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암호화폐는 화폐일 수 있는가? - JTBC 유시민 씨의 이야기를 반박하며

여기저기 퍼날라지는거 같아서 덧붙이자면, 암호화폐 지금 투자 하지 좀 마세요. 그거 투자 아닙니다. 그리고, 뭔 주식은 하면 한강간다던 사람들이 그 알트 코인들은 미친듯이 투자하는데 그거 진짜 누가 마지막으로 폭탄 받느냐하는 폭탄 돌리기 게임입니다. 암호화폐 옹호글이긴한데, 암호화폐가 통용 됐을 시점에 비트코인이 살아남아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지금 가격 상승이 제대로 된 상승이면 좋겠는데, 아니라는 글이거든요? 비트코인만 찍어서 까긴 했죠. 근데 이더리움은 안 그러고 퀀텀은 안 그럴거 같습니까 ㅠ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암호화폐가 법정 화폐처럼 안정적이다가 아니라. 법정 화폐가 암호 화폐랑 다를게 뭐냐라는 논의입니다. 둘 다 발행 주체부터 안정성까지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지,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

일단, 답을 말하고 시작하면, "지금은 그렇지 않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화폐가 갖고 있는 특정한 속성에 의해서 정의되는 형식 때문 일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금융상품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 SEC가 내 놓았던 답과 동일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암호화폐는 자산 가치가 존재하는 신뢰 주체가 분산된 유가 증권 정도는 분명히 될 수 있다.


이러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유시민 씨? 전 보건복지부 장관? 뭐 전 정치인? 어떤 말로 불러야할지 모르겠지만, (편의상 유시민 씨 정도로 지칭을 하도록 하자)가 JTBC 및 각종 언론에서 피력한 의견에 대한 반박이자, 발언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유시민 씨의 논리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암호화폐는 실물 경제에 피해를 준다. 그러므로 규제해야한다.", "화폐의 발행 능력은 국가에게만 존재해야한다. 암호화폐는 국가에게 의존적이지 않은 화폐이다. 그러므로 규제해야한다." 이런 두 가지 발언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 이야기로 끝나는 철옹성을 쌓아 놓고 있다는 것과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술에 대해서 논평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일단 문제가 된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이해도에 대한 공격보다 유시민 씨가 주장하는 경제학적 근거나 혹은 정책적인 주장은 분명히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썰전에서 이야기를 하였듯이, 튤립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 없이도 튤립 버블을 분석 할 수 있고, 기술에 대한 심도있는 지식 없이도 기술에 의한 경제적 현상에 대해서 논의를 할 수 있는 것은 -경제학자의 오만이기도 하지만- 경제학이 일정한 사회 현상에 대한 통일된 분석 도구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사실 이런 트윗들을 쓰고, 알티를 받고, 그리고 이런 것들이 뭔가 유시민 씨가 갖고 있는 경제학 석사라는 타이틀에 대한 일종의 권의에 의한 논증을 볼 때마다, 일단 유시민 씨가 어떤 타이틀로 석사를 받았고, 어떤 공부를 했으며, 어떤 이해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긴 해야겠지만, 사실 "근대적인 화폐의 개념"이라는 말이 왜 나왔고, 왜 유시민씨는 웃고 있는가부터 시작해야할 것을 뼈저리게 느껴졌다.


화폐란 무엇인가?


