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뭔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유년기의 끝』이 문득 떠올라서, 요번 포스팅 제목을 이렇게 잡았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유년기의 끝을 읽어본 적이 없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은 읽으려고 해도 그렇게 시간이 안 나는 것도 있고, 책을 사자니 이제 소장판으로 사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에서 책 빌려보던 시절에는 이런 것에서 나름 자유로웠지만, 내가 원하는 책을 바로바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는 엄청나게 내 독서 편식을 가중 시킨 것 같다. SF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사서는 내가 보고 싶어하던 SF 소설들을 희망도서란에 적어놔도 깡그리 무시했고, 대부분 자기 계발서나 아니면 두꺼워 보이는 -사서의 자기 만족적인- 책이나 그 달의 베스트 셀러가 신규 서가에 꽂히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뭐 그런 상황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도서관 깊숙한 곳에 박혀있는 고서를 꺼내 보는 것이나 아니면 그나마 괜찮은 신간 도서들을 읽는 것 밖에 없었다. 아직도 기억하지만, 마이클 클라이튼의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서가를 뒤지고 뒤지다가 우연치 않게 손에 잡히게 된 타임라인 때문이었다. 이 이후, 쥬라기 공원이나 잃어버린 세계, 그리고 프레이 같은 책들을 읽고 그 다음에는 개미나 개미혁명 따위의 책들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래, 그러고보니 프레이는 신간 서재에 꽂혀질 기회를 하사 받은 몇 안되는 소설이었다. 나름 베스트 셀러였던 것 같은데, 나노 봇들이 자동차로 기어들어오는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름 어릴적의 이야기이지만, 자그마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제일 높은 칸에 있는 책들을 빼서 읽었던 기억들과 각 서고에 듀이 분류법인지 뭔지에 의해 정렬된 각양각색의 표지를 지닌 책들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나의 유년기는 도서관에서 시작하였고, 그리고 유년기의 끝은 도서관에서 끝났던 거 같다.
2. 사실 『유년기의 끝』이란 주제가 나오게 된 것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서 과거 회상 같은 걸 했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그와 정 반대로 활자 매체라는 것만 빼고는 아예 대척점에 있는 트위터에서 시작하였다.
카이스트생이 천재 초등학생 과외한 이야기(1). 재능있는 학생과 그 재능을 알아보는 선생님과 그 선생님을 알아보는 어머님의 삼위일체가 부럽다. pic.twitter.com/09zOIWTI6N
— 데키 (@deckymath) 2015년 1월 13일
카이스트생이 천재 초등학생 과외한 이야기(2). 학생의 재능을 끊임없이 얘기하지만 선생님의 내공도 엄청나다. 학부 수준의 커리큘럼을 재구성해서 가르치는 감각은 정말 ㄷㄷ pic.twitter.com/0NrbsNr6dM
— 데키 (@deckymath) 2015년 1월 13일
카이스트생이 천재 초등학생 과외한 이야기(3). pic.twitter.com/qwDUuHJKkd
— 데키 (@deckymath) 2015년 1월 13일
카이스트생이 천재 초등학생 과외한 이야기(4). '절대값도 함수네요~'라니 ㅠㅠ 뒷 이야기가 궁금한데 대나무숲의 글이 퍼지는 것을 우려한 작성자께서 연재를 중단하셨다고 한다. pic.twitter.com/shUKUJOe21
— 데키 (@deckymath) 2015년 1월 13일
이 트윗들을 보면서 뭔가 과거의 생각도 나고, 이런 저런 예전의 기억들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뭔가 미묘한 느김이 든다. 사실, 초등학생이 과외를 왜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뭐 다들 과외 받고 학원 다닌 건 뭐 강남에서는 흔한 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게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하여튼, 사실 이 트윗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 이 글쓴이는 정말 좋은 과외 선생님이구나 라는 것과 저 아이의 유년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라는게 동시에 떠올랐는데, 어렸을 때에 영재 혹은 나름 두각을 보이는 아이더라도 대부분 중등 교육을 거치면서 영재성이 말소되거나 아니면 어정쩡하게 붕 떠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 상황에서 저 아이는 어떻게 될까. 모르겠다. 그렇게 천재라고 불리웠던 송유근도 지금은 대중에게서 잊혀진 몸이 되었고, 뭐 그게 좋을지도 모르지만 여튼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잊어버렸다.
나 또한 정석으로 공부헀고, 실력정석으로 한 번 더 공부해야한다고 해서 실력 정석으로 또 공부를 하였다. 뭐 강남이나 서초에서 발행되는 지역 신문을 보면, 정석은 더 이상 안됩니다! 라고 하며, Calculus 대학교재를 사용하여 애들을 공부시키는 고액 과외 광고가 떡하니 실려있을 정도였으니 할 말은 다했다. 그런 상황속에서 아이들이 수학에 대한 열정은 중간에 날라가고, 남는 것은 수학 문제를 얼마나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푸느냐 뿐인 것이였다. 초등학교 때 수학이 좋다고 한 친구들은 의외로 많았었다. 그리고, 중학교 때 수학이 좋다고 했던 친구들도 꽤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때 수학이 좋다고 한 친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사실 초등학생이기에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학습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백지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건 쉽지만 이미 물감이 어느정도 먹힌 종이 위에 덧칠을 하거나 색조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자칫하다보면 종이가 울기 쉽상이고, 색 또한 그렇게 이쁘게 나오지 않는다.
3. 뭐 앞에서도 말했듯이 유년기의 끝은 읽어보지도 않았다. 뭐 시간이 된다면, 아니 계절학기도 끝났으니 지금이 당장이라도 읽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뭐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유년기의 끝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것인거 같다. 피상적이고 추상적으로 보이던 세계가 단단하고 견고해질 때 쯤 나는 뭘 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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