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OECD가 한국 철도노조 파업에 관해 긍정적인 스탠드를 가지고, 한국을 OECD에서 제명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뭐, 처음에 이 트윗을 봤을 때 위협조로 말한거라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강하게 나올줄은 몰랐었다고 생각했었다. 몇 번의 RT와 이것에 관한 이야기가 좀 있었고 이에 관한 트윗은 사그라들었다. 솔직히 이게 이슈라기 보단 민주노총 vs 경찰이라는 주제가 좀 더 화끈하고, 자극적이고, 그리고 중요했으니까.
아직도 한국 OECD 제명 선동 기사가 보이는데 전문엔 OECD가 탄압 주시하겠다는 내용은 전혀 없으며 제명 건의도 사실 무근. 오히려 콜롬비아의 OECD 가입 추진을 통한 개선만은 요구했을 뿐 한국에 대한 어떠한 다른 요구 사항 및 조치도 없음.
— 혁명기발브레이프@힛키_모리 (@Mori_004) 2013년 12월월 22일
그러다가, 10시 경에 이것은 "한겨레의 선동입니다!"라는 트윗을 봤고, 이미 기사를 읽고 대충 상황 파악을 했던 나는 한 번 이 논리를 뚫어보려고 팩트 체킹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원전 기사를 찾고, 이 기사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다 긁어서, "OECD는 정확히 뭘 하고 싶어했는가"라는 걸 재구성해야만 했다.
// 참고로 한겨레는 기사도 안냈다. 경향이 냈지. 그리고 나는 머니투데이에서 기사를 읽었고.
일단, 네이버 뉴스 검색에 처음으로 걸린 뉴스는 머니투데이의 국제노동단체, 철도노조 대응 비판···OECD "예의주시" 라는 기사였다. 일단, 이 기사는 OECD 제명이라기보단 국제운수노동조합연맹(ITF)에서 한국 정부가 이런식으로 하면 ILO와 OECD에 압력을 넣겠다는 것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또한 국제교원노동조합연맹(EI)에서도 OECD에 압력을 넣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보도를 했다.
그래서 EI와 ITF 홈페이지를 뒤져 발표문을 찾기로 했다. 대부분의 XX연맹, XX조합, 혹은 공공기관은 자신이 발표했던 것, 기고했던 것들은 대부분 문서화하여 웹에 올린다. 검색하기는 상당히 귀찮을지는 몰라도 이런 문서화는 나중에 한 기관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다 알수 있게 해준다. 일종의 유리지갑 비슷한 것이다. 여튼, 일단 EI와 ITF의 사이트를 찾기 시작했고, EI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South Korea: Outrage over union’s de-registration 라는 제목으로 OECD에 실력행사하겠다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ITF가 난관이었다. ITF를 약자로 쓰는 곳들이 꽤 있었다. 맨 처음으로 뜨는건 국제 테니스 연맹 (...) 이었고, 실제로 이러면 구글링이 안되기 때문에 무엇의 약자인지 추측을 해야했다. 그래 International은 국제, T...T는 Transport ...? 그래서 이렇게 쳐보니, International Transport Workers' Federation과 International Transport Forum이 나왔다. 전자는 철도연맹이었고, 후자는 OECD 하부 기관이다. 일단, OECD가 개입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음으로 후자의 홈페이지를 싹 다 뒤졌다. 역시 나오는 건 없었고, 설마 하는 마음에 ITF(전자) 홈페이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얘네가 발표한 것이였다.
ITF delegation in South Korea finds union repression leads to safety problems 라는 제목으로 ITF의 의견이 있었다. 뭐 뻔하게, ILO와 OECD에 압력을 넣겠다 라는 건 별반 차이가 없고, 뭐 안봐도 비디오 아니겠는가. 이제 TUAC의 의견을 찾아야했다. TUAC 홈페이지는 찾기가 의외로 쉬웠으나... 문제는 의결안 찾기가 엄청나게 어려웠다. 토픽들이 날짜별로 정리는 됬는데, 전체 보기 기능이 없고 카테고리별로 나눠져있었기 때문이다. 찾아도 찾아도 안나와서, 아 OECD-TUAC는 관련이 없는건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무렵, Hot Topic 부분이 눈에 띄어 보니, 한국 철도노초 파업 관련 글이 이슈화 되 있었다. 나름 국위선양하고 있는 한국. 눈물난다.