화폐는 정말 극단적으로 설명하자만, 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 교환 수단이다. 이러한 가치의 인정은 국지적이여도 좋다. 그러니까, 간단한게 말하면, 한국 원화가 지구 반대편의 유럽이나 이집트의 음식점에서 사용할 수 없더라고 하더라도, 한국이라는 국가 내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교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그것은 화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이즈가 더 작아지더라도, 물물 교환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면, 고대의 조개 껍질이나 (핵전쟁 이후의 세계를 그린) 폴아웃의 콜라 뚜껑 정도의 위상을 지닐 수 있으며, 이것도 사실상 화폐로 봐야한다고 봐야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화폐의 보증 주체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거의 전세계적으로 통용 되던 금과 은을 통해서 주화를 주조 했고, 금과 은의 비율과 동전의 무게를 갖고 물물 교환을 하였다. 이 시대에는 심심하면 바뀌던게 영주였고, 종이 화폐를 찍어 낸다 하더라도 이를 지급 보증할 존재가 존재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확실히 가치가 보증되는 실제 금이나 은을 통해서 화폐를 구현한 것이다. 이러한 금화나 은화는 결과적으로 발행을 한 국가나 상인 조합이나 아니면 영주에 의해 보증되는 무엇이 아니 였던 것이다. 분명, 대량의 주화를 발행 해 놓고, 상황에 따라서 은과 금의 비율을 바꾸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하였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분명한 반응을 하였고, 신화와 구화에 대한 차별을 두었다. 또한,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들을 막는 안전장치들이 계속 도입된 것도 사실일 것이다. 동전의 끝부분을 갈아서 금이나 은을 얻으려는 행위를 막기 위해 톱니바퀴 모양의 테두리를 넣고, 복잡한 모양을 만들어 넣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었다.


하지만, 금은 분명히 옮기기도 힘들었으며, 보관하기도 힘든 형태의 자산이었다. 이에 따라서, 은행에서는 일종의 보증 문서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문서에 나와있듯이, 언제나 이 문서를 찾아서 은행으로 들고온다면 금으로 바꿔준다는 태환 문서가 그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문서들의 출현은 결과적으로 지폐 형태의 화폐가 출현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국가가 "금으로 바꿔주는 것을 보장하는" 금본위제 기반 태환화폐가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화폐는 금보다 가볍고, 교환에 용이하며, 국가가 가치를 보장하기 때문에 널리 퍼질 수 있게 되었다. 금은 분명한 안전 자산이고, 이러한 안전자산을 언제나 바꿀 수 있는 형태의 지폐들은 국가가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었으며, 전시나 국가 경제가 힘들어지면 금으로 빨리 바꿔서 국가가 지급 보증을 안 해줄 만일의 가능성조차 봉쇄했기 때문이다. 즉, 화폐에 대한 믿음은 국가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나오 것이 아닌, 금이나 은 같은 보편적인 가치를 인정 받는 무언가와 국가가 이것을 언제 어디서나 교환을 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러나 지금 만원권을 은행이나 한국은행에 들고가서 금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아주 미친 사람 취급을 할 것이다. 금은방이나 FX 마진이나 골드바 구입 같은 이야기만 나올 뿐, 지폐가 일정량의 금과 1 대 1로 교환되지도 않을 뿐더러 금 값이 계속 변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의 브레튼 우즈 체제의 붕괴로부터 기인한다. 금은 공급량이 제한적이었고, 베트남전부터 휘청거리던 미국은 다수의 국가의 금태환 요구에 자국 달러화를 금에 묶어두던 행위를 포기하고, 금으로 달러를 바꾸는 것을 포기하는 선언을 하게 된다. 뭐 그리고, 그로 인해서 생겨나는 일들은 잠시 신경을 꺼두고, 여튼 정부는 지급 보증을 포기한 신용 화폐라는 것을 내 놓게 되었고, 여하튼 달러는 달러고, 금으로 태환을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시장에서 돌고 있는 달러화의 가치가 0으로 바로 바뀐 것은 아니였다는 것이다. 달러화 가격이 개판이 되고, 미국이라는 나라의 경제 사정에 따라서 환율이 급변하기 시작했지만, 어찌하였든 기축 통화 위치에 있었던 달러화는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든 버텨냈고, 결국 약 4-50년간의 신용화폐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말을 안해도 대충 눈치를 모두 챈 것이 있다. 신용화폐는 일종의 허상 위에 지어진 집과 같다는 것이다. 단순한 달러화가 가치를 지닌다는 믿음과, 달러화가 충분히 통용된다는 상황에서만 의미를 지닐 뿐, 달러화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그것은, 원화도, 유로화도, 그리고 심지어 김일성 얼굴이 그려진 북한 원조차도 동일한 개념을 내재하고 있다. (억울한 거 같지만) 매번 하이퍼인플레이션의 대표 주자격으로 두들겨 맞는 짐바브웨 달러 같은 것들도 어쨌든 정부에서 발행을 하고, 정부에서 보증 아닌 보증을 하는 매일마다 내재된 값어치가떨어지는 화폐이긴 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달러화는 어쨌든 금 태환 능력이 사라졌지만, 두 가지 형태로 보증을 받게 된다. 첫째, 미국이라는 나라 및 다수 국가들이 달러를 사용한다는 것과 통화 스왑을 통해 각 국가간의 통화를 맞바꿈으로써 전 세계 통화체계가 서로 연동되도록 한 점. 둘째, 달러화의 발행량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감시하며, 국가와 독립된 형태의 기관,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준)을 통해 미국 정부와는 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게 되지 않게 한 것이 그것이다. 어쨌든, 달러의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미국은 국채를 발행하고, 전세계 경제는 금 총량보다 더 많은 금액의 경제 시스템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 태환이나 은 태환으로 롤백은 할 수도 없을 것이며,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달러를 찍어내는" 통화량, 국채 만기일, 이자율, 각국의 재정 상황에 따른 달러화 총 발행량 조절을 통해 신용화폐의 신용을 끊임 없이 유지하게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연준이 미친 듯이 달러화를 찍어낸다면, 통화량 증가에 의해 달러화의 가격이 급락하게 되고,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인 상황이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필요 수량 만큼 찍어내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이 일어난다고 보면 될 것이다.


