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뚱땅뚱땅

MDR-1RBT Mk.2 사용기

요즘 글을 하도 안쓰다보니 어떤식으로 서두를 시작할지 잘 모르겠다. 사실 MMGear 헤드폰 제품 이야기를 꺼내면서 귀는 엄청나게 예민한데 실제로 쓰는건 그저그런 중저가형 제품이나 쓰는 돈에 너무 민감한 사람이었다는 걸 서두로, 처음써보는 30만원대 중고가형 제품이자 블루투스도 되는 그야말로 만능 헤드폰 MDR-1RBT Mk.2라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으나 필력부족으로 이렇게 본론만 이야기하고 넘어가려고한다.


올레에서 11월 30일까지 MDR-1RBT  Mk.2를 5만원 할인하고, 그 할인한 가격에서 또 30%를 세일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거기다 올레 회원이라면 성실하게 통신료를 납부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쓸데 없어 맨날 쌓이기만하는 올레 별을 써서 또 할인을 받으면 실제로 20만원쯤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블루투스가 없는 모델인 MDR-1R Mk.2 제품이 20만원 중후반대에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데, 블루투스가 붙은 녀석이 이것보다 싸게 나온것이다! 헤드폰 제조회사들이 상술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블루투스가 추가된 제품은 원 제품보다 한 10만원 이상 비싼건 당연하고 그렇게 기능이 좋지도 않은 뭔가 미묘한 것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블루투스 없는 제품들을 추천하지만, 남자의 로망은 무선 아니던가. 맥북-아이폰-아이팟 삼위일체로 음악 감상을 하고있던 나에게는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제품이 꽤 간절했었고, 이 세일을 발견했을 때 난 아무 생각 없이 카드를 긁었다. 이 제품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뭔가 돈 낭비가 엄청났다는 걸 깨닫고 후회를 엄청나게 했지만, 그건 뭐 매번 뭔가를 지를때마다 연례 행사로 치르는 것이였고 뭐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감정 아니던가. 지금 이 리뷰를 쓰고 있는 시점에서는 아깝다는 감정은 티끌만큼도 남아있지 않다.


소니가 헤드폰 사업에서 대박을 터뜨린 제품이 MDR-1R이라는 녀석 때문인데, 이 녀석이 하도 잘 팔리자 제품의 문제점을 개선한 Mk.2란 녀석을 내 놓았고, 그 후에 Mk.2에 블루투스가 붙은 무선 헤드폰을 내놓게 되었다. Mk.1, 그러니까 초기형에도 블루투스 모델이 있긴하지만 그 녀석과 이 녀석은 세부적인 디자인과 음질, 그리고 세부 사양이 다른고로 그렇게까지 비교할 만한것 같지는 않고 그냥 다른 제품으로 보는게 낫지 않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타 제품이랑 비교보다는 MDR-1RBT Mk.1이 갖고 있는 장단점 위주로 사용기를 진행해보려고 한다.


일단, 고급스러운 포장과 헤드폰, 3.5파이 헤드폰용 잭, Micro USB 케이블, 그리고 휴대용 파우치로 된 구성은 나름 알차다면 알차다고 할만하다. 사실 이 제품을 꺼리낌 없이 산 이유 중 하나가 보통 MP3이나 맛폰에서 쓰는 이어폰 줄, 3.5파이 스트레오 잭을 연결해서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떄문이었다. 내장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블루투스로 음악을 들을 수 없어도 그냥 잭 꼽고 들으면, 약간 선이 거치적거려 불편할지라도 음악은 들을 수 있고, PC방 같은데 가서도 헤드셋 찾으라 뭐하랴 이런 문제도 없을 뿐더러, 블루투스 음질 저하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정말 이 제품의 장점이다. 또한, 마이크 모듈이 내장되 있어서 음감 도중에 전화가 오면 통화를 할 수 있다던가,우측 측면에 달린 죠그 스틱으로 재생과 앞/뒤를 선택할 수 있다던가, 음량 조절도 나름 간편하다는 것은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음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음부가 강화됬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름 안심하고 산 녀석이었지만, 역시 소니답게 전체적으로 평평한 느낌이었고, 고음부가 역시 강한 녀석이었다. 좋은 음향기기를 쓰면, 안 들리던 악기가 들린다던지, 하나의 음인줄 알았던 게 사실은 두 악기의 음이었다던지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소리가 있었는데, 진짜 중저가형 제품 쓰다 이런 중고가형 제품 쓰니까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난 내가 듣던 음악에 악기가 하나 더 있을 줄은 생각도 안해봤고 그게 바이올린일 줄은 생각도 못해봤다. 이어버드로 들었을 때에는 바이올린이 1대였는데, 이걸로 들으니 바이올린 2대가 미묘하게 약간씩 다른 소리를 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충격이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음이 너무 잘 분리되고, 좌 우 스피커 구분이 너무 잘 되다보니 공간감은 꽤 높지만 한 쪽 귀에만 악기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종종있다. 예를 들어 Rolling Girl을 들었을 때 보통 전주 파트인 피아노 소리는 약간 오른쪽 귀에서 크게 들릴 줄 알았는데, 이 녀석은 아예 오른쪽에서'만'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이런 부분은 호불호가 좀 갈릴만한 거 같다. 한 쪽 귀로만 음악들을 건 아니잖아 ㅠㅠ


