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하루하루

2014.12.6 주저리

연말이 다가온다. 나이 하나 더 먹는게 슬픈건 처음이다. 중고등학교의 전부를 빨리 대학이나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보냈던 조숙했던 (...) 나는 별로 나이먹는게 두렵지 않았는데 뭔가 대학교를 다니고 시간이라는게 소중하다는 걸 깨달으면서 뭔가 많이 바뀐 느낌이다. 사실 이 조차도 시간을 물직적인 뭔가로 환산하고, 돈 같은 금전적 가치나 아님 자격 요건이나 고시 준비 기간 같은 걸로 비교하고 있지만, 시간 아깝다는 생각은 재수 때 수능 100일 남겨두고 탐구 3~4 등급 나왔을 때도 안했다는 걸 생각하면 (결국 1등급찍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사실 이 이야기를 꺼낸 건 주변에 재수생이나 삼수생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대학 만족 못하고 꼭 더 좋은 대학 가겠다고 말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걸 보면서 내 과거나 내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자꾸 떠오른다. 사실 나조차도 재수가 잘 풀린케이스가 아니라서 별 할말은 없지만, 매번 비슷한 실수와 비슷한 뻘짓을 반복하는 걸 보면 그 나이에는 다 그렇게 생각하나보다 라는 생각과 학교에서 배운게 저런 것 밖에 없으니 저럴 수 밖에 라는 생각이 교차한다. 그리고, 대부분 재수를 결심하는 아이들은 어느정도 교육과정의 희생양이자 정부의 교육 정책의 모르모트였다는 안타까움도 든다. 특히 올해, 답도 안나오는 물수능을 겪은 고딩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또 재수를 하겠다며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격려의 말이나 몇몇 조언 밖에 할 수 있는게 없는 것 같다. 사실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건 솔직히 그 방향으로 출구가 있으니까 그런 것이고, 그리고 안 뛰어들면 결과적으로 타죽을 건 분명한데 뭐 어쩔 수 있겠는가.


꽤 많은 사람들이 학벌은 아무것도 아니다 혹은 그것 말고도 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근데, 난 그 말에 별로 동의를 못한다. 보통 이런 학벌 관련해서 말을 할 때, 학벌을 위해 공부하는 건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건 많이 동의를 하지만, 학벌이 없어도 인생 노력하면 잘된다는 건 별로 수긍을 못하겠다. 대부분 기회를 잡기 쉬운 위치는 고학벌인 경우가 많고, 그리고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허들이 낮은 쪽도 고학벌이다.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을 달성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은 분명 학벌에 따라서 갈린다. 그것이 학교의 역량이라던지, 선배의 멘토라던지, 아니면 진짜 간판 때문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좀 접어두고, 결과론적으로만 말하자면 내가 과거의 학벌과 현재의 학벌(대학교 2번 등록했다)로 살 때 겪었던건 하늘과 땅 차이였다. 주변 사람의 대우나 인식 자체가 거의 완벽하게 달랐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여러 일에서 내가 차별당하는 게 확연히 줄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무언가를 할 때 학벌이란 방패는 상당히 유용했고, 뒤로 숨을 공간도 피할 공간도 의외로 넉넉했었다.


그래서, 재수를 하고 삼수를 하는 것인가. 뭐 그럴 수도 있겠다. 그리고 보통 자기가 공부한 만큼 대학에 가고 싶어하는 건 사실이고, 그러니 대부분 열심히 1년 더 공부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실패라는 것이나 시행착오라는 걸 겪어보지 못했다는 게 큰 독이 된다는 걸 좀 알아뒀으면 좋겠다. 재수라는 선택은 아마 자신이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 처음으로 하는 선택 아닌 선택일 것이다. 자의건 타의이건 학교 생활 12년 간 자퇴 제외하고는 재수라는 선택은 20년 인생에서 처음올 겪는 되돌리기 버튼도, 실행취소 버튼도 눌리지를 않는 선택지이다. 그리고 일단, 선택 후 결과는 실패 혹은 성공일텐데 대부분 현역 때 수능 성적이 똑같이 나오는 케이스가 반 정도 차지하고, 1/4은 올라가고 1/4은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언제나 이거 감안하고 선택을 좀 해줬으면 한다. 매번 대학 걸어두고 재수하라고 했는데 -특히 남자는 군대 자동 연장 및 연장 기간 보존이라는 장점도 있고- 대부분 "저딴 대학 가기 싫어!"를 외치고 생으로 재수를 하다 망하는 경우 엄청나게 많이 봤다. 그리고 재수라는 선택해서 망했다고 길가던 사람들이 동정 주는 것도 아니다. 엄청 넓게 잡아서, 학교 담임 선생님이나 가족, 친구 정도가 이해해주는 것의 끝이다. 뭐 보통 재수 실패하면 부모랑 싸우는 건 기정 사실이긴하지만.


사실 이런 꼰대질 하려고 글 쓴거 아니였는데... ㅠㅠ 여튼, 요즘 이런 저런 과제나 팀 프로젝트 덕분에 바쁘다. 사실 내가 뭔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별로 느껴본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정말로 죽고 싶을 정도로 밤을 새면서 과제하고 일하고 공부를 했었다. 뭐 재수 때에 늘상 하던 하루에 4시간 자기는 체력이 안되서 한 번 그러면 일주일동안 골골거리긴 하지만, 트위터를 하루에 4시간 단위로 접속한다는 쾌거를 이뤘다는 것과 내가 아직은 남들보다 뒤쳐지지는 않았다는 걸 느끼면서 뭐 그래도 인생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만족을 한 것 같다. 한 순간도 내 인생에 만족을 못했고, 그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내가 되고 싶었던 것들 되기 위해서 매일 일 벌려놓고 방치하고 수습하고 그걸 매번 반복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나마 좀 안정됬다. 그리고 이제는 내 주변이 아니라 내 자신을 바라보면서 산다. 주변 신경보다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뭘 해야할지를 직접 찾아내서 사는 건 나름 기쁜 일이다.


