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화성에서 우리는 비트코인을 쓸 수 있을까?

결론만 말하자면, 가능하다. 블록체인은 그러라고 만들어진 시스템이니까.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복잡하다. 블록체인은 아직도 개판5분전이니.

 

테슬라에서 15억 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구입하였다는 뉴스가 나오자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3천까지 내려갔던 비트코인은 5천만원의 문턱을 넘을 것인지 못 넘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수준까지 가 버렸고, 사실 1억 이상을 찍을 거라는 예측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테슬라의 연관 업체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이스X 덕분에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집 떡밥은 더 심각한 음모론(?)으로 진행되게 되었는데,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듯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대주주는 아직 일론 머스크이고, CEO도 일론 머스크이기 때문일 것이다.

 

화성 공용 화폐 (...) 비트코인설이 트위터에서 엄청 화제가 되고, 업계에서도 화성 코인 비트코인 이런 말도안되는 라임이 퍼진 것은 뭐 거의 필연일 것이다. 사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사는 행위와 스페이스X가 화성에 식민지를 세우는 일은 좀 다른 일이긴 하지만, 스페이스X가 발사체 관련 시연을 할 때 테슬라 로드스터를 우주로 쏘아보낸 전적이 있는 등 사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좀 떼어놓고 보기 어려운 감이 있지 않나 싶다.

 

여튼, 일론의 꿈이 화성에서 비트코인을 쓸 수 있게하는 것이 맞다면, 그것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사실 비트코인 그 자체를 쓰는 건 상당히 골치아플 일이다. 하지만, 화성에서 채굴이라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비트코인 트랜젝션을 전송만 할 수 있다면, 어쨌든 인터넷이 연결만 될 수 있다면, 비트코인을 쓸 수 있지 않은가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인가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가능한지, 이제 채굴과 트랜젝션, 그리고 암호학이 어떻게 블록체인을 지탱하는지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비트코인은 채굴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채굴, 특히 PoW라고 불리는 연산력 싸움(Hashcash)을 하는 이유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악인들만으로 구성되어있고, 이 때문에 lose-lose 전략이 발생하더라고 게임이론을 통해서 유지가 되도록 구축이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비트코인에 쓰이는 Hashcash는 스펨 메일을 차단하기 위해서 도입된 WWW 초창기 시절 솔루션인데, 스펨 메일을 필터링하기 위해서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Hash를 만들어서 보내지 않는다면, 그 이메일을 스팸처리해서 받지 않는다. 즉, 일종의 문제를 풀어서,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 놓지 않는다면 그것을 스팸처리한다는 것인데, 받는 이가 제공한 문제를 푸는데 5~6초가 걸린다면 스팸 발송자들은 수 만 건의 스팸 메일을 뿌리는 데 수 십 만 초 (대략 100시간 이상)의 시간을 쓰게 된다는 뜻이기도 한다. 즉, 일반 유저들이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 5~6초의 컴퓨팅 파워를 쓰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지만, 스팸 메일 발송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어마무시한 비용이 들게 하여 스팸 발송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비트코인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대략 전 세계 컴퓨팅 파워로 10분 마다 풀 수 있는 Hashcash 문제를 내고, 이에 맞춰서 전 세계 컴퓨터들은 Hashcash의 정답을 찾기 위해서 경쟁을 하게 된다. 비트코인의 경우 블록의 Hash 값에 0이 앞에서 n개 부터 있는 블록 데이터 값(nonce)을 찾게 된다면 그것을 비트코인의 다음 블록으로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컴퓨팅 파워를 써서 블록을 찾아낸 (채굴한) 사람에게는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즉, 블록체인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컴퓨팅 파워를 쓰고, 그 컴퓨팅 파워에 대한 보상을 줌으로써 채굴자들이 경쟁하게 만들어, 지속적으로 잘못된 블록을 만들어서 네트워크에 전송하거나, 담합하거나, 일부 거래를 누락하거나, 아니면 돈이 안 되서 컴퓨팅 파워를 채굴에 안 쓰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반강제적으로 상호 견제를 하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블록이 안정적으로 생성되고 이것이 경쟁을 통해서 생성되기에 문제가 덜 발생한다는 것과 거래가 제대로 된다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이다. 예를 들어 자기 돈이 1000원 밖에 없는데, 1만원을 전송하는 거래를 발생 시킨다던지 하는 경우가 그것일텐데, 이는 다른 암호화폐 노드들이 이를 검증하기에 해결이 된다. 일반적으로 1만 대의 비트코인 노드가 현재 돌아가고 있고, 이 노드들은 채굴된 신규 블록을 검증하여, 이것이 제대로 된 거래들인지 확인하고, 맞으면 이웃 노드에게 넘이고, 아니면 misbehave(잘못) 수치를 높여, 어느 이상 네트워크의 잘못된 행동을 한 노드를 밴을 시키게 된다. 즉, 네트워크에서 가라 블록이나 가라 거래를 포함한 블록을 생성해서 전달을 하려고 하면, 그에 연관된 이웃 노드들이 그것을 거부하고, 최종적으로 네트워크에서 추방을 시킴으로써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것이다.

