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하루하루

2019.08.17

1. 파이콘에서 "혹시 XXX님 아니신가요? 깃헙 레포 YYY 만드시고, ZZZ 회사 운영하시는 분?" 이라고 인사를 받은 충격적인 (...) 경험을 겪고 나서, 음 어 행실을 좀 더 바르게 해야하지 않았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뭐, 아니 근데 솔직히 아니 으악, 진짜로 도대체 왜 사람들이 내 이름을 기억하는지, 왜 내 얼굴을 아는지 (뭐 당연하게도 깃헙에 박아놨으니?) 그리고 왜 내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로 잘 모르겠다. Y 프로젝트는 2년 전에 별 100개 넘게 받았던 프로젝트이고, 8할 정도 글을 내가 쓴 거긴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의 도움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운이 좋게 페이스북도 타고 뭐 이런 저런 일들이 있어서 (사실 나중에 지인이 투고를 했다는 걸 알았다. 그 때 스타수가 50개를 넘어간 시점이었지만) 성공을 했었던 거고, 지금 와서 봤을 때에는 다시 재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깃헙의 특징상 텍스트 문서 이력 관리는 말처럼 쉽지가 않고, 뭐 회사는 외부에서는 멋진 회사로 보이지만 (1년 정도 버텼으니 뭐 회사 꼴은 갖춰지긴했다)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문제가 많다. 이런 일들을 하도 겪다보니, 내 재능이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2. 출판 제의나 프로젝트 제의나 헤드 헌팅의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한 두 번씩은 있었고, 그 때마다 드는 생각은 "도대체 왜?"였었다. 출판은 저 정도로 글을 6개월 동안 잡고 쓸 능력이 없으니 던졌고, 프로젝트 제의는 내가 프로젝트를 제대로 관리한 경험이 없었으니 싹 다 거절했고, 헤드 헌팅은 대부분 스타트업에서 준 만능 개발자가 필요하니 온 경우였지만, 결국 내가 그 포지션에 맞을 거라는 외부 판단 아래서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외적으로 내가 의외로 괜찮아 보인다는 게 제일 큰 문제일텐데, 사실 이거 때문에 스트레스를 의외로 많이 받는다.

 

3. 실력 대비 평가가 높은 케이스 혹은 사람들의 최후는 대부분 비슷하다. 보통 피터의 법칙이라고 하는 경영학 법칙으로 설명을 주로 하는데, 사실 무능력함이 드러날 때까지 계속 평가가 올라가는 케이스가 그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무능력함이 드러나는 시점이 그 사람이 갖는 명성의 한계치인데, 보통 이 시점이 오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충 실력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간지 2~3년인 거 같고, 대부분 결국 자기가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외적인 평판과 실력으로 커버할 수 없는 고인물 종착역에 다다르게 된다. 뭐 그런 경험들도 있었고, 대학 다니면서 배운 것과 회사 운영에 참여하면서 배운 것들이 대부분 그것이었다. 실력, 발목 잡는 타이밍, 손절 타이밍, 매몰비용 등등으로 다가왔지만, 결국 내 자신도 내 한계에 의해서 실패하는 경험을 꽤 많이 했었었다. 그게 작은 3일짜리 프로젝트인 해커톤일 수도, 1~2년 짜리 스타트업일 수도, 몇 개월짜리 토이 프로젝트일 수도 있었지만, 이런 실패 및 도주의 경험은 언제나 쓰디쓴 무언가였다.

 

4. 나는 자신이 이 글에서 서술한 특징에서 벗어난 적을 본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방어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는데, 투입 시간 총량과 아웃풋 총량을 비교하면서, 결국 갈 수 없는 길이나 투입 비용에 따른 산출물을 계산해서 적정 포인트를 뽑아내고, 대충 어디 쯤에서 발을 뺄지를 많이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외부 평가나 성과라는 지표에 상당히 강박적이게 되는데, 특히 첫 꼭지에서 언급한 것들이 제일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주 요인이다. 사실 깃헙 프로젝트도, 회사도, 뭐 내가 해왔던 대부분의 일들은 우연치 않게 시작해서 우연치 않게 망한 케이스이고, 정말 괜찮았던 무언가라면 지금까지 잘 굴러가고 있어야할 것들이어야만 할 것이다. 뭐 근데, 그럴리가, 손 수 하나씩 묘지에 묻어주고, 비석까지 세워놓고, Since 2017 이런거 적어 놓은게 태반인데 뭘 존경 받고 인정 받아야 할지는 잘 모르겠는 것이다.

 

5. 최대치까지 성장을 언제나 못했었다. 중간에 때려쳤었고, 이것저것 할 만한 것들을 찾아다녔었고, 그리고 뭐 여기까지 와 버렸다. 예전에는 능력을 인정 받고 싶었기에 가성비 찾아다니면서 그랬었겠지만, 지금은 벌어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이니 이런일을 하면 할 수록 자괴감이 든다. 아니 뭐 이런거 해서 이 돈 받아먹고 살아야하나, 내 실력으로 이걸 해도 되는가, 내 실력으로 이렇게 말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나를 옥죈다. 뭐 블록체인이라는 산업을 잡은 것도, 주요 플레이어가 만만하고 시장 성숙도가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난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뭐 그래도 유튜브 채널 안 만들고, 슬랙 프라이빗 채널 안 만드는게 다행이지... 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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