뭐 여하튼, 유시민 씨의 발언이 뭐가 문제가 있는지 이제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달러화나 기타 통화들은 실제로 어떠한 가치도 지니지 못한다. 국가에 의한 신뢰에 의해서 화폐의 가치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인 국가들의 대응에 따라서, 특히 통화량 조절에 따라서 달러의 가치는 변할 수 있다. 이러한 달러 가치 변화는 여러 국가에 의해서 통제되거나 견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게 안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2008년 부동산 모기지 시장으로부터 시작된 잘못된 통화 정책은 결과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에 영향을 미쳤고, 결과적으로 대공황이라는 달러화 통제 실패로 인한 대규모 경제 실패로 이어지게 된다.


근데, 왜 모기지 시장은 달러화에 영향을 미쳤을까? 실제로 달러화를 만들어내는 건 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M0라고 불리우는 본원 통화는 분명히 국가가 만드는 돈이다. 하지만, 이렇게 풀린 돈은 사람들과 기업들이 은행에 입금하게 되고, 은행은 지급 보증량 이외의 돈을 대출을 해준다. 이러한 대출된 돈은 또 다른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돌고 돌아 다시 은행에 입금되게 된다. 또 다시, 은행.... 일단 이것이 은행이 돈을 만들어내느 사이클이다. 비슷하게도 기업은 어음을 발행하고, 어음을 언제까지 갚겠다는 보증을 한다. 그리고 돈을 임시로 융통을 하고, 몇 년 동안 어음의 이자를 갚아내고, 최종적으로는 빌린 원금을 갚아낸다. 근데, 이 돈이 현재의 돈인 것인가? 아니다, 미래의 돈을 땡겨서 쓴 것이다. 거기다, 선물 시장을 생각해보자, 1년 후의 밀이나 쌀 가격을 헷징하기 위해서, 선물을 만들어서 팔고, 선물에 대한 옵션을 걸었다. 그 경우 현재 거래하고 있는 돈은 존재하지 않는 1년 후의 밀과 쌀에 대한 가격과 옵션에 의해 생성된 예측된 가격들이다. 그렇다. 실제로 발행된 통화는 은행이나 기업이나 파생상품들에 의해서, 돈이 생성되게 된다. 생성된다고 하는건 좀 많이 웃긴 일이지만, 어쨌든 정부만 돈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이런 시장에 대한 통제 권리를 다 갖지도 못하고, 은행 이자율이나, 국채나, 각종 통화 스왑이나, 주식 시장 제동 등등의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 시스템을 통제하는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M1, M2, M3... 이런식으로 실제 시장에서 돌고 있는 통화량이 얼마인지에 대해서 구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고, 이러한 통화량 조절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게 되는 것이다.


