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건 트위터리안이건 많은 곳곳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서로 다른 기술이거나 서로 떼어놓고 볼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분명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다른 층위의 물건이긴 하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상호 신뢰가 불가능한 제3자들을 집합 내에서 "신뢰"를 이끌어내는 컨센서스(합의) 시스템이고, 암호화폐는 이러한 컨센서스 기반으로 작성된 장부에 존재하는 숫자들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를 하는 것은 블록체인의 컨센서스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컨센서스를 이루고, 암호화폐 장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디스크와 대량의 컴퓨팅 파워가 소모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무상"으로 이..
사실 많은 -많다고 해봤지만 정확히는 열 몇 명 정도의 대표라는 직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봐왔을 때, 인센티브의 개념과 자신이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봐왔었다. 특히,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왔던 사람 (정확히는 그 때까지 살아남은 사람)과 갓 스타트업이나 회사를 꾸려가는 사람들의 시점과 관점 차이는 상당히 명백해 보인다는 느낌이 강하다. 후자의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자아 도취적이며, 그 억누를 수 없는 고양감은 결과적으로 회사가 운영되는데 있어서 큰 잘못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듯하는 것 같다. 뭐, 각설하고. 개인적으로 "대표"라고 부르는 사람이 하나 있다. 뭐 예전 (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적이 있기는 한) 스타트업의 공동 대표였던 그는 "왜 주변인들이 일..
아, 사실 1주년이 되지는 않았다. 대충 11개월 하고 몇 일 정도 된 거 같은데, 11개월이나 12개월이나 그게 그거인 거 같고, 연애 기념일 챙기는 것도 아니고 날짜 하나하나 세서 챙겨줘야할 것도 아니고, 축하할 일도 더더욱 아닌 거 같아서 그냥 11개월에서 반올림해서 1주년이라 적어버렸다. 뭐, 그리고 11개월이나 12개월이나 이미 배울 건 다 배우고, 느낄 건 다 느꼈으니 뭐 글의 내용도 바뀌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기도 하고. 원체 별 생각 없이 시작한게 스타트업이었고, 장기적으로 해보면서 느끼는게, 그냥 열정적으로 뭘 할 시간에 내 커리어나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 딴 걸 하던지, 대학원이나 다니던지, 아님 그냥 제대로 된 기업에서 일을 하는게 오히려 낫지 않나 싶다는 생각을 매 시간, 매 분,..
티스토리 블로그에 글을 안 쓰게 된 지도 거진 1년 정도가 되어가는 거 같은데, 일단 백업 기능이 없어졌다는 것과 티스토리가 슬슬 폐쇄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이럴 바에는 좀 더 자유도가 높은 텍스트큐브로 넘어가던지, 아님 더 나은 서비스로 이동하던지를 고려를 하다가 결국 시간이 났을 때 대규모 이전을 할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사람 생각대로 되는게 아니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AWS 3년 약정하고, 마리아 DB깔고, NGINX + PHP7.0-FPM 조합으로 서버를 돌릴려고 보니, 텍스트큐브 메인테인이 실질적으로 2013년부터 끊겨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는 건 둘째치고, 텍큐 공식 사이트에 설치 방법조차 제대로 적혀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고 엄청 당황을 했다. 티스토리가 ..
정치 스타트업이라고 주장하는 와글이라는 곳에서, 박근핵닷컴을 만들고, 그 이후 좀 더 대담하게 시민의회라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시민들을 대표하는 (?) 시민 대표를 뽑아, 무능한 국회의원들을 대신하여 뭔가를 해보자라는 주장을 하였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사실, 탄핵안 가결이 된 이 상황에서 시민 대표를 뽑을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민 대표라고 추천된 사람들이 이정희 전 국회의원이라던지 (...), 유병재 코미디언이라던지, 김어준 기자라던지 뭐랄까 그 "정말로 시민의 대표를 할 수 있는가?"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이 조차도 와글에서 골라낸 사람들이지, 넷티즌이 직접 추천을 하는 형식도 아니였죠. 뭐, 그러니까 완벽하게 자발적으로 추천과 투표가 가능했다면 그나마 말..
Buzzword라는 단어가 있다. 뭐, Buzz가 곤충의 윙윙 거리는 소리를 나타낸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미처럼 한 때 엄청나게 시끄럽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그런 것들을 지칭하는 단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뭐 요즘은 아니고 수 년 전부터 느꼈던 것들이지만 여하튼 핫한 것일수록 빨리 식고,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것일수록 대단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뭐, 요즘 그렇게 핫하다는 빅데이터나 머신러닝도 그렇고, 그 전에 그렇게 자주 언급이 되었던 롱테일이나, Web 2.0이나 집단지성이나, 유비쿼터스나... 뭐 그런 것들이 Buzzword일 것이다. 생각나는 용례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뭐 슘페터가 말하였던 파괴적 혁신 같은 경우도 좀 많이 오용되는 단어일테고, 인문학이라는 단어나 경제..
1. C++11에서 추가된 auto 키워드와 for( : ) 문 형태의 이터레이션을 1학년 녀석이 몰라서 가르쳐줬다. 뭐, 학교에서 C++을 가르친다고 해도, 제대로 문법을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조교라는 사람이 프로그래밍을 예전부터 프로그래밍을 해왔던 1~2학년보다 못하는 경우도 자주 있기 때문에 뭘 기대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디자인 패턴이라던가, 좀 더 나은 메모리 사용, 시스템 구조에 대한 이해 등등에 대한 것들이 결여되어있다면, 결국 컴퓨터 공학이라는 것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누구나 배울 수 있지만, 분명 코드 한 줄이 담고 있는 것은 의외로 깊고 넓은데 말이다. 아 그래, 뭐 list나 map 컨테이너 순환하는데 for(:)을 안 쓰고,..
1. 철학을 배우기 시작한다는 것은 어떤 종류의 선택인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으나, 점점 철학이라는 것을 공부하면서 내가 과거에 생각했었던 짧았던 생각들에 대해서 다시 반추를 할 기회를 준다는 것을 보면서, 두 가지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몸서리 쳐지는 과거의 기억들을 묵묵히 바라봐야만 했었던 것과 그리고 그 과거의 것들 속에서 결코 성장 못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두 가지 일들을 반복하는 것의 끝이라는 것을 책을 열 때, 칠판 위의 횟가루를 필사 할 때 자주 느낀다.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 비슷한 생각을 하긴 커녕 내 앞에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 걱정할 뿐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허우적대는 나를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든다. 과거의 유산 한 두..
오랜만에 글을 쓸 때, 손 끝에 느껴지는 감각은 연필의 흑연이 부스러지는 느낌도, 볼펜의 볼이 굴러가는 느낌도, 만년필의 촉이 사각거리는 느낌도 아니다. 무미건조한, 타닥거림 속에서 노트북 액정에 글자들을 나타내게하는 자판의, 정확히 말하면 스프링의 장력과 PCB 키보드의 감촉일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글이란 퇴고의 과정 없이 술술 쓰는 생각의 정수라 생각을 하였지만, 요 근래 도통 생각이란 걸 해본적이 없으니 정수를 쏟아낼 일도 없을 뿐더러, 화면 속의 글자들을 자꾸 지워나가고 다시 쓰고 그리고 다음에 어떤 단어를 놓을지에 대해 계속 고심하는 퍼즐 맞추기에 가까우리라. 잘못된 피스 하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모가 나가는 일들을 반복하다보면,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 단어들이 왜 글을 쓸 때에는 딱 맞아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