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하루하루

2015.4.9

학교에 강제로 들어야하는 수업들이 있다. 그 중에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과목이 과학기술 어쩌구 철학 어쩌구하는 과목이다. 과학 그리고 철학이 어떤 접점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고사하고, 과학 기술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실제로 어떤 답을 내놓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실, 사회과학 서적이나 철학 서적을 심심하면 읽어보고, 실제로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 공감하는 바가 충분히 있으나, 문제는 이 과목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정확히는 주입시키는- 것들은 대부분 폐기되기 일보직전의 이야기들이 틀림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대부분의 가치관 형성은 이런 주입이나 학습에 의해 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모교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 같다. 또한, 과학기술에 대한 공포나 도덕적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은 뭐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나 그것을 강요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단순히, 과학 기술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열거나 통계적, 사회적 문제의 열거나,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문제를, "누구는 무엇을 말했다."라는 단어나 억지 수준의 끼워맞추기로 강요를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사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을 기술이 결과적으로 인간을 억압하게 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을 하거나, 아님 하인리히의 법칙를 과학이랑 엮을 때, 학습자가 얻게되는 지식은 하나도 없다. 실제로 관련이 없거나, 간접적인 이야기거나, 아니면 핵심은 저 멀리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윤리과 기술은 불가분의 관계일지도 모르지만, 윤리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사회와 시공간에 따라 바뀌는 상대적이라는 것을 언제나 간과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토마스 쿤의 주장을 인용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서울대 추천도서 맑스의 자본론을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 600페이지가 넘는 글을 읽고 이 단어들의 집합, 이 근거들의 집합, 더 나아가 이 통계들의 집합을 다시 해석하는 것은 단순 인용과는 다르다. 분명, 누구누구는 이렇게 주장을 했어라는 앵무새의 외침과 사회적 맥락과 당사자의 경험과 그리고 학술적 가치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의 한 마디는 크나큰 차이를 가져온다. 그리고, 아쉽게도 모교의 교육은 그것을 구분해내지 못했다.


문제는 과학 기술이 도덕적 담론 아래에 놓여있다고 하더라도, 아니 그 전에 돈에 얽매여있고, 사회적 문제 한 가운데 놓여져있으며 최종적으로 정치적 문제로 확장되는 중심에 놓여있다고 하더라도, 과학은 과학일 뿐이다. 그리고, 과학에 어떤 가치 평가를 하고, 과학이 나쁘냐 좋냐를 물어본다는 것은 별로 의미있는 결과를 내 놓지 못한다. 사실 몽키 스패너로 타이어를 교체하건, 싱크대 하수관을 교체하건, 심지어 지나가던 사람 뒤통수를 후려갈기건 대부분 이는 인간의 도덕적 가치 판단 아래 놓여있는다. 그러나, 문제는 과학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도덕적 판단의 잣대롤 과학에 들이민다는 것이 문제이다.


과학은 나쁠 수 있다. 아니, 정확히 과학은 양날의 검이다. 대부분의 과학적 발전은 기술의 발전을 불러왔고,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이득을 안겨줬지만, 반대로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것들을 뺴앗아갔다. DDT는 해충을 없애줬지만, 기형아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DDT 사용 금지를 가져왔지만, 제3세계에서 DDT를 사용안 한다는 것은 말라리아로 죽겠다는 의미와 같다- 콜탄의 사용은 휴대전화의 보급을 가속화 시켰지만 수 많은 사람이 총구 아래 죽어나가게 한 분쟁 광물의 탄생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것들은 과연 과학의 영역에 놓여있는가? 애플은 분쟁 광물을 사용하는 기업들과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발표를 하고, 감사에 응하지 않은 네 기업과 거래를 끊었다. 이는 과학적인 것인가? 아니 과학의 영역에 놓여있는 것인가? 아마도 아니라고 당연히 말할 것이다. 분명 과학과 기술로 먹고사는 많은 회사들이 과학과 기술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는 아마도 사회의 법과 도덕과 그리고 시민의 의식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과학은 도덕적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아마도 없다. 대부분 선택의 문제이다. 그리고, 이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우리는 정치가 손 뻗고 있는 어떤 한 부분이 이 세상을 집어 삼킬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정치에 대한 혐오가 정치라는 단어 대신 과학이란 단어를 쓰게 만든것일지도 모른다. 과학에 대한 가치 평가는 필요하다. 하지만, 과학만이 가치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핵심을 비껴나간, 이런 교육은 어떤 쓸모도 없을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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