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별개의 것일 수 있는가?

정부건 트위터리안이건 많은 곳곳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서로 다른 기술이거나 서로 떼어놓고 볼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분명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다른 층위의 물건이긴 하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상호 신뢰가 불가능한 제3자들을 집합 내에서 "신뢰"를 이끌어내는 컨센서스(합의) 시스템이고, 암호화폐는 이러한 컨센서스 기반으로 작성된 장부에 존재하는 숫자들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를 하는 것은 블록체인의 컨센서스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컨센서스를 이루고, 암호화폐 장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디스크와 대량의 컴퓨팅 파워가 소모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무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형태의 시스템이 아니다.


외계의 지적생명탐사(SETI)를 생각해보자. 지구 밖 전파들을 분석해서 외계인이 내보낸다고 추정되는 신호들을 찾아내는 프로젝트였던 SETI는 슈퍼컴퓨터 하나로 처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였다. 이에 따라, 여러 연구소들의 컴퓨터들을 묶어서 대량의 신호들을 처리하였고, 결국에는 민간 컴퓨터들에서도 이러한 신호 분석을 할 수 있는 SETI@Home이라는 프로그램을 내 놓게 되었다. 수 만 명 이상의 자발적인 자원자들이 자신의 컴퓨터의 유후 시간을 외계 신호 분석에 투자를 하였고, 현재까지도 SETI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진행 될 수 있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SETI를 들어본 적도 없을 것이며, SETI@Home을 집 컴퓨터에 깔아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일단, 깔아 놓는다고 해 놓더라도 내가 이 프로젝트를 도와준다고 해서 엄청나게 큰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얻는 것도 아니고, "최초의 지적 외계 생명체"의 신호를 분석한 컴퓨터의 주인이라는 명예를 얻을 수 있을 확률도 엄청 낮다. 그냥, Geek한 컴퓨터광이나, 물리학도나, 천체학도나 관심을 갖고 연구실이나 사무실 컴퓨터에 깔아 놓는 정도로 끝날 가능성이 제일 크다.


uTorrent, 프루나, 당나귀, 냅스터... 수 많은 P2P 서비스는 어떤가? 여기서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파일 공유들은 인터넷 트래픽의 수 퍼센트에서 수 십 퍼센트까지 차지하면서 끊임 없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토렌트를 예를 들자면, 한 유저가 파일을 다운 받기 위해 토렌트를 돌리는 순간, 받은 파일들의 조각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가 된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파일을 받는 대가로, 자신의 네트워크 대역폭과 하드디스크 공간을 남들에게 빌려줘야 하는 의무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는 토렌트가 끝까지 살아남게 되는 큰 유인을 제공했다. 자기가 원하는 것 (불법 공유 영화, 포르노, 상용 소프트웨어, 리눅스 배포판 등등...) 을 받기 위해, 자신 또한 그에 대한 댓가(파일 공유)를 제공해야한다는 것이다. 파일을 다 받고 토렌트를 삭제하고, 끔으로써 이러한 행위를 중단할 수 있지만, 파일을 받는 그 시간 동안에도 충분히 많은 공유가 일어났고, 이 공유를 통해 다른 파일 다운로더가 바톤을 받고 파일을 공유하게 되는 끊임없는 릴레이 경주가 일어나게 된다.