아, 도대체 왜 통화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왜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인가. 왜 이것이 암호화폐와 상관이 있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답변은 단순하다. 유시민 씨는 이것을 간과하고 있거나, 아니면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국가만이 화폐 발행 능력을 가져야만한다"는 주장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화폐의 가치는 국가가 만들어낸다는 늬앙스의 말도 심각한 언어도단이다. 화폐의 가치는 금융 시장의 영향을 피할 수 없으며, 국가 내 실물 경제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한국 원화의 가치가 국가에 의해서만 보장이 된다면, IMF 시절 금모으기 운동이 일어났을리도 없고, 그 전에 기업 파산으로 원화 가치가 개판이 될 리도 없다. 아 국가가 기업 재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이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M2~M3를 본다면, 파생 상품이 화폐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부정 할 수도 없다. 그리고 파생상품은 정부가 직접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국제적으로 거래가 되는 것이고, 국가들끼리도 만들어내는 것이니.


그렇다면, 이제 화폐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대화폐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금이랑 1대1 연동되는 그런 화폐, 그것이 근대적인 화폐인 것이다. 그리고, 누구라도 화폐의 개념을 갖고 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 (e.g. 어음, 채권, 선물, 그리고 비트코인) 도 알아낼 수 있다. 단순히 현재 화폐는 믿음으로 인해서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이러한 믿음들의 연쇄로 신용 화폐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들이 모두 헛된 것일 수 있으나, 이러한 형태는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서도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 아니 그 전에, 근대 화폐 개념을 생각해보자. 누군가가 비트코인을 금 얼마로 무조건 바꿔준다는 선언을 하고, 그것을 꾸준히 지켜낸다면, 그것도 법적 구속력있는 형태로 진행한다면, 이미 비트코인은 금태환 화폐로써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가 화폐일 수 있는 이유는 화폐의 역사가 증명한다. 화폐는 국가에 의해 구속 되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국가가 완벽한 통제권을 지닐 수 없는 상태이다. 거기에다, 국가의 통제권이 있더라도, 불태환이라는 특성 덕분에 화폐는 신용으로만 작동된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지만, 화폐가 유시민 씨의 주장 (혹은 뒷받침 증거로 사용 되는) 안정성과 신용성을 담보할 수 있으며, 가치가 내재 되어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간단하게 말하자, 법정 화폐이자 신용 화폐인 원화나 달러화는 암호화폐보다 나을게 하나도 없다. 신용화폐는 암호화폐가 갖고 있는 모든 특징을 갖고 있으며, 암호화폐가 지금 안정성이 없는 것은 각종 파생상품 시장과 발행량 조절에 미숙하기 때문이다. 채굴 시스템의 개선이나, 파생 상품 시장의 도입으로 미래 가치가 안정화 된다면, 가격의 변동성은 점점 더 줄 것이다. 그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 달러화가 불태환을 선언하고 가격 변동폭이 엄청 커졌던 일이나, IMF 이후의 원화 가치 변화가 증명한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법정 화폐 (원화, 달러화, 유로화 등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콕 찝어서 비트코인을 이야기한 것은 비트코인이 갖고 있는 몇몇 특성 때문이다. 2500만원까지 치솟았던 가격, 제한된 채굴량이자 제한된 발행량 (2100만개), 암호화폐 계의 기축통화(모든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취급 및 BTC/암호화폐 쌍 거래 지원)화는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이자, 암호화폐가 어떤 식으로 발전되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비트코인은 2008년부터 시작되어 근 10년간 끈질기게 버텨왔던 암호화폐이자, 기존 암호화폐들과 기술자, 언론인, 정치인들에게 새로운 화폐 제도가 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메세지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화폐가 될 수 없다. 그것은 앞서 말한 통화량, 즉 발행량에서 나온다. 비트코인은 일종의 금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제한된 발행량으로 인한 가격 상승, 누구나 인정하는 내재가치 (변동폭이 좀 크지만, 금 가격 변화 100년치 찍어보면 비트코인은 새발의 피라는거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엄청난 이체 수수료 (건당 5만원), 수 시간에 달하는 이체 시간을 보라! 거래소 내부에 비트코인을 쌓아놓고 거래소 호가창이나 보면서 거래하고 있으며, 비트코인을 실제로 밥 사먹는데에 써먹지는 못하고 있지 않은가. 1비트코인이 1500만원인데, 지금 이걸로 국밥을 사 먹으라고? 그래서 0.0008 비트코인, 뭐 사토시 단위로 쓰면 8000사토시인가? 여튼 뭐 그걸로 결제하면 된다고? 그러면 결제 과정에서 이체 수수료 5만원, 그리고 결제 후 수 시간 동안 가게 주인이랑 이체 됐느니 안 됐느니 씨름을 하는 그 과정을 기다리라는 것인가?


