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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6 03:08 - Bengi

무제

재수학원 시절, 지금은 그렇게까지 연락이 잘 되지는 않지만, 친구 하나를 사귀었었다. 그리고, 꽤 진솔한 대화들을 나눌 기회를 가졌었는데, 그 이야기 중 하나가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을 두는 그런 한 사람"에 대한 것이였다. 사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까짓 외로움 하나 덕분에 그런 큰 노고를 들일 필요가 있는가"와 "도대체 왜 그런 행위를 하는가"가를 중점적으로 생각을 했었다. 아마, 그 당시의 나는 외로움에 익숙했었던 면도 있었겠지만, 결국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 사람을 이용하는 행위 자체를 이해를 못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을 했었던 것 같다.


사실 요 근래 고립감을 많이 느낀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이런 고립감은 금방 해소되지만, 아마 이런 지속적인 고립감은 내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강박관념에서 기인하는 것이 분명하다. 과거의 일들이나 아니 과거의 일들이라기보다는 현재진행형에 가까운 것들이 나의 목을 서서히 졸라가면서, 여러 강박 관념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사실 이런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런 상황은 지속 되리라고 본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해결 자체가 불가능한 문제에 나는 마딱드리고 있는 상태이다.


아니, 뭐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를 쓸까말까 고민을 하지만, 그래 계속 쓰기로 결심을 했으니 끝을 보자. 사실, 이런 생각은 아마 과거의 경험에서 누적된 결론일 것이다. 실제로 별로 안정적이지 못했던 상황들 속에서 내가 택했던 것은 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였으며, 이는 지속적인 불안정한 상황에 대한 가정과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일의 연속이었다. 대부분 시도와 실패, 혹은 가끔의 성공 속에서 꽤 많은 경험들을 하였고, 이는 일종의 편견이나 확증편향을 세우는데 일조를 하였다. 사람이 제 정신인 이상, 모든 일들을 새롭게 받아들이며 분류화를 시키지 못한채 "저것은 다리가 네 개 발리고 쿠션이 있고, 등받이가 있는 물건인데, 색상은 적갈색이고, 광택이 보이는군!" (보통 미용실 의자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이라고 하겠는가. 많은 경험은 어떤 사물이나 사태를 보는 기조적인 틀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였을 것이고, 나는 그 틀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어렸을 적에는 왜 어른이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틀에 박혀있는, 꽉 막힌 사고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기 못했었다. 아니 의자는 맞는데 그 의자의 특징에 대한 제대로된 고찰이나, 다른 의자와의 차이점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조소를 날렸다는 것이 더 정확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어른이 되었고, 틀에 박혀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많은 생각은 많은 고통을 가지고 온다. 사물의 잘못된 점이나 사람의 잘못된 점을 찾아낼 수록, 사람의 정신은 지치기 마련이다. 왜 사회가 이 모양인가, 왜 저 사람은 저런식으로 밖에 행동을 못하는가, 뭐 이런 문제들은 깔끔하게 해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전체적인 사회 기조에 대한 비판이 선행되야하므로 (실제로, 이런 비판이 수용되지 않는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 헬조선이여!) 경렬한 저항을 이겨내야하는 과정도 거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나는 사회화라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생각을 안 하는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다.


술... 술은 고대부터 이어져온 몇 안되는 뇌를 마비시키는, 쾌락을 가져다주는 몇 안되는 약물일 것이다. 가끔가다 술을 마시면서, 나는 거의 모든 것들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다행히도 사회화라던지 편견이라던지 꽉 막힌 생각이라던지도 같이 잊혀져버린다. 꽁꽁 닫았던 문은 용기라는 감정에 의해 열리고, 나의 생각을 뿜어 낼 떄가 있다. LSD를 하던 젊은 시절의 잡스도 이랬을까. 잘 모르겠다만, 여튼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마, 내가 술을 마시고 4시간전의 술을 안 마신 꽉 막힌 나를 비판하는 감정이 용솟음쳤기 떄문일 것이다.


감정에 충실해지고, 나 자신의 용기를 갖게 되는 유일한 길은 이런 의존성 약물, 알콜이나 니코틴 밖에 없는것일까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의지만으로 해결 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점점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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