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끄적끄적

적응 한다는 것

트위터를 유심히 살펴보거나 페이스북에 친구가 맺어져있을 정도로 친한 분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요즘 나는 일을 하고 있다. 일이라기 보다는 소규모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는게 더 맞겠지만, 여튼 이 덕분에 학교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고 열심히 장비 분해하고, 각종 통신 프로토콜을 분석하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정리 정돈하는 일들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프로젝트 매니저(PM)의 역량이 떨어지거나, 각 팀원들의 역할들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았을 때 주제가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프로젝트는 침돌하게 되어있다. 정리 안 된 일정이나, 정량화 안 된 일들은 모든 것을 망쳐버린다. 도대체 삽으로 땅을 파고 있는 건지, 하늘에 삽을 휘두르는 건지도 모를 때, 지금 땅을 파야할 때인지 주춧돌을 쌓아야할 때인지 모르는 이런 상황들이 연속되면 산출물이 나올리가 있나! 그렇게 서서히 침몰해가는 프로젝트를 보면서,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할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근 한달간 이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왔으니, 뭐 여기서 더 할 말이 무엇이 있는가?"란 질문을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할 말은 없다. 나도 이런 정체되어있는 상황에 적응하고 일 얼마나 빼먹을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으니. 요 근래 환경이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값진 경험을 하는 것 같다. 예전의 나라면, 내 일이건 아니건 중요하다 싶으면 다 해놨고, 남이 하는 일들을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거기에 맞춰주려는 노력을 엄청나게 했었는데,요즘은 그걸 해야할 이유를 모르겠다. 하면 할 수록 스트레스만 쌓이니 방어적으로 변하기만 한다.


언젠간, 언젠간 정말 기쁜 마음으로 모든 걸 바쳐 일을 해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아닌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