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논술 학원을 다녔을 때 학원 선생"님"은 내가 쓴 글을 모두 기록을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의 중요성을 요즘 들어서 많이 체감하는 중이다. 내 옛날의 생각들이 어떠했는지, 나는 예전에 비해서 발전을 했는지 퇴보를 했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으로써 써왔던 글 만큼 소중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보면 낯간지러운 글이나, 그렇게 아름답지 못한 논리전개로 무장한 글들을 볼 때마다, 내가 그 당시에 누구의 문체에 영향을 받고, 어떤 사상에 경도되어있었는지에 대해 다시 되새김질을 할 수 있었고, 그리고 그 글로부터 다시 나를 조각해 낼 수 있었다.
과거의 나는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했으며, 타인의 주장이 아무리 터무니 없더라도 그에 대한 반박을 성실히 해왔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낙으로 삼았는지 의무로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예의라는 게 존재하고 절차라는 게 존재하던 건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과연 그런지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된다.
한 사람이 있다. 저격을 하기 위해 글을 쓰는게 아니라서 간단하게 언급을 하자면, 그는 주장이 과격하다. 그 과격한 주장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무지함에서 기인할 터인데,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많은 단정적인 말들과 정언 명령으로 가득한 그의 글은 어느 순간 반박의 대상이 되고, 좋지못한 선례로 남겨지게 된다. 그리고, 그 무지의 소산은 언제나 동일하게 반복이 된다.
그의 글 중 내 이목, 아니 내 심장을 고동치게 했던 글이 하나 있었다. 같잖다는 단어를 쓴 것이였다. 같잖다. 자신의 주장을 반박하는 타인의 주장을 볼 때마다 같잖음이 느껴진다고 표현한 그 글을 봤을 때, 나는 "반례가 존재하지 않는 명제는 명제로써의 가치가 있는가"로 논의를 했던 수 많은 -아니 많지도 않을 것이다 이미 결론이 나 있음으로- 철학자들과 논리학자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듯한 느낌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상대방의 주장이 가치 없다고 느끼면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된 생각일까라는 걸 잠시 한 결과, 나 자신도 그런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아직까지 간신히 남아있는 인격과 예절이라는 것 속에서 그것을 바로 드러내지 못할 뿐.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을 봐 왔고, 그것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국한되어 있는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인터넷에 모이며, 실제로는 현실에는 그런 사람들이 극소수라는- 믿음을 고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대학과 사회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서부터 처절하게 무너져갔고, 내 사람을 대하는 시각은 점점 비틀어져가는 것 같았다. 아니, 내 정신조차도 비틀어져간다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같잖다는 것. 타인이 타인을 같잖게 본다는 것을 인지할 때마다, 내 자신의 고결함만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방관자로 남아 묵언수행을 해야할지, 아님 그들에게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할지, 아님 내 가치관을 그들과 동화시켜야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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