 

뭐 그렇다면, 블록 데이터는 뭐 그렇다고 치자. 뭐 여튼 블록 생성에 있어서 1만 대의 노드가 상호 검증을 하니 뭐 잘 돌아가지 않겠는가?

 

사실 여기서 핵심은 그러면 블록에 쌓이는 거래 기록(트랜젝션)은 어디서 생기느냐 이것이다. 여기서부터 암호학이 등장한다. 사실 비트코인은 거대한 공인인증서 기반 인증 시스템이다. 아니... 잠시만 공인인증서요? 네, 그렇다, 공인인증서다! PKI와 Hash는 전자서명을 위해서 정말 많이 쓰이는 녀석이다. 일종의 디지털 지문이라고 불리는 녀석인데, 거대한 파일 데이터에 대한 서명으로 사용되고, 이 서명과 원본 파일을 갖고서 파일의 진위성이나 거래의 부인방지를 하게 된다. 비트코인도 똑같은 방식을 취한다.

 

비트코인의 경우 UTXO라는 방식을 써서 전체 데이터를 관리를 한다. 뭐 UTXO라는 단어는 몰라도 되고, 사실 복식부기 방식을 통해서 장부를 관리한다고 보면 된다. 한 트랜젝션(거래)는 다수 개의 Input과 다수 개의 Output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모든 Input에는 전송자의 전자 서명이 붙어있는데, 이 전자 서명을 통해서 거래가 진짜인지 거짓인지를 확인하게 된다. 그냥 간단히 1 Input, 2 Output 형태의 트랜젝션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A라는 주소에서 B라는 주소로 보내는 거래가 일반적으로 1 Input, 2 Output 거래이다. A라는 주소에서 1 BTC를 B에게 보낸다면, 다음과 같은 형태로 작동이 될 것이다

0. A 주소로 이전에 0.5 BTC(트랜젝션 #a100)와 3 BTC(트랜젝션  #a101)와 5 BTC(트랜젝션  #a102)를 받은 트랜젝션(장부/거래기록)이 있다.

1. A가 3 BTC를 받았다는 #a101 트랜젝션(장부/거래기록)을 쓰기로 마음을 먹는다.

2. A는 3 BTC를 받았다는 거래 기록(#a101)을 참조하여 (Credit을 Debt으로 받는), B에게 1 BTC를 보내고, 나머지 1.75 BTC는 다시 A에게 보낸다는 트랜젝션(이 경우 나머지 0.25 BTC는 채굴자가 갖게 된다)을 만들고 이 장부 거래에 전자 서명을 한다. 그렇게 트랜젝션 #b001 이 생겨난다.

