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끄적끄적

닭은 도망가기만 하였고, 사람은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건 아니지만, 뭐 그래 예전에, 그것도 꽤 어렸을 적에 교회 설교였던가, 학교에서 지루한 수업 중간이었던가 목사인지 교사인지 누구인지는 생각이 잘 안나지만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인간과 동물이 다른 이유는 인간은 상황을 바꾸기 때문이라는 것” 닭은 멍청해서, 자기 주변에 포식자가 나타나면 미친 듯이 도망치지만, 한 마리의 닭이 포시자의 입에 물려 어디론가 끌려가면 나머지 닭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렇다, 닭은 멍청하기 때문에 포식자를 몰아내려는 행위도, 자기를 방어하려는 미래의 대비도 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가? 미래를 대비하고, 포식자를 내쫒을 무기를 만들고 방벽을 세우고, 그리고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사소한 차이가 인간과 닭의 미래를 이렇게 갈라버렸으며, “인간이 숭고한 이유는 미래와 맞서 싸울 수 있는 그런 용기가 있기 때문”이라는 그 말씀은 아직도 내 마음 한 구석에서 꿈틀대고 있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과연 닭은 멍청했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했는가, 그 전에 과연 그런 행위를 닭이 정말 하는 것인가, 닭이 멍청하다고 해도 대부분의 동물이 갖고 있는 방어 본능이 존재하지 않을리가 없는가 등등 이런 저런 생각을 기나긴 인간 찬가를 들으면서 했었고, 그 당시에는 이런식의 비유가 옳은가에 대한 답을 내리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요즘 문득 드는 생각이 인간도 별로 닭과 다를바가 없다는 느낌이다. 아니 이 인간의 위대함을 증명하기 위해 든 예시 속에서 인간의 비루함을 깨달았다고 해야할까.


닭은 과연 미래라는 개념이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그런걸 생각할 뇌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을 했을까? 동물의 왕국에서 사자에게 쫒기는 얼룩말 떼는 한 마리의 얼룩말이 희생양이 되자 뛰는 것을 멈춘다. 희생으로써 얼룩말 떼는 다시 안위를 찾았고, 얼룩말들은 다시 평온한 그리고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외부 위협은 언제나 존재하고 그것을 막을 수 없다면 아마도 그 체제에 익숙해지는 것이 답일 것이다. 얼룩말이나 닭 모두 그런식으로 살아왔고 그것은 하나의 정해진 틀이었을 것이다. 저항할 수 없었기에, 아니 하나만 희생하면 모든 것이 다 제대로 돌아갔기에 그랬을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닭과 별로 다른 행동 패턴을 갖고 있지 않다. 닭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켜내지 못한다. 사실 포식자라고 하기에도 뭐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미친듯이 도망칠 수는 있지만, 설교처럼 자기 자신을 지켜낼 방도를 찾아내지는 못한다. 정리 해고, 기나긴 노동시간, 낮은 임금, 사회적 불안, 높은 자살율, 차별… 이런것들은 없어지지도 않았으며, 점점 더 사회 문제로 화두 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마딱드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안위만 생각할 뿐, 자신 주변을 둘러보지도 못한다. 사람, 닭, 얼룩말 모두 자신의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인간은 정말로 동물과 다른 지성의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가 존재했었다. 동물과는 다른 면이 있다기 보다는 표준정규 분포에 끝자락에 놓여있다는 짤막한 결론 아래 나는 어느정도 만족을 했어야했다. 그리고, 그 표준정규분포는 그렇게 분산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





// 하도 글을 안 쓰다보니 이런 멍청한 글이나 쓰고 있다. 사실 과외돌이 질문 받다가 갑자기 떠오른 한 목사의 설교가 모티프가 되어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데, 그렇게 깔끔한 글은 아닌 듯 하다. 비유도 그렇게 좋지 못하고, 그리고 글의 완급이 그렇게 조절되지도 않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 이런 비유가 딱딱 맞아 떨어질 때 나는 만족하고 저장 버튼을 누르지만 요 근래 그런 일이 존재하지 않음으로 그냥 버튼을 누르고 마저 할 일이나 더 하려고 한다. 뭐 닭이나 얼룩말과 다름 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잠시 들지만 뭐 어쩔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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