TUAC RESOLUTION ON TRADE UNION RIGHTS IN THE REPUBLIC OF KOREA
자 올것이 왔다. TUAC의 한국 (정확히 말하면 남한, 대한민국) 의 노동 조합 권리에 대한 글을 올렸다. 그리고, 그것은 HOT TOPIC이다.
The Trade Union Advisory Committee to the OECD stands fully behind its Korean affiliates in their struggle with the Korean government over the respect of trade union rights for teachers and government employees and adopted a Resolution at its Plenary Session on December 10, 2013 (see download section).
The deregistration of the Korean Teachers Union (KTU) and denied registration of the Korean Government Employees Union (KGEU) in addition to further violations on their freedom of association on grounds of national laws, which do not allow dismissed and unemployed workers to join a union, to maintain membership or to take a union office and in the case of teachers allow only “active” teachers to be part of their unions, is a serious step backwards. TUAC is also concerned at the suspension of employment of members of the Korean Railway Workers Union and the use of the “Obstruction of Business Law” to threaten arrest of their leadership over an industrial dispute.
전형적인 요약문 형태로 전문을 요약했고, 전문은 PDF파일로 제공하고 있다. PDF링크
영문 보고서 답게, 기승전결은 깔끔하다. 이 일이 왜 일어났는지, 이 일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이 문제점을 어찌해결해야하는지, 그리고 해결 안하면 어떤일이 일어나는지. 이렇게 4단계로 나뉘어져있다. 솔직히 이 정도 되는 보고서를 전문 번역하는건 거의 힘들다. 아니 할 수는 있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더군다나 나는 법률 용어나 조약 관련해서 번역을 해본 경험이 없고, 뭐 읽어오기만 했으니까 정확히 의도한 대로 1대1로 번역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으로 PDF파일을 읽어주시길 바란다.
TUAC의 주장은 간단하다. 전문 CCCV해서 보자.
The Korean government rejected the registration of the Korean Government Union (KGEU) for
a fourth consecutive time. The KGEU accepted proposed amendments to its constitution but
was still denied registration as it could still be interpreted to allow dismissed workers to retain
membership.
- The Ministry of Employment and Labour threatened to cancel the registration of the Korean
Teachers’ Union (KTU) earlier this year. The KTU’s legal status was withdrawn on October 24.
In September, the government already withdrew from bargaining negotiations with the KTU
due to this challenged legal status.
- Prior to the withdrawal, the KTU was given a one month deadline to revise its by-laws that
allow dismissed and retired teachers into membership. In a nation-wide poll over 60.000
education professionals rejected that call as the membership of retired and dismissed workers is
internationally accepted, which the ILO confirmed on several occasions.
- The KTU now filed an injunction and is awaiting the first ruling. On November 19, the
government filed an immediate appeal to the Seoul High Court against the accepted injunction.
The Court will rule about this appeal in the middle of December 2013.
- In addition, 40 members of the KTU were dismissed from their workplaces as they expressed
their opinions on education policies and/or for donations to progressive political parties. Under
international labour standards such dismissals are considered illegal.
- The government also issued warrants to search and seize servers of the KGEU and has
announced to do the same with the KTU on grounds of a lack of political neutrality.
이게 왜 TUAC가 이슈를 제기하고 토론을 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게 뭘 잘못했는지이다.
These actions are in violation of the ILO conventions87 (on Freedom of Associa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Organise) and 98 (Right to Organise and to Bargain Collectively) – although not ratified
by Korea, the government is obliged to comply with the rights enshrined in these conventions as
stipulated by the ILO Declaration on Fundamental Principles and Rights at Work, adopted in 1998.
That obligation has been confirmed in 2011 through the signing of the EU-Korea Free Trade
Agreement (Article 13.4).
The ILO Committee on Freedom of Association made clear that the reasons indicated are not
legitimate to reject registration: “it urged the Government to repeal the provisions prohibiting
dismissed and unemployed workers from keeping their union membership and making non-union
members ineligible to stand for trade union office. Noting with regret that the Government has not
repealed these provisions, the Committee once again urges the Government to do so […] and to
ultimately register [the KGEU] in line with freedom of association principles” (Case No. 1865, 2012).
