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끄적끄적

2014.6.29 끝

1. 근 5년간, 가입일로 따지면 약 6년간 잘 써오던 SNS 미투데이가 문을 닫는다. 서비스 종료일은 6월 30일이지만, 이미 초상집 분위기이다. 뭐 이건 주 연령층이 중고등학생이다보니 일요일인 오늘 이런 저런 넋두리들이 터져나오는 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2010년 그리고 2011년 때 즐겁게 SNS를 했던 추억들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기도하고, 미투데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분열되고 대립하던 시기가 도래하기 전 모두가 함께 놀던 시절에 대한 회상이기도 하다. 스카이프를 한다던지, 코믹월드에 단체로 가서 약 40인 단체 사진을 찍는다던지, 노래방 방 3개인가 5개를 빌려서 Gay Bar를 떼창한다던지 그런 기억들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뭐 시간이 흐르고 이런저런 사건들이 터지면서 미투데이에 대한 별 감정도 없고, 망하면 망한다고 생각 없이 쓰게 되었지만, 미투데이를 제외한 어떠한 SNS도 그렇게 시간을 쏟아가면서 감정 이입을 할 기회가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기억상으로 따뜻했다는 느낌을 받았던 커뮤니티/SNS는 미투데이 뿐이였다. 그리고, 아마 이 이후 어떤 SNS에서도 같은 감정을 느끼긴 힘들 거 같다.


2. 내가 고등학생일 때, 인간 관계가 좀 많이 꼬였었다. 그 때 상황을 잘 사람도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만, 내 성격상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있고, 실제로 사람과의 관계를 넓히는데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는 타입이라 꽤나 고생을 했었다. 이걸 해결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미투데이 덕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페이스북을 제외한 SNS에서 거의 금기 사항으로 여겨졌던 아는 친구들 SNS로 불러오기를 시전했고, 사실 같은 반 내부에서는 그렇게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였지만 딴 반 애들과 열심히 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뭐 그것 덕분에 아직도 연락하는 애들이 많다만...


3. 사실 이 이야기를 하는건, 한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꽤 오랫동안 알아왔고, 뭐 애증의 관계로 점칠된 한 사람이 몇 일 전 계정 정리를 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지인이라는 분이 자살 소식을 포스팅했고, 난 무덤덤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 상에서 사람의 죽음을 본 적이 4번 정도 되었는데, 3번은 자살이었다. 만약 그 사람들이 SNS를 안했더라면 그들은 아마 더 짧은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지만, 그 사람들은 죽기전에 대형 사고 한 두개는 치고, 말 그대로 씻을 수 없는 자잘한 상처나 사건들을 만들고 사라질 때가 많다. 살아있기 위한 몸부림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분명 그걸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 사람의 자살이나 행동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건덕지는 그렇게 없다. 죽은 자는 죽은 자고 산 자는 산 자인데, 살아있는 사람이 죽어있는 사람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할까.


4.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의 죽음을 모른다. 미투데이가 끝날 무렵이기도 하고, 부고를 알린 사람도 그렇게 파급력 있는 사람이 아니였으며 이해당사자들 중 나를 포함한 몇몇은 별로 알고 싶었던 것도 이걸 공론화하기도 별로 썩 내키지 않았던 것이였다. 그러나 내가 구태여 이런 시간을 들여 이 글을 쓰는 건 아마, 그 사람이 죽어서까지도 유서에서 내 이야기를 써 놓고 지인들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인것 같다. 지인의 지인을 통해 대략적으로 들었고, 추측을 했지만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사상은 별로 썩 내키지 않는 사회의 어두운 부분이었던 건 확실하다. 엘리트주의나 사다리 걷어차기나, 쓸데 없는 자기합리화 속에 나오는 모순된 말들, 그리고 진짜 알지도 못하면서 그 분야를 있는 척 이야기하는 것들은 아마 쓸데없는 자격지심에 비롯됬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쉽게도 그 사람이 알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었었다.


5. 몇몇 대학 출신들의 비뚤어진 세계관을 볼 때마다 나는 저런 사람이 되면 안되야한다는 생각을 매번한다. 하지만, 그 세계관을 나도 어느정도 갖고 있으며,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이상 내가 사람을 평가하는 지표로써 대학을 사용한다는 건 상당히 암울한 이야기다. 나도 그 사람들의 사고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지균을 없애야한다" 혹은 "지균이나 입사제로 입학한 애들은 동기 혹은 학우로 인정 할 수 없다"까지는 절대로 내 입에서 꺼내기도 싫고, 머릿속으로 상상하기도 싫다. 또한, "대학으로 차별을 둘 필요가 있다"나 "대학이 한 사람을 파악하는 척도이다"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경멸하게 된다.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실력이나 지식일 뿐이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1등급 대학이라는 낙인은 아니여야한다는 건 분명하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학벌 -정확히는 학력이지만- 에 따라서 쓸데 없는 붉은 거울 여왕 효과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상대방이 달리기 때문에 나도 달려야한다는 것은 분명히 비효율을 초래한다.