3. Input ( #a100 Ouput( 주소 A, 3BTC)  ) + A 주소로 서명된 서명 -> Output ( 주소 B, 1 BTC) , Output ( 주소 A, 1.75 BTC) 라는  #b001 트랜젝션을 비트코인 노드에 전송 시킨다.

4. 비트코인 노드(편의상 노드1)는 이것을 블록체인 장부에 뒤져서 모두 존재하는 트랜젝션인지 확인하고, 서명이 정상적인지, 금액이 정상적인지 판단하고, 정상적인 트랜젝션이라면 그것을 다른 노드에게 전달한다.

5. 다른 노드들을 이 트랜젝션들을 받아서 또 검증하고 다른 노드들에게 전달한다. (5번 무한 반복)

6. 채굴을 하는 노드까지 도달하고, 채굴을 하는 노드를 이를 포함시켜서 블록을 생성 시킨다.

7. 채굴 노드는 생성된 블록을 옆 노드에게 전달하고, 옆 노드는 이것이 맞는지 검증하고 맞으면 자기 옆 노드에게 또 전달한다.

8. 노드간 블록 전달 릴레이가 끝이 나면, 노드1은 자신의 트랜젝션 #b001이 블록에 포함되어, 채굴자의 서명까지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한다. 즉, 다른 노드들이 이 트랜젝션을 인정하고 블록에 넣었고, 블록도 인정 받아 다시 되돌아온 것을 확인한 것이다.

 

좀 복잡한가? 복잡하긴 하지만, 그냥 바톤 이어 달리기를 생각하면 편하다. 거래에 대한 메세지를 넣고 메세지를 계속 전달해서, 전 세계의 당신의 거래 기록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것이 맞다고 판단하면, 다시 맞으니까 내가 확인했음이라는 결과(블록)을 다시 바톤 달리기로 전달해주는 것이다.

 

여기서 눈치를 챘겠지만, 그렇다면 모든 비트코인 노드들이 채굴이라는 활동을 안 하는게 아닌 것인가? 라는 것이다. 그렇다. 모든 비트코인 노드는 채굴을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세상이 너무 바뀌었고, 일반적인 PC나 심지어 중고성능 서버도 채굴이라는 행위를 할 수가 없는 세상이 와 버렸다. 90년대의 Hashcash 논문과 2010년대 비트코인 개발자들이 간과한 것이 있으니 범용 컴퓨터인 노트북이랑 PC와 달리, Hash만 전문적으로 생성해서 Hashcash 값을 알아내는 ASIC(전용반도체)가 나와버렸고, 전 세계의 거의 대부분의 비트코인 블록은 GPU도 아니라 7nm 반도체 공정으로 생산된 ASIC 채굴기에 의해서 생성되고 있다.

 

즉, 전 세계 비트코인 노드들은 채굴장(...)에서 생성된 블록을 갖고서 검증을 하고, 대충 컴퓨팅 파워도 쎄게 들어갔으니 일단 블록의 정합성은 맞겠지하고, 이제 세부 트랜젝션 내역의 암호학적, 회계적 정합성을 확인하고, 10분마다 블록을 서로 동기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 사용자들은 비트코인 노드를 직접 굴리거나, 거래소를 쓰거나, 비트코인 노드 API (JSON-RPC)를 이용하여 외부의 비트코인 노드에 내 트랜젝션이 블록에 포함되었는가를 확인만 하면 끝인 것이다.

 

즉, 비트코인의 경우 노드에서 채굴을 안 해도 거래(트래젝션)을 생성해서 전달할 수 있고, 또한 사용자들은 비트코인 노드에게 그걸 어떻게든 찔러 넣기만 하면 전 우주(!)의 비트코인 노드에게 전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타원곡선암호(ECDSA) 기반 비대칭키 서명과, Hash Function을 이용한 현대 암호학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다면, 이제 동기화 문제가 남았다. 사실 비트코인에게는 그 누구도 이 정도로 거래가 발생하고, ASIC이 나와서 채굴을 할거라고 보지도 않았던 시스템이었고, 노드가 100 대 정도만 돌아가도 대박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 개발자들은 당연하게도 화성까지 통신을 하는 (...) 상황이 올 줄도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화성-지구간 우주 비트코인이 갖게 될 문제점을 생각해보자.

