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끄적끄적

그 때 그 시절

1. 2012년에 쓴 블로그 우연치 않은 계기로 다시 읽게 되었다. 그 당시, 제일 큰 고민이었던 대입과 내 인생에 대한 고민들이 적혀져 있었던 글인데, 그 글을 오랜만에 읽으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와서 봤을 때에는 유치한 글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좀 더 진솔하고 감정적인 글 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 같다. 뭐 여하튼, 그 글에서 고민하였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사실 제일 나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던, 좀 더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방어적인 형태의 인간 관계를 추구하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서 후회를 하지는 않는다. 시간은 나를 변하게 하였으니.


2. 고등학교 3학년과 재수기간은 정말 내 인생에 충실했던 기간이었다. (대학교에 가면 해결 될 줄 알았던) 중증 우울증과 각종 문제들을 끝까지 정신력으로 버텼던 기간이기도 하고, 인간적으로 많이 고립이 되었던 몇 안되는 시기 중에서도 제일 힘들었던 때였던 걸로 기억을 한다. 대부분 공부 아니면 SNS를 했었고, 시간 배분은 7:3 에서 좀 상황이 나쁘면 5:5 정도였을 정도로 공부 아니면 SNS를 했었던 시기였기도 하다. 블로그도 나름 열심히했고, 미투데이는 꼬박꼬박 모든 글을 읽어줬고, 트위터는 틈틈히 확인했었던 몇 안되는 시기라고 해야하나. 그 덕분에, 아직도 10시간 이상 꼬박꼬박 일을 해야하는 워크홀릭이 되었고,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조차도 계획을 세워야하는 몸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 겪었던 일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3. 충실함은 결과적으로 인간성의 상실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워크홀릭이건, 공부 중독이건, 강박 관념은 강박 관념이고, 이는 점점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도 일과 사업에 치여 살고 있는데, 점점 사람이 무뎌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학과 교양 서적을 좋아하던 중학생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한다면, 예전의 그 모습이 더 낫다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는데, 아마 2010년도 초중반에 쓰던 글들을 볼 때마다 드는 노스텔지어라고 해야하는게 좀 더 정확하겠다.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찬란하게 빛났던 글들을 볼 때, 흥미로운 단어 선택을 볼 때, 그리고 글 위를 춤추고 있는 단어들을 볼 때마다, 그 때의 나는 도대체 어떻게 그 감정을 그런 단어로 치환 시킬 수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당연히도 희끄무레한 기억들이 내가 그 단어를 끄집어 내는 일련의 논리적이면서도 즉흥적인 과정이 어땠는지를 알려주지만, 다시 그것을 반복하라 하면 다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4. 그 당시에는 그 당시에 충실했고, 지금은 지금에 충실하고 있다. 근데, 점점 내 자신은 작아지고 초라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건 무엇 때문일까? 충실함 그 자체가 나를 점점 닳아 없어져버리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