SETI와 토렌트의 차이는 여기서 온다. SETI@Home은 이 세상 사람들의 대부분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되지 못했지만, uTorrent는 성공적으로 각 가정의 컴퓨터에 침투하였고 거의 표준화된 파일 공유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것이 상당히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일일지라도, 개인의 이기심들이 모여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이기주의자들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도 비슷한 맥락에서 토렌트와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다. 블록체인은 신뢰할 수 없는 제3자들이 어떤 합의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컨센서스 시스템이라고 앞서 말을 하였는데, 이러한 컨센서스를 이루는 데에는 컴퓨팅 파워와 저장공간이 필요하다. 제3자들은 이러한 자원들을 공짜로 나눠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전기세,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서 딴 일을 했을 때의 기회 비용, 초기 하드웨어 비용, 임대료(혹은 땅값), 감가상각 등등 수 많은 것들이 고려 사항으로 들어갈 것이며, 이를 고려해서 나온 비용을 상쇄할 만한 수익이 나지 않은 이상 블록체인을 유지하려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비트코인이 제시한 방법은 블록체인의 유지에 대한 보상을 암호화폐로 제공을 하기로 한 것이다. 채굴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블록체인을 계속 증식해 나가는 과정을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주고, 그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팔아 현금화하거나 거래를 함으로써 금전적 인센티브를 얻게 되고, 이는 지속적으로 블록체인 시스템을 유지하는 채굴 과정이 유지되도록 하는 거대한 사이클을 만든 것이다.


이 덕분에, 블록체인 기술이 크게 주목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채굴이라는 과정과 메이저 암호화폐에 부여된 수 백 만원에서 수 천 만원의 가치 덕분에 암호화폐는 아르헨티나의 1년치 전기 사용량에 맞먹는 전기와 그에 맞먹는 컴퓨팅 파워를 사용하는 괴물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암호화폐의 가격이 떨어진다면 채굴 과정의 채산성이 떨어질 것이고, 이러한 채산성 문제로 인해 채굴 풀의 사이즈가 작아질 것이다. 이러한 채굴 풀의 사이즈 축소는 덜 분산화된 장부 시스템으로 귀결된다. 이는 블록체인이 자랑하는 "완전 무결한 신뢰 없는 거래"라는 모토를 박살 낼 가능성이 크다. 현재 PoW 방식에서는, 컴퓨팅 파워에 의해 신뢰를 구축하게 되는데, 컴퓨팅 파워가 점점 약해진다면 특정 세력에 의해 (51% 공격이라고도 불리우는) 좌지우지 될 수 있는 형태를 띄기 때문이다. 이는 PoW 방식이 갖고 있는 제일 큰 문제이고, 현재 통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갖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PoS나 PoI 같은 대안적인 방법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PoW를 채택하고 있는 다량의 암호화폐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하드포크를 통한 블록 생성 방식의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세그윗에 반대해서 나온 비트코인캐쉬나, 슈퍼다오 하드포크로부터 분리된 이더리움 클래식이나, 그냥 갑툭튀한 비트코인 골드까지,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궁웅할거 상태이고, 블록체인 또한 그러하다.


결국 퍼블릭 블록체인은 비탈릭이 말한대로, 기술적으로 완성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의 집합이 유의미한 신뢰를 내 놓는 과정에서 과열된 경쟁은 극단적인 암호화폐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왔고, 이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자체에 피해를 입힐 수도 있는 (암호화폐 금지나 가격 규제 등등) 선택을 해야만 한다.


어 잠시만, 그렇다면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경우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사실 블록체인이 데이터베이스랑 다를 바가 뭔지 하나도 잘 모르곘다. 사실 Git의 버전 관리랑 비슷할 뿐더러, 쓸데 없이 해싱 파워 갖고 컴퓨팅을 하고 앉아있는데, Hash 값을 이용한 파일 무결성 검증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기술이다. 블록체인만이 갖고 있는 특수한 기술이 아닐뿐더러, 데이터베이스 관리만 제대로 하면 될 것을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라는 거창한 말을 왜 써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_-a...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제일 큰 특징은 탈 중앙화나 무정부주의적 특징일텐데, 실제로 이러한 특징을 뺀다면 블록체인은 일반적인 분산 저장 시스템이나 일반적인 컨센서스 시스템과 다를 바가 하등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암호화폐라는 인센티브가 없다면 퍼블릭 블록체인이 널리 퍼질 이유도 없으며,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기존 시스템과 다를 바가 하등 없다는 것이다. 결국, 암호화폐의 몰락은 블록체인의 몰락과 동치일 것이다. 인센티브의 세상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