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거나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 사회의 보수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근데, 사회의 보수성에 대한 정의는 각기 다른 듯한 느낌이다. 모두 보수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각자만의 정의가 있고, 그에 따라 각자의 글이나 말을 전개해 나가는 것도 사실인거 같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성이라는 단어에 다양한 가치가 투영된다. 대표적으로 특정 진영에서 잘 쓰는 "보수"라는 단어는 뒤쳐진 혹은 덜 떨어진이란 수사와 같이 쓰이는 경우가 있다. 어떤 글에서는 보수는 사회 가치를 중시하고, 기강을 세운다는 가치를 갖고 있기도 하고, 어떤 것을 지킨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문제는 보수라는 단어가 진보라는 단어와 엮일 때이다. 사람들은 대개 진보와 보수라는 가치를 반대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런 두 가치를 선형적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와 보수를 전진과 후진 혹은 전진과 정지라는 상태로 쓸 때가 많으며, 그에 따라 사람들은 단어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쓴다. 또한 그런 단어가 담긴 문장을 본 사람들은 또 그 단어에 자신의 생각을 투영한다. 이것은 단어가 한 가지의 뜻을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회는 보수적인가? 라는 질문에도 동일한 것이 적용된다. 어떤 사람들은 사회가 보수적이라는 단어에 사회가 낡아 빠졌으며, 사회가 뒤쳐져 있으며, 사회가 변해야한다는 가치를 껴 넣는다. 대표적으로 이런 생각을 마르크스가 했다. (...) 유물론이 그것인데, 마르크스의 주장대로라면 고대 공산주의, 봉건주의, 근대 자본주의를 거쳐 이상적인 공산주의 사회가 탄생한다는 사회 진보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다. 마르크스의 유물론은 선형적이다. 후퇴를 하지 말고 전진해서 사회를 바꾸자는 아주 근사한 (?) 생각이었고, 그리고 전진을 하니 낭떠러지가 앞에 있었을 뿐이였다.
//뭐 이거야 필자의 주된 이야기거리도 아니고, 필자도 잘 아는 이야기는 아니라서 이것만 말하고 넘어가려고한다.
여튼 서두에서 이렇게 긴 이야기를 깔고 시작하는 건 사회가 보수적이라는 것이 그렇게 가치 중립적인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는 보수적이라는 말에 발끈 할 것이고, 누구는 동의를 할 것이다. 이런 반응 뒤에는 보수성이라는 단어에 대한 조소가 있을지도 모른다. 단어 뒤에는 사람의 생각이 있다. 보수라는 단어는 어쩄든 사전적 뜻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보수와 진보는 과연 반대되는 개념인가? 전진과 후진이라는 형태로 존재하는 것인가? 보수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진보라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그렇게 생각해 본적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회는 진보하였습니다."라는 기술로 시작하는 교과서나 책들 속에서 사실 진보는 퇴폐한 구시대적 산물들을 쳐 부수고 달에 성조기를 꼽고, 프랑스 혁명과 같이 퇴폐한 왕정을 폐지시킨 멋진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반면 우리가 갖고 있는 전통적 가치와 체계를 무너뜨리고 파괴하여 획일화 한다는 사실 -이게 진보주의의 주된 목적일지도 모르지만- 에 대해서는 그렇게 기술하지 못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사회가 선형적으로 발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퇴와 전진이란 개념 자체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진보하는 사회상을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점점 많아지는 일의 양과 점점 퇴보하는 삶의 만족도를 봐야했다. 그렇게 익숙하지 않았던 자살이란 개념과 우울증이라는 개념이 사회에 전반적으로 퍼졌고, 오락이란 수단은 또 하나의 소비 형태로 자리 잡았다. 공리적으로 사회 전체적으로는 발전(혹은 진보)했다고 할 수 있지만, 무언가는 퇴보했다. 그리고 그것을 뭔가 변화했다고 진보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결국, 보수성이라는 단어에 그렇게 민감할 필요가 있냐 이것이다. 보수성이라는 단어에 별로 좋지 못한 뜻이 담겨왔다는 것도 사실이고, 특정 정치 세력을 깔 때에도 많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그렇다고 사회의 보수성이란 단어를 썼다는 게 문제인 건 분명히 아니다.
트위터에서 글은 삭제됬지만,
한국 사회가 보수적인 이유는 엄청난 학구열에도 불구하고 대게 25~30세 사이에 칼로 자른듯이 교육이 단절되어 버리는데 기인한다. 더불어 텍스트 읽는 빈도와 능력도 수직하락. '실용, 실생활'을 강조하는 것이 '무식'을 티내지 않기 위한 발악 정도임.
이란 글이 올라왔고, 키배가 파이어 됬다. 이 글은 보수적인 이유 (블라블라블라) 무식을 티내지... 이런 식으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다분히 글이 좋지 못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보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불쾌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보수적인 이유는 25~30살에 교육 단절 // 교육 단절로 텍스트 읽는 빈도와 능력도 수직하락 // '실용, 실생활' 강조 = 무식을 티내지 않기 위한 발악.