1. 현재 비트코인 트랜젝션은 prune을 해도 500 GB 정도 된다.

2. 현재 비트코인 블록 사이즈는 4MB 정도 된다.

3. 일반적으로 비트코인 노드는 다른 노드와 25대 정도 P2P 연결을 한다. (즉 25대랑 각자 블록 교차검증을 하는 네트워크 트래픽이 발생한다)

4. 화성에서 채굴은 꿈도 못 꾼다.

 

일단 속도 문제부터 이야기해보자.

화성과 지구를 잇는 네트워크 라인이 여러 개가 있을 것도 아니고, 512kbps 정도짜리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운영이 된다고 낙관적으로 가정해도, 전자기파의 속도 문제 때문에 10분 이상 딜레이가 있다. 뭐, 이건 화성-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이나 제3세계 채굴장의 경우에도 네트워크가 불안정하거나 국가 내 망 검열 때문에 중간중간 동기화가 깨지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근데 중국 채굴장이 세계 1,2위를 하고 있지 않았던가? 비트코인 동기화가 좀 깨져도 살아남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블록 컨펌이라는게 존재한다. 눈치가 좀 빨랐으며 알겠지만, 사실 hashcash를 경쟁을 한다고 하면, 우연하게 두 채굴 노드가 hashcash 문제를 맞히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동기화가 일시적으로 깨짐, 정답이 2개일 수는 없지 않은 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골이 아파지는데, 일반적으로 timestamp (블록 찾은 시각)과 nonce 값이 얼마나 높느냐 (얼마나 컴퓨팅 파워를 쏟아부었는가) 로 결정을 하여 노드들은 블록을 선택(블록 재 선택 후 재배열)한다. 그리고, 이 때문에 신규 블록이 생성되었고, 그 블록에 트랜젝션들이 포함되었다고 해서, 그 트랜젝션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100번 블록이 생성되고, 이 100번 블록을 참조하는 101번, 101번을 참조하는 102번... 이렇게해서 106번까지 생성되면 (10분당 1블록이니 대략 1시간 정도 걸림) 전 세계 노드가 100번 블록에 대해서는 뭐가 맞는지 합의 했다고 판단하여 100번 블록의 거래가 6개의 후속 블록에 의해 mature(성숙) 했다고 판단하고, 이 거래를 허가한다고 땅땅땅 결론을 짓게 된다.

 

즉, 거래의 증빙에만 1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는 화석 개척민들에게는 상당히 이로운 일이다. 지구인들은 1시간 동안 거래를 기다리고 이는 동안 자기들은 전자기파 속도까지 합쳐서 1시간 20분을 기다리면 되니까. (뭐?) 33%의 시간 로스는 뭐 다들 참아주지 않을까 싶은 것이지 않을까? 

 

거기다가 500기가 트랜젝션 내역이 문제라고 해봐도 화성발 스페이스X 로켓에 비트코인 동기화가 끝난 우주방사선 하드닝 되거나 차폐 된 상태의 컴퓨터 넣고 쏘고, 주기적으로 지상 스테이션이랑 통신으로 동기화를 맞추면 되는 것이고 뭐 그러면 화성에서 비트코인 노드가 돌아가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다. 실제로 우주에 비트코인 노드를 올려서 돌리는 프로젝트는 이미 2020년 기준으로 인공위성 쏘아올린 데 3곳이며, 심지어 ISS에 블록체인 노드를 돌리는 프로젝트까지 나왔다. (다들 제 정신이 아니다)

 

사실 이 문제 말고도 더 큰 문제는 있다. 512kbps 인공위성간 통신망으로 10분마다 4MB 짜리 블록 데이터를 받아오는게 문제는 없을 수는 있겠지만,  사실 지구-화성 통신망이 위변조 당하거나 아니면 국가의 주도로 망 검열을 시도 당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앞서 말했듯이 지구권 채굴장도 자주 겪는 일이다. 대부분 이에 대한 해결책은 직접 비트코인 동기화된 노트북을 들고와서 채굴장에 연결하거나 (...) VPN이나 위성 통신 등 여튼 국가 인프라망을 우회해서 노드 동기화를 하는 수 밖에 없다.

