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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화폐일 수 있는가? ② - RSMPAY를 바라보며



말보다 행동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뭐, 유시민 작가의 발언에 대해 반박을 했던 "암호화폐는 화폐일 수 있는가? - JTBC 유시민 씨의 이야기를 반박하며"는 여기저기 리퍼러가 찍힐 정도로 핫했지만, 사람들의 동의를 그렇게 많이 얻은 거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의 책을 암호화폐를 받고 파는 RSMPAY는 어떨까?


RSMPAY에 대한 글을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후 바로 한 일은 트위터에서 RT를 많이 타도록 (...) 트위터 공개 계정에 적절한 이미지/제목/단순 요약을 넣어 글을 쓰는 것이였다. 뭐 그리고, 예상했듯이 현재 이 블로그 글을 작성하고 있는 시점에 약 300 RT 정도를 받았고, RSMPAY에 꽤 많은 유입 로그를 남겼을 것이다.


뭐 어쨌든, RSMPAY는 상당히 재미있는 시도이다. 일단, 통신 판매업 등록을 안 한 상태로,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 API를 적당히 붙인 뒤, 대충 CMS 달려있는 프레임워크를 붙인 뒤 급조해서 내 놓은 의외로 별 시간 안 들여서 만든 쇼핑몰으로 보인다. 뭐 반응형이긴 한데, 반응형 같지 않은 반응형이고, 글씨 크기는 너무 작고, 주문 기록이나, 장바구니 기능은 아예 구현도 안 되어있다. 실제, 제작자의 인터뷰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을 하였다.


‘유시민 페이’를 고안한 강영세(29) 테크트랜스퍼 대표는 디센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시민 페이와 관련해 “유시민 작가가 출연한 JTBC 뉴스룸 방송을 보고 암호화폐가 진짜 화폐임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 재미삼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사이트를 혼자서 기획했다”며 “기획부터 오픈까지 4일 걸렸다”고 밝혔다.


- 암호화폐로 ‘유시민 책’ 팔아요…유시민 “팔지 말아달라” 유시민 작가 도서 및 추천도서 49권 판매중 오픈 하루만에 1만명 방문 / http://decenter.sedaily.com/NewsView/1RUKU3ZK2V


4일이라는 시간은 분명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보통 쇼핑몰 구축은 처음부터 기획이 끝난 후 기존에 있던 프레임워크를 재활용해서 제작을 한다고 하더라도, PG사와 신용카드 사의 허가를 받는 과정이 존재해 보통 2주에서 3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거기다가, 초기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단, 신용카드 결제를 하려면 보증보험이라는 게 필요한데, 상점에 최대 결제 가능한 총 금액에 대한 한도가 보험 한도에 따라서 결정이 된다. 이 한도를 늘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보험금을 내야하는데 이게 의외로 돈이 든다. (보통 1년에 적으면 5만원, 많으면 10만원 이상) 거기다가, 초기 PG사 계약 비용 20만원, 카드 수수료는 최소 3%에서 많으면 4%를 가져가는데, 이런 자잘한 비용들을 내기 시작하면, 예상 외의 지출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고, 그리고 내가 쇼핑몰로 돈을 의외로 많이 못 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책 같은 경우에는 도매가로 얼마에 떼 오느냐가 내 쇼핑몰이 적자냐 흑자냐를 나눌 정도로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초기 기회 비용은 엄청나게 크고, 진입 소요 기간도 상당히 길며, 중간 중간 발생하는 지출이 의외로 크리티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스토어팜과 같은 포털 사이트들의 기성 쇼핑몰에 입점하거나, 아니면 수 십 만원을 내고 카페24 같은 곳에 입점 한 뒤 고정된 프레임과 제한적인 환경에서 물건을 파는 쪽으로 선회하는 기업들도 상당히 많다. 실제로도, 예전에 일했던 스타트업에서는 PG사 등록으로 씨름하다가 그냥 다 때려치고 카페24에 입점하는 걸로 쇼부를 본 적도 있었다. (그 때 겪었던 각종 서류 작성과 비용 처리 문제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다.)


이런 상황에서 암호화폐는 의외로 기존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 대비 매력적인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암호화폐 지갑을 열고, 암호화폐 API를 따다가 쇼핑몰의 결제 시스템에 연동만 하면, 거의 대부분의 일이 끝나는 건 당연한 거고, 거기다가 수수료도 "전송 수수료"만 낼 뿐이지 상품 가격에 비례해서 3%씩 떼 갈 일도 없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이러한 암호화폐 시스템을 쇼핑몰 시스템에 통합하는 것은 수 시간에서 수 일이면 끝난다. RSMPAY가 4일 만에 기획부터 사이트 제작까지 끝냈듯이 많은 쇼핑몰들도 비슷한 속도로 이러한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뭐 이것은 상당히 기술적인 부분인 건 사실이다. 계속 요동치는 가격이나, 환전 문제, 그리고 범람하는 암호화폐들과 높은 이체 수수료 등등은 아직도 암호화폐 결제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사실 즉시 암호화폐 환전을 하지 않는 이상 가격 손해 or 이익을 무조건적으로 보게 되어있고, 이는 운영 리스크가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의 말은 깔끔하게 반박이 되지 않았는가? 화폐로써의 역할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물물교환(ㅋ...)의 수단으로는 충분히 작동을 하고 있고, 인터넷 쇼핑몰 같은 경우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제 걸음마 단계까지는 어찌어찌 갔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각설하고, RSMPAY를 응원할 겸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구매를 하였다. 대충 10.6 ~ 11.4 리플 정도에서 가격이 책정되었으며, 계속 변동하는 리플 가격 -_-; 과 전송 수수료 (1리플) 덕분에 약 2천원 정도의 손해를 봤지만, 뭐 상당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전자지갑간에 리플을 이동한 걸로 거래가 체결되다니!



그리고, 주문했던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는 리플을 입금한 다음날 Yes24 하루 배송으로 잘 왔다. 책 택배가 왔을 때, "도대체 내가 뭔 책을 시켰지?"하고 갸우뚱 했는데 리플로 시킨 유 작가님 책이라니, 상당히 놀랐다. 보통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이게 이렇게 빨리 처리되다니, 역시 한국인의 빨리빨리 능력은 정말 대단한거 같다.


RSMPAY를 통해서 책 구매를 성공한 것을 보면, 암호화폐의 상거래 능력에 대한 Proof of Concept는 어느 정도 끝난 것 같다. 가격 변동성이라는 거대한 관문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이는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파생상품과 적절한 규제, 유연성 확대가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