에 가까운 지형지물들을 보면서 중간에 네크로모프라도 뛰쳐나올 줄 알고 긴장을 많이 했으나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오히려, 중간 중간에 알게되는 사실들과 그 사실들을 조합해서 나온 결과를 보면서 말 그대로 공포를 느꼈는데, 거대한 시설에 혼자 고립되었고,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느낌은 정말 무서웠다.

텅 빈 광산과 텅 빈 우주정거장에서 각종 퍼즐들을 풀면서 오브를 모아 보안 권한을 높이고, 잠겨있는 시설들을 개방하는 것이 주요한 목표인데, 퍼즐들은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숙련된 플레이어라면 대략 4시간 내에 게임을 끝내고 아닌 경우 10시간까지 걸릴 수 있다고 하는데, 필자 같은 경우 6시간 정도에 엔딩을 볼 수 있었다. 6시간 씩이나 걸린 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뻘짓을 너무 많이 했다는 것과 퍼즐 2개를 못 풀고 끙끙대고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는데, 가급적이면 플레이를 중간에 쉬지 말고 끝까지 할 걸 추천한다.  퍼즐 풀이법은 이전 단계의 퍼즐들의 풀이법들에서 한 단계씩 발전하는데, 그 방법을 까먹으면 아예 안 풀리는 퍼즐들이 존재한다. 이 부분 덕분에 시행착오만 얼마를 했는지...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특히, 클론들의 배치만 중요한 게 아니라, 클론들이 합쳐지는 경우도 고려하는 퍼즐이 나오는데 거의 난이도 끝판왕에 가깝다.

여하튼, 플레이를 하면서 얻게되는 정보는 3가지로 나뉘는데, 첫번째로 인게임 대사들이다. 무전으로 들리는 말들을 대충대충 듣다보면서 점점 상황 파악이 되기 시작한다. 두번째로는 메모리얼 로그라고 불리우는 터미널에 접속하면 얻을 수 있는 기록들이다. 실험 기록이나, 간단한 일기나, 아니면 어떤 것에 대한 정보들을 적어놓은 것들인데, 스토리 이해를 위해서 대부분의 로그를 정독하기를 권장한다. 세번째로는 돌에게 얻는 정보이다. "돌에게 정보를 얻는다고?"라고 묻겠지만, 돌에게 진짜로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이 돌들은 이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엄청나게 중요한 역활을 한다. 돌 또한 메모리얼 로그처럼 정렬이 되있고, 최종 엔딩 직전에 돌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서 또 다른 정보를 얻으면서, 스토리를 파악하는 서브 이벤트가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두고 보면 뭔가 그냥 그런저런 게임처럼 보이겠지만, 이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가지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 The Swapper, 교체, 즉 클로닝 기술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사실 맨 처음의 인트로와 게임 초반이 이해가 잘 안됬는데, 실제로 엔딩을 보고 나서 2회차 진입을 하면 시작부터 엄청난 암시를 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전 내용이나, 아니면 돌과 처음 조우했을 때 반응들은 모두 잘 짜여진 스토리 속의 장치였던 것이였다. "정신과 육체는 분리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씩 조금씩 정보들을 알려주면서 계속 되묻고 있는 것인데, 이는 맨 마지막 엔딩에가서 극대화된다. 그 때,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느낌 공포감은 해소되고, 거대한 전율을 느끼게 된다.

몇몇 플레이 팁을 주자면, 도전 과제의 경우 엔딩 조건 만족 직전에 다 깨는 걸 추천한다. 스토리 감상이 주라면 중간중간에 찾아서 해도 되지만 도전 과제 자체가 숨겨진 터미널을 찾아서 로그를 얻는 것인지라 게임에 익숙해진 다음에 하는게 편한 것 같다. 엔딩의 경우 2가지가 있는데, 두 엔딩 중 E키를 눌러서 나오는 엔딩 먼저 봤으면 한다. 그 다음에 두번째 엔딩을 보는게 오히려 여운이 더 남을 거라고 확신한다. ( 필자는 거꾸로 봤다. 슬프다.) 그리고, 타 게임과 달리 오토 세이브가 되는데, 오토 세이브 조건은 영리하게도 빛을 통과하면 된다. 퍼즐마다 구획을 나눠주는 불빛이 있는데 그 부분을 통과하면 세이브가 된다. 그리고 이게 세이브가 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러워서 게임 데이터 손실에 대해서는 별다른 걱정은 안해도 된다. 하지만, 엔딩을 보기 직전에는 세이브 파일을 일단 백업 해두는게 좋다. 엔딩을 본 후에 다시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해 세이브를 로딩하면 엔딩 분기점에서 로딩이 되는게 아니라 엔딩 크레딧이 로딩된다. 반 강제적으로 2회차를 플레이 하라는 의미인데, 시간이 좀 많이 아깝다면 세이브 파일을 백업해두고 엔딩 보고 다시 덮어 씌워 엔딩을 보는 쪽을 추천한다. 뭐, 2회차 플레이는 30분 내외 정도 걸린다던데, 시간이 있다면 백업 말고 2회차를 적극 추천한다. 또 플레이하면서 놓쳤던 부분들을 다시 볼 수가 있다.