 

화성-지구 관계가 틀어졌을 경우, 지구에서 제일 먼저 할 일은 화성-지구간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검열이나 최악의 경우 통신을 내릴 것이다. 화성 개척지는 어떻게 이를 대응할 것인가? 지구 비트코인 노드에 거래 내역이 있고, 화성에만 그 거래 내역을 서명하여 전송을 할 수 있는 프라이빗 키가 존재한다고 가정할 경우, 사실 이건 완벽하게 망한 것이다. 지구랑 통신도 안되는데 비트코인을 전송할 수도, 그 수량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심지어 비트코인 가격도 알 수 없는데, 이게 망한거지 안 망한 것인가?

 

이런 면에서 일론은 선구자적 아이디어를 내 놓는데, 스타링크라는 인터넷 중계 위성을 전세계 상공에 올린 것이다. 일론은 비트코인 노드가 국가에서 검열당해서 막힐 경우 스타링크로 지구권 노드에 직접 연결을 하고, 화성 비트코인 노드를 중계해서, 지구권의 검열과 방해공작을 막으려는 것이다! (어?)

 

Q: 헛소리는 그만하고, 비트코인은 화성의 기축통화가 안 되는 게 모든 사람들에게 이롭지 않을까 싶긴한 것 아닌가?

 

비트코인은 화성의 기축통화가 되기에는 글러먹은 성질들이 너무 많다. 중간 중간에 화성에서 생길 문제들은 이미 지구에서도 발생하였고, 거기다가 비트코인은 사실 전송 수수료만 지금 10만원이 넘고 있고, 컨펌 속도 생각하면 1~2시간은 기본적으로 걸린다. 거기다가 블록 사이즈는 4MB라서, 거래가 몰리면 또 처리가 밀리는데, 실제로 글쓴이가 겪었던 최악의 사례는 48시간 동안 거래가 계속 대기 상태로 놓였던 segwit 이전의 비트코인이었다. (참고로 비트코인도 계속 기능 개선을 하고 있다.) 이미 화성에서 쓰기도 전에 지구에서도 펑펑 터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없는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사실,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찬양론자들이 말하듯이 좋은 시스템이 아니다. 일단, 구조적으로는 P2P관련 노하우 일체와 암호학적으로 쓸 수 있는 모든 기술을 다 때려넣어서 국가가 검열을 하고, 인터넷이 붕괴되고, 그리고 노드 간 통신이 잠시 끊겨도,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찾아서 다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복구하도록 만들어졌다. 이러한 이유는 정치 사상적 문제도 있겠지만, 사실 비트코인 이전의 암호화폐들은 암호학적으로 안전했을지는 모르고,거래도 잘 되었을지 모르나, 모두 정부의 형사 고소와 법적 절차를 통해서 거래가 금지되고 서비스 중단을 당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트코인 개발자들은 이 사례들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전세계 ATM기에 연동되서 체크카드로 입출금이 가능했던 가상화폐 eGold는 테러방지법과 자금세탁법으로 무너졌고, DigiCash는 빛도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비트코인은 핵전쟁 이후에도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아야만했다. 그래야지 월 스트리트를 붕괴 시키지.

