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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25. 23:04 - Bengi

적성이 있다는 것

매번 내가 컴퓨터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적성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나는 방황을 하고 있는데, 너는 적성이 있어서 좋겠다." "컴퓨터 하나만 바라보고 사니 그것이 얼마나 편할까?"라는 이야기는 같은 컴퓨터공학과 친구들이 아닌 다른 -특히 경영대나 사회계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맞딱드리게 된다. 아마  그래 학벌주의의 영향으로 대학을 맞춰 들어갔거나 취직 잘 된다고 경영대 들어간 사람들의 성토가 이런식으로 나오려니 하지만, 그래도 이런 글을 적게 되는 건 사실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딴판인 경우들이 많다는 걸 좀 확실히 해두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어쩌다보니 행정학을 (아마 2학기 때 정책학으로 바꾸겠지만) 복수전공으로 뛰고 있다. 그리고, 사실 적성이 있는 컴퓨터 쪽은 이미 흥미가 떨어진 상태이고, 내가 뭘 더 공부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아직도 고민 중이고, 더 나아가서 어디 랩으로 가야할지, 뭘 논문 주제로 삼아야할지에 대한 고민들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다. 사실, 적성이 맞는 것이랑 미래 준비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건 180도 다른 일이고, 적성이 맞는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깡통을 차는 일에 적성이 맞는다면 이 한국이란 나라에선 편의점에서 일하는게 더 효율이 좋은데, -경영학을 택한 분들과 같이- 나도 어쨌든 내 밥그릇 생각하면서 진로를 택할 수 밖에 없다.


뭔가 배부른 소리라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적성이 있는 것과 내가 행복하게 그것을 하는 것과는 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고, 존경이나 시샘의 눈빛으로 보는 무언가는 꽤 많은 시간의 투자와 노력을 통해서 나온 결과라는 걸 알았을 때야 비소로 변하겠지. 그렇다고. 다들 뭐 그렇게 사는데, 뭐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있겠는가. 남들도 다 열심히 할텐데. 뭐 거기다, 몇몇 부분은 10년전 지식으로 돌아가는 내 뇌도 슬슬 업데이트를 해야하고, 리눅스도 좀 제대로 써야하고, 바뀐 것들을 다시 배워야하는 입장에 있는 이 시점에 적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록 뭔가 씁쓸한 느낌이 든다.


사실 난 내가 어디에 적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해 왔으니 지금도 컴퓨터 앞에 서 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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