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끄적끄적

Poker II 적축 사용기

Tosoro M7을 쓰다가, 노트북이랑 물려 쓸 휴대용 키보드가 필요해서 Porker II 키보드를 사게 되었습니다. M7 청축을 1년인가 2년 정도 쓰면서 느꼈던 점은 기계식 키보드가 확실히 좋긴 좋다는 것과 청축이 상당히 게임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이였고, 이는 포커2 를 살 때 상당히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되었습니다. 좀 뒤져보니 갈축이나 흑축이 반응이 좋았고, 적축은 게이밍용으로는 적합하지만 그 외 작업에서는 약간 나쁜 평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적축은 갈축이나 흑축과 달리 키 구분감이 없기 때문에 문서 작업이나 코딩 할 때에 그렇게 좋지 않다라는 이야기가 꽤 있었습니다. 뭐 이런 부분들은 말로만 들어서는 판단이 잘 안섰고, 결국 타건을 한 번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신용산역에 있는 PCGEAR 매장에 가서 타건을 해봤습니다.


아쉽게도 PCGEAR 매장에는 포커2 모델이 (매장에서는 리니어와 넌클릭이라고 말을하지만) 갈축과 적축 밖에 없었고, 사실 선택의 폭은 상당히 좁아졌습니다. 타건을 해보니 갈축보다 적축이 스프링의 압력이 약간 더 센거 같고 치기 편한 거 같았고, 그 자리에서 포커2 적축을 구매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박스 사진


내용물


키보드 디폴트(?) 상태


내용물들


책상 위에 놓은 키보드. 상당히 이쁘다.


책상이 상당히 넓어졌습니다.




처음 소감은 포커2 키보드가 상당히 불편한 녀석이라는 것과 적축은 키감은 좋지만 타자를 많이 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추천을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적축은 분명히 처음에 칠 때에는 느낌이 좋지만, 정말 자판을 치고 있는지 아님 그냥 스쳐지나갔는지가 실제로 구분이 잘 안됩니다. 그래서 오타가 나도 그걸 쉽게 인지를 못하거나, 아님 제대로 쳤는데에도 제대로 안 친 느낌이 자주 듭니다. 이런 부분은 타건을 했을 때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컴퓨터에 연결하고 직접 글을 쓰거나 코딩을 하면서 자주 느끼고 있습니다. CapsLock의 경우 쉬프트를 누르다가 실수로 키는 경우가 많아서 좀 많이 당황스럽죠. 타자 치다가 갑자기 대문자가 나오면 그만큼 당황스러운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포커2는 텐키리스 미니키보드인 만큼 Fn 키와 함께 써야하는 키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특히 F1~F12나 홈, 엔드 등의 키들은 의외로 쓸 데가 없어보이지만, 의외로 많이 치게 되는 키들인지라 Fn키 버튼에 손이 많이 갑니다. 이 부분은 손가락의 동선을 줄여주는데에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지만, 키보드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상당히 불편한 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포커2 키보드가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의 경우 Esc 키 + Fn + Shift 로 칠 수 있는데, 의외로 ~키가 많이 쓰이더라고요. 생각도 못한 부분이었죠. Del 키는 Backspace + Fn 조합이라는 부분은 의외로 편합니다. Del키를 누를 때 움직였던 동선이 상당히 줄어들었고, 이 부분은 코딩하면서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포커2를 사용할 때에는 키배치가 타 키보드와 다르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게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보통 이런 키보드 배열에 익숙해질 자신이 없다면, 레오폴드에서 내놓는 텐키리스 키보드들을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사실 레오폴드 제품들은 F1~F12 키 덕분에 한 줄이 더 늘어났을 뿐이니 그렇게 큰 차이는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포커2에 Fn키나 크루즈 모드를 켜야지 생겨나는 방향키도 있고요.


특히 방향키가 없다는 것과 F1~F12 키 가 Fn으로 숨겨져 있다는 것은 게임을 할 때 독이 되는 거 같습니다. 월드 오브 탱크의 경우 F1~F9까지 게임하면서 쓰게 되고, 동방 프로젝트 같은 경우 방향키가 필수 인데 방향키가 없다는 건 상당히 치명적인 일이죠. 요즘은 동방 프로젝트 쪽 게임을 안하긴 하지만, 언젠간 다시 하게 될 때에는 집에 굴러다니는 멤브레인 키보드를 써야할 거 같습니다. -_-a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익숙해지면 엄청나게 편해진다는 사실. 피씨방에 가서 게임이나 글을 쓰게 될 일이 있으면 자꾸 포커2가 그리워집니다. 심지어 기계식 키보드를 채용하고 있는 피씨방에서도 그렇더라고요. 키 배열에 익숙해져서 이런거 같은데, 특히 Fn키 쓰는 것에 맛을 들이면 그만큼 편한 것도 없습니다. 심지어 단점이라 지적되는 방향키의 부재도 Fn키 조합으로 잘 버티고 있습니다. 그리고, Vi 를 주로 쓰기 때문에 hjkl 로 방향키를 대신해서 쓰고 있으니 그렇게 큰 불편함도 느끼지 않는 것도 당연한 거 같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익숙해지면 정말 편한 키보드라는 것이고, 들고 다니기에도 부담이 없을 정도의 크기와 무게여서 노트북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텐키리스 키보드에 키 배열도 변태적인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범용적으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는 키보드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주식이나, 엑셀 자주 쓰시는 분들은 절대로 쓰면 안될 녀석이고, 게임 하시는 분도 약간은 불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 문서 작업이나 코딩 같은 부분에서는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 포커 시리즈의 경우, 타 키보드와 달리 같은 체리 스위치를 썼어도 타건할 때 느낌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아마 키캡과 키보드 설계 구조의 차이 때문인 거 같은데, 꼭 직접 타건 안하면 피 봅니다. 진짜 피봐요.

// 갈축이나 흑축 써보고 싶은데, 또 새로 키보드 하나 사야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