사실 그래서 유시민 씨는 비트코인에 대한 집요한 공격을 했던 이유가 그것일 것이다. 그의 입에서는 이더리움도, 비트코인 캐쉬도, 비트코인 골드도, 퀀텀이나, 네오나, ITOA나 각종 대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PoW가 필요없는 리플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오긴 했지만, 그것조차도 퍼블릭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공격은 암호화폐에 대한 전반적인 공격으로 이전되게 된다. 많은 암호화폐 반대론자들은 환호를 하고, 박수를 쳤겠지만, 이는 대중의 무지를 이용한 공격일 뿐이다. 암호화폐 거래를 해 본 사람이라면, 현재 한국에서 통용되는 암호화폐가 주요 거래소 기준 10개 이상, 많으면 100개 이상 (망할 업비트) 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데, 그 중에서 제일 초기에 만들어진 PoC (Proof of concept, 컨셉 증명) 정도의 제품에 공격을 가하는 것은 상당히 큰 문제이다. 개발진들이 문제를 알아서 Segwit이나 블록 사이즈 증가 등등의 하드포크를 감행했고, 비트코인의 아성을 노리는 다양한 암호화폐가 이러한 거래 처리 속도 개선, PoW 시스템의 붕괴 (PoS나 PoI로 이전), 스마트 컨트랙트 도입, 아토믹 스왑/라이트닝 네트워크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더리움만 해도 현재까지 PoW이지만, PoS로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아토믹 스왑과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비트코인 스마트컨트랙트 시스템의 개선과 함께 도입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토론회에서 나오지 않았다. 물리학자나 가상화폐 거래소 사장이 그런 이야기를 알 리도 없으며, 알 수도 없지만, 단순히 공학자들의 대표, 암호화폐의 옹호론자 대표를 자처하면서 나온 것 자체가, 그리고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없이 상대방의 논리에 다 말아먹히는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 자체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뭐 여하튼, 비트코인이 현재 금과 같은 형태를 지녔다면, 암호"화폐"에서 화폐의 특성을 모두 갖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각종 아프리카 국가들의 내전, 불안정한 정부, 신용 화폐의 부재, 초인플레이션에 대항해 암호화폐가 주요한 재화 및 저축 수단으로써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나, 아르헨티아와 같은 국가들에서 정부의 보증 거부에 대해서 대항하는 용도로 암호화폐들이 기축 통화처럼 사용된다는 이야기들은 사실 한국의 사정과는 관계가 없는 걸지도 모른다. 당연히도,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과 적당한 인플레가 있다면 한 국가의 화폐는 안정적인 기축 통화 역할을 다 해낼 수 있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들이 아직도 결제 시스템에 연동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이것이 화폐로써의 기능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암호화폐는 탈 중앙화를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 거래소 시스템에 묶여 탈 중앙화에 실패했다는 발언이나,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다르게 봐야한다는 것은 분명히 동의할 이야기이다.


