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 트위터를 하면서 별 의미를 안 갖게 되는 것은, 인터넷이 으레 그렇듯이 정보보다는 노이즈가 많고, 제대로 굴러간다기보다는 혼돈스러운 무정부 상태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별다른 의미를 갖고 위키를 운영하거나 어떤 규칙을 갖고 있는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운영진은 바뀌기 마련이고, 시간과 돈, 현생의 문제가 겹치게 된다면, 커뮤니티가 죽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아니면, 새로운 땔감 -정치적 요소, 새로운 놀 거리- 가 들어와야하는데, 이러한 안정적인 땔감 보급의 경우 커뮤니티 유저의 신규 유입에 의해서나 유지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유저들의 특색을 존중하면서, 기존 규칙을 고쳐나가는 일은 엄청나게 힘들고 지켜지기 힘든 일이다. 특히나, 트롤링이 일종의 문화로 잡혀진 이 시점에서 블로그를 제외한 매체 중에서 어떠한 곳도 안정으로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는데가 없다는 것으로 귀결이 되게 되는데, 블로그는 영토라는 개념 중에서 제일 작은 개념인 나만의 포스트 공간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오공감이라던지, 갤러리 같은 형태로 운영만 안 된다면 일종의 언론 형태를 띌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2. 반면 트위터 같은 소규모 전쟁터나, 페이스북 같은 장문의 글을 쓸 수 있는 SNS 조차도 차단과 비공개/공개 글의 차이 덕분에 글이 고루고루 퍼지지 않는다. 자신이 속해있는 네트워크나 유저들의 글들을 조합하거나, 이를 퍼다 나름으로써 일종의 암묵적 규칙이 지켜지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대부분 모든 사용자는 완벽한 그림을 보지 못하게 된다. 제한적 그림이나, 삭제된 글의 캡쳐만을 부분적으로 보면서 전체 사건을 추론을 해야하는 지루한 일들이 지속되는 것이다.
3. 사실 이런 문제는 하루 이틀 있었던 일은 아니다. 대부분 페이스북에서 저격을 하거나 저 새끼 누구야? 하면, 이제 트위터에서 반응이 오고, 몇 개월간 활동도 없었던 페북 계정이 갑자기 살아나서 사자후를 토했던 일이나 (매번 술자리 가면 이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역으로 페이스북 글 때문에 트위터가 불 탔던 일들은 당연하게도 자주 있는 일이다. 나는 이 상황을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일단 고인물이나 폐쇄적인 커뮤니티가 어떻게든 상호작용을 해 내고 있다는 것이고, 공개글이라는 형태로 장문의 글은 페이스북으로, 단문의 글은 트위터나 그에 준하는 디스코드/IRC에서 이야기가 오간다는 걸 의미한다. 이를 통해 유저간 교류나 기존에는 별로 만날 수 없었던 인력 풀들의 섞임이 가능하다는 것은 기존의 커뮤니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일 것이다. 실명을 걸거나 실명에 준하는 닉네임을 걸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은 토론의 장을 키울 수 있는 부분이기도하고, 최소한 어느정도의 -나쁘게 말하면 학력적, 경력적인 부분을 방패로 쓰는- 검증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를 통해서 의견의 수용 여부를 대중이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4. 휴버트 드레이퍼스의 인터넷의 철학에서 말했던, 인터넷에서는 인간의 판단 능력이 상실 되는, 아무런 의미 없는 이야기들의 울림들의 연속일 것이라는 저주를 정말로 좋아했었는데, 잠시만이라도 나는 하버마스의 공론장을 믿기로 했다. 일종의 준 엘리트주의나, 민주주의와 엘리트주의의 미묘한 공존이 되겠지만, 실력에 의거하거나 전문가 집단의 이야기에 기반한 형태의 논의 지속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인 것인데, 이러한 형태가 과연 민주주의적인지는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5. 그렇다면 민주주의적이지 않은 방법을 택하는 것이 옳지 않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살아남은 커뮤니티는 3~7일 동안의 게시글 쓰기 중단이나, 커뮤니티 규정을 통한 추방제 등이 있는 곳들이었다. 예외적으로 디씨가 있긴하지만, 디씨 자체도 마이너 갤러리의 활성화와 암묵적 룰이라는 부분에서는 큰 줄기를 공유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뭐, 여튼, 사실 모든 인간에게 선한 의지와 선한 방향으로의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면, 감시와 처벌, 그 자체가 시스템을 유지하는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 거이다.
6. 이런 뻘소리를 한 건, 사실 실력과 경력으로 사람을 깔아 뭉게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 의문이 많이 들지만 -특히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들어줘야하는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더라도 그래야하지 않는가 싶지만- 논의적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중간에 커트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실제로 요 근래, 개발자의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하자는 위키를 만들려고 하는 프로젝트나, 블로그 글들을 모아 해커 뉴스처럼 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나, 개발자용 블로그들을 만드는 경우들을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시도가 개발 관련된 부분에서만 실험적으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 철학 뭐시기.... 협회에서도 사이트를 운영했었고 (유실 되었다) 많은 사이트들이 이러한 노력을 했었던 건 사실이다. 이런 흐름을 다시 복원하고 전문가주의 혹은 전문가 집단에 의한 정보 선도 이런 것을 다시 시도한다면, 최소한 나무위키 정도는 엎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7. 의미가 없는 일들이긴 하지만, 누구는 내 프로젝트를 보고 기억을 해줬고, 누구는 내 프로젝트를 도와줬다. 뭐 지금 와서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하지를 못하지만, 한 번 다시 해봐야할 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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