이렇게 나눌 수 있다.
즉, (텍스트를 읽는 능력과 빈도가 하락 하여 생긴) 무식이라는 것은 교육이 단절됬기 때문에 생겼다. 와 "사회의" 보수성도 25~30살에 교육이 단절됬기 때문에 생겼다. 라는 이야기가 주된 것이다. 근데, 문제는 보수성이 무엇을 가르키는 것인지 정의가 안됬다. 그게 이 이야기의 문제이다.
일단, 앞에 말한 보수라는 단어에 들어있는 뜻을 생각하면, 실제로 이 글은 사회의 보수성은 교육 단절로 인한 무지에서 기인한다로 읽힐 수 밖에 없다. 이 글은 그걸 노렸을지도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이 담긴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의 보수성'이 있다는 것 = 사회가 새누리당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지칭하는 것이 분명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 교육관련 된 이야기를 뒤져보면 나오는 것은 보통 사람의 정체성은 20대에 형성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즉, 이런 이야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에는 20대에 정체성이 형성되고 이것이 죽을 때까지 쭉 간다는 거고, 이게 사회의 성향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다. 사회가 변화 할 지 아님 정체 할 지를 결정하는 것도 이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조선 왕조도 거의 800년 동안 유지가 됬으며, 암흑 시대라 불리웠던 중세도 거의 1000년 가까이 유지됬다. 사회 체제는 쉽게 변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개인의 생각도 일정한 교육 과정을 거치며 형성된 후 고정이 되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그렇지 않다. 산업 혁명을 필두로 의료혁명을 거쳐 사회는 급속도로 변화하였다. 백 년전만해도 꿈 꿀 수 없었던 100세의 수명이나, 전 시스템의 자동화, 하루면 전 세계로 갈 수 있는 운송 시스템, 그리고 그로 인한 떨어져있던 문화의 통합 등등... 수 만 가지 일을 겪었다. 사회는 계속 진보하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개인용 우주선이나, 레이저 병기, 전자기기의 도움을 받아 사람의 신체와 거의 비슷한 의족 등등 점점 새로운 것들이 생기고 있다.
결국, 이런 사회의 변화는 교육에 대한 재고를 요구했다. 흔히 말하는 학교는 근대 산업혁명 이후 생긴 아주 짧은 생을 갖고 있는 녀석이다. 사회를 위해 -공장을 위해- 기본적인 읽고 쓰는 능력과 사고 능력을 갖고 있는 대량의 노동자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도제 방식이 아닌 소수의 사람이 다수의 학생을 가르치는 근현대적인 교육이 세워졌다.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퍼지고, 그 이후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시스템이 기존에 있던 질서를 붕괴시키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게 된다. 왕정이 폐지되고, 그 위에 민중이란 단어가 새겨졌다. 처음에는 브루주아에게, 그 이후 노동자를 포함한 성인에게, 그리고 피부색이 하얗지 않은 사람에게, 그리고 제일 마지막으로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이로 인해, 투표권을 갖고 있는 -사회를 지탱해야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은 사회를 이해하고 이끌어나가야할 의무가 생겼고, 이는 결국 교육의 책임이 되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서면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개인은 계속 배우고 성장해야했다. 이런건 자본주의 체제 아래 필연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여기까지 대충 이야기를 진행했으니 이야기를 하자면, 어쩄든 계속 교육을 받아야한다. 그리고, 그걸 통해 개인의 가치관은 지속적으로 바뀌고, 그게 모여서 시대의 패러다임이 계속 변하고 있다는 게 이 이야기의 주된 것이다. 근데, 교육 시스템은 사실 그게 그거이다. 이런 교육 체계가 잡힌지 얼마나 됬고, 이런 교육이 유연하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처를 하지 못한다. 거기에다 한국은 교육 시스템이 부실한 건 둘째치고, 대부분 취업만 생각한다. 25~30살 이후 교육과 사람이 단절되는 것도 이것이다. 취업 이후 우리는 자기 성장이 별로 없다. 우리는 사고관은 정지된 상태로 쭈욱 있을 뿐이다.
사회의 보수성은 이런 것이다. 예전부터 사회는 변화를 하지 않았었고, 변화에 잘 대처를 못한다. 사회에 있는 것들이 거의 정적이라면 그렇게 큰 문제는 될 것이 없다. 하지만, 계속 말했듯이 현대 사회는 변하고 있고, 어제의 가치와 오늘의 가치가 다르다. 사회는 새로운 것에 대해 계속 대비를 하고,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한다. 아님, 그 가치를 거부하거나 아님 재고를 하며 서서히 받아들이기도 한다. 후자를 보통 사회의 보수성이라 지칭한다고 생각한다.
쭉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사회의 진보성의 반대가 사회의 보수성은 분명히 아니라는 거다. "사회가 진보하고 있습니다." 의 반대가 "사회가 보수하고 있습니다." 라는 뜻은 아니라는 걸 상기했으면 좋겠고, 진보-보수 라는 가치와 진보-퇴보라는 가치를 좀 헷갈려 안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진보-보수 / 진보-퇴보 라는 이런 가치를 교묘하게 이용해 보수 = 퇴보라는 형식의 화법을 사용하는 것도 자제를 했으면 좋겠다.
