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하루하루

2015.1.11 케이크 스퀘어 5회 후기

한국에서의 동인 행사가 뭐 제대로 굴러간 적을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서드 플레이스 다음으로 기대를 할 만한 행사는 역시 케이크 스퀘어 일 것이다. 여튼, 벌써 5회를 맞았고, 뭐 나름 잘 굴러가는 행사이고 뭐... 뭐 왜 이렇게 시니컬하게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면서 간단하게 후기만 작성이나 하고 끝내야겠다. O<-<


나름 케이크 스퀘어도 계속 참여한 거 같은데, 뭐 재수했을 때에도 참여를 했던 기억이 있고, 여러모로 애착이 가는 행사인건 확실하다. 하지만, 뭐 동인 행사가 그렇듯이 입장료 내고 들어가면 뭔가 살 것만 사고 그냥 바로 나와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그리고 둘러보는데에도 시간이 그렇게 많이 안 걸린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였다. 뭐 코믹월드라면 굴다리로 내려가서 뭐 코스어들과 노는게 답이겠지만, 그런짓하고 놀 나이는 훌쩍 지나버렸고, 뭐 한다고 해도 전문적으로 하는 루트 밖에 안 남은거 같아서 많이 아쉽다. (친구가 그 어쎄신 크리드의 암살자 코스프레하자고 하는데 해볼까 (...))


뭐 여하튼, 케이크 스퀘어가 나름 날짜도 코믹월드와 안 곂치고 나름 적당히 잡았다는 느낌이 강했고, 12월 27일에 서코가 그렇게 미어 터졌는데 또 이런 행사에 사람들이 꾸역꾸역 올리가 없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예매를 안 했었다. 솔직히 많이 온다고 해도 행사 개최 장소는 그 유명한 코엑스 그랜드 블룸이며, 세택이랑 비교해도 그랜드 블룸 자체가 소화하는 인원수가 더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렇게 걱정을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아침 9시에 일어나서, 대충 들어가서 대충 쇼핑하고 대충 밥먹고 그 다음에 뭐하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트위터를 키기 전까지는 변하지 않았다. 부시시한 눈으로 트위터에 올라온 인파 사진을 봤을 때 느낀 건 "아 ㅅX, X됬다"라는 것과 그 그랜드 블룸까지 가는 그 길고 긴 길이 사람으로 다 차있다는 충격이었다. 코엑스를 IT 컨퍼런스 관련해서 아주 많이 가 봤지만 이 때까지 그랜드 불름의 수용 인원을 넘어서는 적을 본 적이 없었는데, 신한은행까지 쭈욱 늘어서 있는 줄을 보면서 잠시동안 어이를 상실했고, 잠시동안 얼어붙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저 줄이 줄어들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를 게산하기 시작했다. 줄 길이를 통해 사람 수 추정하고, 그랜드 불름 사이즈와 매표소 사이즈 생각해서 한 1시쯤에 입장하면 되겠다는 계산이 나왔지만, 친구가 지금 줄 서 있다는데 뭐 어쩔 수 있나. 줄 스러 가야지.


삼성역에서 내린 뒤 뭔가 나랑 같은 느낌을 풍기는 사람들을 따라가니 코엑스가 나타났고, 그리고 거대한 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랜드 블룸 입구에서 신한 은행까지 쭈욱 이어진 이 줄을 다시 한 번 더 보면서 잠시 동안 막막했는데, 뭐 어쩔 수 있나 줄 끝에 서야지. 트위터에서는 인원 통제 잘한다, 코믹월드는 이런 것도 못한다 이런 이야기가 올라오고, 나름 줄을 예술적으로 세우는 보안 요원들을 보면서 나름 많은 걸 느꼈는데, 실제로 자원 봉사자가 아닌 잔뼈가 굵은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인원 통제 많이 해본듯한 느낌의 사람들을 배치한게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트위터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실제로 코엑스 자체 직원들이 줄 관리를 했다고 한다. 사실 이런 전문 인력도 이 정도의 인파는 많이 벅찼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었고,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해주신 관리 요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한 1시 쯤에 입장할 줄 알았는데, 상당히 줄이 잘 빠져서 11시 40분 쯤에 입장이 가능하였고, 부스 이런저런데를 돌아댕기면서 구경을 좀 할 수 있었다. 사실 사람이 워낙 많아서 이리 채이고 저리채이고, 부스 물건도 제대로 못보고 정신이 진짜 없었다. 다행히도 전날에 들릴 부스 위치 하나하나 다 적어놓은 상태라서 최단 동선을 잡고 최대한 빨리 돌아댕겼다. 아쉽게도 몇몇 부스들은 펑크가 나버렸고, 몇몇 부스들을 내가 생각한 것과 달리 별로 퀄리티가 안 좋았으며, 그리고 몇몇 부스들은 진짜 진짜 갖고 싶은 물건들이 나왔었다.


루그나사드 앨범과 고추 잠자리 옆 후배 잠자리 (...) 를 구매했고, 12월 서코에서 못 구한 애니멀 오케스트라를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외는... 그래 펑크가 났거나, 생각했던 것과 실물이 다르거나, 아니면 매진이 됬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구하지를 못했다. 뭐 사실 부스 전체 하나하나 보면서 제대로 돌지도 못했다. 친구가 힘들다고 보챈 것도 있고, 그리고 부스 수가 1136개 정도에 BL물이 워낙 많아서 그냥 대충 보고 대충 돌아댕겼다.


루그나사드 부스에서 스티커를 열심히 나눠주셨는데, 뭐 하나 받아서 맥북에다 붙였다. 나름 일코와 덕밍아웃 모두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져서 진짜 만족 중이다. (스티커 여러개 가져올 걸 그랬다 ㅠㅠ)



그리고 고추 잠자리 옆 후배 잠자리는 의도치는 않았지만 뭐 구매를 하게 됬는데, 사실 그 케이크 스퀘어에서 음반 검색하다가 우연찮게 얻어 걸리게 된 녀석이다. 사실 샘플만 두고 봤을 때에는 그렇게까지 인상 깊은 녀석은 아니였으나, 실제로 전 트랙을 들어보면 정말로 여러모로 대단한 녀석이다. 아 진짜 최고다.


여튼 즐거운 시간을 보낸건 확실하고, 나름 물건도 잘 구해서 만족한다. 이런 동인 행사가 꾸준히 열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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