그래서, 대학을 오라는 건 아니고.... 뭐 주변 주변 이야기 맨날 하지만 여튼 고졸로 직장 다니면서 산업기능요원하는 애도 있고, 고졸로 창업하는 애도 있고, 고졸로... 아니 아니 고등학교/중학교 재학하면서 특허 내고 창업하는 애도 있고 그래 별의별 애들이 많다. 사실 학창시절이나 20대 저렇게 보내야하는 건데, 난 현실과 타협을 해버려서 저런 것도 못한다니 정말 아쉽다. 사실 내 나이 때만해도 그렇게 대놓고 중고딩 때 뻘짓하고, 창업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분명 내가 매일마다 J모 일보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례는 1년에 한 번, 두 번 실렸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R&E는 기본이요. 어플 개발에, 창업에, 국제 대회 우승에 내 나이보다 몇 어린 아이들은 그렇게 살고 있더라.


근데, 대부분 저런 아이들은 주변의 꼰대질은 한 두 번 받았을 것이고, 인생 왜 그렇게 사냐 (...) 라는 이야기 참 많이 들었을것이다. 내가 K모 대학 영재원 -뭐 쓰는 글 마다 나온다. 한이라도 맺혔나- 하느라고 난리 쳤을 때 "그 시간에 내신이나 올리고 수능 공부나 하셨으면 고3 때 그렇게 수능 안 망쳤을 꺼"라는 소리 몇 명에게 들었으리라 생각하는가.그래도 꼰대질 열심히 해주시던 분들보다는 잘 사는 거 같아서 안도라면 안도하고 있다. 꼰대질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꼰대질의 A to Z는 대부분 내가 알고있는 게 인생의 전부인냥 말하는 게 특징인데, 사실 진짜 자기 아는 것만으로 세상 판단하는 꼰대들 많아서 속 터질때가 많다. "아니 님 인생은 그거라는 거 알겠는데, 그건 님 인생이고 그렇게 살 수 있었으면 제가 진작에 그렇게 사셨습니다."라는 말이 목젖을 치고 올라갈까 말까하는 경우도 많았고, "아니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하냐"라던지, "님 졸X 인생 나이브하게 사시네"도 가끔 가다 있다. 뭐 나도 엄청나게 고집 세서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싶은데로 사는 타입인지라 그런 사람들과 매번 충돌하고 싸우는거에 익숙하긴 하지만, 매번 내 성격 긁는 사람들 한 둘씩은 맨날 만나게 되서 좀 맘 편할날이 별로 없다. 그래 SNS를 끊으면 되는ㄱ....


여튼, 살다보니 대충 인생 개판 5초전인거 같은 아니 사실 인생 반쯤 포기하고 걍 돈이나 받아먹는 기생충처럼 사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밟힌다. 기생충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데, 분명 실력 있는 사람들이지만, 인생에 있어서 최소한의 노력만 하는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실 능력 없었으면 그런 기생충 라이프는 커녕, 길거리 노숙자가 됬었을 법이지. 여튼, 도시화 덕분에 숲속에서 은거해서 살 수는 없으니 나름 타협안으로 안정적인 직종이나 수익 높은 직종 하나 때려잡고서 거기서 대충대충 살면서 칼출근 칼퇴근 할 일만한다 아님 할 일 이하로 한다를 선택해서 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난 원체부터 그런 사람들을 별로 안 좋아했었다. 뭐 일단 부모 중 한 사람이 그 꼴이고, 그리고 별로 인생에 생기조차 없는 뭔가 흐리멍텅한 삶을 사는 사람은 원체부터 싫어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그런 인생을 이해하고 심지어 그런 인생이나 살아볼까하는 생각을 자주 느낀다. 정말 크리티컬한 인생 조언은 그런 사람들에게 받았었고, 그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은 내가 갔던 길을 대부분 갔던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열심히 학원 한 구석탱이나 대학 강의실 한 구석에서 뭔가 구리구리한 냄새와 별로 너 같은 애들에게 관심없다는 얼굴로 오늘도 대충대충 수업을 하고 계신다. 그리고 아마 나도 저런데에서 강의나 하고 있겠지.


사람을 꼰대와 안 꼰대로 나누면, 결과적으로 안기생충과 기생충으로 나뉘지는 것 같기도 하다. 대부분 열심히 꼰대질하는 사람보면 자기의 위신이나 명예 혹은 체면에 빗대어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점유욕과 명예욕 또한 높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반면 그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은 명예욕도 점유욕도 없이 뭐 흐리멍텅하게 슬라임 같은 형태로 흐느적거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왜 저렇게 사세요"라는 질문에 "그냥 내가 좋아서 사는 건데 방해하지 마시죠 허허" 라는 말을 날려줄 정도라면 아직은 살아있다는 걸 알겠다만, 음 그래 제대로 살아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 결정체를 한 번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래 건덕은 나이를 초월하는 그런 거라는 거 많이 느꼈다. 카톡 프사의 샤아 아즈나블 잊지 않겠습니다.


인생에서 타협을 반복하다보면 결과적으로 나에게 남는게 별로 없다. 결국 저렇게 흐느적대면서 인생에서 있어서 뭔가 중요한걸 하나 빠뜨린 것과 같은 모양새가 될 느낌이다. 뭐 그리고 내가 경멸하던 그런 사람들처럼 되 버리겠지. 에라이, 언젠가는 나이 한 40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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