The ILO has also denounced the prohibition on politicalexpression under Section 4 of the Act on the
Establishment and Operation of Public Officials’Trade Unions in ILO CFA Case 1825, Report 363
March 2012.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지금 한국 정부의 행위는 EU-Korea FTA 조약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ILO 선언 87과 98을 어겼다는 것이다. 그렇다, FTA 가 문제인것이였다. 사실 나는 FTA 부분 찬성론자인데 (거꾸로 보면 부분 반대론자) FTA의 순기능은 이런 것이다. 상대방 정부가 깽판을 치면 타국이 그것을 막을 권리를 준다. 무역을 빙자한 내정 개입이 어느정도 가능한 것이다. 이는 국권 침탈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반대론자들은 엄청나게 싫어한다), 국가 시스템의 성숙도를 더 높여주기도한다. 즉, 양날의 검이다.
// conviction을 어찌 해석할지 몰라서 선언이라고 했는데, 조문 정도로 봐야하나....?
여튼, 그러하다. 국제적으로 안된단다.
그래서 TUAC는 이러이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TUAC therefore calls on the Government of Korea:
- To comply with international standards in line with the commitments made and to allow the
KGEU and the KTU to legally register, to operate and carry out their activities free from
government intervention.
- To guarantee basic labour rights of government employees and end the seizures of union
documents.
- To stop illegitimate interference in industrial relations in the public sector including the denial
of 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s.
- To fulfil its responsibilities as a member ofthe OECD to ensure full compliance with
internationally recognized labour standards and in particular to move forward to ratification of
ILO conventions 87 and 98 on freedom of association and collective bargaining.
We also call o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draw attention to this situation, including in particular
the ILO and the OECD.
해석은 알아서 하자.
We also call o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draw attention to this situation, including in particular
the ILO and the OECD.
보고서 결론 OECD와 ILO에 이슈화 시킨다. 참고로 TUAC는 OECD의 민간자문기구이다. 이미 갈데까지 간 상황이긴 하다. 일단은 이렇다. TUAC와 OECD는 다른 기관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OECD에 흡수된 (사실 유럽에서 만들어진 기관이다.) 형태로 존재하고 있고, OECD 구성도를 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기관이다. OECD에 영향력을 꽤 끼치고 있는 기관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OECD 제명은 솔직히 힘들거 같다. 한국 정부가 제명 될 때까지 노조 갖고 난리를 칠 이유도 없으며, 실제로 이 수준까지 왔다면 심각학게 국제사회의 눈치가 보일 것도 사실이긴하다. 그리고 제명이 말이 제명이지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며 해봤자 OECD의 위협용도에서 그치는 수준일 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단 이런식으로 이슈화가 된 논제들은 한국이란 나라의 꼬리표처럼 끝까지 따라다닐 것은 사실이다. 한국이란 나라를 모르는 사람들은 일단, 이런 자료들을 제일 먼저 접할 가능성이 높고, 해외 언론에서도 인용할 가치가 충부히 있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은 OECD를 가입하기 위해 전교조의 합법화를 추진했어야했으며, 그 이후에도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이 라인 동안) 열심히 감시를 받았다. IMF 이후 김대중의 통폐합 정책과 개방 정책으로 인하여 노조의 권리가 흔들리자 그것을 이슈화 시킨것도 TUAC이다. 현실은 들춰보면 들춰볼 수록 어두운면이 많다.
뱀발)
근데, 난 이런글 써도 되는 걸까. 사회학도나 정치학도도 아닌 그냥 이런저런거 많이 들춰본 사람인데....
솔직히 이런 글을 쓸 때마다 내가 정확하게 파악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빠트린 부분이 없는지, 모르고 지나친 부분이나 간과한 부분이 없는지 계속 고민중이다. 공부해야하고, 더 배워야한다는 건 틀림이 없다. 근데 전공서적 비싸잖아. 아마 안될꺼야.
뱀발2)
저 맨위 트윗 적으신 분 열심히 멘탈 공격해드렸는데, 솔직히 선동이란 단어 쓰는 사람 중에서 자기 자신이 선동 당했거나,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선동하는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뭐, 어떤 이슈를 판단하는데 교차 검증은 필수다. 그리고, 그 교차검증이 2~3번 정도 되야 어떤 답이 나올지 안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 많다.
뱀발3)
오늘 자료 조사하면서 한국의 어두운 과거를 아주 많이 알게되서 기분이 심란하다. 노무현 때에는 그렇다쳐도 김대중 때도 저랬구나... 라는 걸 확인하니 씁쓸할 뿐.
뱀발4)
한국 TUAC에게 특별 감시 10년 넘게 받았다. 이거 예전에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하는 거 같더라. 노조 탄압한다고 까인게 언제적 일인데 아직도 이럴까. -_-; 좀 많이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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