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끄적끄적

죽음을 기억하는 법

그것을 발견하게 된 것은 어느 때와 다름 없이 페이스북 어플리케이션을 열고, 아무 생각 없이 타임라인을 훑고 있었을 때였다. 평온한 일상, 일, 프로젝트, 졸업, 입학 등이 어우러진 그 글들의 연속 속에서 뭔가, 이상한, 분명히 흑백으로 올라오면 안되는 사진 한장이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떴을 때 나는 그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을 억눌러야 했었다. 분명히 이 흑백 사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페이스북에 올라왔는지를 이미 본능은 알아차렸지만, 내 이성은 그것을 아직 이해할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그리고, 나는 결국 그 사진을 터치하였고, 그 사진에 달린 글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 정도로 아마도 연락을 최소 6년 이상, 아니 같은 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 못한 한 사람의 죽음은 그렇게 나에게 와닿지 않았다. 누군가의 죽음. 아니 그 전에 도대체 왜 죽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죽음을 꾸역꾸역 애도하는 글들의 연속을 볼 때마다 나는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분명, 내가 아니 몇 년전만해도 사람의 죽음에 대해 이런식으로 애도를 표현했는가. 부고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그것이 또 뉴스피드에 계속 올라오는 것이 정상적이었는가. 그리고 최종적으로 사자의 사진이 타임라인에 매번 올라올 때마다,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죽은 자의 일상과 프로필 사진들에 좋아요가 찍혀졌고, 그리고 1년전... 2년전... 그리고 수 년 전 사진들이 그렇게 다시 타임라인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각자 충분히 준비했던 애도와 회한과 그리고 통한의 글들은 사자의 담벼락을 채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원하건 원하지 않건 타임라인 속에서 무덤덤하게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였다.


페이스북은 세상을 바꾸었다. 페이스북 혁명이라고 불리우는 이집트의 사례를 보듯이 SNS는 우리의 삶의 양태를 바꾸어놓았다. 인류 역사상 제일 빠르게 정보가 공유되고, 사람의 감정이 이렇게 가깝게 와닿는 시기는 아마도 지금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이 연결되어있고, 이러한 연결고리를 끊을 수 없는 시대는 아마 페이스북이 탄생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사실, 나는 이러한 방시의 추모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예전이었다면 장례식장에서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이 모여서,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좋은 곳에 갔으리라는 말로 이야기를 마쳤을 것이다. 아마도 페이스북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것의 확장판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표현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기 떄문에.


사자의 페이스북은 더 이상 업데이트 되지 않지만, 담벼락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추모의 글을 써주고, 과거의 기억들을 공유한다. 그런 작은 울림들은 한 사람의 죽음을 기리는데는 정말 적당한 방법일 것이다.





1년 전, 꽤 가까웠던 친구가 죽었을 때, 나는 트위터에서 그 소식을 접했고, 트위터와 장례식장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추모를 하였다. 하필이면, 축제 기간이자 중간고사 기간이었던 그 때, 나는 학과 주점에서 술을 미친듯이 쳐 마시고는 미친 듯이 울었다. 정작, 장례식장에서는 눈물을 하나도 흘리지 못했던 나는 그것이 진짜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비로소 울 수 있었다.


그 친구는 점점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버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가끔, 문득 마음 속에서 그 친구가 생각나는 떄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트위터에서 그 친구의 계정을 들어가본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비루한, 슬픈, 그리고 나 혼자 챙기기 힘든 현실로.


죽음을 기억하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거 같다. 다만, 공간이라는 요소가 점점 희미해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좋은 곳에 갔기를. 명복을 빈다. 나라도 남아서 세상을 좀 더 좋게 바꾸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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