스포일러가 무서워서 이야기를 못하고는 있지만, 이 게임은 Swap이라는 것에 모든 중심을 둔 게임이다. 불가능하다고 믿었던게 가능하자 사람들의 태도가 어찌 변화하는지, 그리고 플레이어는 그 기술을 너무 무심하게 쓰고 있다는 것과,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까지 모두 "육체와 정신이 분리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아래 놓여져있다. 몇몇 부분은 불친절하게 설명을 안해줬지만, 대사와 기록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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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와서 독후감이나 쓰고 있는 나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교수가 과제를 던져주면 그것을 해야하는 건 대학생의 의무가 아니던가. 워드 하나 켜놓고 6시간동안 글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유의미한 인생이라 할 수 없는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다. 나 자신이 이렇게 한심하기는 처음은 아니지만 글쓰기에 한정에서는 엄청나게 한심한 거 맞는 거 같다.


뭔가 익숙한 표지, 뭔가 익숙한 제목, 그리고 뭔가 익숙한 내용... 분명 중학교 또는 초등학교 시절에 분명히 읽었던 책이라는 걸 깨닫는 데 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분명 제 1장에 나온 캐롤라인 군도의 돌 화폐 이야기는 어디서 읽었는 지도 모르면서 내가 두고두고 써먹는 이야기였고, 그 후에 나오는 불환 화폐의 가치 변동이나 인플레이션 관련 이야기도 분명 출처는 모르지만 열심히 말하고 다니던 것들이었다. 내가 책을 많이 읽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책의 제목을 기억 못하고, 저자도 기억을 못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든 것은 이미 책을 중간쯤 읽고 나서였다.


한국 출판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이자, 신간 코너에서 "나 좀 봐주세요!" 라는 말을 하기 위해 옹기종기 진열된 책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인 한국 특유의 낚시성 제목은 이 책도 피해갈 수 없었다. 포스팅 제목에 원제를 적은 이유도 그것의 연장선상이며, 원제에서 풀풀 풍기는 단편 소설집 같은 느낌을 어디 경제학과에서 한 학기동안 배우는 경제학 전공 서적으로 바꿔놓은 출판사를 탓했으면 좋겠다. 사실 화폐 경제학이라는 단어보다 나쁜 화폐 라는 식으로 제목을 짓고 그 밑에 부제목으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 화폐에 대해 논하다!"를 달았으면 제목과 부제목에 낚이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으리라 생각이 드는데, 출판사 사장은 그 쪽까지는 생각을 안해본 거 같다.


원제인 Money Mischief라는 단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원제가 의미하는 것은 분명 한가지가 아니다. Mischief라는 단어에는 분명 뜻이 여러개가 있었고, 분명 Money라는 단어랑 결합하였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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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알렉산더 오스터왈더 (Alexander Osterwalder), 예스 피그누어 (Yves Pigneur)


경영학이나 경제학 이런 걸 이야기 하면 사람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워합니다. 자신과는 동떨어져 있있거나, 알긴 알아도 건들이기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을 하죠. 하지만, 경제학이나 경영학은 그렇게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일상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체계화 시키고, 그것을 학문으로 만들어 놓은게 경영/경제학이라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저도 경영학 쪽은 손도 못 대보고, 경제학 쪽에 엄지 발가락 하나 정도 담가본 사람이라서 뭐라고 말 하기에는 그렇네요.



비즈니스 모델 제너레이션 (한국판 제목은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은 경영학적인 이야기보다는 캔버스라는 도구를 통해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9개의 블록을 통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결정하고, 그것을 통해서 기업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를 결정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처음에는 8개의 블록만으로 회사의 판매 모델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점점 읽어나가면서 8개의 블록만으로도 충분히 기업의 판매 모델이 만들어진다는 걸 알게 되고, 그게 사실 9개의 블록만으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8개의 블록 때문에 만들어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캔버스는 핵심 파트너쉽, 핵심활동, 핵심자원, 가치 제안, 고객 관계, 채널, 가치 제안, 그리고 수익원과 비용구조라는 9개의 블록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각각 회사를 경영하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것들인데, 이것들을 통해서 회사가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무엇을 통해 뭘 만들건지, 그 무엇을 고객에게 어떻게 어필하고 어떻게 안겨주고, 돈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감명 받은 것은 단순히 이런 9개의 블록이 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각종 사례들을 제시해 준 것입니다. 그것도, 예전부터 있었던 기업들 뿐만 아니라 현재 성장하고 있는 IT쪽 기업들과 중소규모 기업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줬다는 거죠. 아이팟의 캔버스 모델이라던지, 네슬레의 사업 다각화를 위한 방법을 분석한 캔버스라던지, 아님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인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라던지 이런저런 것들을 통해서 어떻게 이 캔버스 모델을 적용 시키는지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설명을 위해서 이 책은 독특한 판본을 쓰고 있는데, 처음에는 읽기가 불편하지만 차츰 적응해 가면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상당히 편합니다. 세로 길이가 가로 길이보다 길었다면 짤렸을 그림이 이런 판본에서는 한 장에 모두 들어갈 뿐만 아니라 거기에 옆에 주석을 붙여놔도 되었고, 이런 공간의 장점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걸 한 페이지나 두 페이지 (당연히 한눈에 보이도록 왼쪽과 오른쪽 페이지)에 써 내려갈 수 있게 했습니다.


난잡해 보이지만, 이런 비주얼라이징은 이 책만의 독특한 특색을 주고, 사람들이 부담없이 책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저 같은 경우 100페이지를 부담 없이 슥슥 넘기면서 핵심 정보들을 중점적으로 읽었습니다. 제가 아는 선례라던지, 제가 아직까지 관심이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좀 대충대충 읽었죠. 하지만, 이 책이 전하려는 의도는 거의 다 얻어 낸 거 같습니다.



좋은 책이니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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