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하루하루

2019.11.09

1. 글을 써야할 의지를 못 느낄 때가 많다. 사실 글을 써야할 이유 자체가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장문의 글을 쓰는 능력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점점 녹슬어가고 있는 것도 느껴지고 있는데, 뭐 이건 좀 노력하거나 다시 글을 쓰다보면 돌아올 일이라는 건 알지만, 역시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는 듯한 느낌이라서 별로 유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뭐, 그런데 자전거보다는 요즘은 전동 킥보드가 대세 아닌가, 뭐 그러면 전동 킥보드 느낌으로 글을 써야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종종 들긴한다. 단문화된 글들이나 짧고 명료한 글들을 더 선호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그것에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무엇인가? 분노나 증오나, 호 혹은 오 일 것이다. 뭐 호오 보다는 호불호를 많이 쓰니 불호라고 해야하나? 어쩄든, 감정만 남은 글들이 남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부분일 것이다.

2. 그렇다고 감정적이지 않은 것은 긴 글인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장편 소설이나 장문의 수기를 생각한다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감정적이지 않은 제일 짧은 무언가는 10줄 이내로 증명이 되는 형식 기호들의 집합일 것이다. 아니, 그렇다면 형식 논리는 감정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짧아도 감정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인가? 생각해보면 감정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할 떄가 온다. 뭐 그렇다.

3. 재미 없는 말장난은 끝내고, 사실 어떤 의미를 갖고 글을 쓰는 행위가 점점 없어진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테크니컬 라이팅조차도 안 하고 있는 것은 시간이 없다는 변명으로는 해결이 안 될 이야기로 보인다. 요즘 많이 지치고 힘들기에 -사실 제일 감정적인 이야기다- 더 이상 글을 쓰기도 싫고, 글을 보여줄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맞을 것인데, 이를 해결할 방법이란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쭈욱 글을 써 왔지만, 그 글들은 격동적이고 첨예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말라 비틀어진 글들만 쓰고 있지 않는가. 책 사이에 말라 비틀어진 꽃이라면 이쁘기라도 하지, 그냥 황폐화된 들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4. 그래서 좀 더 감정적이 되자? 좀 더 공격적이 되자? 아님 좀 더 글을 쥐어짜서라도 써야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잘 못하겠다. 그냥 지쳐버렸다고 하는 것이 옳바른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렇다는 것이다. 전동 킥보드도 자전거랑 마찬가지로 사람 태우고 어디로 움직이는 건 같고, 덜 힘이 들어가느냐 마느냐의 차이 정도이지 결국 탈 것이라는 것이 갖는 특징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 않는가. 뭐 그렇다. 변한건 없는데 변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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