 

하지만, 비트코인이 꿈꾸던 시스템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국가의 검열은 은행과 거래소의 KYC와 AML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성공하였고, 월 스트리트는 이미 비트코인을 파생상품으로 취급하고, 비트코인 가격에 펌핑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리고, 채굴이라는 전 세계 네트워크를 분산하는 시스템은 중국과 몇몇 국가들의 대형 채굴장들의 과점 체제로 넘어갔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이제는 비트코인이 뭔가 가치를 갖고 있는 돌 덩어리 수준은 된다는 것을 부정을 하지는 못하고, 이제 이것을 어떻게 가치를 없게 하거나, 규제할 수 있느냐의 논의로 넘어간 건 사실이다.

 

비트코인의 핵심 아이디어인 트랜젝션을 서명을 통해서 암호학적으로 증빙 가능한 거래 장부를 만들자는 (PoW 같은 채굴 개념을 빼고) 계획들을 세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대세가 되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을 거래소에 맡기거나, 아니면 비트코인-이더리움 브릿지로 사용되는 또 다른 블록체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에서 거래 될 수 있게 하는 여러 프로젝트들(renBTC, wBTC ...)이 나오고 있다. 일단 비트코인은 프라이빗 키에 종속된 공개키(에서 유도된 비트코인 주소)에 종속 되니, 현대 암호학을 좀 응용하면, 이를 이더리움이나 다른 블록체인 메인넷에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쉬운 편(정말 쉬운건 아니고 연구가 핫한 분야)이다.

 

이를 보통 Layer 2라고 한다. 정확히는 좀 Layer 2는 광의의 의미이고, 사이드체인이나 멀티체인이라고 하기도하고, 브릿지나 셔틀이라도고 한다. 뭐 여튼, 비트코인을 다른 메인넷으로 전송한다니 그게 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중요한건 비트코인은 디지털 정보로 만들어진 허상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프로그래머의 코드를 이용한다면 "옮길 수" 있다. 제일 쉬운 걸 생각해보자, 아파트 를 은행 담보 잡아서 대출을 받는 것을 말이다. 이 경우에 10억짜리 아파트에 담보요율 200%를 잡아서 5억을 대출 받으면, 이 돈은 허상의 돈인가? 진짜 돈인가? 보통 현재 브릿지나 사이드체인 형태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대부분 이런데, 중간에 담보를 잡는 중앙화 되어있거나 탈중앙화된 매게채를 이용해서, 이더리움에 n BTC 만큼 저당 잡고 n wBTC를 만들었다는 채권 증서를 발행하고, 이를 거래를 하고 있다. 즉, 비트코인이건, 이더리움이건 다 디지털 자산이고, 이들끼리 중간에 적절한 교환 규격이 있다면 이를 이용하여 서로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발짝 더 나가면, 달러를 주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비트코인이 45000달러이면, 담보비율 150%를 잡고서 30,000달러를 대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MakerDAO에서 만든 DAI라는 토큰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그리고 각종 코인들을 담보잡아서 이더리움에서 DAI를 대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여 부동산 대출 받아서 부동산 또 사서 부동산 가격 펌핑하듯이, 레버레징을 할 수도 있다. 좀 끔찍한 이야기이긴하지만, 지금 암호화폐 시장은 이 정도까지 발전했고, 이에 응용된 옵션이나 선물 모델까지 만들어서 돌아가는 중이다. 거기다 거래소들에서 1 DAI를 1 달러로 교환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담보물의 가격이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은행이 담보물을 청산하듯이, 담보된 비트코인을 팔아버린다.)

 

화성에서 이러지 않을 이유라는게 있을까? 화성에 자체 메인넷을 구축하거나, 지구랑 주기적으로 동기화되는 중간 메인넷을 놓거나 하는 식으로 두 개의 네트워크를 굴릴 수도 있다. 비트코인은 그냥 중앙은행 지하에 잠들어있는 금과 같은 역할을 하면 된다. 그것을 쪼개서 금 FX를 하건, 증서 거래를 하건, 그걸로 원화 대출을 받아서 쓰는 건, 현대 금융에서는 모두가 허용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끔찍한 결론을 내 놓는게 아닐까?

 

난 일론 머스크가 그려진 화성 달러는 죽어도 안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