블루투스의 경우 페어링 및 음질은 괜찮은 편이다. 한 2m 정도 떨어져도 음악이 간혈적으로 끊길 뿐 재생은 잘 되고, 음질도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였다. 그러나 뺴도 박도 못할 문제점이 하나 있는데, 이는 블루투스 페어링이 그렇게 깔끔하게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맥과 블루투스 연결을 해서 음악을 듣다가 전화가 올 경우 헤드폰으로 전화가 와야하는데 그렇지 않다. 얘가 동시에 멀티디바이스를 관리를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정을 좀 만져야하고, 이조차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또한, 블루투스 통화가 된다고 해도 마이크의 위치가 애매한 상황이라 말을 크게 해야하고, 주변 잡음 소리까지 잡아내는 경우가 있다. 얘가 통화용으로는 적당하지 않은 걸 인지를 못했었는데, 직접 통화를 해보고 나니 영 아닌거 같다. 이 말고도 문제가 있는데, 헤드폰에 3.5파이 잭을 연결할 경우 블루투스가 자동적으로 비활성화가 되고, 인풋도 4극이 아닌 3극 -즉 마이크는 사용 불가능- 이었다. 거기에다 3극이니 이어버드에 있는 것처럼 소형 리모컨 같은 건 쓸 수도 없다. 분명 헤드폰에 재생/앞/뒤 버튼이 있고, 음량버튼도 있는데 이는 블루투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큰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거기다 마이크도 달려있는데 마이크도 쓸 수 없다니! 음향기기 만드는 회사에 뭘 바라겠냐만은 이런 사소한 부분에도 좀 신경을 써줬으면 좀 더 기쁜 마음으로 제품을 썼을 텐데 좀 많이 아쉬운 편이다.


일단 이 녀석 펌웨어 업데이트 같은 걸 할 수 있다면, 맨 먼저 해야할 일은 블루투스 멀티 페어링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고, 이 녀석 후속기부터는 좀 4극 3.5파이 단자를 채용해서 좀 더 "쓸모있는" 그리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녀석이 됬으면 한다. 많은 제품들이 단순히 블루투스 기능 하나 추가하고 끝인데, 그것보다는 블루투스 기능이 추가되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와 그것들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이것이 적합한가? 라는 걸 고민을 좀 더 해봤으면 한다.


전체적인 평가는 블루투스 모델은 그렇게 메리트가 있는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MDR-1R은 정말 괜찮은 제품이지만 MDR-1RBT (BT는 아마 블루투스의 약자일 것이다) 는 좀 포지션이 애매한 제품이다. 하지만, 20만원대에 구할 수 있다면야 분명히 정말정말 제 가격을 하는 제품이자 음감을 책임져줄 녀석인건 확실하다. MDR-1R 가격에 블루투스가 된다면 분명 메리트가 있는거 맞다. 그리고 블루투스가 불편하다고 하지만 일단 선에서 해방된다는 것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다는 걸 기억해야한다. 질러라! 지름신이 함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