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하루하루

2016.03.30

나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편이다. 뭐 이런 연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아마도 내가 하고 있는 것을 따라해서 잘 된 케이스를 잘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제일 큰 이유일텐데, 진짜로 죽이라도 됐으면 좋았을 것들이 나 덕분에 먹지도 못하는 음식물 쓰레기로 변하는 과정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기 때문이라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뭐랄까, 그래 대부분 내가 쓰고 있는 것들, 내가 하고 있는 것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어두웠던 과거들로부터 나온 것들이자, 꽤 큰 댓가를 치루어서 얻은 것들 뿐이다. 뭐... 아... 그래 정확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말을 할 수 없으니, 결론만 말하자면 내가 하는 것들 대부분은 남들이 써먹을 만한 것이 아니다. 수 년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들은 누구에게는 내공을 쌓아주는 보약과도 같을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독과 같은 것일 뿐 솔직히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것들만 알려주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동아리 후배들이 내가 쓰고 있는 툴이나 방법론을 채택하거나, 내가 보고 있는 문서들을 보겠다고 하는 걸 볼 때마다 정말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정말 당연한 일이다. 멀쩡한 IDE 냅두고 vim을 쓰겠다는 녀석 -결국 내가 설정 바꿔주고 좀 만져주니 결국 자기 스스로 설정 고치고 있지만- 이라던지, 웹 프록시 툴 알려줬더니 그걸 똑같이 만들어보겠다고 설치는 녀석이라던지 도대체 왜 그런 일을 해버리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줄 때마다 두려움에 휩싸이기 일쑤이다.


남이 하는 일에 대해 책임을 질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긴한다. 별 볼일 없는 실력으로 자기 입 풀칠 하기도 힘들어서 헉헉 되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돌 볼 여력도 없고, 사고를 치면 수습도 제대로 할 수 없는데 도대체 뭘 해주겠는가. 후배들이 하는 것들을 모두 내가 한게 아니고, 대부분 내가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거나, 이런 저런게 있으니 해볼려면 해보라는 식으로 말했던 것들이었고, 내가 습관적으로 하는 잘못 된 행동들까지 따라하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나는 정말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교사라는 직업을 바라볼 때마다 저렇게 맥아리가 없는 상태로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였고, 연습문제를 칠판에다 풀고 있는 교수들을 보면서 도대체 우리는 뭘 배우는가에 대해 고민을 자주 했었는데, 그 사람들의 자리로 올라가서 주변을 둘러보니 그 방법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그것 밖에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알고 있는 것들은 한정적이고, 그 알고 있다는 신념조차도 내가 잘못 알고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내가 모르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는 앎 덕분에 흔들리기 일쑤이다.


오늘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스터디 계획을 짜고 있다.


아,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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