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하루하루

2026.07.17

1. 글을 쓸 이유가 없어지는 건 둘째치고, 글을 써야할 때 글을 쓰는 능력도 사라져버렸다. 트위터에서 1천잔 내외의 글은 쓰지만 1~2만자 글은 이제는 목차와 초안을 적지 않으면 쓸 수가 없게 되었다. 20대 초중반만해도 보통 3만자에서 5만자 정도의 글은 퇴고 없이 한 번에 썼었고, 퇴고를 해도 대부분 오탈자나 맞춤법 검사뿐이었고 논리적인 문제는 없었는데, 이제는 초안이나 흐름에 대한 개요 없이는 그렇게 그닥 예리하고 날카로운 글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생기는 퇴화인지, 아니면 내가 책을 제대로 안 읽고 살면서, 그리고 사업이라는 걸 하면서 예리함이 줄어들어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다.

 

2. 재미있는 것은 논문을 읽을 때 머리가 지끈거리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분명히 뭔 글을 읽어도 어려움 없이 읽고, 어려움 없이 기승전결 뿐만 아니라 해당 논문의 개선안까지 도출하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점점 사람이 능력이 상실되어간다는 느낌을 느낄 때마다, 자본주의가 얼마나 나를 몰락 시켰는지를 깨닫게 한다. 돈 아니면 중요하지 않아. 라는 한 생각으로 살아온지 어연 8년인거 같은데, 마음의 양식이라던지, 아니면 에고라던지 모든 것들이 주저 앉아서 돈 되나 마나만 생각하다보니, 돈 안되는 기술들은 다 사장 된 듯 하다.

 

3. 그럼에도, 아직도 나는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편이다. 아끼는 트친이 블언블 하고, 그 후 계이를 했을 때 느끼는건 역시, 내가 쓰는 글들 하나하나가 아직도 사회에 대한 날이 서 있고, 예전보다는 거칠긴해도 누군가를 충분히 찌를 정도로 날카롭다는 것을 깨닫는다.

 

4. 음 이 이야기를 왜 할까? 뭐 사실 별로 감정이라는 것도 자본 앞에서 다 죽이고 사는데 이런 글을 왜 쓸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떄려치기로 마음먹은 정보보안을 다시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과, 결국 배운게 도둑질인듯, 정보보안으로 목표를 잡았기 떄문일 것이다. USDT를 통한 대량의 자금세탁이나, 북한 해킹 자금의 대부분이 코인으로 유통된다는 이런 사실 이외에도, AI에 기반한 대규모 취약점 발견이나, 클로드/코덱스를 통한 페이로드/퍼딩 관련 반복 작업의 단순화, 취약점 진단과 로그 분석의 패러다임 변화 등등이 나를 다시 이 업계로 끌어들인 것이라...

 

5. 하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간단한 이야기이다. 나름 업계의 대선배이고, 내 회사와 계속 부딪히던 한 회사가, AI 기반으로 해킹 사업을 진행하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떄문일 것이다. 더 이상 커널 익스는 한 사람의 장인에 의해서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룰셋과 Opus 4.8 정도의 AI만 있다면 가능한 시대가 오면서, 다시 나는 대선배들의 발끝도 못 미친다고 생각하는 2류가, 코인 업계 경험을 안고 다시 도전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넘을 수 없는 벽이라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자동화와 병렬화로 넘을 수 있게 되면서, 욕심이 난다고 해야할까... 아님... 명예의 문제일까? 아님 저 사람들이 너무나도 역겹게 사업을 하기 때문일까? 내가 존경하던 사람들이 코인판에서 스캠질 하던 사람 (지금은 AI에서 프론티어를 개척한다고 주장) 이랑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을 느꼈기 떄문인가? 난 대답을 잘 못하겠다. 하지만, 뭐 저런 질문을 하는 거 보면 대답은 무서워서 못 하는 거지, 결론은 낸게 아닌가 한다.

 

6. 난 언제나 2류였다. 학벌도, 프로그래밍 실력도, 해킹 실력도, 수학도, 물리학도, 경제학도... 결국 정산에는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뭐 돈 버는 놈들은 1류도 아니고 2류도 아니고 3류였다. 참 아이러니컬한 걸 보면서, 난 뭘 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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