6. 학벌에 대한 경쟁은 결과적으로 비평준화와 평중화, 일반고와 특목고 논쟁으로 귀결된다. 분명 인생의 전부가 공부는 아니지만 실제로 인생의 시작부터 경쟁인 사회에서 공부는 좋은 학벌을 위한 수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부릍 통한 학문적 성취보다는 하나 더 맞기 위해서 분투하는 결과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건 자명하다.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몇 가지가 안된다. 사회에 순응하여 좋은 학벌을 위하여 공부를 하거나, 아님 저항을 하거나 둘 중 하나 정도가 기껏해야 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전자는 전국 상위 1% -사실 문과는 0.3%, 이과는 널널하게 2% 정도- 에 들기만하면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인생이 보장되게 된다. 후자는 뭐 아시다시피 답이 안나온다. 개중에는 대학 입학 거부 퍼포먼스나 아님 고졸 후 취업 같은 길을 택하기도 하지만, 거기서는 거의 실력으로 인간이 완벽하게 갈린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뭐 그것이 단순히 고등학교 과정을 얼마나 잘 아냐라는 그런 실력이 아닌 실제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전반적인 실력이긴하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어쨌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확률이 낮지만, 딴 것보다는 확률이 높은 공부를 택하는 게 현명한 건 사실이다.


7. 트위터에서 우스갯 소리로 서울대 폐지 주장을 하는 사람이 비서울대생이면 열폭으로 손가락질 받고, 서울대생인데 성공한 사람이면 사다리 걷어차기로 욕을 먹고, 실패한 사람이라면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준다는 트윗을 봤었다. 사실, 이게 지금까지의 비뚤어진 엘리트주의를 관통하는 핵심이 아닐까한다. 이런 비뚤어짐을 교정할 사람은 내부에도 외부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시당초 내부고발자나 개혁 세력을 상당히 싫어하는 사회 풍토상 결과적으로 나타날 일이 아니였나하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8. 나는 엘리트주의자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내가 살아왔던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와 장벽을 칠 수 밖에 없어진다. 혹자는 0.1 : 99.9을 주장하고, 혹자는 또 1:99를 주장한다. 그리고 내 지인은 2:98을 주장하고 누구는 20:80을 주장한다. 이 애매모호한 숫자들에서 확실한건 저기 0.1이나 1이나 2나 20이나 분명 내가 속한 파이의 크기일 것이다. 0.1% 내의 사람들은 99.9%와 차별화를 할 것을 주문하며, 1%의 사람들은 99%와 차별화할 것을 주문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는 이런 문제다. 아와 타아를 구분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학벌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9. 별로 내가 겪었던 일들이나 남들의 일들을 언급하는 건 싫다. 결과적으로 글은 이렇게 붕 떠버렸고, 피상적인 이야기 밖에 하지 못한다. 하지만, 말하고 싶은건 간단하다. 제발 학벌이나 학력에 매달리지 말라는 것. 고등학생 때 혹은 대학교 1~2학년 때까지라면 그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후에는 학벌이나 학력이 먹여살리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먹여살린다는 걸 이야기하고싶다. 학벌이나 학력은 그것에 대한 어느정도의 보증수표가 될 뿐이지 그 자체가 아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실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실력을 쌓는 걸 포기하고 보증 수표에만 매달려서 보증 수표 이야기만 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난 대학생들이 그 짓을 하는 걸 질리도록 많이 봤었다. 그리고 나도 그랬지...


10. 그리고 그 사람이 날 거의 3년 이상 봐왔겠지만, 그 사람이 취했던 행동에 대해서 일갈의 용서할 가치도 못 느낀다. 자신이 했던 행동이 옳지 않았음을 깨닫지도 못하고 그렇게 가 버린거에 대해서는 뭐 할말이 없다. 그 사람이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울증 때문이라는 말을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택한 자살에 대해 동정의 시선을 느낄 수는 없었다.


뱀발. 진짜 공부로 성공한 사람들은 소시오패스라고 느낄만큼 감정도 없고, 이기적이고, 계산적이라는 느낌을 아주 강렬하게 받는다. 그리고 이 말 하는 나 자신도 많이 찔린다. 솔직히, 나도 그렇게 감정적인 사람은 아니니...


뱀발2.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는 대학들을 저격하기 위함은 아니다. 아니 한 사람 덕분에 저렇게 사람이 막장일 수도 있구나 라는 걸 느껴서 넋두리로 쓴 것이다. 사실, 내가 느꼈던 것들조차도 전체의 일부분일 뿐이고, 이게 옳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뱀발3. 블로그가 오픈된 공간이라서 이거 웹상에 막 퍼질까봐 무섭다. 공개글로 올릴까 말까 고민 좀 했는데 걍 올리기로 결정! 야 싱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