하지만, 유시민 씨의 규제 발언은 실제로 정부 규제가 얼마나 시장 왜곡을 가져오며, 시장 통제권을 잃어버리는 주요한 방법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주류 경제학과 얼마나 대치되는 일인지도 생각해봐야한다. 금주법이 미국인의 금주를 가져왔는가 아니면 밀주의 성행과 마피아와의 전쟁을 시작하도록 하였는가. Warning.or.kr이 포르노그래피의 유통을 막았는가 아니면 각종 음성화된 성인 사이트를 만들었는가. 각종 부동산 억제책이 부동산 가격을 억제했는가 아니면 강남 부동산이라는 상흔과 이명박 당선이라는 결과로 나왔는가. 단통법이 폐쇄형 휴대폰 판매처와 각종 페이백이라는 결과를 내 놓았는가, 아니면 단말기 가격 정상화라는 결과를 내 놓았는가.


거기다가 장난감으로 시작해서 거대한 기술 혁명을 일으킨 그 모든 것들을 단순히 시장의 수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보다 열등하다 혹은 규제 되어야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은 군사적 목적으로 아르파넷으로 기원했지만, WWW은 CERN의 물리학자들이 논문 공유를 더 편하게 하기 위해 학회에서 발표한 것으로부터 시작했고, 각국의 인터넷 연결은 대학들의 학문적 목적이자 각 대학(원)생들의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PC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하는 애플 I과 애플 ][ 컴퓨터는 미국의 한 컴퓨터 홈브류 (자작) 그룹에서 시작이 되었으며 이는 거대한 IT 기업인 IBM을 박살 내 버렸다. 페이스북은 의도는 불순하지만 마크 주커버그의 얼굴 평가 사이트와 대학생들의 섹스를 하겠다는 의지로부터 나왔으며 (주커버그는 각자의 연애 여부를 프로필에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캠퍼스 내 데이트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이집트 혁명을 수행하게 된 트위터는 140자 짜리 SMS 공유 시스템으로부터 나왔다. ("오늘 점심 뭐 먹었다."를 공유하는 서비스에 투자가 올리도, 사용자가 몰릴리도 없지!), 토렌트와 당나귀, 냅스터는 각자 포르노, 불법 소프트웨어, 음악 공유를 위해 시작이 되었으며, 냅스터와 당나귀는 죽었지만, 토렌트가 바톤을 이어받아 아직도 정부의 통제 밖에서 잘 굴러가고 있다.


화폐 발행은 정부만이 갖을 수 있는 고유한 권한인가? 국가의 통제는 결과적으로 완벽한 통제를 만들 수 있는가? 역사적으로 보자. 답은 "아니오"이다.


비트코인은 성공할 수 있는 화폐인가? 경제학유시민적으로 보자. 답은 "아니오"이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IT의 발전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경쟁과 도태를 통해서 교통정리가 될 것이다. 꼬우면 포크를 뜨고, 망할거 같으면 하드포크를 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공급량 조절을 할 것이다. 거기에는 수 많은 파생상품들이 걸리게 될 것이고, 선물 거래가 될 것이다. 국가간 금의 이전은 지금도 힘든 일이지만, 암호화폐 이동은 더 쉬울 것이다. 유로화 통합은 브랙시트와 그리스 파산을 불러왔지만, 암호화폐는 ... 음... 불러올 수도 있겠군. 아니 뭐 그런건 아니고, 다양한 하이퍼인플레이션 국가들에게 구세주가 될 것이다. 금융 거래는 좀 더 확실해 질 것이며, 블록체인 분산 장부의 추적으로 검은 돈을 좀 더 잘 찾아낼 수도 있을 수도 있다. 뭐, 모네로나 다크 코인 같은 애들이 있지만 말이다. 구조는 간단하다. 국제 정치가 비신뢰 게임이고, 만인과 만인의 투쟁이라면, 암호화폐는 그러한 구조를 완벽하게 꿰뚫고 있는 형태이다. 암호화폐는 장기적으로 국제 금융 시스템의 제도적 변경을 가져올 것이다.


비트코인은 못 하겠지만.


---

아마도 2편이 나올 거 같습니다. 후술한 기술적인 파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필두로 말이죠. 거기다가 시장 규제가 어떤 형태를 지니게 되는지, 어떤 2개의 시장을 만들어내고, 이게 어떤식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예전에 공부했던 게임이론 쪽 이야기를 해야할게 될 거 같습니다. 재미있는 주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