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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7 21:21 - Bengi

2016.11.27 Buzzwords

Buzzword라는 단어가 있다. 뭐, Buzz가 곤충의 윙윙 거리는 소리를 나타낸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미처럼 한 때 엄청나게 시끄럽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그런 것들을 지칭하는 단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뭐 요즘은 아니고 수 년 전부터 느꼈던 것들이지만 여하튼 핫한 것일수록 빨리 식고,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것일수록 대단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뭐, 요즘 그렇게 핫하다는 빅데이터나 머신러닝도 그렇고, 그 전에 그렇게 자주 언급이 되었던 롱테일이나, Web 2.0이나 집단지성이나, 유비쿼터스나... 뭐 그런 것들이 Buzzword일 것이다. 생각나는 용례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뭐 슘페터가 말하였던 파괴적 혁신 같은 경우도 좀 많이 오용되는 단어일테고, 인문학이라는 단어나 경제, 정치, 철학과 같은 단어들도 Buzzword와 비슷한 형태로 사용될 떄가 많다.


뭐 그렇다고, "기초에 튼튼해야한다.", "기본기에 충실해야한다." 이런 소리를 말 하고 싶은건 아니고, 심지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싫어하는 편이지만, 솔직히 뭔가 제대로 배우겠다고 하면, 겉 부분만 알고 넘어가지 말고 깊숙히 일단 파고들어봐야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Buzzword들의 사용은 기존 체제나 시스템이나 학문이나 기득권이나, 여하튼 기존의 무언가가 갖고 있었던 지위나 권력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특히 이공계한테 인문학 운운하는 것은 인문학도부터 이공계 전공자, 법학도, 철학도까지 아주 가지가지로 욕을 하는 것과 비슷한다- 대부분 이러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사람들 혹은 이러한 것들에 심취한 사람들을 뜯어보면, 별로 그렇게 제대로 배웠다는 느낌이 안 드는 경우가 많다. 기존 방법론에 대한 이해 없이 기존 방법론을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기존 방법론에 대한 이해 없는 상태로 그 분야에서 일을 하거나 그 분야를 바꾸려고 하는 건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 까려고 하는 대상은 벽돌 쌓기처럼 아래부터 차곡차곡 쌓아져 올라온 것들이 대부분인데, 이를 붕괴 시키기 위한 노력은 단순히 Buzzword 하나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뿐더러, 수 없이 많은 자기 비판과 자기 반성을 통해 올라온 것들이 대부분이기 떄문이다. 대부분, 쉽게 무너질 것들이 아닌 철옹성을 향해 달려가는 돈키호테 같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역사가 방증하듯이 이런 돈키호테들이나, -사실은 뒤에 수 없이 많은 조력자가 있지만- 기존 인식론 자체를 엎어버린 위대한 천재들의 존재를 부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뭐, 그게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일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음과 동시에 의외로 높기도하다- 어쨌든 기존 방법론을 붕괴 시키고 싶다면, 기존 방법론이 갖고 있는 한계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이나, 새로운 방법론의 충분한 효용성을 찾아서 보여줘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려면, 기저에 있는 벽돌을 박살을 내어 근원부터 갈아엎어버리거나, 아님 타 학분이나 타 분야의 잘 쌓여진 방법론을 이용하여, 약한 부분을 공격하고 결과적으로 한 시스템이 점유하고 있는 영토를 빼앗아가는 것 정도의 선택지만 남게 된다. 뭐, 아니면 정말로 천재라면, 무에서부터 유를 창조해내는 -아마도 젊었을 적 촘스키나 비트겐슈타인, 아인슈타인 정도만 생각난다- 일을 하는 것 정도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컴퓨터 공학이라던지, 뭐 요즘 핫한 데이터 싸이언스라던지 뭐 이런 것들에서 미칠듯한 Buzzword들이 범람하는 걸 보면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에 충실해라, C 제대로, 알고리즘 제대로, 이런 소리는 절대로 못하겠지만, 기본적인 통신 프로토콜이나 레이어 정도는 알았으면 좋겠고, DB 구조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고, 기본적인 운영체제 구조도 좀 알았으면 하는 게 있다. 아님, 뭐 더 나아가서 프로그래밍 언어의 특징이라던지... 뭐 이런 것들을 배우다보면 또 심각한 회의론에 휩쌓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뭐 안 배워도 된다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


아 뭔말을 하고 싶었던거지? 사실 하고 싶은건 데이터 싸이언스 하고 싶으면 통계학 제대로 해야한다? 인문학 열풍을 헤집고 나가 근대 사상을 제대로 공부해야한다? 그 망할 얇고 넓은 지식으로 땜빵하지 말고, 제대로 각 시대별 주요 서적을 보라는 것? 아 뭐 그런 생각이다. 음.. 그렇다. 왜 요즘 보는 사람마다 딥러닝 딥러닝, 뉴럴넷 뉴럴넷 이러고 있지만, 기존 방법론에 대한 이해도 없이 왜 이 이야기만 할까... 란 생각이 자주 든다. 기존 방법론이 아직도 우세한 데가 많고, 딥러닝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대부분 아기 걸음마 뗐을 때 아주 기뻐하면서 얘가 우사인 볼트가 될꺼야라는 소리 정도인 경우가 많은데 -뭐 사실 우사인 볼트가 될 수도 있긴 하다만...- 너무 쓸모없는 이야기들만 하는 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니 뭐, 그거 뒤에 있는거나, 그게 갖고 있는 것들의 특징이 더 중요한게 아닐까하기도하고...


p.s. 요즘 ML이나 생물정보학 배우면서 느끼는게, 이거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매번 공부할 떄마다 기존 방법론이나, 회귀 분석 같은거랑 비교해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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