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하루하루

2016.2.7 과거의 영광을 계승 중입니다, 아버지

내가 오늘도 열심히 인생의 낙이라고 할 수 있는 글옵 경쟁 모드나 돌리고 있는 동안, 내 친구는 뭔가 다른 일들을 해낸 것 같았다. 무모하게 보이지만 편입이라는 걸 준비해서, 자기가 다니고 있는 대학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대학에 가는 걸 성공했다고 꽤 친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조용하게 말을 한 것이였다. 그러자, 딴 친구도 나도 그랬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그리고 그렇게 그 단톡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할 만한 (나는 빼놓고) 편입이라는 새로운 주제가 생겨났다. 아! 이런, 사실 나도 편입의 궁극적인 목표, 대학이라는 것을 위해 부단히 이리저리 뛰던 사람이었으니, 이 주제와는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강남의 어딘가에 있는 종합재수학원이라는 곳에서 공부를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다, 맨날 술 먹으면서 인생한탄하는 사람이 되었던 기억이 어슴푸레 나기 시작하였다.


학벌주의가 만연한 사회라고 하지만, 아니 그 전에 좋은 대학 가야되는게 10대의 전부인 친구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성인이 되고 20대가 되어서도 목표인 경우를 요 근래 점점 더 많이 보게 된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거나, 아님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의 주입식 교육에 의해 대학을 향해 앞으로 척척 걸어나가는 반은 기계로 된, 반은 아직 인간의 감정이 남아있는 사이보그들의 행렬은 아무래도 고등학교 3학년이나 재수학원 종강 날에 끝나게 되어 있는데, 그렇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 지금 여기서 열심히 편입 준비하고 있고, M, D, P, L로 시작해서 EET로 끝나는 것들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대부분, 세상을 빠루 한 자루로 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은 학교를 다니는 공대생들일텐데 왜 이런 행렬에 점점 동참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잠시 안 되긴 하지만, 어쩄든 이해를 하려고 노력한다. 뭐, 내가 보기에는 너무 댓가가 큰 것들을 자신의 미래를 위해 희생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사실 내 친구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대부분, 좋은 가정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그리고 어느정도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느정도 갖추고 있고, 무모한 도전을 하거나 다단계 같은덴 갈 생각은 하지도 않는 그런 친구들이니까. 이런 면에서, 전화기라던지 생명공학이라던지 이런 과들을 버리고 점점 전문대학원이나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지에 대해서는 명료한 답이 존재하지 않을까한다. 취업이 깡패건, 나름 괜찮은 대학을 다니건, 그래 그런 것들이 실제로는 도움이 안된다는 걸 점점 체감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괜찮음이나 좋음이 어느 순간이 되면, 다 무너질 것이라는 건 뻔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승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 기회를 잡아두는게 답이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의대로 가려는 그 끊임 없는 노력은 내 고등학교 시절부터 봐왔던 것이고, 내가 엔지니어나 개발자로 인생을 살 때, 의사로 인생을 사는 것보다 돈, 시간, 그리고 리스크 모든 면에서 의사가 판정승을 먹는다는 것 쯤은 당연히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내 주변에서 죽기살기로 의사 되곘다고 달려들어가는 걸 보자니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노릇이다. 내 친구들은, 그리고 그 친구들의 부모님은 그래도 어느정도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지 알고 계시던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지금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볼 때마다 점점 미래가 없어 보인다는 느낌이 자주 든다. 미래가 어둡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 그런 선택을 한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체감을 할 때마다, 고등학생 때 들었던 행복한 캠퍼스 라이프나 자유에 대한 이야기들이 얼마나 헛된 소리였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자발적으로 편입이나 전문대학원 시험으로 뛰어들고, 거기서 또 다른 승리를 쟁취해야하는 투쟁을 반복하는 우리들의 인생은 언제쯤이면 끝날지 모르겠다.


// 사실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이런 일련의 일들은 결과적으로 집안사정을 상당히 악화시킨다. 특히 대학원 코스를 밟는 순간, 중산층(이라고 쓰고 상위 10%이내라고 읽는다)이라고 해도 버티기가 상당히 힘들다. 이 이야기를 쓰려고 제목을 이렇게 잡았더니, 뭐 이렇게 재미없게 글이 끝나버렸다.

// 근데, 워크래프트는 아예 안했고, 와우도 안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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