"사회가 진보하고 있다."라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말인데, 사회가 좋은 쪽으로 변하는지 나쁜 쪽으로 변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진보라는 단어를 씀으로 "사회는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를 막는 자는 사회의 발전을 막는 나쁜 사람들이다." 라는 주장을 하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는 양면적이다. 변하는 것도 있고, 안 변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좋아지는 것도 있고, 나빠지는 것도 있다. 이를 마치 한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묘사하는 건 잘못됬다고 생각한다.
사회는 동성 결혼이나, 마약, 매춘, 안락사, 복지를 위시한 부의 분배, 각종 법들의 개정과 폐지 등등 이런 저런 이슈에 대해서 잘 대처하고 있지는 않다. 사람들은 보통 그것을 외면하거나, 아님 거부하는 쪽으로 반응을 한다. 하지만, 이런 반응의 원인인은 대부분 짧게는 수 십 년, 길게는 수 백 년에 걸쳐서 형성된 가치관들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가치관을 단계적으로 변화시키는 데에는 어쨌든 시간이 걸리며, 그 시간이 짧냐 기냐가 문제일 뿐이다. 사회의 보수성이 강할수록 이런 변화는 늦어진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늦은 변화는 그렇게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어떤 단어도 가치 중립적이지는 않다. 그리고 사전적 의미만이 그 단어에 들어있는게 아니다.
// 한 2년 후에 이 글 보면 이불로 발을 차겠지
// 지금 글 다시 읽어도 밤에 이불을 찰 느낌인데
// 교육학은 제가 건들일 분야가 아니고 역사도 제가 건들일 분야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 글은 좋은 글이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 용두사미인 거 같지만, 사실 진보나 보수 같은 거에 +적 가치나 -적 가치를 투영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 시스템이 후진적이라는 걸 몸소 말하고 있는겁니다. 뭐 선형성 없다 이런 소리를 했지만, 분명 선형성은 있어요. 다만, 진보-보수 혹은 진보-퇴보 라기 보다는 모로가도 서울로 간다 라는 속담이 있듯이 대충 현대 국가 혹은 국민이 된다 이런게 있다고...
// 근데, 유럽 근현대사, 교육의 경우 솔직히 제가 말할게 책에서 읽은 거고, 거의 몇 년전에 읽은거라서 오류가 좀 많을 겁니다. 이 부분을 빼야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그러면 글의 맵시가 안 살아서 걍 이렇게 냅둡니다.
// 예시로 들었던 동성 결혼, 마약, 매춘 이런 부분의 경우 의외로 오랫동안 논의 되 온 거고, 그 외의 것들에서 논의 될 것들이 의외로 많지 않나합니다. 보통은, 기업 문화나 민주주의, 국가의 권한 등등이 있죠.
// 이렇게 놓고 보면 구시대적 혹은 근대/현대 이런 단어도 솔직히 그렇게 권장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닙니다. 근데, 아쉽게도 우리는 이런 걸 통해 세상을 재단해서 볼 수 밖에 없음으로 어쩔 수 없죠. 이건 언어의 분절성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러니, 단어적 뜻만을 보고 판단하면 안됩니다.
// 근데, 저는 "진보적인 것이 좋은 가치만 함유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했는데, 사실 가치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이 안됩니다. 그러니까 좋은 가치하고 나쁜 가치 둘 다 있는게 아니라, 걍 "좋다 나쁘다 라는 단어가 없다." 라는 겁니다. 가치라는 건 모두에게 상대적인 거고, 이 때문에 현재의 진보-보수의 문제가 생기는거죠. 뭐 한국이야 그런거 없고 돈 + a 싸움이긴 하지만요. -_-;
// 근데 사회 보수성을 깔 때 사회의 유동성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계층-계급 이거 구분할 때 이야기인데, 사실 계급론은 현대사회에서 잘 적용될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계급론이 함의하고 있는 몇몇 가치들은 아직 논하기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열린 사회 - 닫힌 사회를 구별할 때 계층 유동성을 이야기하는데, 이게 닫힌 사회가 되면 계층이나 계급이나 별 차이가 없거든요. 다만, 이게 자세히 들어가면 또 차이가 나는 걸로...
'일상생활 >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6.29 끝 (0) | 2014.06.29 |
---|---|
2014.05.28 아 그래서 매경이... (0) | 2014.05.28 |
선관위 선거 홍보 행사 참여 후기 - 과연 투표지 분류기는 신뢰할 만한가? (2) | 2014.05.23 |
Poker II 적축 사용기 (6) | 2014.02.27 |
겨울왕국 별점테러에 관한 잡담 (15) | 2014.01.23 |
글 (0) | 2013.12.29 |
철도 민영화는 철도 민영화인가? (0) | 2013.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