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6.08.01 20:51 - Bengi

2016.08.01

1. 아무 생각 없이 돈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작년 12월 경 아키하바라 만다라케에서 프리미엄이 잔뜩 붙은 Syrufit의 Where is my love 앨범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 사지 못한 일이 마음에 걸렸는데, 그걸 다시 사기 위해서 가는 건 아니고...... 음.... 음.... 시간이 부족해서 돌지 못했던 아키바의 컴퓨터 매장들과 취미용 소형 로봇 매장들, 그리고 진공관 앰프 전문 취급점들을 한 번 둘러보기 위해서라고 해야할까. 여튼, 아키바의 전 지역을 돌아봐야하니 일주일 정도 시간을 잡고, 비행기표가 제일 쌀 때를 찾아 그렇게 도쿄에 가게 되었다. 3일 후인지 4일 후에 비행기 타고 2시간 10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라니, 뭔가 정말 부산이나 대전 같은 데 가는 거랑 정말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


2. 욕망과 욕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 현재 목표인데, 요 근래의 몇몇 경험이 이런 형태의 삶을 용인 시켜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몇 개월 전만 해도 정신과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고, 기본적인 생활도 영위하기 힘들었었는데, 뭐 병원 신세도 좀 지고, 약을 아마도 중장기적으로 복용할 일이 생기면서, 장기적인 목표나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을 추구하기 보다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것들에 집착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뭐 여하튼,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삶의 질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이전보다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전에 비해 남아도는 시간과 공허함 같은 것들과 싸워나가야하고, 분명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더 느리게 느껴지는 대중교통 체감 시간 같은 것들이 문제라면 문제인 정도일 뿐.


3. 학문이라는 것을 점점 배우면서, 내가 도대체 무엇을 공부하는지 하나도 갈피가 잡히지 않고, 뭘 더 공부를 해야할지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는 생각만 든다는 이야기를 대학 입학부터 주구장창 해왔지만, 이제는 진짜 목 앞에 칼이 들어와 있는 수준이다. 사회 과학 중에서도 정량적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곳이 답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데이터 마이닝이나 데이터 처리 쪽을 공부하다보면 뭔가 흥미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그렇다고 영상처리 쪽을 하자니 신호처리 같은 부분을 공부해야한다는 게 좀 많이 마음에 걸린다. 사실 컴퓨터 공학이 현대 사회의 꽃이라 할 수 있지만, 토양이 없다면 꽃은 피어나지 않을 뿐, 기저 학문이나 응용 학문들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인데, 이 부분들을 공부하면 할 수록 재미나 흥미보다는 어떻게 밥 벌어먹을 수 있는가, 내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만 생각이 난다. 슬픈 현실이다.


4. 책을 읽을 때마다 심신이원론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할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드는데, 이에 대한 해답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실, 대학교 와서 현대 사상이라는 것을 수업을 통해 제대로 배우게 되면서, 심신이원론이 얼마나 현대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 배울 기회를 얻었고, 이에 따라 심신일원론 -이는 컴퓨터 공학과 회귀론적 사고의 영향일 것이다- 에 대한 생각을 좀 더 해볼 기회를 얻었지만, 아직도,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약물이나 호르몬에 의해서 사람의 행동이나 인지능력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면 내 세계관을 바꿀 이유는 없는 거 같다


5. 하지마, 머신 러닝이나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아직도 회의적이다. 사실, 많은 부분들, 특히 과학이라고 하는 것들 혹은 과학적이라고 생각되어지는 것들 모두 결과적으로 경험적인 것에서 이끌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경험적으로 과학은 자기 자신의 오류를 수정 하면서 발전해온 것이며, 이는 지금 관심을 받고 있는 핫한 분야들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일 것이다. 뭐 이런 건 결국 인간의 뇌도 세포간의 연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를 모사하면 인공지능이 나올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명료한 생각에 의해 반박되어질 수 있겠지만, 음... 그래, 심신 이원론... 심신 이원론.... (이러라고 있는 학문이 아닐텐데)


6. 인지과학이 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든다. 아님 수리논리학이나. 뭐 근데, 결국 내가 공부했던 것들의 대부분을 버리고, 새 출발을 해야할텐데, 정말 그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